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Football life : 아나운서 윤태진

축구가 인생을 바꾼다. 운동장을 뛰어다닐 나이가 한참은 지난 사람이 축구화를 신고, 공도 똑바로 못 차던 사람이트 리핑을 배운다. 드리블을 하고, 패스를 하며, 하루 10시간 축구장에서 연습한다. 아나운서 윤태진 이야기다. SBS <골 때리는그 녀들>에서 날카로운 패스로 ‘모드리춘’이라 불리는 그녀는 축구에 진심이다. 축구가 윤태진의 인생을 어떻게 뒤흔들었는지, 축구의 매력이 무엇인지 그녀에게 물었다.

UpdatedOn November 07, 2022

우리는 결국 공으로 회귀한다. 둥근 축구공은 어디로든 굴러가고 누구나 굴릴 수 있다. 축구 얘기를 할 때면 우리는 잠시 괴로움을 잊는다. 축구팀에 대해 떠들다 보면 하락한 주식, 상승한 물가, 남의 집 살이, 취업난, 슬픔, 절망 언저리에 있는 문제들을 우리 삶에서 아주 잠깐 떼어놓을 수 있다. 결국 우리는 축구를 이야기하게 된다. 누구나 ‘맨유’를 비난하고, 누구나 ‘나폴리’를 칭송할 수 있다. 축구는 계급이 없고, 경계가 없으며 모두에게 열려 있다.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우리는 다시 축구를 생각한다. 우리가 축구를 얘기할 때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무엇인지. 대한민국에서 축구를 가장 사랑하는 축구 팬을 만나고, 축구를 시작해서 인생이 달라진 사람, 프로리그에서 선수로 활약하는 사람, 축구로 먹고사는 사람을 만났다. 그들 모두 축구를 사랑한다 말했다.

/upload/arena/article/202211/thumb/52332-501359-sample.jpg

윤태진은 FC 아나콘다의 미드필더다. <골 때리는 그녀들> 시즌 2에 합류해 처음 축구를 접했다. 통산 14경기를 치렀으며 그중 5득점과 3도움을 기록했다.

위대한 이야기는 좌절에서 시작된다. 최선을 다하지만 그래도 안 되는 것이 있다. 이기기 위해 몇 번의 공을 찼던가. 발톱이 빠지고 무릎에 상처가 나도 그건 어디까지나 나의 희생일 뿐이다. 내 희생으로 역전되지 않는 상황에서 찾아오는 감정은 무력감뿐이다. 필드에선 그렇다. 강팀을 상대로 공 한 번 건드려보려 쫓고 뛰지만 공에 발끝이 닿지도 않는다. 하지만 경기 시간은 남았고, 뛰는 것만이 약팀이 할 수 있는 전부다. 열망이 시키는 대로 몸을 내던지는 그 행위에 살아가는 의미가 있다는 듯 선수들은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달린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의 FC 아나콘다를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새벽에 EPL은 안 봐도 <골때녀>는 본다는 축구 팬이 심심치 않게 있다. 프로 축구 경기에서 못 본 절실함과 열정이 <골때녀>에서 느껴져서 찾아보게 된다고 한다. 축구공도 제대로 못 차던 선수들이 성장하는 모습과 기술은 어설프지만 최선을 다해 뛰는 모습, 포기하지 않는 자세는 감동을 자아냈다. 이것이 스포츠 정신이고, 스포츠가 가진 긍정적인 기능이다.

그리고 <골때녀>에서 시청자의 눈물을 가장 많이 자아낸 팀은 언더도그 ‘FC 아나콘다’였다. ‘FC 아나콘다’는 스포츠 아나운서들이 대거 포진했다. 스포츠에 대해 박식하지만 ‘국대’ 출신이나 풋볼팀에서 ‘현역’으로 뛰는 선수, 축구 ‘경력자’, 운동신경이 뛰어난 ‘선수’를 보유한 팀은 아니다. 필드에서의 실력만 보면 ‘평범’하다. 우리는 늘 어디선가는 ‘평범’하다. 평범하다고 열정이 없다는 것은 아니며, 뛰어나지 않다고 노력을 게을리하는 건 아니다.

윤태진은 ‘FC 아나콘다’의 미드필더다. 중원을 책임지며 여린 몸으로 육탄 방어를 하고, 전방에 날카로운 패스를 찔러주며, 과감한 슛으로 팀 분위기를 바꾸는 다재다능한 선수다. 팀 내 최다 출장과 최다 득점, 최다 도움, 최다 공격 포인트를 기록한 명실공히 ‘에이스’다. 윤태진의 인생은 축구를 시작하며 ‘조금’ 변했다. 2011년 ‘KBS N SPORTS’의 아나운서로 시작해 오랜 시간 방송일을 해온 그녀에게 일은 ‘혼자’ 하는 것이었다. 나의 발전을 위해 공부하고 노력해온 그녀에게 팀원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은 생소했다. 축구를 시작하며 팀원들과 함께 패스를 이어가고, 골을 넣고 궁극적으로 승리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다 보니 끈끈한 동료애를 느꼈다고 한다.

“동료를 위해 뛰는 것이 제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것보다 성취감이 커요. 축구를 하면서 기쁨은 함께하면 배가된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체험했죠. 다 함께 땀 흘리고 노력한 끝에 조그마한 성과라도 얻으면 진짜 엄청난 희열이 느껴져요.” 윤태진은 축구를 접하고 방송인으로서의 성과만 얻은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도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골때녀>의 축구 선수 윤태진에게 가장 인상적인 경기를 물었다. 그녀는 잠시 고민하며 우리는 매 경기 간절한 사람들이라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를 하나만 꼽을 수 없다며, 경기마다 중요한 사건이 있었다고 했다. 시청자가 기억하는 순간은 첫 골이 터졌을 때일 것이다. 연속된 패배와 긴 침묵은 ‘FC 아나콘다’를 최약체로 몰아갔다. 그러나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제가 코너킥으로 아영이에게 패스를 했고, 아영이가 공을 받아서 골을 넣었어요. 저는 항상 골을 넣어야 된다, 기회를 만들어야 된다는 생각을 했지만 그때까지는 의심도 있었어요. 정말 우리가 골을 넣을 수 있을까? 잘하고 싶은데 진짜 될까? 상대 팀들은 우리보다 더 잘하는데 이길 수 있을까? 마음속에선 갈등이 있었죠. 그래서 첫 골이 터졌을 때 신기했어요.” 전기 맞은 것처럼 짜릿했던 순간은 ‘FC 액셔니스타’와의 경기였다. 리그 최약체와 최강팀의 경기였다. 그때 윤태진은 첫 선제골을 기록했다. “세트피스에서 은영 언니의 패스를 받아 제가 골을 넣었어요. 항상 끌려다니는 경기만 하다가 선제골을 넣으니 너무 행복한 거 있죠. 감전된 것처럼 짜릿했어요.” 윤태진은 골을 넣었을 때의 희열을 다시 느끼고 싶다고 했다.

윤태진이 축구에 매료된 것은 짜릿함과 절실함 그리고 동료애 때문이었다. 원체 승부욕이 강한 편이기도 하지만 연습한 패스를 실전에서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은 계속 축구를 하게 되는 요인이다. 또 팀원들과 함께 힘든 시간을 겪으며 끈끈해진 관계, 공동의 목표가 생긴 것도 축구를 좋아하게 된 이유다. 방송에서 그녀가 부상 입는 장면이 ‘몇 번’ 나왔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몸 아프면 약 먹으면 되고, 발톱은 빠지면 다시 자라잖아요. 무용을 해서 몸 다치는 건 두렵지 않아요. 저의 약한 부분을 발견한 거고, 훈련으로 극복하면 되니까요.”

윤태진은 축구를 시작하고 매일 연습했다. 스케줄이 없을 때는 축구센터에 나가는 게 일상이었다. 하루 반나절을 연습장에서 보냈고, 코치를 만나면 조금이라도 더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현재는 매주 세 번의 팀 훈련을 한다. 훈련 내용을 경기에 적용하려면 개인 기량이 좋아야 하기에, 틈틈이 개인 연습도 병행하고 있다. 거의 축구만 하며 사는 생활 같지만 윤태진은 부족하다고 말했다. “혼자 연습하는 것과 경기에서 수비수를 달고 뛰는 건 차원이 달라요. 더 많이 연습하고 경험해야 나아질 것 같아요.”

우리가 왜 축구를 해야 할까. 축구공 앞에서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윤태진은 공을 차면 몸과 마음이 건강해진다고 말한다. 축구가 스트레스를 풀고, 성과를 내고, 쳇바퀴 같은 일상에서 벗어날 쉼표가 될 것이라며 초보자일수록 더 재밌다는 점도 강조했다. “경기가 안 풀려서 자책할 때도 있어요. 그걸 이겨내는 과정에서 마음이 단단해져요. 정신력을 강화하고 신체도 건강하게 만들고 싶다면 축구에 매력을 느낄 거예요. 아! 그리고 살도 빠지고 힙업도 돼요.” 윤태진과 FC 아나콘다의 서사는 이제 막 도입부를 지났다. <골때녀> 3번째 시즌에서 그녀의 플레이는 기대해도 좋다. 물론 이건 승부와는 상관없다. 승리보단 축구를 향한 그녀들의 진심이 더 아름답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Photography 정진우

2022년 11월호

MOST POPULAR

  • 1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일 뿐
  • 2
    Beyond The World
  • 3
    우리가 기다리던 소수빈
  • 4
    EXOTIC FAIRY TALE
  • 5
    NEW THING's

RELATED STORIES

  • INTERVIEW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일 뿐

    4개 국어 능력자, 싱어송라이터, 인스타 음악 강자… 스텔라장을 수식하는 말들은 많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그녀의 음악은 우리 가슴을 녹인다는 사실이다.

  • INTERVIEW

    우리가 기다리던 소수빈

    데뷔 8년 차 소수빈은 지난해 <싱어게인3>으로 처음 TV 카메라 앞에서 노래를 불렀다. 지금 보고 있는 사진 역시 그의 첫 번째 단독 화보다. 하지만 소수빈은 이미 우리가 기다리던 스타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 INTERVIEW

    발렌시아가 사커시리즈, 설영우와 함께한 <아레나 옴므 플러스> 화보 공개

    설영우의 색다른 매력이 담긴 <아레나> 화보 미리보기

  • INTERVIEW

    나를 궁금해해줬으면 좋겠다

    드라마 <눈물의 여왕>으로 돌아온 곽동연과 연기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내내 유쾌했고 기백이 있었다. 작품이 끝날 때마다 방명록 한 권을 완성하는 기분이라는, 2024년 곽동연의 첫 방명록.

  • INTERVIEW

    스텔라장, “제 음악을 사람들이 듣고 그들이 내가 생각하는 바를 이해해주면 좋고, 그냥 듣고 좋았다면 그것만으로도 좋아요."

    가수 스텔라장의 <아레나> 4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MORE FROM ARENA

  • FASHION

    터틀넥 응용편

    터틀넥을 지루하지 않게 입는 방법.

  • FASHION

    스마트 월드의 스마트 워치

    이제 스마트하게 차보세요.

  • CAR

    가장 진보적인 롤스로이스

    롤스로이스의 고객들은 변했다. ‘쇼퍼드리븐’이 아닌 직접 운전하는 ‘오너드리븐’이 늘었다. 새로운 경향성에 맞춰 뼈대부터 소리까지 완전히 바꾼 뉴 고스트를 탔다.

  • FASHION

    Trend

    4가지 키워드로 정리한 2023 워치스 앤 원더스의 시계 출시 경향.

  • LIFE

    숫자와 섹스

    남자의 세계는 숫자로 설명된다. 성기 길이와 굵기에 대한 단상.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