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재미, 타는 재미, 소유하는 재미. 귀여운 반려견, 아니 반려 모터사이클 같은 닥스와 함께라면.

가장 탐스러웠다. 혼다 닥스, 정식 명칭으로는 ST125를 봤을 때 든 생각이었다. 아직 닥스가 한국에도 출시하기 전이었다. 태국 방콕에 있는 커브 하우스에서 처음 봤다. 헌터 커브, 정식 명칭으로는 CT125의 실물을 볼 생각으로 방문했다. 헌터 커브도 매력적이었지만, 그 옆에 전시된 닥스 앞에 더 오래 머물렀다. 그 자체로 완벽에 가까운 커스텀 모터사이클처럼 보였다. 간결한 뼈대에 엔진 얹고, 바퀴와 시트를 툭 장착한 형태. 혼다 ‘스몰 펀 모터사이클’의 터줏대감인 몽키125보다 앙증맞았다. 슈퍼 커브의 오프로드 버전인 헌터 커브보다 유용해 보였다. 그렇게 닥스는, 실물로 보면 가장 탐스러운 스몰 펀 모터사이클로 등극했다. 

닥스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한국에서. 커브 하우스에서 느낀 탐스러움은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 진해졌다. 이젠 가만히 바라보는 게 아니라 직접 탈 수 있으니까. 두툼하고 기다란 시트에 앉아 쫑긋 솟은 핸들바를 잡았다. 778mm 시트고는 편안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적당한 높이. 그러면서 간결한 외관만큼 가벼운 차체. 앉는 순간 누구나 부담감 따윈 지워버릴 만만함이 퍼졌다. 애초 귀여운 외관을 보면 부담감이 생기지도 않겠지만. 닥스는 작은데 너무 작게 느껴지지 않는 편안함이 핵심이다. 1967년 초대 닥스가 탄생했을 때도 그랬다. 몽키가 너무 작아 길이를 늘여 더 편하게 타라고 나온 모델이었으니까. 길고 낮은, 그러면서 귀여운 형태가 닥스훈트 같아서 이름도 닥스. 절묘한 작명법이다. 

과거 모델을 복각했지만 등화류는 모두 LED를 적용해 현대적이다. 

몽키125에 이어 닥스도 복각 모델이다. 덩치를 조금 키우고 현대적 기술을 입혔다. 동그란 헤드램프는 또렷한 LED를 품었고, 동그란 계기반은 디지털로 정보를 표시한다. 앞 브레이크에는 3축 IMU를 연동한 ABS도 적용했다. 엔진은 124cc 공랭식 단기통이다. 혼다의 ‘스몰 펀 모터사이클’ 시리즈가 이 엔진을 공유한다. 출력은 7000rpm에서 9.4마력으로 수수하지만, 도심 쏘다니기엔 크게 아쉽지 않다. 대신 무엇보다 연비가 좋다. 리터당 55km를 달린다. 원래 이런 모터사이클은 출력 즐기려고 타는 기종이 아니다. 작고 민첩해 다루기 편한 맛을 만끽해야 한다. 앙증맞은 외관도 즐기면서. 괜히 ‘스몰 펀’으로 부르는 게 아니다.

즐겨보자. 시동 걸고 1단 넣고 스로틀을 감았다. 제법 경쾌하게 달려 나갔다. 역시 출력보다 크기와 무게다. 아담한 차체와 110kg이라는 무게가 경쾌함을 배가한다. 발랄한 주행을 조성하는 요소는 또 있다. 앞뒤 휠 사이즈가 12인치다. 아담하다. 휠이 작으면 핸들 감각이 보다 민첩해진다. 그러면서 두툼한 타이어를 장착해 주행 안정성도 확보했다. 두툼한 타이어는 외관을 한층 앙증맞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회전하며 올라가는 주차장 출입구를 지나 좌로 우로 몇 번 노니니 바로 느껴졌다. 작은 차체를 요리조리 휘두르며 타는 재미.

T자 프레임과 노출된 엔진은 간결한 매력을 더한다.
T자 프레임과 노출된 엔진은 간결한 매력을 더한다.

슈퍼 커브처럼 자동 원심식 클러치란 점도 재미를 더 만끽하게 한다. 클러치를 조작하지 않고 기어를 변속할 수 있기에 초보라도 부담감이 적다. 온전히 주행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고루 출력을 뽑아 쓰기 좋게 4단 기어비를 설정했다. 5단 수동 기어를 적용한 몽키125와 비교해 확실한 차별점이다. 둘 다 귀여운 외관이지만, 접근 편의성에서 닥스가 한 수 위다. 시트가 길쭉해 2인이 탈 수 있는 활용성 면에서도.

닥스는 혼다의 ‘스몰 펀 모터사이클’ 시리즈의 마지막 조각으로 다가왔다. 현재 국내 출시한 ‘스몰 펀 모터사이클’은 다섯 종이다. MSX 그롬, C125, 몽키125, CT125 그리고 ST125 닥스까지. 저마다 매력적이지만, 닥스는 나머지 네 대의 장점을 섞어놓은 느낌이다. C125처럼 편하고, 몽키125만큼 외관이 귀엽다. CT125처럼 유용하며, MSX 그롬처럼 민첩하다. 닥스를 반납하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슈퍼 커브 소유자로서 기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민했다. 

CREDIT INFO

Editor 김종훈
Photographer 송태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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