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을 품은 위스키를 자연 속에서 마신다면. 숲속에서 꺼내 든 위스키 네 병.
발베니 포트우드 21년
발베니는 오래된 성에서 이름을 따왔다. 세월의 흐름을 이겨내고 서 있는 성처럼 발베니가 쌓아올린 풍미는 견고하다. 꿀 같은 달콤함. 이런 풍미는 알코올 도수 높은 술인 위스키와 친해질 수 있는 통로가 된다. 게다가 달콤함은 당근과 채찍처럼 위스키의 풍미를 더 극적으로 느끼게 한다. 달콤하기에 매캐함이 번지고, 달콤하기에 고소함이 스며든다. 다채로움을 돋보이게 하는 캔버스로서 영향력을 발휘하는 셈이다. 발베니 제품은 달콤함이 돋보이지만, 각각 개성도 표현한다. 연산별로 각기 다른 오크통으로 피니시 숙성을 더해 성격을 부여한 덕분이다. 발베니 포트우드 21년은 버번 캐스크에서 숙성한 후 마지막 해에 포트와인을 보관한 오크통에 추가로 숙성했다. 그 과정에서 풍부한 과실 향을 입었다. 숲에서 한 입 베어 무는 향긋하고 달콤한 과실은 언제나 ‘꿀맛’이다.
듀어스 더블더블 21년
풀밭에서 위스키를 마신다면? 풀밭에서 맥주나 와인은 마셔도 위스키를 마시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절로 특별한 순간으로 다가온다. 특별한 순간에는 특별한 위스키를 마실 필요가 있다. 인상적인 경험을 더욱 또렷하게 만들어줄 기폭제. 듀어스 더블더블 21년이라면 흥취를 돋울 저력이 충분하다. 듀어스는 더블 에이징 기법을 자랑한다. 숙성한 원액을 블렌딩해 다른 오크통에 추가 숙성하는 방식. 더블더블은 더블 에이징의 곱절. 각기 다른 오크통에 도합 네 번 숙성한다. 굳이 사서 고생할 리 없다. 네 번이나 숙성한 이유는 분명하다. 그만큼 다채로운 풍미를 완성하고픈 열의다. 듀어스 더블더블 21년에는 그런 열의가 스민 깊고 진한 달콜함이 담겼다. 한 모금 머금으면 짙은 초콜릿이 녹아 입안에 맴도는 착각이 들 정도로. 인생에서 달콤한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닛카 위스키 타케츠루 퓨어 몰트
‘일본 위스키 역사는 대부분 타케츠루에 빚지고 있다.’ 닛카 위스키를 설명할 때 종종 등장하는 문구다. 닛카 위스키의 창업자 타케츠루 마사타카는 20세기 초 스코틀랜드에 넘어가 어깨너머로 위스키를 배웠다. 노트에 위스키 제조법을 빼곡하게 적은 그는 일본으로 돌아와 산토리에서 일하며 일본 최초의 위스키를 만들어냈다. 이후 그는 홋카이도 북부에 있는 요이치에 증류소를 세우고 자신만의 위스키를 선보였다. 닛카 위스키의 시작이었다. 닛카 위스키 타케츠루 퓨어 몰트에는 창업자 이름이 들어간다. 대표성은 물론, 자신감도 담겼다는 얘기다. 만든 과정도 그렇다. 닛카 위스키의 요이치 증류소와 미야기쿄 증류소의 원액을 블렌딩해 완성했다. 스모키한 요이치와 화사한 미야기쿄의 특징을 조합해 닛카 위스키를 포괄적으로 표현한다. 브랜드의 정수를 한 병에 담았다.
오켄토션 12년
속설 하나. 계곡에서 물소리 들으며 술 마시면 취하지 않는다. 과학적으로 검증하진 못해도, 우린 그간의 경험으로 안다. 맑은 공기, 귀를 간질이는 물소리, 탁 트인 공간이 주는 청량감이 쉬이 취기를 몰아낸다. 청량감과 어울리는 위스키를 마시면 더욱 상쾌하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오켄토션 12년이라면 그럴 수 있다. 로랜드 태생 특유의 섬세하고 산뜻한 맛을 자랑한다. 세 번 증류해 보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조성한 까닭이다. 거기에 싱글 몰트 위스키의 황금 조합, 버번 캐스크와 셰리 캐스크에서 숙성해 블렌딩했다. 꿀, 견과류, 캐러멜 풍미를 중심으로 피트의 흔적도 새겨놓았다. 오켄토션 12년의 맛을 표현한 것 중에 흥미로운 문구가 있다. 말린 가을의 향. 아리송한 말인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어렴풋하게 다가온다. 옅은 나무의 풍미랄까. 가을 숲에서 마시면 더욱 와닿을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