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저 멀리 바라보는 눈빛. 사토 타케루와 함께하며 접한 인상적인 모습이다. <유리 심장>의 후지타니 나오키처럼, <바람의 검심> 시리즈의 히무라 켄신처럼.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하려는 열정과 신념을 지키려는 결의 어딘가에서 그는 타협하지 않고 나아간다. 나아가려고 한다.
“배우로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다른 배우분들한테 같이하지 않을래, 하고 물어보기도 했죠.”
오랜만에 한국에서 촬영한 화보, 어땠나요?
12년 전쯤에 <아레나>와 화보를 촬영한 적이 있습니다. 오랜만에 함께해서 좋았어요. 쿨한 사진을 찍어주셔서 감사하고 행복했죠. 최근에 혼자서 이렇게 느낌 좋은 사진을 촬영한 적이 없어서 좋았습니다.
한국에 여러 번 왔지만 팬미팅은 처음이에요. 소감이 남다를 듯합니다.
한국 팬분들이 따뜻하게 반겨주셔서 인상적이었습니다. 함성도 크게 지르셔서 반대로 제가 에너지를 받아가는 기분이었죠. 이번 팬미팅에선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넷플릭스 시리즈 <유리 심장>의 텐블랭크는 드라마 속 밴드지만 현실에서도 활동합니다. 극을 벗어나 현실까지 확장하는 경험은 특별하게 다가올 수밖에 없겠죠?
텐블랭크 활동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어서 인생에서도 특별하게 다가옵니다. 게다가 배우는 보통 혼자서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반면 밴드는 팀원, 친숙한 사람들과 같이하는 느낌이라서 더 좋았어요.
배우로서 연주와 노래도 직접 했습니다. 노래하는 자신을 바라볼 때 어떤 느낌이 드나요?
아무래도 익숙해지진 않습니다. 처음 도전하는 분야이기도 하고요. 저 스스로 노래를 잘한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그래서 조금 힘들지만 최대한 노력하면서 노래를 부르죠.
<유리 심장>에는 제작으로도 참여했습니다. 연기를 넘어 제작까지 해야겠다는 마음은 어떻게 생겼나요?
배우라는 직업은 누군가 불러줘야 일할 수 있습니다. 그걸 할지 말지 결정하지만, 불러줘야 촬영하러 가는 식이죠. 어쩔 수 없이 주체적으로 움직이진 못하는 직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더 능동적으로 움직이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이 제작을 시작한 가장 큰 이유였죠. 배우로서 여러 경험을 하면서 스스로 작품을 만들어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다른 배우분들한테 같이하지 않을래, 하고 물어보기도 했죠.
제작을 하기로 결심하고 나서 첫 작품으로 <유리 심장>을 정했나요? 아니면 <유리 심장>의 대본을 보고 제작까지 해보기로 했나요?
먼저 제작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어요. 그다음에 어떤 작품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유리 심장>이 가장 좋겠다고 생각했죠. 무엇보다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라는 점이 가장 큰 이유였어요.
그런 점에서 <유리 심장>은 여러 방면에서 도전하는 작품이었겠네요. 제작이라는 도전뿐 아니라 노래와 연주도 직접 해야 하고요.
아무래도 음악적인 부분이 가장 도전적이었어요. 밴드를 만들어 활동하는 설정이어서 그 부분을 잘 보여줘야 했죠. 저뿐 아니라 다른 멤버들을 구성하는 것도 굉장히 중요했습니다.
텐블랭크는 극을 넘어, 홍보든 팬미팅이든 현실에서도 실제로 활동합니다. 처음부터 그 부분까지 계획하고 시작했나요?
처음부터 확실히 정해놓은 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런 작품, 이런 멤버로 프로모션을 하면 현실에서도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죠. 어느 정도 예상한 부분이었어요.
텐블랭크로 대중을 만났을 때 쾌감이 컸을 듯해요.
굉장히 행복했습니다. 드라마 속에서도 등장하는 인물들이잖아요. 등장인물을 실제로도 사랑해주시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특별한 경험을 다양하게 접할 수 있는 작품이어서 <유리 심장>에 대한 애정이 커졌죠.
<유리 심장>에서 후지타니는 ‘틀을 깨버리고 싶어’라고 합니다. 배우 사토 타케루로선 어떤 틀을 깨고 싶나요?
틀을 깨고 싶다고 의식하거나 생각하진 않습니다. 다만 배우라는 영역에 선을 긋진 않아요. 배우이기 때문에 이건 하고, 이건 못한다고 생각하진 않죠.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작품을 만드는 일입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든 이것저것 다 도전하려고 하죠. 그런 모습을 대중이 보기에 배우의 틀을 깬다고 할 순 있죠. 앞으로도 그런 모습은 많이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기 외에 예술적으로 표현하고픈 다른 분야도 있나요?
음 다른 분야는 없습니다. 작품을 계속 만들고 싶어요. 영화나 드라마든지 연기 안에서 계속 확장하고 싶습니다.
언젠가 만들고 싶은 작품은 어떤 이야기일까요?
현실에 판타지를 섞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조금 자세하게 얘기하자면, 어떤 이상한 설정이 하나 들어간 작품이죠. 예를 들면 현실 세계인데 한 사람만 유령이라든지, 저승사자라든지. 그 세계관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보는 사람이 궁금해지는 작품을 한번 해보고 싶어요.
작품을 선택할 때 자신만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여러 가지 기준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건 작품에 교감할 수 있느냐예요. 또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가 아니라 의미 있는 작품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대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이런 마음은 계속 지켜가고 싶습니다.
창작이라는 분야에서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유리 심장>에서 밴드 멤버의 음악적 멘토 역할을 했습니다. 이제 배우로서 경력도 쌓은 만큼 후배들에게 어떤 멘토 역할을 해주고 있나요?
솔직히 안 합니다. 그냥 자유롭게 연기하라고 해요. 어떤 장면에선 설명 같은 건 해주지만, 제가 조금 더 경험이 많다고 해서 특별히 조언하진 않습니다.
한국에서 <바람의 검심> 시리즈의 켄신으로 유명합니다. 몇 년에 걸쳐 영화 시리즈에 출연한 만큼 본인한테도 의미 있을 듯해요.
배우로서 쌓은 커리어 중에서 <바람의 검심> 시리즈는 긴 시간을 들여 여러 편에 출연했기에 특별한 작품입니다. 무엇보다 새롭게 도전하는 작품이었기에 더 특별하죠. 지금은 일본에서 익숙해졌지만, 당시 만화를 실사 영화로 만드는 경우는 드물었습니다. 감독님부터 스태프까지 도전이라고 느꼈죠. 모두 함께 벽을 깨면서 만들었기에 좋은 추억이자 경험, 저한테 중요한 순간이라고 생각했어요.
한 역할을 긴 시간 여러 편에 걸쳐 연기한 경험이 배우로 활동할 때 어떤 영향을 미쳤나요?
역시 배우로서 대표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작품 한 편이 생긴 거니 자신감이 많이 생겼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도 저를 알리게 돼서 애착도 많이 느끼죠.
배우로서 자신의 장단점을 잘 파악하는 편인가요?
딱히 장단점을 파악하려고 노력하진 않습니다. 그래서 제 장단점이 뭔지 잘 모르죠. 다만 연기할 때 제가 지금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가장 열심히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려는 노력은 합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길 바라는 ‘사토 타케루다운’ 건 뭐가 있을까요?
예전이나 지금이나 제가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에 출연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하는 대사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좋아하지 않는데 분위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한다든가, 다른 이득을 위해서 출연한다든가 하는 건 하고 싶지 않죠. 시간이 지나도 이런 마음은 계속 지켜가고 싶습니다. 창작이라는 분야에서 타협하고 싶지 않아요.
먼 훗날, 사람들이 어떤 배우로 기억하길 바라나요?
대중이 제가 나온 작품들을 보고 그 작품 재미있지, 진짜 좋은 작품이었지, 이렇게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 질문입니다. 멋진 남자는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자신을 믿고 신념에 따라 인생을 사는 사람.
그렇게 살려고 노력하나요?
제가 그런 멋진 남자라고 말하진 못하지만, 그렇게 살려고 항상 노력합니다. 다른 사람 말에 휩쓸리지 않고 신념대로 살아가려고 하죠.
Editor 김종훈
Photographer 김영준
Stylist 김하늘, 사카이 타케루(일본)
Hair&Make-up 토시야수 오키(컨티뉴), 후루쿠보 에이토(일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