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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은 간다

봄이 되자 시승회가 늘었다. 포르쉐를 타고 양평에, 페라리를 타고 정선에 다녀왔다.

UpdatedOn May 02,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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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 페라리 로마와 함께한 강원도 기행

벚꽃 아래를 걸으면 아쉬웠다. 꽃은 만개하면 금세 사라지니까. 아름다움은 짧다. 짧아서 아쉽다. 짙은 아름다움이란 그렇다. 여운만 길게 남긴다. 페라리 로마를 타고 강원도 산골짜기를 달릴 때도 아쉬웠다. 이 짜릿함이 곧 끝나리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영원히 내리고 싶지 않은데, 즐거움은 영원할 수 없다. 절정에 다다른 것들은 모두 섭섭하다.

페라리 로마를 타고 1박 2일 강원도를 여행했다. 청담동에서 출발해 양평에서 북한강을 보며 근사하게 식사하고, 원주로 이동해 산꼭대기에서 미술 전시회를 관람하고, 청태산 자연휴양림에서 피톤치드를 흡수한 다음에 정선 리조트로 이동했다. 자연을 벗 삼아 이동하며 문화생활 좀 누렸다. 중간 지점에 도착할 때마다 교양이 채워지는 기분이었다. 이것이 페라리의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이런 상상을 해봤다. 8기통 터보 엔진을 단 스포츠카를 타고 교외로 향한다. 고속도로보다는 굽이진 국도가 좋겠다. 운전대를 이리저리 잡아당기고, 가속페달을 지그시 밟으며 페라리의 기술을 즐긴다. 목적지는 산속 미술관이다. 생각을 환기하고 커피도 마시고, 산 공기도 마신다. 그러고 다시 우렁찬 엔진음과 함께 산길을 내달린다. 한적하고 우아한 곳에서 여유를 즐기는 게 페라리다운 여행일 것이다.

더군다나 페라리 로마의 주제는 ‘라 누오바 돌체 비타’ 즉, 새로운 달콤한 인생이다. 아, 인생이 달다고 느낀 게 언제였던가. 1950~60년대 낭만의 도시였던 로마에서는 자유분방한 라이프스타일이 유행했다. 페라리 로마에는 그때 그 감성이 녹아 있다. 여기에 현대적인 감각과 기술을 더했다. 페라리의 프런트-미드십 엔진 GT 라인업에서 영감받은 차체 비율과 균형미는 고전적이다. 특히 앞쪽 펜더의 부푼 볼륨은 클래식 스포츠카를 보는 듯하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조진혁이탈리아 감성은 강원도 산세와 잘 어울린다.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봉평에서 미식 체험을 한 후 홍천휴게소로 이동하던 과정이다. 국도를 선택했다. 허생원이 넘던 굽이진 산길을 달려보기로 했다. 회전 구간마다 기어를 낮추고 스로틀을 개방하며 620마력의 8기통 터보 엔진의 힘을 최대한 이끌어냈다. 기어를 낮춰 엔진을 거세게 몰아붙인 건 순전히 재미를 위해서였다. 신형 8단 듀얼 클러치는 재빠르게 변속하며 속도를 부드럽게 올리기에 차량을 몰아붙일 여지를 주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능수능란한 전자장치보다는 페라리 로마에 담긴 클래식 감성을 경험하고 싶었다. 가파른 코너를 통과할 때도 페라리 로마는 흐트러짐 없이 바닥을 움켜쥐고 달렸다. 잠시 내가 운전을 잘한다는 착각도 들었는데, 사실은 사이드 슬립 컨트롤 덕분이었다. 사이드 슬립을 정밀하게 예측해 차량이 미끄러지지 않게 하는 기능이다. 핸들링과 접지력을 쉽게 제어할 수 있다. 덕분에 몇 개의 고개를 가볍게 통과했다.

페라리 로마의 매력은 장거리 여행에서 두드러진다. 고속도로를 달릴 때에는 시원하다. 매끄럽게 변속되는 기어와 9.3초 만에 시속 200km에 도달하는 가속력에 절로 웃음이 난다. 속도를 더 높여도 안정적이다. 하지만 진짜 매력은 편안함이다. 조금 느긋하게 달려도 좋다. 기분 좋을 정도로,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속도에서도 만족스러웠다. 주행을 컴포트 모드로 설정하면 승차감이 부드러워진다. 과속방지턱도 제법 부드럽게 지난다. 또한 운전대의 주행 셀렉터 레버를 3초간 꾹 누르면 범피 로드 모드가 수초간 작동한다. 댐핑력이 줄어들며 요철을 사뿐히 지난다. 페라리 로마와 함께 서울에 들어섰다. 여정의 끝을 축하하듯 올림픽대로 양쪽에는 벚꽃이 환하게 펼쳐졌다.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이 야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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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 포르쉐 신형 마칸 GTS를 타고 북한강까지

북한강 시승회의 단골 코스다. 서울에서 가깝기도 하고, 널찍한 주차 공간이 마련된 행사 시설도 많다. 강남에서 한 시간 정도 달리면 도착한다. 차량의 이모저모를 확인하기 적당한 시간이다. 양평 가는 코스도 좋다. 도심의 정체 구간을 지나 조금 속도를 낼 수 있는 고속도로도 있고, 회전 구간도 몇 곳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풍광이 아름답다. 매달 접하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아름답다. 봄과 가을에 특히. 이번 봄에는 포르쉐의 신형 마칸 GTS를 타고 남양주에 다녀왔다. 두물머리를 지날 때 북한강에 내린 물안개를 보았다. 초현실적인 풍경이었다.

신형 마칸 GTS는 콤팩트 SUV로 분류된다. 하지만 작지 않다. 콤팩트 SUV의 범위가 넓을 뿐이다. 존재감이 강해서 실제보다 더 커 보이기도 한다. 시승한 차량 색상은 젠션 블루 메탈릭이었다. 여름 하늘을 닮았다. 쾌청한 색이다. 그 외에도 파파야 메탈릭, 파이톤 그린이 새로 추가된 색이다. 모두 또렷한 색이다. 신형 마칸 GTS는 몸에 딱 맞는 수트 같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그냥 잘 맞는 옷이 아니라 색이 화려한 옷이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새파란 수트나 새빨간 수트. 누가 입을까 싶지만 한 번 입으면 그런 색만 찾게 된다. 자신감을 주는 색이다. 신형 마칸 GTS도 외관과 동일한 색의 인레이를 적용해 ‘깔맞춤’에 성공했다.

카메라나 라이다 센서 등 필수 기능들은 동그랗게 모아서 깔끔하게 프런트 그릴 가운데에 딱 넣었다. 전면 그릴과 리어 범퍼, 사이드 스커트, 스포일러 등은 블랙으로 마감했다. 블랙이 적용된 포르쉐는 잘 달린다는 뜻이다.

주행감은 경쾌하다. 신형 마칸 GTS의 가장 큰 매력은 운동 성능이다. 2.9리터 V6 바이터보 엔진은 이전 모델 대비 69마력 향상된 449마력을 발휘한다. 예전보다 힘이 조금 더 세졌다. 시속 100km까지 4.3초 만에 도달하고 272km/h의 최고속도를 발휘한다. 달리기만큼은 콤팩트 SUV에서 적수가 없어 보인다. 잘 달리는 자동차는 균형도 잘 잡는다. 포르쉐 액티브 서스펜션 매니지먼트는 주행 상황에 맞춰 각 바퀴의 댐핑 강도를 능동적으로 조절한다. 역동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승차감이 다소 딱딱하게 느껴지는데, 비결은 스포츠 에어 서스펜션에 있다. 기존 에어 서스펜션보다 더 견고하다. 차체도 10mm 더 낮다. 깔끔한 컬러 수트 같은 외관과 달리 실내는 주머니가 많은 셔츠처럼 느껴진다. 대형 디스플레이에만 의존하는 요즘 차량들과는 달리 자주 사용하는 기능들을 기어 박스 위에 가지런히 정렬했다.

그래서 운전석에 앉으면 버튼이 많다고 느껴진다. 실제 많기도 하다. 동시에 많은 기능들은 중앙 터치 디스플레이에서 조작할 수 있다. 다기능 GT 스포츠 스티어링휠의 리모컨으로도 가능하고. 여러모로 친절하다. 시트의 착좌감도 안정감 있다. 엉덩이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몸이 닿는 부위에는 알칸타라 가죽을 적용했다. 모터스포츠 감성이 실내를 채우고 있다. 그렇다. 신형 마칸 GTS는 달려야 그 매력이 온전히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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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202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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