없어도 그만일 줄 알았다. 착각이었다. 뛰는 내내 ‘이걸 왜 이제야’라는 생각뿐이었다. 트랙 위에서 네 개의 러닝 워치를 번갈아 차며 알게 된 것.

애플워치 울트라 2

가격 114만9000원
무게 61.8g
두께 14.4mm
케이스 크기 44×49mm     
배터리 성능 12시간(GPS 사용 시), 36시간(일상 모드)

오늘날 애플워치는 기계식 시계의 대척점에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기사에 모은 시계들 중 가장 기계식 워치와 공통점이 많은 모델이었다. 첫 번째는 소재. 케이스는 티타늄으로 완성됐다. 러닝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요소는 아니지만, 가볍고 견고한 케이스는 지구상 어디를 달려도 괜찮을 거라는 안도감을 준다. 시곗줄을 바꿔 차는 즐거움도 컸다. 애플워치 울트라 2 유저는 사진 속 착용한 ‘오션 밴드’를 포함해 각기 다른 디자인의 스트랩 4종을 선택할 수 있다. 덕분에 ‘운동용 시계’보다 ‘근사한 시계’를 차고 있다는 감흥을 준다. 

애플워치 울트라 2는 ‘작은 아이폰’에 가까웠다. 기존 아이폰 유저라면 적응 기간은 필요 없이, 모든 인터페이스 기능을 곧장 활용할 수 있다. 아이폰에서 쓰던 ‘나이키 러닝’ 앱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데, 그간 쌓아온 러닝 데이터를 이어받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으로 다가왔다. 러닝이 끝나면 보폭 길이, 지면 접촉 시간, 수직 진폭 등을 확인해 자세 교정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GPS 사용 시 배터리 시간은 최대 12시간으로 아쉬운 편. 하지만 함께 제공되는 마그네틱 급속 충전기를 사용하면 0~80%까지 30분 만에 충전할 수 있다.

코로스 페이스 프로

가격 54만9000원
무게 49g(실리콘 밴드 버전)
두께 12.25mm
케이스 지름 46mm
배터리 성능 38시간(GPS 사용 시), 20일(일상 모드)

코로스는 ‘킵초게가 차는 시계’로 유명하지만, 러너들 사이에서는 ‘배터리 긴 시계’로 통한다. 페이스 프로 역시 넉넉한 배터리 사용 시간을 자랑한다. 일상 모드에서는 최대 20일까지 사용할 수 있으며, GPS를 켜둔 상태에서도 최대 38시간까지 제 몫을 해낸다. 당장 내게는 해당 사항이 없지만, 100km를 달려야 하는 울트라 마라토너에게는 확실한 구매 포인트로 작용할 수 있는 요소다. 의외로 러닝을 하면서 가장 마음에 든 건 2시와 4시 방향에 배치된 물리 버튼. 물론 화면에도 터치스크린 기능이 적용됐지만, 땀을 흠뻑 쏟으며 달릴 때는 직관적인 물리 버튼이 유용했다. 

페이스 프로에는 코로스 최초로 아몰레드 스크린이 탑재됐다. 최대 1500니트 밝기로 각종 정보를 화면에 띄우는데, 실제로 햇볕이 내리쬐는 트랙 한가운데서도 흐릿한 느낌은 없었다.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코로스 앱도 만족스럽다. 그중에서도 눈길이 간 건 경로 생성 기능이다. 지도 화면을 손가락으로 누르면, 각 터닝포인트가 설정되고 앞으로 달리게 될 거리와 고도차가 떠오른다. 전용 스트랩은 실리콘 밴드, 나일론 밴드 총 두 가지로 준비됐다. 실리콘 밴드 전체에는 구멍을 뚫어 습기가 차는 느낌 없이 내내 쾌적하게 착용할 수 있다. 

순토 런

가격 39만9000원
무게 36g
두께 11.5mm
케이스 지름 46mm
배터리 성능 20시간(GPS 사용 시), 12일(일상 모드)

순토 런이 가진 무기는 확실하다. 진입장벽을 낮추는 가격. 순토 런은 40만원 미만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임에도 듀얼밴드 GPS를 탑재해 러닝에 필요한 거의 모든 정보를 제공한다. 디자인은 기존 순토 모델들과 동일한 원형으로 완성됐다. 무게는 36g으로 아주 가벼운 편. 손목에 착용했을 때 특히 만족스러웠던 요소는 스트랩이다. 시계를 구입하면 손목 두께에 맞춰 사용할 수 있도록 두 가지 길이의 스트랩이 제공된다. 벨크로 테이프처럼 간단하게 떼고 붙여 체결할 수 있는데, 두께도 얇아서 잠을 잘 때 착용해도 불편함은 없었다.

순토 런의 운동 모드는 34개다. 다른 스마트워치에 비하면 많은 편은 아니지만, 러닝용 워치로서는 모자람이 없었다. 달리기를 하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기능은 ‘마라톤 모드’다. 마라톤 모드에서 풀코스, 하프코스, 10km, 5km 중 달릴 거리를 설정하면, 현재 페이스와 예상되는 완주 시간을 실시간으로 띄운다. 이제 막 러닝을 시작한 초심자에게도, 풀코스 대회를 준비하는 러너에게도 유용한 기능이다. 순토가 원래 잘하던 것도 고스란히 유지했다. 나침반, 고도계, 기압계 기능을 탑재해 트레일 러닝에도 부족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가민 베뉴 X1

가격 115만9000원
무게 40g
두께 7.9mm
케이스 크기 41×46mm
배터리 성능 16시간(GPS 사용 시), 8일(일상 모드)

베뉴 X1은 기존 가민 워치와도 눈에 띄는 차별점이 있다. 사각형 디자인. 마치 초소형 태블릿 PC를 손목에 얹은 듯한 모습이 새롭게 느껴진다. 앞서 가민에서 사각형 워치를 출시한 적은 있지만, 베뉴 X1은 케이스 가장자리까지 디스플레이를 가득 채워 세련된 느낌을 풍긴다. 디스플레이는 역대 가민 제품 중 가장 큰  2인치 아몰레드로 완성했다. 한껏 러닝 페이스를 올려도 큼직한 숫자들이 한눈에 들어와 피로감이 적었다. 두께 역시 7.9mm로 가민 시계 중 가장 얇다. 무게는 나일론 밴드를 포함해도 40g에 불과해 오랜 시간 착용해도 부담이 적다. 

베뉴 X1을 차고 러닝을 하면서 만족한 것 중 하나는 지도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차를 운전할 때 쓰는 내비게이션처럼, 현재 달리고 있는 위치와 앞으로 뛰어야 할 코스를 실시간으로 띄운다. ‘자동 랩’ 기능은 소요 시간, 평균 페이스, 평균 심박수 등을 구간마다 기록해 한 화면으로 확인할 수 있다. 기록 단축이 목표인 러너라면 자주 찾게 될 기능. 가민은 이런 베뉴 X1을 두고 ‘러닝용 워치’가 아닌 ‘웰니스 워치’라 소개한다. 그 타이틀에 걸맞게 베뉴 X1은 러닝 외에도 수영, 모터사이클, 골프, 스키 등 100가지 이상의 스포츠 모드를 탑재했다.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er 박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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