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에 진심인 브랜드 오데마 피게, 그들과 함께 제59회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서 나눈 음악적 교감.
“AP×MUSIC은 음악의 자유, 혁신, 예술의 진정성을
중시하는 브랜드의 행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음악적 교집합을 지닌 이들과 나누는 대화는 항상 즐겁다. 대화를 하다가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겹치기라도 하면 마치 동창이라도 된 듯 플레이리스트에 대한 추억을 늘어놓는다. 맘에 쏙 드는 아티스트를 발견하기라도 하면 과거에는 등하굣길에 CD 앨범을 공유했고, 요즘은 링크를 복사해 친구에게 보내며 꼭 한 번 들어보라고 덧붙인다. 서로 빠듯한 날짜를 조율해가며 함께 콘서트나 페스티벌에 출동하는 건 1년 중 축복이고. 음악이라는 주제로 함께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 존재는 소중하다.
지난 7월 14일, 오데마 피게와 함께 간 제59회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하 MJF)에서 오랜만에 음악적 교감을 깊이 느끼고 왔다. 2019년부터 호흡을 맞춰온 오데마 피게와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페스티벌에 참석하기 위해 먼저 제네바로 향했고, 긴 비행 끝에 제네바에 도착해 몽트뢰로 가기 위해 마지막으로 차를 타고 달렸다. 예상은 했지만 점잖은 나라 스위스의 밤은 낮보다 더 고요했고 아득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도로를 달리고 달려 1시간 40분 정도 지났을까, 점점 차가 막히고 사람들이 북적이는 도심이 나타났다. 밤 12시, 마침내 몽트뢰에 도착한 것이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호텔에 도착했을 때는 ‘지금 여기가 스위스가 맞나?’ 싶을 정도로 낯선 풍경에 피로가 사라졌다. 호텔 주변 도로는 사람들로 가득 찼고, 곳곳에서는 이유 모를 열기와 환호가 가득했으며, 어딘가에서 들리는 음악 소리는 도시의 밤을 연장시켰다. 매년 전 세계에서 20만 명이 방문하는 축제. 몽트뢰를 단순한 휴양 도시에서 세계적인 음악 도시로 변모시키고, 각 세대의 거장들이 공연하며 수많은 음악적 기록을 남기면서 문화유산의 일부가 된 페스티벌 때문이었다. 늦은 밤까지 음악 소리가 들려도 불평하는 주민 없이 도시 자체가 음악이 되어버린 낭만적인 곳에서의 일정은 이렇게 시작됐다.
이곳을 오데마 피게와 함께 찾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먼저 오데마 피게와 음악의 관계를 이해해야 한다. 그들이 얼마나 음악에 진심인지 알아야 하니까. 그 시작은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데마 피게의 공동 창립자 중 한 명인 에드워드 오귀스트 피게는 당시 지역 합창단원으로 활동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 활동과 감각에 바탕을 두고 소리로 시간을 알리는, 당대 최고 품질의 차임 시계를 제작하며 시계와 음악의 연결 고리를 맺는다. 그리고 마치 우연처럼 브랜드가 탄생한 스위스 르브라쉬의 발레드주는 그 자체로 300년 된 ‘그랑 리주’ 숲의 공명(음향학적으로 뛰어난 목재가 자라는 숲)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같은 오랜 혈맥은 자연스레 브랜드가 음악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었다. 소리에 일가견이 있는 르브라쉬 공방 장인들은, 단순히 시계의 기계적 정밀성을 넘어 음색과 리듬, 그리고 감정의 진동을 그 안에 심어왔다. 시계 제조가 음악적 창작과 닮은 것도 이러한 이유고. 악기를 조율하듯 미닛 리피터는 장인이 손으로 직접 음색을 맞춘다. 소리의 울림, 시간의 흐름, 손끝의 정성이 시계를 넘어 예술로 완성되는 지점이다. 오데마 피게는 1892년 오메가 창립자 루이 브란트와 인류 최초의 미닛 리피터 손목시계를 탄생시켰고, 이 전통은 로잔연방공과대(EPFL) 사운드 메커니즘 연구, 슈퍼소네리 특허, 그리고 2015년, 소네리 기술을 집약한 로열 오크 콘셉트 슈퍼소네리 시계인 RD#1까지 이어져 소리 그리고 음악에 대한 차별화를 이뤄왔다.이러한 기반 위에 현대에 들어선 2019년에는 음악 및 예술 협업 프로그램 ‘AP×MUSIC’을 세상에 알렸다. 이 프로그램은 음악의 자유, 혁신, 예술의 진정성을 중시하는 브랜드의 행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신인부터 세계적 아티스트인 마크 론슨, RAYE, 트래비스 스콧, 존 메이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는 물론 세대와 이룬 창조적인 협업은 그들의 대표적 성과다. 올해는 브랜드 탄생 150주년을 기념해 마크 론슨과 RAYE가 참여해 탄생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 ‘쉬잔(Suzanne)’을 공개했는데 단순히 브랜드 협업 음원이라고 하기엔 퀄리티가 상당하다. 오데마 피게가 2019년에 발표한 또 하나의 협업은 바로 스위스 몽트뢰에서 열리는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이다. MJF의 CEO 마티외 자통은 “두 브랜드의 DNA가 이렇게 맞닿은 경우는 없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둘의 음악적 세계관은 이미 상통해 있었다. 오데마 피게는 이를 통해 단순한 협업이나 유명 아티스트의 참여를 넘어, ‘음악을 통한 감성의 교환’ ‘세대를 잇는 창의력’이라는 키워드를 내세운다. 실제로 MJF는 오데마 피게의 지원 아래 1만7000시간의 명연 공연 영상, 음원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도록, 15년간 방대한 자료를 디지털화하는 프로젝트를 완성했다. 오데마 피게가 우리를 MJF에 초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이토록 차고도 넘쳤다.
몽트뢰에 도착한 날, 당장이라도 밖으로 나가 페스티벌을 즐기고 싶었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았고, 체력을 회복한 다음 날 아침에야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길 수 있었다. 제네바호(레만호)를 따라 길게 펼쳐진 MJF는 낮부터 활기가 넘친다. 전 세계에서 찾아온 팬들을 위해 세계 각국의 푸드 트럭이 즐비해 있었고, 굿즈 샵을 비롯해 메인 스폰서인 오데마 피게의 체험 부스에 사람들이 줄을 선다. 오데마 피게 부스에서는 지금까지 브랜드가 작업한 음악을 청음할 수 있는 건 물론, 직접 비트를 제작해 DJ가 될 수 있는 체험형 전시 등이 구성돼 있었다. 그 사이사이 페스티벌을 구성하는 3개의 스테이지가 배치돼 있다. 호수를 배경으로 한 더 레이크 스테이지, 실내에 설치돼 보다 깊은 음향을 경험할 수 있는 카지노 스테이지 그리고 신예 아티스트를 위한 스포트라이트 스테이지다. 16일인 이날은 이곳에서 축제를 즐기지 않았다. 저녁에 오데마 피게가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했기 때문이다.
MJF 기간 중 열리는 또 하나의 빅 이벤트인 ‘오데마 피게 패럴렐’이 그 주인공. 오데마 피게는 MJF와 파트너십을 맺고 2022년부터는 MJF가 열리는 시즌에 그들과 협력해 오데마 피게만의 축제인 ‘패럴렐’을 열었다. 오데마 피게 패럴렐은 MJF 기간 중 딱 하루, 매우 비밀스럽고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그해 주제에 맞는 개성 있는 음악 경험을 선사하는 이벤트다. 올해는 오데마 피게 창립 150주년이라는 상징적인 해로 그 어느 때보다 예사롭지 않은 스케일의 이벤트가 열릴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이벤트에는 콘테스트를 통해 당첨된 이들을 포함해 브랜드 VIP, 미디어 등 전 세계에서 초청받은 1000여 명의 진정한 음악 애호가만이 참석할 수 있었다. 철저히 비밀리에 부쳐진 장소, 소문처럼 떠도는 아티스트 라인업을 두고 기대감이 고조됐다. 저녁이 되어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순간에도 도착지를 알 수 없었다. 산비탈을 타고 넘어 살짝 멀미가 올라올 때쯤 도착한 곳은 제네바호수와 산 능선이 내려다보이는 부브리(Vouvry) 지역의 옛 화력발전소. 산 정상에 ‘어떻게 이런 걸 지었을까’ 싶은 위화감이 느껴질 정도로 거대한 형태인 이곳은, 한때 산업의 심장이었지만 이제는 동력을 잃고 폐허로 남겨진 곳이었다. 냉랭한 산바람, 울먹이는 하늘까지 분위기가 스산했지만 건물 깊숙한 곳에서 들려오는 ‘쿵쾅’거리는 비트 소리에 생명력을 잃은 듯 보이는 건물이 아직 심장이 뛰고 있음에 안도감을 느꼈다. 소리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보니 화력발전소는 웅장하고 근사한 공간으로 탈바꿈해 있었다. 현대 산업의 잔재는 화려하고 정교한 조명과 공간을 팽팽하게 채운 사운드 그리고 오데마 피게 패럴렐에 참여한 이들의 열기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확인한 올해의 라인업. 파리 출신의 딥 하우스 장르 신예 알렉스 완(Alex Wann), 하우스, 디스코, 펑크 등 장르를 넘나드는 DJ 클로에 카이예(Chlo Caillet), 익숙하고 자랑스러운 한국의 대표 DJ 페기 구(Peggy Gou)까지 한곳에서 보기 힘든 EDM(Electronic Dance Music) 아티스트가 공연을 준비하고 있었다.
장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시계 브랜드가 전자음으로 음악을 연주하는 현대적인 장르의 아티스트와 만났다는 사실이 상당히 이질적이면서도, 한편으론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윽고 공간을 가득 채운 전자음악의 파동은 그곳에 머문 1000명의 사람들을 하나로 묶었고, 모두가 패럴렐에 심취하게 만들었다. 언어도 인종도 다른 사람들이 모였지만 음악을 즐기고, 아낀다는 사실 하나만은 확실했으니까. 아티스트가 공연하는 무대 쪽으로 더 가까이 가고자 서로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지만, 페기 구의 ‘Nanana’가 울려 퍼질 땐 너나 할 거 없이 서로의 자리를 내주고, 눈을 마주치고 술잔을 기울이며 ‘떼창’을 이어갔다. 열광적인 밤을 보내고, 다음 날에는 MJF의 CEO 마티외 자통과 오데마 피게 브랜드 경험 매니저 알렉산더 뷔어슈 그리고 미디어가 한자리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두 주체를 향해 궁금한 점을 질문하고, 솔직한 답변을 듣는 시간이었다. MJF의 예술적 방향성, 아티스트 선정 기준에 대한 의문에는 “특정 장르에 한정은 없다. 음악적 재능과 열정만이 기준이다”라고 답했다. 또 패럴렐 이벤트에서 모두를 하나로 불러 모은 알렉스 완, 클로에 카이예, 페기 구 같은 세계적 스타도 철저한 섭외 같은 계획이 아니라 서로의 인연과 진심 그리고 자유로운 크리에이티브 네트워크로 자연스럽게 라인업으로 올랐다고 이야기했다.
마티외와 알렉스는 “오데마 피게와 MJF의 관계는 부부와도 같다”고 이야기했다. “기업과 축제가 만난 단순 협력이 아닌, 역사를 잇는 예술 공동체”라고 이야기하며 서로의 존재를 재확인했다. 대화를 마치고 저녁이 돼서야 마침내 MJF의 메인 공연에 참석할 수 있었다. 17일인 이날은 2015년에 스위스 취리히에서 결성한 라틴 인스트루멘털 듀오 에르마노스 구티에레스(Hermanos Gutiérrez)와 그래머 어워드, 브릿 어워드 등 세계적인 시상식에서 인정받은 미국 록 듀오 밴드 더 블랙키스(The Black Keys)가 제네바호수와 알프스 정상을 등지고 ‘더 레이크 스테이지’에 올랐다. 스위스의 상쾌한 여름 바람, 아파트먼트 테라스에 나와 가족과 함께 무대를 보는 일상 속 몽퇴르 주민, 수만 가지 색으로 석양이 지는 제네바호수 그리고 아티스트의 연주가 합쳐진 순간, 그곳에 모인 사람들은 어깨를 맞대고, 즉흥적으로 노래를 따라 불렀으며, 밤바람에 소소한 감흥과 자유를 공유했다. 이토록 아름다운 서사의 방점은, 아쉽게도 제네바호수를 배경으로 한 ‘더 레이크 스테이지’가 올해로 마지막이라는 사실. 아쉽고 슬퍼서 더 아름다운 이 순간을 비소로 경험하고 나서야 브랜드가 이야기한 ‘공유된 유산과 세대를 잇는 감각의 확장’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오데마 피게가 패럴렐에서 추천해준 여러 아티스트, 즐거웠던 몽트뢰 재즈 페스티벌까지. 음악에 진심인 브랜드와 함께 공유한 음악적 교감은 브랜드와 미디어 그 이상의 감정을 나눈 시간이었다. 앞으로 오데마 피게가 어떤 아티스트를 소개해줄지, 어떤 음원을 공개할지, 또 어떤 퍼포먼스를 할지, 시계와 음악을 애정하는 이로서 계속 응원하고 지켜볼 이유가 충분했던 시간이었다.
Editor 김장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