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 빛나는 별처럼. 한참 달리다 밤에 멈춰 선 자동차 넉 대.

PORSCHE Panamera Turbo E-hybrid

단 한 대. 가격 생각하지 않고 평생 탈 차라면 파나메라는 강력한 후보로 꼽힌다. 범용성을 품은 포르쉐로는 카이엔도 있다. 하지만 낮은 차체가 조성하는 주행 감각은 물리적으로 명확한 차이다. 그런 점에서 한 대로 다 즐기기에는 파나메라가 돋보인다. 게다가 터보 E-하이브리드라면 더욱. 190마력을 발휘하는 전기모터를 더해 성능 높이고, 효율까지 챙겼다. 시스템 출력 680마력을 뿜어내는 하이브리드 GT. 성능은 풍요롭고, 액티브 라이드 서스펜션은 경이롭다. 리어 액슬 스티어링은 기다란 차체에 민첩성도 부여했다. 게다가 전기 모드로만 최대 61km를 달릴 수 있다. 포르쉐의 디자인부터 성능과 감각, 무엇보다 효율에 안락함까지 파나메라는 모두 챙겼다. 묵직한 스티어링 휠을 잡고 달리기 시작하면, 주유하기 전까지 내내 달리고 싶어진다. 달리는 쾌감이 큰데 또 안락하니까. 깊은 밤 주유소에 멈춘 파나메라를 본다면 누군가 그 버킷 리스트를 실현하는지도 모른다.  

MERCEDES-AMG SL 43 

이런 상상을 해본 적 있다. 컨버터블 타고 여행을 떠나는 상상. 고속도로보다 고즈넉한 도로를 달리며 마을과 마을을 넘나드는 여행. 그럴 땐 성능보다 운치가 중요해진다. 컨버터블이라도 하드톱보다 소프트톱이 적절하다. 디자인은 역사가 바탕이 될수록 합당하다. 자동차가 운송수단이라기보다 여행의 동반자로서 기능하는 순간이다. AMG 배지 단 SL 43이라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전설적인 300 SL을 계승한 역사성에, 지금 벤츠 디자인의 정수를 더했다. V8 품은 63이 눈에 밟히지만, 속도보다 운치를 즐기기에는 SL 43도 충분하다. SL 63의 흉포한 성능은 가속페달을 밟는 오른발을 자제하기 힘들게 하니까. 물론 SL 43에도 즐길 거리는 충분하다. 가속력은 제법 짜릿하고, 배기음은 짐짓 심금을 울린다. 호화로운 실내는 SL 43도 눈을 즐겁게 한다. 운치 있게 달리다가 민첩한 몸놀림에 심취하는 여정. 그러다 밤에 한적한 주유소에서 SL을 바라보면, 영화 속 한 장면이 따로 없다.    

POLESTAR Polestar 4

밤이면 어둠이 디테일을 가린다. 하지만 가려야만 드러나는 것도 있다. 어두운 밤, 불빛 머금은 자동차 실루엣처럼. 그럴 때 잘 빚은 자동차는 새삼 새롭게 보인다. 폴스타 4의 측면 실루엣은 SUV라기보다 스포츠성 강조한 모델로 다가온다. 이런 형태는 단지 심미적 요소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폴스타 4는 그냥 SUV가 아닌 고성능 전기 SUV니까. 고성능이라는 정체성을 쿠페 형태로 표현한 셈이다. 더불어 날렵한 형태는 공기역학에도 효과적이다. 실루엣의 백미는 지붕에서 엉덩이로 이어지는 날렵한 선. 실내 공간을 확보하면서도 유려한 선을 구현하기 위해 후면 유리까지 없앴다. 대신 후방 시야는 카메라가 대신한다. 대담한 발상으로 미래 감각을 뽐내는 전기차다운 기술이다. 고성능에, 쿠페 형태라 스포츠성만 도드라진 모델로 생각할지 모른다. 하지만 북유럽 전기차 브랜드답게 폴스타는 안락함을 바탕에 둔다. 안락한데 빠르고, 짜릿한데 평온하다. 

PEUGEOT 3008 Smart Hybrid

알고 보면 푸조는 다재다능하다. 일단 경쾌하다. 그러면서 효율적이다. 운전할 때 감각이, 달릴 때 연비가 그렇다. 하나 더 특징을 말하자면, 과감한 디자인. 사자의 발톱을 형상화한 주간주행등부터 면을 깎은 형태까지 한껏 멋을 부렸다. 프렌치 감각이 뭔지 몰라도, 푸조의 디자인이 범상치 않은 건 누구나 알 수 있다. 보통 효율적이면 심심하다. 재미보다 무난함, 개성보다 보편성을 강조한다. 반면 푸조는 효율적이면서 고유한 멋을 챙긴다. 작은 차체가 주는 경쾌함도 운전하는 손맛으로 극대화한다. 그래서 다재다능. 3008 스마트 하이브리드는 그런 푸조의 특징을 꾹꾹 눌러 담은 모델이다. 안팎 디자인은 감각적이고, 효율은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적용해 더욱 높였다. 작은 스티어링 휠을 낮게 배치해 조성한 ‘손맛’ 또한 운전하는 내내 들뜨게 한다. 조금 다른 자동차로서 푸조의 매력은, 낮이나 밤이나 또렷하다.

CREDIT INFO

Editor 김종훈
Photographer 박원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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