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밀리 카 하면 떠오르는 차종이 있다. 중형 SUV 같은 차종. 보편적으로 맞지만, 매번 정답은 아니다. 21세기 한국 사회는 다양한 가족이 존재하니까. 상황과 취향에 맞춰 다종다양한 패밀리 카를 추천한다. 정답은 아니어도 해답이 되길 바라면서.

Case 1
이제 막 결혼했다면


둘이라서 즐기기 좋은 것들이 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미니 컨버터블 
취향을 따지기에 앞서 필요가 먼저일 때가 있다. 그럴 때 취향은 후순위로 밀린다. 자동차가 그렇다. 2인승 스포츠카가 취향이어도 네 명 탈 일이 많은 사람에겐 그림의 떡이다. 반대라면 어떨까. 네 명 탈 일 없으면 취향을 담뿍 담을 수 있다. 신혼이 딱 알맞은 시기다. 둘이 기꺼이 즐길 준비가 돼 있는 시기. 크기 적당하고 문 네 개 달린 SUV가 꼭 필요하지 않다는 뜻이다. 그동안 눈여겨본 차를 선택할 용기가 생긴다. 신혼이니까. 둘만 잘 지내면 되니까. 미니 컨버터블은 그 시기를 이벤트처럼 보내게 해줄 수 있는 자동차다. 지금 한국에서 가장 적은 돈으로 살 수 있는 컨버터블.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한다. 지붕 열고 바람 맞으며 경치 좋은 곳을 달리는 모습. 미니 컨버터블이라면 그 상상을 현실로 이뤄준다. 1년에 몇 번이나 연다고? 딱 한 번이라도 상관없다. 그래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삶의 태도가 달라진다. 게다가 실제 소유하면 열고 다닐 일 많다. 그럴 때 일상이든, 여행이든 이벤트 같은 순간이 찾아온다. 이벤트가 필요한 시기 아닌가. 지금이라서 선택할 수 있고, 지금이라서 즐길 수 있다. 이때를 놓치면 긴 세월 기다려야 한다. 세컨드 카를 살 수 있을 때까지.

폭스바겐 골프 GTI  
차에 관심 있다면 예외 없다. 고성능은 로망으로 통한다. 고성능의 기준이야 저마다 다르지만, 고성능이 선사할 짜릿함을 기대하는 마음은 다 같다. 결혼이라는 로망을 이룬 김에 다른 로망도 이루면 좋잖나. 물론 성능이 높을수록 가격도 올라간다. 절충과 타협이 필요하다. 폭스바겐 골프 GTI는 그 저울질에서 이상적인 해답을 도출한다. 역사와 전통, 대표성과 신뢰성을 자랑하는 ‘핫 해치’의 대명사. 전기차 시대로 가는 전환기에 아직도 새로운 세대를 선보이는 것만으로도 품에 넣을 이유로 충분하다. 어쩌면 8세대 부분변경인 이번 신차가 마지막일지 모른다는 초조함이 가치를 더 높인다. 신형 골프 GTI는 최고출력 245마력을 발휘한다. 전기차의 무지막지한 출력이 눈에 익은 지금, 솜털 삐죽 서는 고성능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시대를 관통한 내연기관 고성능 해치백이 연출하는 감각은 검증된 재미를 선사한다. 고성능이지만 튀지 않게 생긴 것도 장점이다. 그냥 골프와 골프 GTI는 아는 사람만 차이를 안다. 당신은 알지만, 당신 곁에 있는 사람은 모를 수 있다. 고성능 자동차를 사야 하는 이유를 굳이 설득하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골프는 실용성 좋은 해치백으로 유명하다. 고성능 즐기면서 이모저모 유용하게 탈 수 있다.

Case 2
효율과 합리가 중요하다면


네 명은 태워야 하면서 공간도 비좁지 않아야 한다. 문턱이 낮은 건 필수다.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
가끔 이런 경우가 있다. 기존 기준을 벗어나 상품성이 좋은 경우.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그렇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출시하자마자 이슈를 선점했다. 윗급인 트레일 블레이저보다 더 커 보여서. 그러면서 가격은 트랙스 같아서.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이름처럼 승차감과 공간을 절충한 크로스오버 모델이다. 잘 보기 힘든 형태도 눈길을 끌었다. 전고가 낮아 상대적으로 수평이 도드라졌다. 떡 벌어진 어깨를 강조한 차체는 보타이 엠블럼을 매고 강렬하면서 세련된 인상을 조성했다. 외관 세련되고, 공간 출중하며, 가격 준수하니 누군들 혹하지 않을까. 특히 첫 차를 구입하거나 소형 SUV 중에 다음 차종을 선택하려는 사람에게 탐스러운 선택지를 제공한다. 라인업을 여는 모델인데 풍기는 인상은 중심 모델처럼 당당하니까. 트림별로 외관 요소와 사양을 달리해 취향을 고려한 점도 선택 폭을 넓힌다. 최근 2026년형도 출시했다. 스페셜 에디션을 추가하고, 디지털 편의 사양도 보완했다. 취향을 드러내는 색상도 더했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루키인 만큼 젊은 감각을 뽐낸다. 트랙스 크로스오버는 전 세계적으로 흥행했다. 다 이유가 있다. 기준을 넘어선 탐스러움은 국적 불문하고 통한다. 

기아 셀토스 
소형 SUV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경차는 너무 작은데 준중형까진 필요 없는 사람을 위한 크기. 게다가 SUV여서 공간 효율성도 좋다. 딱 필요를 충족한다는 뜻이다. 각 브랜드마다 소형 SUV를 선보여 선택의 폭도 늘어났다. 소형 SUV는 틈새를 공략했고, 의외로 틈새가 아닌 번듯한 시장이 됐다. 이동 수단이라는 목적을 합리적으로 채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눈여겨본 소형 SUV 하나쯤 있을 테다. 다 같은 소형 SUV라도 인기 차종은 존재한다. 기아 셀토스다. 국내에서 가장 잘 팔리는 소형 SUV다. 올해 상반기만 해도 약 3만 대 팔렸다. 꾸준히 그래 왔다. 두 번째로 잘 팔리는 소형 SUV인 현대 코나와 거의 곱절이나 차이 난다. 셀토스는 출시한 이후로 시장을 평정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경쟁 모델에 비해 공간도 넓고 편의 사양도 두둑한 까닭이다. 외관도 준수하며 수평을 강조해 더 다부지게 보인다. 애초 고급 소형 SUV를 선보이겠다는 전략으로 빚은 모델이다. 소형 SUV도 알뜰하기만 한 건 아니라고 웅변한다. 필요가 우선하는 차종이라도 그 안에서 차이를 누리고 싶다. 셀토스는 그 미묘한 지점을 자극한다. 거쳐가는 차종이 아닌 쭉 오래 타기에도 모자라지 않는다. 

Case 3
레저를 즐기고 싶다면


이왕 즐기려면 제대로 즐겨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자동차가 있다.

지프 랭글러
사실 어떤 자동차든 아웃도어 레저를 즐길 수 있다. 우리가 사하라사막이나 로키산맥에 차 타고 오르지 않으니까. 적당히 공간 크고 사륜구동이기만 해도 전국 방방곡곡 쏘다닐 수 있다. 용도에 따른 필요의 개념이 그렇다. 하지만 아웃도어 레저를 즐긴다는 건 필요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아웃도어 레저 자체가 필요보다 유희 아닌가. 캠핑만 해도 그렇잖나. 구비한 캠핑 장비가, 그 사이 바꾼 장비가 필요를 넘어 감성을 채운다. 자동차도 같은 맥락이다. 사하라사막이나 로키산맥에 안 가도 지프 랭글러 타고 캠핑하면 감흥이 달라진다. 문을 열고 올라타는 순간부터 일상과 다른 감각을 느끼게 한다. 높은 차체와 운전 감각부터 보편적인 자동차와 분명히 선을 가르니까. 편의성을 강조하는 자동차와는 태생 자체가 다르고, 걸어갈 길 또한 다르다. 불편하지만, 불편해서 더 특별해지는 SUV가 랭글러다. 정통 오프로더에서만 느끼는 호방함이 있다.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많은 걸 감수하게 한다. 텐트 옆에 세운 랭글러는 하나의 거대한 소품처럼 기능해 감흥을 높인다. 가격이라는 벽이 높지만, 하나 사서 오래 탄다면 구입하지 못할 것도 없다. 가족의 동반자로서 상징적인 존재가 될 테니까. 

기아 타스만
이젠 아웃도어 레저를 본격적으로 즐기는 사람이 많다. 이사하듯 캠핑 장비를 쌓아 간다든가, 카누를 싣고 간다든가. 이 정도로 진지하게 즐기는 사람이라면 SUV만으로 그 많은 짐을 감당할 수 없다. 픽업트럭은 이런 사람을 위한 자동차다. 국내 레저 픽업트럭 시장은 이제 시작이다. 수입 픽업트럭도 하나둘 등장했다. 하지만 수입인 만큼 진입장벽이 높다. 국산 차라면 KGM의 픽업트럭이 있지만, 레저용 픽업트럭 느낌이 덜하다. 그 상황에서 기아 타스만이 등장했다. 툭툭 자로 그어 그린 듯한 외관에, 오프로드 주파력도 출중하다. 최근 한 영상이 화제가 됐다. 호주의 오프로드 명소인 비어 오클락 힐을 타스만이 순정 상태로 올라가는 영상이다. 튜닝한 사륜구동 자동차도 실패하는 난이도 높은 험로를 주파했다. 짐칸만 있는 픽업트럭이 아닌 험로까지 누비는 레저용 자동차로 능력을 입증한 셈이다. 이런 성격, 중요하다. 가격이 낮아 접근성 좋은 픽업트럭 이상의 가치를 선사하니까. 그럴 때 자동차와 교감할 여지가 생긴다. 아웃도어 레저의 동반자로서 자리 잡으려면 교감이 필요하다. 타스만은 그 관문을 통과했다. 그럴 때 낮은 가격은 강력한 무기가 된다. 이제 우리에게도 뽐낼 픽업트럭이 생겼다. 

Case 4
아이가 곧 태어난다면 


아이가 있다면 공간이 중요하다. 어떤 질감의 공간인가도.

메르세데스-벤츠 GLB
셈법이 복잡해진다. 둘에서 한 명 더 늘어나는 것뿐인데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일단 2열 공간이 중요해진다. 더불어 트렁크 공간도 탐난다. 공간은 곧 돈이다. 공간 크기도, 질감도 결국 가격과 정비례한다. 조금씩 고개를 올려다보면 라인업의 기함까지 가닿을 수도 있다. 헛웃음 짓다가 결국 제자리. 적절하게 타협할 필요가 있다. 기준점은 공간의 효용성과 질감의 적정선이다. 합리적으로 절충하면서도 분명히 음미할 지점이 있는 차종이 적합하다. 메르세데스-벤츠 GLB가 그 조건에 부합한다. GLA와 형제 모델로 묶이지만 크기는 GLC에 육박한다. 급 나누기의 틀을 벗어났다. 외관 또한 박스 형태로 빚어 직선이 도드라진다. 덕분에 시각적으로 더 커 보인다. 높은 전고는 실제 공간의 쾌적함도 배가한다. 벤츠 라인업의 막내 SUV급인데 주력 모델 같은 활용성. 그러면서 막내 SUV급 가격 한계치를 넘지 않는다. 그 의외성이야말로 GLB를 라인업에서 벗어난 독자 모델로 보이게 한다. 공간뿐이랴. 질감도 좋다. 벤츠의 실내야 첨단과 화려함을 잘 조합하기로 유명하다. 이런 인테리어는 특히 아내에게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계약서 사인까지 가는 길이 쉽다.  

볼보 EX30
볼보가 구축한 프리미엄은 효과적이다. 자극적인 시대에 간결함과 차분함으로 호감을 이끌어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영향력은 더욱 커졌다. 잘한 디자인은 생명력이 길다는 걸 증명했다. 좋은 질감은 화려한 요소보다 매력적이라는 것 또한 깨닫게 했다. 자동차 오디오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체감하게 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지켜온 안전이라는 철학이 옳은 방향임을 입증했다. 볼보는 튼튼한 도구 같은 차에서 곁에 두고픈 가구 같은 차로 자리매김했다. EX30은 볼보가 선보인 최신 전기차다. 크기는 XC40보다 작다. 하지만 전기차인 데다 SUV 형태라 공간 효율이 좋다. 작은 만큼 가격이 합리적이라는 이점도 크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기차 중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낮다. 접근성 좋은 볼보라는 점에서 가치가 생긴다. 비슷한 크기에서 고급스러운 승차감도 매력적이다. 안락한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장점이 돋보인다. 물론 더 넉넉한 공간이 꼭 필요하다면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유용한 공간성과 그 공간을 채운 차분한 질감을 고려하면 절충안으로서 만족할 만한 선택지가 된다. 부부와 아이 한 명 정도 타기 좋은 패밀리 카의 시작으로, 이모저모 요소가 반짝인다.

Case 5
대가족과 함께한다면


무조건 많이 태워야 한다. 그러면서 안락해야 한다

혼다 오딧세이
요즘 여러 SUV가 3열을 내세운다. 공간과 활용도를 강조하기 위해서다. 전에 비해 신경 쓰고, 전보다 사용하기 좋아졌다. 그럼에도 다인승의 제왕은 미니밴이다. 애초 3열까지 온전히 활용해 여러 명을 태우기 위해 태어난 모델 아닌가. 물론 국내 미니밴 시장은 기아 카니발이 평정했다. 그만큼 흔하게 보이는 게 카니발이다. 남들 다 타는 카니발은 싫은데 미니밴을 품고픈 사람도 있다. 혼다 오딧세이는 믿음직한 대안이다. 오딧세이의 장점은 명확하다. V6 3.5리터 가솔린 엔진. 가족적인 미니밴이지만 운전자의 감흥도 잊지 않았다. 실린더 개수와 배기량이 운전하는 즐거움을 선사한다. 가족을 위해 미니밴을 택했지만, 자신을 위한 마지막 즐거움도 놓치지 않는다. 풍성한 엔진 질감만이 장점은 아니다. 미국 시장에서 오래 미니밴을 만들어온 솜씨도 빼놓을 수 없다. 미니밴 장르를 온전히 즐기게 하는 다양한 편의 장치가 두둑하다. 특히 시트를 간편하게 넣고 빼고 미는 시스템은 미니밴의 활용도를 극대화한다. 2열 떼어내고 3열 접어 광활한 공간을 만들면 레저의 전진기지가 따로 없다. 편의를 위한 도구 같은 자동차인 미니밴을 십분 활용할 수 있다.     

현대 팰리세이드
명확하다. 더 많은 사람, 더 넓은 공간, 더 낮은 가격. 이 세 조건에 부합하는 자동차는 현대 팰리세이드다. 국내에 대형 SUV의 저변을 넓힌 모델이다. 팰리세이드의 크기와 공간, 그에 반해 접근성 좋은 가격은 심리적 벽을 깼다. 대형 SUV는 좀 부담스럽지, 하던 벽. 신형 팰리세이드는 전 세대가 확보한 영역을 더욱 굳건하게 했다. 모든 면에서 대폭 좋아졌으니까. 크기는 이미 컸는데 더 커졌다. 외관은 보다 보편적인 취향을 반영했다. 실내는 누구나 흡족할 만한 수준을 완성했다. 그만큼 가격도 올랐지만, 심리적 저항선을 형성할 정도는 아니다. 신형 팰리세이드를 보면 이런 상상을 하게 된다. 3대가 함께 팰리세이드를 타고 여행 가는 장면. 

1열에 부부, 2열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3열에는 아이들까지. 좁게 앉으면 결혼 안 한 동생까지 함께할 수 있다. 덩치 큰 대형 SUV지만 하이브리드를 택하면 연비도 괜찮다. 7인승 이상 대형 SUV는 여럿 있다. 하지만 유지비까지 고려하면 팰리세이드를 첫손에 꼽을 수밖에 없다. 함께 탈 수 있는 차가 있느냐 없느냐가 함께하는 여행을 추진할 계기를 마련하기도 한다. 때로 자동차가 가족의 화목에 전환점이 될 수도 있다. 기함급 패밀리 카의 이점이다. 

CREDIT INFO

Editor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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