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카로운 시각으로, 2026 S/S 컬렉션에서 꼭 알아야 할 트렌드를 정의했다.
Loud Luxury
한동안 SNS를 점령했던 ‘콰이어트 럭셔리’, ‘올드머니’에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시릴 듯이 쨍하고 화려한 컬러, 간결하지만 드라마틱한 실루엣, 전방에 브랜드 로고 등을 내세운 ‘라우드 럭셔리’가 떠오른 것. 이 새로운 트렌드는 단순히 요란한 것만이 핵심이 아니다. ‘럭셔리’라는 단어가 붙은 것처럼, 스트리트 무드가 아닌 정교한 테일러링이나 절제된 미학을 바탕으로 브랜드의 로고나 컬러가 절묘한 균형을 이룬다. 구조적으로 재단된 투피스에 브랜드의 메탈 로고 장식 벨트를 더한 셀린느, 무채색 옷차림에 선명한 컬러의 로고 플레이 백을 더한 로에베가 대표적인 예.
Art Piece
거대한 종이를 접은 듯한 디올, 칼라 티셔츠를 머리에 올린 모스키노, 볼캡의 범주를 벗어난 장 폴 고티에, 풍성한 프린지 장식을 머리에 얹은 샤넬까지. 명확한 카테고리를 분류할 수 없는 모자 혹은 예술적인 헤드피스 덕에 런웨이가 더욱 재미있고 풍성해졌다.
Dramatic Rhythm
이번 시즌엔 런웨이를 내딛는 모델의 발걸음에 맞춰 옷차림이 유독 화려하게 살랑였다. 작은 움직임에도 큰 아름다움을 주는 프린지와 깃털 장식 덕분. 이러한 극적인 장면은 샤넬의 피날레에서 연출됐다. 모델 아와르 오디앙이 춤추며 마티유 블라지를 맞이한 순간은 많은 이들이 명장면으로 꼽았다.
Power Shoulder Again
1980년대에 등장한 이후로 가끔 굵직한 한 방을 날렸던 파워 숄더가 다시 돌아왔다. 이번 시즌엔 최대한 정제된 옷차림 속에서 그야말로 ‘방점’으로 활용된다. 보테가 베네타, 스텔라 맥카트니 등 차분한 컬러와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완성된 룩과 조합할 것을 추천한다.
No Privacy
소지품을 담고, 사적인 물품을 감추어야 하는 백에 새로운 임무가 부여됐다. 잠금장치를 활짝 열고, 내부를 훤히 보여줄 것. 샤넬, 로에베, 루이 비통, 펜디 등 백에 일가견이 있는 브랜드들이 제시한 트렌드니 예의 주시할 수밖에. 덕분에 전형적인 백의 형태를 벗어나 새로운 실루엣을 발견할 수 있었다.
Mega Sunglasses
이번 시즌에 주목해야 할 아이웨어 트렌드는 얼굴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큼직한 프레임의 선글라스다. 얌전하고 차분한 룩도 단숨에 화려하고 힘 있는 스타일로 바꿀 만큼 작지만 강력한 아이템으로 꼽힌다.
Variation Of Scarf
2026년 봄과 여름엔 스카프 하나만 있으면 두세 가지 룩은 족히 연출할 수 있다. 목을 넘어 어깨까지 스카프로 감싼 셀린느, 홀터넥 브라톱으로 연출한 에르메스, 숄칼라 재킷 허리에 스카프를 칭칭 감아 새로운 룩을 완성한 페라가모, 로브를 활용해 색다르게 스타일링한 메종 마르지엘라까지. 스카프의 영역이 어디까지 확대될지 기대되는 계절이다.
Like Fresh Flowers
매년 봄과 여름 시즌에 만개하는 플로럴 패턴. 올해는 단순한 무늬가 아닌, 아플리케, 자수, 니트를 활용해 생화처럼 생기와 입체감이 살아 있는 꽃을 표현했다. 풍성한 꽃다발을 상의에 두른 맥퀸, 꽃과 줄기를 오브제로 표현한 모스키노를 보면 대번 이해된다.
Layer Upon Layer
셔츠 네 장을 껴입은 로에베, 세 장의 칼라와 라펠을 차곡히 쌓은 디 아티코, 레이어링이란 무엇인지 직관적으로 보여준 젠더 주까지. 내년 봄과 여름엔 옷차림을 겹치고 겹쳐야 한다. 여기서 핵심은 컬러. 같은 색상의 명도와 채도에 차이를 둔 톤온톤, 서로 다른 색상이지만 밝기와 채도를 맞춘 톤인톤처럼 일정한 규칙을 부여해야 스타일링이 완성된다.
I Don’t Need An Iron
내년엔 다리미를 잠시 넣어놔도 되겠다. 의도적으로 옷에 주름을 더한 소재가 굵직한 트렌드로 부상했기 때문. 캘빈클라인처럼 로브 밑단에 링클을 더해 풍성한 실루엣을 연출하거나, 보스와 같이 점잖은 옷차림에 링클 재킷을 더하는 식으로 활용한다.
Bold, Bright, Vivid
베르사체, 셀린느, 드리스 반 노튼, 펜디, 미우미우 등 유수의 브랜드가 합심이라도 한 듯 공통적으로 내세운 트렌드는 바로 명도와 채도가 높은 밝은 컬러 팔레트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조용하고 차분한 ‘드뮤어’를 지나 새로운 시작과 계절을 알리는 생동감 있는 컬러를 과감하게 활용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