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올라가고 내려오는 코스가 다양한 법. 등산 애호가들은 어떤 코스에서 가을을 향유할까. 서울을 비롯해 경기, 광주까지 계절을 만끽하는 산행지에 대해 들었다. 취향에 맞는 경로가 있다면 도전해보기를.

  황형민    @syrc_camerun
트레일 러닝을 사랑하는 프리랜서 영상감독 겸 사진가. ‘2025 지리산 봄꽃레이스’ 13K 1위, ‘2025 제5회 장수트레일레이스’ 20K 2위 등 수상 경력이 있다.

가볍게 걸어도 충분한 가을, 아차산
높지 않아 부담 없고,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아차산을 좋아한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사계절 다른 얼굴을 비추니까. 아차산역 2번 출구에서 나서면 아차산 어울림정원으로 이어지는 길이 나온다. 단풍나무와 느티나무가 만든 터널을 지나 산을 오르는 길로 향한다. 짧은 오르막길에서 붉게 물든 단풍과 따스한 햇살은 발걸음을 이끈다. 아차산 정상에 이르기 전 만나는 제3보루는 역사적으로 의미 있는 곳이다. 삼국시대 백제와 고구려가 한강 유역을 두고 치열하게 싸운 흔적이 보인다. 옛 자취를 지나 드디어 정상에 오르면 도시가 내려다보인다. 과거와 현재, 도시와 자연의 절묘한 경계는 아차산을 더욱 특별하게 한다. 하산로는 광나루역 방향을 선택해보자. 걷는 내내 풍경이 다채롭게 변해 내려가는 길의 고단함을 잊게 된다. 

“높지 않아 부담 없고,
험하지 않아 누구나 오를 수 있다.
그래서 아차산을 좋아한다.”

산행 후 한잔 _ 비엔베니도
비엔베니도는 하산 후 천천히 숨을 고르고 싶은 등산객을 위한 휴식처 같은 카페다. 1층과 2층, 외부 좌석까지 넉넉하게 마련했다. 혼자 책을 읽거나 친구와 담소를 나누기에도 제격이다. 
위치 서울 광진구 천호대로 674 

  손주형(어보카도)    @avocado.outdoor
AI 영상 마케팅 스튜디오 UPNEXX AI 대표. ‘밖으로 나가는 모든 걸음이 탐험’이라고 믿으며, 하나투어 및 아웃도어 커뮤니티 ‘페어플레이’의 호스트로도 활동 중이다.

가을빛이 머무는, 북한산
숨은벽 코스에서 만나는 가을 풍경은 완연하게 물든 단풍보다 입체적이다. 나무 군락이 만들어내는 황금빛 배경에 바위틈마다 자라난 단풍나무가 붉은 색채를 더한다. 등산로 초입, 밤골매표소에서 첫발을 내디디면 계곡을 따라 걷는 숲길이 나온다. 조금씩 준비운동을 하는 구간이다. 가볍게 몸을 풀다 보면 점차 가팔라지는 경사가 산행에 재미를 더한다. 암릉 구간에서 숨이 가빠질 때쯤 목적지인 마당바위에 도착한다. 시야를 가리던 나무는 사라지고 거대한 화강암 봉우리, 그 아래를 수놓은 단풍 숲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극적인 대비를 이루는 장면이다. 불과 1시간 반 만에 이런 장관을 만날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 가을 북한산에 오르는 이유이자 숨은벽 코스를 사랑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야를 가리던 나무는 사라지고
화강암 봉우리, 그 아래를 수놓은
단풍 숲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산행 후 한잔 _ 스타벅스 더북한산점
밤골매표소에서 차로 7분을 이동하면 스타벅스 더북한산점이 나온다. 많은 카페 중 프랜차이즈를 고른 이유는 단 하나. 통창을 통해 마치 커다란 액자에 그림이 걸린 듯 북한산 풍광이 펼쳐진다.  
위치 서울 은평구 대서문길 24-11 

© 스타벅스 북한산점

  김여일(쿠임바요요)    @im__yoyo
사업가, 크리에이터, MC 등 다양한 직업을 가졌다. 광주광역시에서 8년째 러닝 모임을 운영 중이며,  달리기를 통해 긍정적인 에너지가 나온다고 믿는다. 

등급을 매길 수 없는 장관, 무등산
어느 계절에 봐도 아름답지만 가을의 무등산은 한층 특별하다. 바람에 춤추듯 넘실대는 억새밭을 담고 있기 때문. 몇 가지 감상 명소도 있다. 먼저 중봉이다. 정상 방향으로는 장대한 주상절리대와 서석대 암봉이 보이고, 그 사이 억새밭이 은빛 물결로 일렁인다.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리면 광주 도심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도시와 자연 풍경을 한눈에 담는 셈이다. 다음은 중봉에서 서석대로 향하는 길이다. 끝없이 억새밭이 펼쳐지는 길을 걸으며 계절의 정취를 흠뻑 느낀다. 해 질 무렵 하산하는 경치도 근사하다. 산 아래로 천천히 내려앉는 석양의 모습, 어둠이 깔리고 하나둘 불빛이 켜지면 또 다른 장관이 드러난다. 광주광역시를 병풍처럼 감싸는 무등산은 동화사터로 가는 길에 너덜바위, 시무지기폭포, 용추폭포 등 다양한 볼거리가 즐비한 국립공원이다. 

“억새밭이 펼쳐지는 길을 걸으며
계절의 정취를 흠뻑 느낀다.” 

산행 후 한잔_ 오버리프
산 아래 있는 카페는 아니지만, 달콤한 시나몬롤과 아메리카노 한 잔을 마시면 뭉친 피로도 풀리는 기분이다. 푸른길공원 옆에 자리해 자연에서 느낀 감동의 여운을 이어가기도 좋다. 
위치 광주 동구 동명로67번길 16-7 1·2층

  송승용    @alpinist_song
스카르파 소속 트레일 러닝 선수. 세계적인 울트라마라톤 UTMB와 거인의 길이라 불리는 330km 트레일 경주 토르 데 지앙(Tor des Géants) 출전 경력이 있다.

도심에서 만나는 가을 산행, 인왕산
가을에는 안산자락길이 단풍으로 뒤덮인다. 그림 같은 풍경 속에서 계절마다 밟는 느낌이 다른 흙길을 걷는다. 한 걸음 한 걸음 가다 보면 가을이 왔음을 실감한다. 도시 한가운데서 산이 이어지는 독특한 경험도 가능하다. 서대문 이음길에서 출발해, 무악재 하늘다리 건너 인왕산으로 이어지는 과정이다. 도시 위를 걷는 생태다리 위에서 잠시 멈춰 바라보는 풍경 역시 인상적이다. 인왕산 구간은 조금 거칠지만 그 대신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진다. 바위 능선을 따라 오르면 서울 전경이 한눈에 보이고, 해 질 무렵 남산타워 뒤로 노을빛이 다채롭게 물든다. 이 코스는 짧은 길임에도 오르내림이 반복돼 걷는 재미가 있다. 무엇보다 멀리 가지 않고 언제든 오를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반갑다. 퇴근 후 가볍게 오르기도, 주말에 천천히 음미하며 걷기도 좋은 코스. 등산 초보자도 어렵지 않게 도전할 수 있다. 창의문으로 내려와 서촌 골목길을 걷는 일은 나만의 산행 마무리이자 일종의 휴식이다.

© 임현승
© 임현승

“도시 위를 걷는 생태다리 위에서
잠시 멈춰 바라보는 풍경 역시 인상적이다.”

산행 후 한입 _ 잘빠진메밀 서촌 본점
창의문에서 하산 후 천천히 걸어가거나 버스를 타면 잘빠진메밀 서촌 본점에 금세 도착한다. 유자 수육으로 단백질을 보충하고, 순메밀 막국수로 마무리하는 깔끔한 한 끼. 서촌의 정취를 느끼며 막걸리 한잔 곁들이면 산행 후 피로도 풀린다.
위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11길 4

CREDIT INFO

Editor 김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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