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손시티는 필리핀에서 가장 큰 도시다. 이 도시 최초이자 유일한 럭셔리 복합 리조트가 개장 1주년을 맞았다. 그 주인공은 바로 솔레어 리조트 노스. 케손시티의 자랑이자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 솔레어 리조트 노스의 1주년 파티에 다녀왔다.
마닐라 국제공항에서 케손시티로 향하는 길. 버스에 오른 한 시간 동안 알게 된 사실은 세 가지였다. 첫 번째, 가수 싸이는 솔레어 리조트를 위해 테마 송을 만들었다. 두 번째, 솔레어 리조트 노스를 세운 엔리케 라존 주니어 회장은 2024년 <포브스>가 선정한 ‘필리핀 부자 순위’에서 2위를 차지한 억만장자다. 마지막 세 번째, 우리가 머무는 나흘 동안 솔레어 리조트 노스에서는 오픈 1주년을 맞아 각종 이벤트를 진행할 거라는 것. 궁금증이 솟았다. 필리핀과 관련된 나의 최근 기억은 디즈니+에서 방영된 최민식 주연의 <카지노>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과연 케손시티에서 최초, 최고를 자랑한다는 리조트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버스가 멈춘 곳은 VIP 전용 입구였다. 호텔 로비로 들어서자 가장 먼저 거대한 유리 오벨리스크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맹그로브예요. 솔레어 리조트 노스를 위해 새롭게 완성한 작품입니다.” 입 벌리고 있는 내게 체크인 담당 직원이 건넨 설명이다. 로비 한가운데를 차지한 맹그로브는 3층 카지노까지 솟아 있었다. 이 작품을 완성한 아비투스 디자인 그룹의 사만다 드러몬드는 이렇게 후일담을 전했다고 한다. “아트리움을 처음 봤을 때 높은 곳에서 들어오는 자연광에 즉시 끌렸어요. 바닥에 낮게 심어진 채 나무처럼 채광창을 향해 뻗어 나가는 무언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맹그로브는 넓게 자라는 뿌리 덕분에 조수간만의 차가 큰 바다에서도 하늘 높이 뻗어나갈 수 있어요. 저 역시 주변 환경과는 대조를 이루면서, 사람들이 안식처로 삼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솔레어 리조트 노스는 그 자체로 거대한 미술관이었다. 어떤 공간에 들어서든 벽에는 크고 작은 작품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로 이곳에는 약 2700점의 회화, 조각, 사진 등의 예술품이 전시되어 있다. 작품 구경만 해도 남은 일정을 알차게 보낼 수 있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빠듯했다. 3박 4일 동안 리조트 안의 레스토랑을 모두 가야 했기 때문이다. 리조트 안에 있는 레스토랑과 바는 총 13곳이었다.
솔레어 리조트 노스는 미식가들을 위한 식도락 요새였다. 리조트 밖으로 나가지 않더라도, 현지 음식부터 전 세계 각지의 미식을 맛볼 수 있었으니까. 그중 가장 인상 깊은 곳은 일식 레스토랑 ‘야쿠미’. 도쿄의 수산시장 ‘도요스’에서 재료를 공급받는 점이 놀라웠다. 우리가 야쿠미에 간 날은 리조트 오픈 1주년을 기념해 참치 해체 쇼가 준비되어 있었다. 작은 송아지만 한 참치는 장정 4명이 어깨에 짊어진 가마를 타고 등장했다. 이날 야쿠미는 그 자리에서 썰어낸 참치회를 포함해 각종 해산물 요리들을 뷔페식으로 제공했다. 참치 해체 쇼와 주류가 포함된 이날 점심 식사 가격은 1인당 4888페소. 한국 돈으로 약 11만9000원이었다.
또 하나 깊은 인상을 남긴 곳은 만야만이었다. 솔레어가 자체적으로 기획하고 준비한 레스토랑으로 필리핀 현지 음식을 선보인다. 실제로 만야만에는 외국인보다 현지 투숙객들이 많았는데, 메뉴판에는 필리핀의 향토 음식인 ‘카팜팡안’ 요리를 재해석한 메뉴가 주를 이뤘다. 그 밖에도 아시아 전역의 가정식을 소개하는 ‘럭키 누들’, 케손시티의 야경을 내려다보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피네스트라 이탈리안 스테이크 하우스’, 식사 중에 경극 무대가 펼쳐지는 중식당 ‘레드 랜턴’, 피자와 젤라토를 함께 경험할 수 있는 ‘트라토리아’ 등이 호텔 곳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모든 레스토랑 투어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칼로리를 태워야만 했다. 다행히 이번 투어 일정에는 피클볼과 스파 트리트먼트가 포함되어 있었다. 피클볼은 수년 전부터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탁구와 테니스의 중간쯤 되는 구기 종목으로, 한국에서도 즐길 수는 있지만 초심자가 피클볼 전용 코트를 찾아가기까지는 번거로움이 따른다. 이곳에서는 예약만 하면 피클볼 코트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고, 바로 옆에 이어진 실내 피트니스 센터에서 도시 경관을 내려다보며 유산소운동도 할 수 있다.
케손시티에 도착한 이튿날. 우리를 이곳까지 오게 한 이유를 확인할 차례였다. 1주년 기념 파티는 야외 수영장과 이어진 작은 광장에서 진행됐다. 이날 행사장에 모인 사람은 800여 명. 무대 위 수트 차림의 남자가 인사말을 전했다. 블룸베리 호텔 앤 리조트의 최고운영자, 그레고리 프랜시스 호킨스였다. 그의 말을 요약하면 이렇다. 1년 전, 솔레어 리조트 노스는 케손시티 최초이자 유일한 럭셔리 복합 리조트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늘 이곳은 수많은 럭셔리 호텔 중 하나가 아닌 케손시티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곧이어 개장 1주년을 자축하는 불꽃 쇼가 펼쳐졌다. 38층에 달하는 유리벽에는 형형색색의 불꽃들이 터졌다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마지막 일정은 38층의 스카이 바에서 보내기로 했다. 믹솔로지스트가 건네는 칵테일을 받고 야외 테라스로 나가니 반짝이는 도심 너머로 마닐라만이 보였다. 눈앞 풍경을 막는 건물은 단 하나도 없었다. 누구라도 감탄할 풍경이었다. 솔레어 리조트 노스에 머무는 동안 신기했던 점이 있다. 모든 안내판에 영어와 함께 한국어가 적혀 있었던 것. 돌이켜보니 스카이 바에서는 K-팝이 흘러나왔고,메인 입구 앞에는 <오징어 게임>에 등장한 ‘영희’가 세워져 있었다. 한국인을 위한 배려일지, 현지인의 기호를 맞춘 선택일지는 모르겠다. 다만 솔레어 리조트 노스는 확실히 한국 여행객만을 위해 준비한 것도 있다. 올해 11월 20일까지 한국인 전용 객실 패키지를 운영한다고. 패키지 사용 시 객실, 2인 조식 뷔페, 공항-리조트 왕복 교통편이 함께 제공된다. 가격은 1박당 25만6500원부터.
“1년 전, 솔레어 리조트 노스는 케손시티 최초이자 유일한 럭셔리
복합 리조트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오늘 이곳은 수많은 럭셔리
호텔 중 하나가 아닌 케손시티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했다.”
Editor 주현욱
Images 솔레어 리조트 노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