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소년인 줄만 알았는데 남성미를 물씬 풍긴다. 지난 몇 년의 공백기는 양분이 되어 김요한을 더 강하고 단단하게 만들었다. 럭비에서 득점을 뜻하는 ‘트라이’를 넘어 추가 득점인 ‘컨버전 킥’을 향해 가고 있는 김요한과 나눈 이야기.
얼마 전 <트라이: 우리는 기적이 된다>(이하 <트라이>)가 종영했습니다. 연기 복귀작인 만큼 애틋한 마음이 있을 텐데 소회가 어떤가요?
정말 애틋해요. 배우들이랑 한 집에 모여서 같이 ‘본방’을 볼 정도로 친하게 지냈거든요. 지금도 자주 연락해요. 작품에 나오는 대사도 참 주옥 같아요. 대본을 읽으면서 제 안에 울림도 컸죠.
어떤 대사가 특히 마음을 울렸나요?
한 가지만 고르기 어렵네요.(웃음) 극 중 감독인 윤계상 선배님이 격려처럼 말해주는 장면이 기억에 남아요. 2화에서 “내가 해봤으니까 넌 나처럼 안 망치게 해줄게. 맞는 길은 모르겠고 잘못된 길은 내가 가봤으니까 피하게는 해줄 수 있어”라고 하실 때 마음이 찡했어요. 그 후 경기를 마치고 “잘 지는 법, 어떠냐”라고 하신 대사까지 완벽했죠.
보면서 촬영 현장이 떠오르거나 울컥한 장면도 있나요?
지금 생각해보니 2화가 제일 인상적이었네요. 팀이 한창 지고 있는데 몸을 날려서 ‘트라이’를 찍고 점수 냈을 때는 실제 경기에서 이긴 것처럼 기뻤어요. 7화에서 대통령기 전국 럭비선수권 대회를 앞두고 엄마가 찾아온 장면도 떠올라요. 처음으로 나를 보러 오셔서 기쁜 마음으로 막 달려나갔는데, 결국 축구 국가대표인 동생 석준을 위해 럭비를 포기하라는 이야기를 하셨죠. 연기를 하면서도 눈물 나게 서러웠어요.
모든 순간에 진심으로 임했나 봐요. <트라이>에는 어떻게 합류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어느 날 회사 부사장님이 대본을 보내주셔서 오디션을 봤어요. 사실 카메라 앞에 서기 전까지 이 작품을 진짜 하게 될 줄 몰랐어요. 요즘 드라마 시장에 변수가 많잖아요. 연달아 참여한 작품이 엎어졌어요. 3년 넘는 시간 동안 계속 연기를 했지만 정작 보여드릴 작품이 없다는 게 너무 속상했죠.
그래도 참여한 작품이 드디어 세상에 나왔네요.
늘 최선을 다했지만 <트라이> 오디션은 뼈를 깎는 마음으로 준비했어요. 제가 체고 출신이잖아요. 대본을 보면서 학창 시절도 떠오르고 공감되는 부분도 많았어요. ‘내가 아니면 누가 윤성준 해’라는 마음으로 성준 역에 특히 초점을 맞췄죠. 다행히 감독님도 좋게 봐주신 듯해요.
우리나라에서 럭비는 비주류 스포츠에 속하잖아요. 이번 작품을 계기로 느낀 럭비의 매력을 독자에게 알린다면요?
럭비의 매력은 팀워크에 있어요. 패스를 뒤로만 할 수 있거든요. 태클을 포함해 방해 요소도 많아요. 그만큼 서로 합이 중요하죠. 한 걸음 한 걸음 잘 내딛고 팀워크가 맞을 때 비로소 트라이를 찍을 수 있어요. 럭비의 득점을 ‘골’이 아닌 ‘트라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그 때문이죠. 어렵지만 쾌감이 엄청난 스포츠예요.
스포츠의 일종이지만 많은 의미가 담겨 있네요.
예측이 불가능하고 포기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생 같죠. 2화 마지막 내레이션처럼요. “럭비는 결과가 아니라 시도와 도전의 과정이다. 매 순간 앞을 가로막는 장애물과 덮쳐오는 태클에 굴복하는 과정. 그래서 우리는 럭비를 한다.”
체고 시절 태권도 전공 김요한은 어떤 학생이었나요?
성준이처럼 불안한 학생이었어요. 고등학교 2학년 때 제주평화기 전국 태권도 대회를 앞두고 훈련하다가 인대가 끊어졌거든요. 시즌을 시작하는 시합인데 아예 그 대회를 날리게 된 거죠. 3학년 때 가고 싶은 대학에 무언가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었어요. 절망스러웠죠.
결국 이겨내고 장학생으로 입학했잖아요. 그때의 절박함이 현재 김요한에게 양분이 됐나요?
그때의 절박함과 지금은 또 달라요. 고등학교 때는 대학을 가야 한다는 바로 앞 현실만 보였죠. 근 4년간 공백에는 많은 감정이 교차했어요. 이제는 다른 불안감도 있고요. 경제적인 부분과 커리어를 생각하는 나이가 됐더라고요. 그 시절에 느낀 건 윤성준을 연기할 때 도움이 많이 됐어요.(웃음) 최근 공백기를 통해서는 현재의 소중함을 느끼게 됐어요.
“힘든 공백기를 보냈지만 감사하게도 <트라이>를 만나고,
여러 기회가 온 걸 보면 인생은 정말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네요.”
공교롭게 연이어 학교물 주연을 맡았어요. <학교 2021> 이후 약 4년의 시간이 지난 만큼 <트라이>를 찍을 때 다르게 느껴지는 점이나 연기한 점도 있나요?
<학교 2021> 찍을 때는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서 캐릭터를 연구하는 방법도 서툴렀어요. 그 사이 제 연기를 보여드리고 싶다는 간절함으로 연습하고 배워 성숙한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 덕에 연기 스펙트럼이 넓어졌어요. 차기작 <제4차 사랑 혁명>에서는 대학생이지만 드디어 성인 배역으로 주연 연기를 합니다. 공개 시기는 대략 언제일까요?
촬영은 모두 마쳤어요. 곧 만나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제가 맡은 강민학이라는 캐릭터는 인플루언서 모델이에요. 단순하고 순수하죠. 그래서 할아버지가 친구를 잘 만나야 한다고 늘 말씀하시는데, 어릴 적 친구 주연산을 대학교에서 만나게 돼요. 민학이가 다니는 모델학과 그리고 연산이가 속한 컴퓨터공학과, 예상치 못하게 단과대 통폐합으로 같은 학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웃음)
또 다른 작품으로 처음 영화에 도전하네요.
맞아요. 영화를 하고 싶었는데 기대 중입니다. <메이드 인 이태원>은 1990년대 IMF를 배경으로 한 청춘 누아르 소재예요. 애정 결핍이 있는 복싱 유망주로 나옵니다.
이전에 종합격투기를 배워보고 싶다고 하지 않았나요?
맞아요.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좋은 기회로 복싱을 배우기 시작했어요.
실제로 배워보니 어떤가요?
재밌어요. 태권도랑 스텝이 비슷하더라고요.
체고 시절 요한이가 준 또 다른 양분이네요.(웃음) 캐릭터 준비할 때는 보통 어디서 영감을 받는 편이에요?
감독님과 의견을 가장 많이 나눠요. 작품을 총괄하는 분이니까 이야기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현장에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더하기도 하면서 조율하죠. 연기는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톤이나 억양이 달라지잖아요. 상대 배우랑 리딩도 많이 해봐요. 지금은 유선호 배우랑 가끔 같이 대본 읽고, 혼자 자주 읽으면서 호흡을 맞춰보고 있습니다.
7년 차 배우이자 가수답네요. 오늘 화보도 노련하게 찍던데요.
예전에는 화보를 촬영할 때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고 막 부담스러웠어요. 이제 조금씩 편해지는 것 같아요. 데뷔 초에는 눈에 힘주면 잘 나오는 줄 알았는데 옛날 사진 보면 되게 어색해요.(웃음)
힘을 빼는 게 제일 어렵죠.
연기할 때도 힘이 꼭 들어가야 하는 신이 아니라면 최대한 말하듯이 하려고 노력해요. 그래야 나중에 봤을 때도 이질감이 없더라고요.
“트라이를 하기까지 과정이 지난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추가 득점을 얻은 기분이에요.”
집에서는 여동생이 두 명 있는 오빠예요. 부모님에게 김요한은 어떤 아들, 동생들에게는 어떤 오빠인가요?
두 동생이 07년생, 05년생이에요. 막내는 제가 어릴 때 씻기기도 하고 거의 키우다시피 했죠.(웃음) 나이 차이가 좀 나는 편이라 친구처럼 편한 느낌보다 아직은 오빠를 어려워하는 것 같아요. 저는 알아서 잘하겠거니 생각하고, 정말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가끔 싫은 소리를 하죠. 부모님께는 이제 듬직한 아들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아버지도 <트라이>를 굉장히 좋아하셨어요. 11화 보고 전화하셔서 “11화 너무 재미있다. 10화에 스테로이드제 사고 푼수 짓 하더니 정신 차렸네”라고 말씀하셨어요. 몰입해서 작품 봐주실 때는 웃기면서도 좋아요. TV에 나오는 걸 많이 기다리셨을 테니까요.
K-장남답네요. 2020년에 <아레나>와 진행한 인터뷰에서 “인생은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같다”라고 말했어요. 여전히 그런가요?
아마 운동하다가 아이돌이 돼서 그런 말을 했나 봐요. 럭비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같아요. 힘든 공백기를 보냈지만 감사하게도 <트라이>를 만나고, 여러 기회가 온 걸 보면 인생은 정말 예측대로 흘러가지 않네요.(웃음)
김요한 인생에서 가장 인상 깊은 ‘트라이’는 무엇이었나요? 추가 득점 기회인 ‘컨버전 킥’도 있나요?
<트라이>가 정말 트라이였어요. 컨버전 킥은 트라이에 대한 반응이었죠. 트라이를 하기까지 과정이 지난했지만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시니까 추가 득점을 얻은 기분이에요.
계속 트라이를 잘해내길 바랄게요. 앞으로 계획 중인 일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꾸준히 다양한 작품으로 찾아뵙는 게 가장 큰 목표고요. 하반기에 또 그룹 위아이로 컴백하니까 오랜만에 팬분들께 무대에 선 김요한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거예요. 많이 기대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ditor 김지수
Photographer 김지영
Stylist 최성민
Hair 임도은(알루)
Make-up 최고운(알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