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바이를 시작으로 밀라노를 거쳐 파리까지, 약 3주간 이어진 2026 S/S 맨즈 패션위크의 궤적. 새로운 얼굴이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여전히 건재한 베테랑 디자이너가 남성 패션을 다시 정의한 기념비적인 순간들. 세 도시를 오가며 <아레나> 기자들이 직접 목격한 변화의 징후, 그리고 지금 이 시대를 말해주는 유의미한 기록.

Prada
간결하고 단순하게. 남성복의 원형을 끊임없이 탐구하고 해체한 프라다의 일관된 태도.

매 시즌 프라다 컬렉션이 열리는 폰다치오네 프라다의 데포지토는 언제나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맞이한다. 특히 2026 봄/여름 남성 컬렉션에서는 이제껏 가려두던 창문을 전례 없이 드러냈다. 창을 통해 내리쬐는 햇빛이 만들어내는 갖가지 그림자, 복슬복슬한 꽃 모양 러그는 쇼장의 유일한 장치로 활용됐다. 간결하게 꾸민 공간만큼 음악 또한 자연과 일상의 소리를 혼합한 최소한의 구성 요소로 꾸렸다. 반면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은 총천연색으로 물들었다. 맹렬한 원색부터 부드러운 파스텔, 차분한 어스 컬러 등 이질적으로 충돌하는 색들이 무질서하게 뒤섞이며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를 완성했다.

대부분의 모델은 다리가 훤히 드러나는 브리프(쇼츠라고 차마 부를 수 없는)를 주로 입었고, 이는 가죽 재킷이나 맥코트, 튜닉 등에 가려져 마치 하의 실종 룩처럼 보이기도 했다. 포멀한 수트 재킷과 맥코트에 타이트한 실루엣의 트랙 재킷이나 팬츠를 매치한 스타일링도 인상적인 지점. 멀고 먼 대척점에 위치한 아이템들이 이룬 의외의 조화는 기존의 관행을 벗어나려는 프라다의 확고한 의지처럼 보였다. 지저귀는 새소리와 맞물리며 원뿔 모양의 라탄 모자를 쓴 모델들도 등장했다. 봉긋하게 솟은 산봉우리를 닮은 모자는 이번 쇼가 자연에서 영향받았음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듯했다. 쇼가 끝난 후 받은 쇼 노트에는 장황한 설명 대신, 단 10개의 짧은 키워드만이 나열돼 있었다. 우리 모두를 상상의 공간으로 초대한 프라다가 남긴 마지막 퍼즐처럼. 


Tod’s
여유로운 이탈리아의 정서로 물든 토즈의 고미노 클럽.

밀라노의 역사적인 저택, 빌라 네키 캄필리오가 오직 토즈만을 위한 고미노 클럽으로 단장했다. 수십 년간 이어져온 토즈의 상징인 고미노의 변함없는 가치를 조명한 고미노 클럽 현장에는 앰배서더인 NCT 정우가 참석해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를 함께 느끼고 경험했다. 이곳에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마테오 탐부리니의 2026 봄/여름 컬렉션도 선보였다. 여가 시간과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에서 영감을 받은 컬렉션은 레더를 바탕으로 한 부드러운 촉감의 패쉬미와 리넨, 새롭게 선보이는 트래블 울 소재를 주로 활용했다. 간결하고 실용적인 스타일에 매치한 커다란 사이즈의 백도 인상적이었다. 특히 캔버스와 가죽을 교차해 스트라이프 패턴으로 완성한 DI 백 폴리오 토트가 단정한 룩에 포인트를 더했다. 슈즈 컬렉션 전반은 조약돌 모양의 고무 페블을 갖춘 고미노가 로퍼, 스니커즈, 슬리퍼와 보트 슈즈 등에 다양한 방식으로 적용됐다. 언제 어디서나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입고 메고, 신을 수 있는 제품들로 꾸린 토즈 컬렉션의 진가를 다시 한번 마주한 순간이었다.  


Ralph Lauren Purple Label
현대의 여행자들과 폴로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동행.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은 현대의 여행자를 위해 2026 봄 컬렉션을 준비했다. 따사로운 햇살이 내리쬐는 낮부터 어둠이 짙게 드리운 매혹적인 밤에 이르기까지, 모든 시간을 아우르는 모던한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자연의 색감으로 구성한 컬러 팔레트와 니트, 질 좋은 실크와 리넨 소재로 만든 데이타임 룩들은 여유로운 실루엣과 실용적인 세부가 눈에 띄었다. 브랜드 특유의 테일러링이 돋보이는 아이코닉한 포멀웨어 역시 만날 수 있었다. 고급스러운 질감이 돋보이는 실크 턱시도, 글렌 체크 패턴 수트는 아르데코에서 영감받은 프린트를 새겨 캐주얼하고 포멀한 느낌을 절묘하게 융합했다. 한여름을 위한 우아한 마린 스타일의 룩도 마련됐다. 서로 다른 블루와 화이트 조합의 스트라이프를 곳곳에 배치한 스타일링은 다음 여름의 바캉스 혹은 리조트 룩으로 활용하기에 제격이었다. 랄프 로렌 퍼플 라벨의 이번 여정엔 브랜드 앰배서더 김우빈이 함께했다. 클래식한 핀 스트라이프 수트로 단장한 그의 등장에 뜨거웠던 현장 분위기가 한층 고조됐다는 후문.

CREDIT INFO

Editor 이다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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