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먼저 시선으로 전하는 브랜드의 메시지.
1 ERL | 피터 베를린 컷-오프 티
캘리포니아의 전설적인 아티스트 피터 베를린과의 첫 협업으로 탄생한 티셔츠. 그의 아이코닉한 실루엣과 함께, 마치 신문이 찢겨나간 듯한 그래픽 아트워크가 어우러져 있다. 'ESCAPE FROM EAST BERLIN'이라는 문구를 중심으로, 1964년 동독 시민 29명이 베를린 장벽 아래 가장 긴 터널을 통해 탈출했던 사건을 다룬 실제 신문 보도를 차용했다. 중앙에 달리는 남성의 실루엣은 당시 보도된 탈출 장면을 재현한 이미지다. 이러한 억압과 자유에 대한 몸부림이 함께 공존하던 시대 속, 성적 해방과 자기표현을 밀어붙였던 70년대 퀴어 아방가르드 아이콘, 피터 베를린의 메시지를 동시대의 시각으로 다시 불러낸다.
2 앙팡 리쉬 데프리메 | IDI 아민 다다 티셔츠
자세히 들여다보면, 군복을 입은 남성이 깃발을 든 채 연단 위에서 권위를 과시하고 있다. '아프리카의 히틀러'라 불린 이디 아민 다다(Idi Amin Dada)를 기억하는가? 이 티셔츠는 그의 이름을 패러디하고, 프린트 전체에 거울에 비친 듯한 반전 효과를 더해 독재 권력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담았다. 더불어, 이미지 하단에는 영국 제국주의의 흔적까지 지적하며, 권력과 식민의 잔재를 동시에 겨냥하는 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3 디젤 | Pr-T-샨리-톰25
퀴어 일러스트레이터 톰 오브 핀란드(Tom of Finland)의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작품을 프린트해 성적 자유에 대한 가치를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톰 오브 핀란드 재단의 협조 아래 제작된 이 젠더리스 롱 탱크톱은 디젤 프라이드 시즌을 기념해 공개된 특별 캡슐 컬렉션 중 하나다. 뒷면의 헤링본 테이프 디테일에는 톰 오브 핀란드의 철학이 담긴 문구가 새겨져 있다. 표현의 자유, 몸의 해방, 그리고 스타일의 경계를 허무는 태도까지. 그 모든 메시지를 말 대신 시선으로 전한다.
4 발렌시아가 | 이자벨 박시 티셔츠 페이드
발렌시아가의 앰배서더이자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포트레이트가 프린트된 티셔츠이다. 정면에는 발렌시아가 선글라스를 쓴 채 단단하고도 냉정한 시선을 던지는 그녀의 모습이 큼직하게 담겼고, 뒷면에는 이자벨 위페르의 친필 사인이 더해져 소장의 가치를 더한다. 한 인물을 향한 오마주이자 포스터처럼 인상적인 존재감을 지닌 아이템.
5 아크네 스튜디오 | 로고 티셔츠
마치 무심하게 검은색 스프레이로 사랑을 표현하기 위한 낙서를 남긴 듯하다. 연한 바다 빛 캔버스 위 검은색 스프레이로 흩뿌린 듯한 하트 모양 로고가 티셔츠를 장식한다. 직선도, 대칭도 없는, 어쩌면 일부러 어긋난 형태로. 그래서 오히려 더 솔직하고, 자유롭다.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과장하지도 않은 채 담담하게 전하는 이 하트를 넣은 티셔츠는 사랑을 가장 쿨하게 표현하는 방식일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