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무질서, 그 속에 있는 비밀스런 질서
크리스 반 아셰의 인터뷰.
이번 시즌, 꽃의 남자의 여정이 계속된다. 포멀한 이브닝과 오페라 하우스의 세계에서 보낸 겨울에서 햇살과 컬러가 찬란한 여름으로. 우드 파켓 장식 바닥에 눈의 요정이 내려온 듯 무수히 새하얗게 피어난 장미 덤불들, 이 현대적인 프랑스식 실내 정원에 들어선 디올 맨은 새로운 상류층의 세계를 현대적으로 구현한다. 남성복의 규칙을 장난스럽게 전복시키면서도 동시에 전통을 고수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크리스챤 디올과의 대화는 좀 더 추상적인 방식으로 전개된다. 디올 본인과 하우스가 지닌 ‘프랑스다움’, 그리고 그것이 상징하는 것들을 좀 더 고집했다. 동시에 컬렉션은 전통적인 기원에서부터 현대적인 모습에 이르기까지, 스포츠웨어에 대한 탐색으로 볼 수도 있다.” 디올 옴므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크리스 반 아셰의 말이다.
실루엣, 컬러, 그리고 남성적인 의상들을 어떻게 꾸밀 것인가에 대한 접근은 다양한 현대적인 드레스의 상징과 기호로부터 차용했다. 그러나 이번 컬렉션에서 가장 크게 기댄 바는 스포츠웨어의 다층적인 역사와 군복이다. MA 1봄버 재킷의 오렌지색 안감이나 카키색 카모플라주 패턴, 해군복 스타일의 네이비 등 군복의 색감이 활용되었으며 젠틀맨의 정통 스포츠웨어에서 볼 수 있던 아가일 니트와 헌팅 체크 역시 두드러진다. 전통과 현대가 유쾌하게 어우러지고 모든 코드가 전복되는 이러한 접근을 스포츠웨어에 대한 ‘그랑 메종(grand maison)’ 접근이라 볼 수 있다. 이 곳에서는 스트리트, 클래식, 꾸뛰르가 모두 하나가 되고 각각의 연상 개념은 변화하고 전복된다.
무슈 크리스챤 디올의 창조적 역량이 절정에 달했던 1950년대를 긍정하는 미국 도예가 크리스틴 맥커디(Kristin McKirdy)의 작품이 주얼리에 적용되었다. 이번 시즌, 디올 럭키 참은 현대적인 도예 작품으로 거듭났다. 컬렉션의 텍스처와 컬러를 구현한 추상적인 부적이 밝은 색의 에나멜 코팅을 입고 이번 시즌의 키 컬러를 보여주는 코드가 되었다.
크리스 반 아셰는 말한다. “내게는 언제나 코드를 찾는 것이 핵심이다. 남성복에는 수많은 코드가 넘쳐흐르고 바로 그 점을 나는 사랑한다. 이번 컬렉션에서 선보이는 코드 대부분은 전통적인 것들이지만 극적이고 근본적으로 현대적인 우아함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그러한 전통의 축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