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를 강타한 ‘매운 라면 챌린지’는 놀라웠다.
세계가 불닭볶음면과 사랑에 빠진 이유는 뭘까.
“실제 우리의 뇌는 캡사이신을 섭취했을 때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분비해 고통을 이겨내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 받을 때 매운맛을 찾는 이유이자,
불닭볶음면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다.”
2012년, 라면 업계에 뉴페이스가 등장했다. 빨간 국물 라면, 짜장라면, 비빔면이 주를 이루던 시장에 ‘매운맛 볶음면’이 나타난 것. 호기롭게 불닭볶음면을 선보인 삼양식품의 기세는 나름의 근거가 있다. 제품 출시로부터 1년 전, 김정수 부회장은 명동 거리를 지나다가 매운 음식점에 가득한 젊은이들을 보게 됐다. 괴로워하면서도 매운맛을 즐기는 모습에서 김 부회장은 블루오션을 엿봤다. 이후 마케팅, 연구소 직원들과 함께 신제품 개발에 몰두했다. 불닭, 불곱창, 닭발 등 전국의 내로라하는 매운 음식 맛집을 다니며 시식했고, 전 세계 고추를 혼합하면서 최적의 소스 비율을 연구했다. 제품을 개발하는 1년여 동안 닭을 1200마리 사용했고, 연이은 매운맛 시식에 연구원들은 위장약을 복용하기도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우리가 잘 아는, 그리고 현재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불닭볶음면’이 탄생한 것이다. 실제 우리의 뇌는 캡사이신을 섭취했을 때 엔도르핀과 도파민을 분비해 고통을 이겨내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스트레스 받을 때 매운맛을 찾는 이유이자, 불닭볶음면이 성공할 수 있던 이유다.
‘까르보불닭볶음면을 손에 넣을 수 있길, 행운을 빈다(Good Luck Getting Your Hands on Buldak Carbonara Ramen).’ 지난해 <뉴욕타임스>가 ‘까르보불닭볶음면’ 품귀 현상을 다룬 기사의 헤드라인이다. 당시 래퍼 카디 비가 직접 까르보불닭볶음면을 구매하고 요리해 먹는 영상을 틱톡에 올리면서 제품의 인기는 기하급수적으로 치솟았다. 미국에서는 까르보불닭볶음면에 달걀과 우유, 치즈 등 간단한 재료만 더해도 근사한 요리를 만들 수 있다며 극찬했다. 이전에도 해외 수요가 없던 건 아니었다. 수출 초기에는 매운맛에 익숙한 중국과 동남아시아가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다 2014년 유튜버 영국남자가 ‘불닭볶음면 도전(Fire Noodle Challenge)’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 영상을 시작으로 한동안 영국과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시식 챌린지가 유행했다.
너무 매운 나머지 생긴 일화도 있다. 2024년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은 ‘핵불닭볶음면 3×Spicy’ ‘핵불닭볶음면 2×Spicy’ ‘불닭볶음탕면’ 세 종 제품의 캡사이신 수치가 높다는 이유로 리콜을 조치했다. 그러나 삼양식품은 식약처와 함께 빠르게 문제를 돌파했다. 이미 전 세계 100여 나라에 식품법을 준수해 생산한다는 사실을 밝히고, 덴마크 수의식품청의 함량 분석 오류도 확인했다. 결과를 전달한 덴마크 공과대에서 라면 면발에도 캡사이신이 함유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측정한 것이다. 삼양식품의 적극적인 대응으로 리콜 사태는 한 달여 만에 종결했다. 오히려 외신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불닭볶음면이 세계에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구글 검색 트렌드에 따르면 당시 ‘불닭(Buldak)’ 검색량은 역대 최다를 기록했고, 영국 <가디언>을 포함한 해외 방송에서 기자들이 관련 제품을 시식하는 영상을 송출했다. 리콜 조치 철회 후 삼양식품은 코펜하겐 항구에서 ‘바이킹 후예를 위해 불닭이 돌아왔다’는 문구를 내걸고 ‘불닭 스파이시 페리 파티’라는 유쾌한 행사를 열기도 했다.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단순히 화제에 그치지 않았다.
인기 지속 비결은 오랜 시간 고민과 연구를 바탕으로 탄생한 제품
고유의 특색에 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영리하게 움직이는 삼양식품에 있다.”
챌린지 이전의 전략
유명 인사의 언급과 챌린지가 홍보에 큰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불닭볶음면의 인기는 단순히 화제에 그치지 않았다. 인기 지속 비결은 오랜 시간 고민과 연구를 바탕으로 탄생한 제품 고유의 특색에 있다. 그리고 그 뒤에서 영리하게 움직이는 삼양식품에 있다. 불닭볶음면은 할랄 인증을 받아 무슬림 인구가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남아시아 지역도 일찌감치 공략했다. 2014년에는 한국이슬람중앙회(KMF)의 할랄 인증을, 2017년에는 국내 라면 최초로 세계 3대 할랄 인증기관 중 하나인 인도네시아(MUI)의 인증을 받았다. 각 나라의 식문화에 맞춰 제조하는 퓨전 제품도 다양하다. 태국 전통 요리를 활용한 ‘푸팟퐁커리 불닭볶음면’은 중국에, 일본식 ‘야키소바 불닭볶음면’은 일본에 한정 출시했으나 국내 관심이 높아져 한국에도 선보였다. ‘똠얌불닭볶음탕면’과 ‘하바네로라임 불닭볶음면’은 미국 내 다문화 인구를 겨냥해 개발한 제품이다. 최근에는 중국 수출 전용 ‘바나나 불닭볶음면’도 공개했다. 바나나와 불닭의 만남이 생소하게 느껴지지만, 신제품은 중국 젊은 직장인 사이에서 인기인 트렌드를 담고 있다. 중국어로 ‘바나나 초록색 금지’라는 말은 ‘걱정 금지’와 발음이 같아 사무실 내 녹색 바나나를 숙성하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문화다. 바나나 불닭볶음면은 바나나 크림을 더해 부드럽고 꾸덕한 데다 바나나 칩으로 식감을 더했다. 신제품 출시에 앞서 삼양식품이 얼마나 치밀하게 현지화 전략을 세우고 해외시장을 파고드는지 알 수 있었다.
올 4월에는 국내 식품 브랜드 최초로 미국 ‘코첼라 밸리 뮤직 & 아츠 페스티벌’의 공식 파트너로 함께했다. 불닭 부스에서는 아이스크림과 망고에 불닭 소스를 더한 독특한 디저트 페어링을 제공했고, 스틱형으로 제공한 불닭 소스 9만 개는 뜨거운 관심을 받으며 조기 소진됐다. 페스티벌이 진행되는 3일간 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부스를 방문하며 성황리에 행사를 마쳤다. 면 제품을 넘어 인기를 끌고 있는 불닭 소스를 이용해 SNS에 ‘Rocket Hot Ride the Buldak High’ 캠페인도 전개하고 있다. 14편의 세로형 쇼츠 영상은 특유의 매운맛을 흥미롭게 표현했는데, 주목할 점은 조회수 총 6700만 회 이상의 80%가 광고 유입이 아닌 자발적으로 시청한 결과라는 점이다. Z세대 이용률이 높은 틱톡에서 불닭 글로벌 공식 계정은 작년 대비 2배 증가하며 최근 100만 명을 돌파했다. “불닭을 전 세계인이 즐기는 ‘한국의 코카콜라’처럼 만들겠다.” 경남 밀양에서 가동을 시작한 삼양식품 제2공장 완공을 앞두고 김동찬 대표가 한 말이다. 1년 만에 주가가 3배 상승했고, 주당 100만원을 넘어섰으니 기대해볼 만도 하다. 불닭볶음면 신화는 고공 행진 중이다. 잘 만든 라면 하나 남부럽지 않다.
530kcal 불닭볶음면 1봉 열량(140g 기준)
4,404SHU 불닭볶음면 스코빌(매운 정도 수치) 지수
2012년 불닭볶음면 국내 첫 출시 연도
100여 개국 불닭볶음면 수출 국가
77% 삼양식품 전체 매출액 중 해외가 차지하는 비율
2,800,000,000개 이상 삼양식품에서 생산하는 연간 불닭면류 개수
10,000,000,000개 이상 국내외 통합 불닭볶음면 누적 판매량
Editor 김지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