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이 사람, 바람 사이 바람.’ 웨이브 투 어스가 서로를 생각하며 썼다는 이 가사는 지구 반대편에서 따라 부르는 노랫말이 됐다. 2019년 어느 겨울밤, 자신들의 첫 공연을 찾은 관객들을 위해 핫팩을 준비하던 세 청년. 이제 그들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사랑을 노래하는 밴드 ’. 여섯 번째 겨울을 맞이한 웨이브 투 어스를 만나고 왔다.

“수많은 바람 사이에서 우리 노력이 켜켜이 쌓여가고,
언젠가는 우리의 세상이 되어주겠구나. 그런 생각으로 쓴 곡이에요.”  

동규가 입은 레더 재킷·셔츠·팬츠 모두 맥퀸, 신발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순종이 입은 레더 코트·셔츠 모두 큐레이티드 퍼레이드, 팬츠 이니어, 선글라스 맥퀸, 신발 캠퍼,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다니엘이 입은 셔츠 생 로랑, 신발 맥퀸, 스카프 외리케, 선글라스·반지 모두 소장품, 재킷·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어떻게 하면 이 시기를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까.
그 고민 끝에 2018년에 웨이브 투 어스를 결성했거든요.
신기하게도 그 후로는 ‘언제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셔츠 생 로랑, 스카프 외리케, 선글라스·귀고리 모두 본인 소장품, 재킷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셔츠 생 로랑, 스카프 외리케, 선글라스·귀고리 모두 본인 소장품, 재킷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동규가 입은 레더 재킷·셔츠 모두 맥퀸 제품.순종이 입은 레더 코트·셔츠 큐레이티드 퍼레이드, 선글라스 맥퀸,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동규가 입은 레더 재킷·셔츠 모두 맥퀸 제품.순종이 입은 레더 코트·셔츠 큐레이티드 퍼레이드, 선글라스 맥퀸,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이제 웨이브 투 어스는 해외에서 가장 많이 듣는 한국 밴드 중 하나가 됐습니다. 그래서 궁금했는데, 요즘 어떤 노래 들어요?
다니엘
라디오헤드 1997년도 라이브 영상 보고 있어요. 프랑스 벨포르에서 진행한 공연인데요. 라디오헤드가 저한테는 영웅 같은 밴드거든요.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들어왔으니까. 올해 7년 만에 복귀를 해서 반가운 마음에 열심히 듣고 있습니다.
동규 저희가 올해 ‘롤라팔루자’에서 공연을 했거든요. 무대를 마치고 도미닉 파이크 공연을 보러 갔는데 잊히지 않더라고요.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첫 곡이었던 ‘Babydoll’. 압도적이었어요.
순종 헤더(Hether)라는 싱어송라이터가 있어요. 최근에 18곡을 담은 정규 앨범을 발매했는데요. <Holy Water> 앨범에 수록된 ‘Falling For The Feeling’을 가장 많이 듣고 있어요.

올해 가장 큰 이벤트를 꼽자면 ‘롤라팔루자’ 공연이 아닐까 싶어요. 뮤지션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무대인 만큼 기분도 남달랐을 텐데요.
다니엘
말씀하신 대로 꿈의 무대에 올라 감회가 새로웠죠. 학창 시절부터 함께한 친구들과 무대에 서서 더 특별했고요. 동시에 ‘이걸로 만족하면 안 되겠다’ 하는 마음도 들었어요. 뭐랄까요. 여기가 끝일 거라는 생각은 도무지 들지 않더라고요.
순종 ‘롤라팔루자’는 시카고에서 시작했지만 남미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에서도 공연을 하거든요. 특히 남미는 정말 먼 곳이잖아요. 공연을 하려고 지구 반대편까지 갈 수 있다는 점이 감사했죠.
동규 ‘롤라팔루자’ 인도도 무척 새로웠어요. 한 번도 공연을 할 거라 상상하지 못한 곳이었거든요.

개인적으로 웨이브 투 어스 무대 영상 중에 가장 인상 깊은 건 ‘사랑으로’예요. 직접 무대 위에서 이 노래를 부를 때는 어떤 기분일까 싶더라고요.
순종
‘사랑으로’를 처음 무대에서 선보인 곳은 자카르타 콘서트였어요. 정규 1집 <0.1 flaws and all.>을 내고 첫 공연이었거든요. 너무 떨리기도 했고, 모니터 환경도 정말 안 좋았는데요. 전주를 시작하는 순간 곡에 휩쓸리는 기분이 들더라고요. 저희 셋 다 거의 오열하다시피 했던 게 기억나네요.
다니엘 그 모습이 저희 공식 유튜브에 박제되어 있습니다.

곡을 만들면서 내심 ‘이 곡은 대박 나겠구나’ 예상했나요?
다니엘
전혀요. 물론 속으로는 좋은 곡이라 자신해왔지만, 지금처럼 사랑받을 줄은 몰랐어요. 저희 노래 중에서는 드물게 한글 가사로 쓴 곡이니까요. 그래서 더 신기해요. 어느 도시를 가도 따라 부르니까. 매번 압도되는 기분이 들죠.

가사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사람 사이 사람, 바람 사이 바람’. 이런 가사는 어떻게 하면 쓸 수 있어요?
다니엘
사실 ‘사랑으로’ 첫 멜로디는 몇 년 동안 머릿속에만 있었어요. 어떻게든 곡으로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번번이 실패했고요. 그러다 어느 날 혼자 카페에 갔어요. 성수동에 있는, 사람이 정말 많은 카페였어요. 누구는 노트북을 두드리면서 일을 하고, 어떤 사람들은 연인과 데이트를 하고. 그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문득 나만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때 가장 먼저 생각난 게 멤버들이었고요. 수많은 사람, 수많은 바람 사이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는 멤버들.

그 바람이 ‘Wind’가 아니라 ‘Wish’였네요.
다니엘
그렇죠. 수많은 바람 사이에서 우리 노력이 켜켜이 쌓여가고, 언젠가는 우리의 세상이 되어주겠구나. 그런 생각으로 쓴 곡이에요. ‘사랑으로’는 우리의 정체성이 되어줄 거라고 생각했어요. 곡을 만들 때도, 완성한 후에도.

동규가 입은 셔츠·카디건 모두 펜디, 장갑 뉴인, 안경·시계 모두 본인 소장품.순종이 입은 코트·셔츠·팬츠·타이 모두 펜디, 신발 캠퍼, 안경 본인 소장품.
동규가 입은 셔츠·카디건 모두 펜디, 장갑 뉴인, 안경·시계 모두 본인 소장품.순종이 입은 코트·셔츠·팬츠·타이 모두 펜디, 신발 캠퍼, 안경 본인 소장품.
재킷 더크레이티스트, 신발 페라가모, 왼손 중지·오른손 약지에 착용한 반지 모두 아크바인, 오른손 중지에 착용한반 지·귀고리·안경모두 본인 소장품, 셔츠·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더크레이티스트, 신발 페라가모, 왼손 중지·오른손 약지에 착용한 반지 모두 아크바인, 오른손 중지에 착용한반 지·귀고리·안경모두 본인 소장품, 셔츠·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모든 뮤지션이 그렇지만, 사람들이 언제 우리 음악을 들어줄지 모르는 일이잖아요. 그 막연함 때문에 힘든 시기도 있었을 텐데요.
다니엘
사실 저는 그 시기를 이겨내려고 웨이브 투 어스를 만들었어요. 어떻게 하면 이 시기를 무사히 견뎌낼 수 있을까. 그 고민 끝에 2018년에 웨이브 투 어스를 결성했거든요. 신기하게도 그 후로는 ‘언제 궤도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은 한번도 한 적이 없어요.

동규, 순종은 어땠어요?
동규
저는 웨이브 투 어스는 물론이고, 더 폴스라는 이름이 만들어지기 전부터 다니엘 형이랑 같이 밴드 활동을 했어요. 제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밴드를 나가면서 약속했죠. 나중에 다시 기회가 생기면 꼭 같이 음악하자. 그렇게 각자 길을 걷다 다시 만든 게 웨이브 투 어스예요. 2019년 8월 23일에 첫 곡 ‘wave’가 나왔고 그 후에 순종이 형이 합류했는데, 그때는 뭐랄까요. 그간의 모든 퍼즐이 맞춰진 느낌이었어요.
순종 저는 군대를 전역하고 뒤늦게 합류했어요. 원래는 제 개인적인 꿈이 있었거든요. 미국에서 재즈 뮤지션으로 성공하겠다. 어떻게 보면 웨이브 투 어스를 시작하면서 그 꿈을 포기한 거죠.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꿈을 이 친구들이랑 이루게 돼서 너무 감사하죠.

얼마나 걸렸나요? 밴드를 만들고 미국에서 첫 공연을 하기까지?
순종
첫 미국 공연이 2023년이었으니까, 5년 정도 걸렸네요.

문득 웨이브 투 어스가 처음 공연하던 날은 어땠을지 궁금하네요.
다니엘
서울역 근처 루프톱이었어요. 유난히 날씨가 추운 날이었는데, 미리 핫팩을 준비해서 관객분들께 드렸던 게 기억나요. 인스타그램으로 정말 열심히 홍보했는데, 70분 정도 오셨어요.

그때 인스타그램 팔로워는 얼마나 됐어요?
순종
정확히 기억나요. 1000명. 그 무렵에 ‘우리 팔로워 1000명 됐다’ 하면서 엄청 좋아했던 게 기억나거든요.

지금은 200만 명이 코앞이네요. 각자 무대에서 가장 연주하기 좋아하는 곡도 다를 것 같아요.
다니엘
제가 가장 어려워하는 곡이 순종이가 쓴 ‘holyland’예요. 연주하면서 부르기가 특히 까다롭거든요. 그런데 최근 들어서 이 곡이 도전 의식을 자극해요. 매번 조금씩 수월해지면서 내 것이 되어가는 과정이 즐겁더라고요.
순종 저는 ‘nouvelle vague’. 고난도긴 하지만, 뒤로 갈수록 연주자 입장에서 시도할 수 있는 여백이 많은 곡이거든요. 자율성이 주어지는 느낌이라 좋아해요.
동규 딱 한 곡만 뽑는다면 ‘pueblo’. 어떤 설명도 필요 없이 연주가 시작되면 모두가 뛰어놀게 되는 곡이에요.

반대로 관객들이 불러줄 때 듣기 좋은 곡도 있을 것 같아요.
순종
‘사랑으로’.
동규 ‘light’도 있어요.
다니엘 요즘 제 원픽은 ‘annie.’. 모두가 다 같이 가운뎃손가락을 하늘로 치켜들 때, 그 통쾌함이 있죠.

갑자기 궁금해졌는데 순종이 올해 결혼했잖아요. 축가는 어떻게 했어요?
순종
아내를 생각하면서 쓴 곡이 하나 있어요. 그 곡만큼은 제가 직접 부르고 싶어서 이 친구들한테 도움을 요청했죠. 저 대신 다니엘이 베이스를, 동규가 드럼을 연주하고, 저는 노래를 불렀어요. ‘시원한 블루’라는 곡이에요.
동규 그 노래 좋지.

다니엘이 입은 재킨 뉴인, 이너 톱 레이블리스, 벨트 메종 마르지엘라, 안경 아티스트 소장품.동규가 입은 니트 톱·팬츠 모두 유지, 벨트 큐레이티드 퍼레이드, 시계 아티스트 소장품.순종이 착용한 재킷·톱·팬츠 모두 뉴인, 안경 아티스트 소장품.
다니엘이 입은 재킨 뉴인, 이너 톱 레이블리스, 벨트 메종 마르지엘라, 안경 아티스트 소장품.동규가 입은 니트 톱·팬츠 모두 유지, 벨트 큐레이티드 퍼레이드, 시계 아티스트 소장품.순종이 착용한 재킷·톱·팬츠 모두 뉴인, 안경 아티스트 소장품.

지난번 <아레나> 더 폴스 인터뷰 때 다니엘에게 했던 질문인데, 오늘은 두 사람한테 해볼게요. 음악적으로 웨이브 투 어스와 더 폴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뭘까요?
순종
음··· 주방장은 같은데요. 이쪽 가게는 일식집이고, 저쪽은 양식집이죠.

그럼 웨이브 투 어스는 일식이에요, 양식이에요?
순종
좀 더 섬세하다는 점에서 일식일 것 같아요. 더 폴스는 뭐랄까요. 텍사스 바비큐 같은 느낌이죠. 저희 음악은 초밥 같은 느낌?
동규 둘 다 맛있겠다.

동규는 어떻게 생각해요?
동규
출발점이 다르죠. 웨이브 투 어스가 재즈 성향이 짙다면, 더 폴스는 브릿 록에 가까우니까요.

저는 개인적으로는 웨이브 투 어스의 곡들이 더 따뜻한 느낌이 들어요.
동규
저는 오히려 더 폴스가 더 따뜻하다고 느껴요. 그에 비하면 웨이브 투 어스의 곡들을 이성적이라고 해야 할까요? 듣는 입장에서도, 연주를 하는 입장에서도.

웨이브 투 어스의 곡을 듣다 보면 재즈, 록, 앰비언트도 느껴지거든요. 세 사람이 정의하는 웨이브 투 어스의 장르는 어떨지 궁금하네요.
다니엘
단호하게 말하자면 ‘인디 팝’이죠. 저희는 팝을 가장한 무언가를 만든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는 더 그럴 것 같고요. 팝 안에도 장르가 다양하잖아요. 심지어 록 안에도 ‘팝 록’이 있으니까요. 스스로 ‘인디 팝’이라 여기기 때문에 더 다양한 요소를 음악 안에 넣을 기회가 생겨요.
동규 세 명 모두 팝을 좋아하는데, 음악적인 취향은 꽤 많이 다르거든요. 순종이 형은 디안젤로, 저는 빌 에반스랑 쳇 베이커 팬이에요. 다니엘 형은 어렸을 때부터 오아시스, 라디오헤드를 좋아해왔고요. 종종 우리 음악은 미친 과학자 세 명이 모여서 만드는 게 아닐까 싶어요.

지난 6년을 돌이켜봤을 때 분기점이 된 앨범을 하나만 골라본다면요?
동규
첫 정규 앨범이죠.<0.1 flaws and all.>.
다니엘 이 앨범을 기점으로 마음가짐이 바뀌었어요. 앞서 순종이 말한 것처럼 원래 꿈을 포기하면서 겪는 혼란도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 앨범을 내면서 다른 것들을 기꺼이 포기할 수 있게 됐어요.
동규 전업 뮤지션이 될 용기를 낸 거죠.

막연한 질문이지만 전업 뮤지션이 되려면 어떤 조건이 필요할까요?
다니엘
첫 번째는 월세랑 밥값. 의식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식주는 해결이 돼야죠.
동규 저는 레슨을 그만둘 수 있으면 전업 뮤지션이라고 생각해요. 정규 앨범을 만들 때 특히 이 이야기를 많이 했거든요. 당장은 빠듯하겠지만 각자 하던 레슨을 내려놓고 앨범에 집중하자. 분명 그 이상으로 돌아올 거다.
순종 하지만 갓 음악을 시작하는 친구들에게 당장 부업을 그만두라고 말할 수는 없어요. 사실 저희 세 명 모두 정말 성실한 직장인이었거든요. 무작정 다 그만두고 음악만 하는 건 추천하고 싶지 않아요.

누울 자리를 보고 누워라.
다니엘
그렇죠. 음악한다고 무턱대고 하던 일 다 그만두면, 주변 사람까지 피곤해지니까요.

동규가 입은 레더 재킷·셔츠·팬츠 맥퀸, 신발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순종이 입은 레더 코트·셔츠 모두 큐레이티드 퍼레이드, 팬츠 이니어, 선글라스 맥퀸, 신발 캠퍼,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다니엘이 입은 셔츠 생 로랑, 신발 맥퀸, 스카프 외리케, 선글라스·반지 모두 본인 소장품, 재킷·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동규가 입은 레더 재킷·셔츠·팬츠 맥퀸, 신발 스타일리스트 소장품.순종이 입은 레더 코트·셔츠 모두 큐레이티드 퍼레이드, 팬츠 이니어, 선글라스 맥퀸, 신발 캠퍼, 타이 스타일리스트 소장품.다니엘이 입은 셔츠 생 로랑, 신발 맥퀸, 스카프 외리케, 선글라스·반지 모두 본인 소장품, 재킷·팬츠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사랑의 대상이 연인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친구일 수도, 가족일 수도, 세상일 수도 있죠.
저희는 모두를 포용하는 
사랑을 노래한다고 믿어요.”


다른 이야기지만, ‘웨이브 투 어스’는 다니엘이 커다란 파도를 보고 지은 이름이라고 들었어요. 그 바다는 어디였나요?
다니엘
동해였어요. 어느 날 어머니가 대뜸 새벽에 깨우시더니, “우리 오늘 바다 보러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평생 그렇게 큰 파도는 처음 봤어요. 겨울이었는데 제 키를 아득히 뛰어넘는 파도가 끊임없이 쏟아지더라고요. 그때 ‘we are not 0.00’이라는 아트워크 팀으로 활동 중이었는데, 밴드를 만들면 막연히 ‘We’가 들어가면 좋겠다고 생각했거든요. 그 파도를 보면서 ‘Wave’를 떠올리게 됐죠.

밴드마다 ‘우리를 정의한다’는 곡들이 있더라고요. 웨이브 투 어스에게는 어떤 곡이 있을까요?
순종
‘light’?
다니엘 ‘light’는 웨이브 투 어스를 구상하면서 처음 만든 곡이에요. 초창기의 웨이브 투 어스를 정의한다면 ‘light’가 될 수도 있겠네요. 하지만 지금의 저희를 정의한다면 결국은 ‘사랑으로’일 것 같아요.
순종 결국 웨이브 투 어스는 사랑을 노래하는 팀이니까.

웨이브 투 어스는 ‘사랑을 노래하는 밴드’다.
동규
사랑의 대상이 연인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친구일 수도, 가족일 수도, 세상일 수도 있죠. 저희는 모두를 포용하는 사랑을 노래한다고 믿어요.
다니엘 흔히 말하는 로맨틱한 사랑이 아니라, 더 커다란 의미의 사랑. ‘우리가 생각하는 사랑이 노래가 된다면 이런 멜로디일 거야’라는 마음으로 만든 곡이에요.

세 분은 교회에서 처음 만났고, 지금도 무대에 오르기 전에 기도를 한다고 들었어요. 웨이브 투 어스만의 또 다른 루틴도 있을까요?
다니엘
기도는 평생 지켜온 루틴이에요. 웨이브 투 어스뿐만 아니라, 더 폴스 공연 때도 늘 멤버들과 기도하고 무대에 올라가요. 아, 팬분들이 궁금해하시는 게 하나 있어요. ‘도대체 그 음료는 뭐길래 매번 무대에 갖고 올라가냐’는 차가 있거든요. 그걸 마시는 게 제 루틴이라면 루틴이죠.

안 그래도 궁금했는데, 그게 뭐예요?
다니엘
스로트 코트(Throat Coat)라는 차인데요. 처음 미국 투어를 갔을 때 목소리가 아예 안 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이 차를 들이붓다시피 했는데, 목이 풀리더니 목소리가 나오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공연 때마다 강박처럼 챙겨 마셔요.

두 사람은요?
순종
저는 공연 전에 어디 숨어 있어요. 아무리 친해도 사람들한테 둘러싸여 있으면 에너지를 뺏기잖아요. 그 에너지를 온전히 무대에서 쓰려고 잠깐 도망쳐 있죠.
동규 전 영어 연습해요. 형들에 비하면 영어 실력이 별로거든요. 가는 도시마다 문화도 다르니까, 거기에 맞춰서 멘트를 준비하는 게 제 루틴이에요.

분업이 확실하네요. 아마 멤버마다 다를 것 같은데, ‘언젠가 꼭 서고 싶은 무대’가 궁금합니다.
다니엘
저는 ‘글래스턴베리 페스티벌’. 영국 아티스트들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제게는 최종 목표 같은 무대죠.
동규 저는 ‘코첼라’.
순종 뉴욕 매디슨 스퀘어 가든. 뮤지션에게는 마일스톤 같은 곳인데요. 여기는 하루 매진시킨다고 수익이 나지 않는데요. 혹시라도 저희가 2회 이상 매진된다면 꼭 한번 서보고 싶습니다. 사실 저희 회사 대표님이랑 세운 목표였어요.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매진시켜보자.

문득 궁금해졌는데 2018년에 밴드를 만들었잖아요. 그때랑 비교하면 연주 실력이 많이 늘었나요?
다니엘
사실 연주 실력은 그때도 완성된 상태였어요. 하지만 음악은 늘었다고 생각해요.

‘음악이 늘었다’, 혹은 ‘음악 잘한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다니엘
곡 하나에도 수많은 음정이 있잖아요. 그 선택지 안에서 가장 음악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노련함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도드라지지 않게, 혹은 도드라진다면 그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선택. 그걸 오래 고민하지 않고 해낼 수 있는 능력은 늘었다고 생각해요.
동규 결국에는 센스 같아요. 센스라는 건 재능의 영역이지만, 연습을 통해서도 생기거든요. 재능이 없더라도 꾸준히 연습하면 분명 좋은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순종 뮤지션에게는 각자 몸담은 장르에서 필요한 스킬이 있잖아요. 록이면 록, 재즈면 재즈. 저는 웨이브 투 어스를 시작하면서 ‘이 밴드에 내가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까’ 고민했거든요. 그만큼 밴드 연주자로서 성장은 했지만, 제가 꿈꾸던 재즈 뮤지션으로서 성장한 건 아닐 수 있죠. 결국 중요한 건 저마다의 몫을 알고,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하는 게 아닐까 싶어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훗날 사람들이 ‘웨이브 투 어스’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떤 생각을 떠올리면 좋을까요?
순종
요즘 하는 생각인데요. ‘웨이브 투어스’ 하면 저희 셋 얼굴을 그렸으면 좋겠어요. 옛날에는 얼굴 없는 아티스트로 살아가고 싶었는데.(웃음) 대신 세 명 다 웃고 있어야 돼.
다니엘 저는 순종이가 한 말이 이렇게 들려요. ‘한 시대를 풍미했다.’ 언젠가는 한국에, 혹은 음악 세계에 ‘오래도록 기억될 만한 밴드였다’로 남고 싶습니다.
동규 에릭 클랩튼이 기타에 담배 꽂고 연주하는 영상 아시죠? 아직도 전 세계에서 ‘Layla’가 흘러나오고, 젊은 뮤지션들이 그 모습을 따라 하잖아요. 한 세대를 이끌었던 뮤지션, 세대가 바뀌어도 찾게 되는 뮤지션. 저희도 그런 뮤지션이 되고 싶어요.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er 김지영
Stylist 임경집
Hair 안혜수
Make-up 하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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