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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점 장기하

‘부럽지 않다’고, ‘가만있으면 되는데 뭘 그렇게 자꾸만 할라 그래’라는, 장기하의 정체성과 의도에 대하여.

UpdatedOn May 0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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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쓰기에 영향을 준 선배님이 언젠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기대해본다, 같은 표현은 쓰지 마. 죽을 때까지 쓰지 마.”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중대하게 인식하며 살고 있다. ‘기대’는 글을 쓰는 내가 하는 게 아니라, 글을 읽는 독자가 ‘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라는 게 선배님의 설명. 좋은 글을 쓰면, 독자는 그 담론의 어떤 부분에 대해 기대하게 된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이 글을 잘 쓰면, 독자는 이 글에서 주인공으로 삼는 뮤지션에 대해 기대하게 되겠지.

그런데 뮤지션에 대해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인공은 장기하. 이 글은 대략 장기하, 음, 리스펙, 이런 느낌이 될 예정인데, 딱히 장기하를 엄청 인정하는 느낌은 또 아니다. ‘리스펙’과 ‘인정’은 똑같은 거 아냐, 라고 할 수 있을 텐데, 그 말이 맞긴 한데, 뭐랄까, 그건데 그거 아닌 거 같은 그거랄까.

장기하 새 앨범 <공중부양>의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를 듣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눴다. 나는 말했다. “이건 부럽다는 건데?” 친구는 말했다. “너무 부럽다는 거지.” 정말 부럽지가 않으면 굳이 저런 말을 할 필요조차 없으니까. 그래서 가사를 반대로 바꿔 불러보았다. 부럽지 않다, 가 반복되는 노래여서, 부럽다, 는 가사만 계속 불렀는데, 역시 그게 진정성 있게 느껴졌다.

그런데 SNS를 보며 열등감에 사로잡히는 게 시대의 강령이 되어버린 상황에서, 저 지겹도록 반복되는 ‘부럽지가 않어’는 약간 위로가 되긴 하였다. 장기하가 부러워하는지 아닌지는 중요한 이야기가 아닌 것 같고, 부럽지 않어, 라고 반복해서 읊조려준 것만으로, 아, 굳이 부러워할 필요가 없구나, 라고 새삼 인식하게 되었달까.

친구랑 이런 이야기도 해보았다. “장기하가 부러울 게 뭐 있어?” 모든 걸 다 용인하게 만드는 마법 같은 대사. 서울대잖아. 심지어 밴드 시절 장기하는 본인이 하고 싶은 걸 마음대로 했던 거 같다. 그런데 부러울 게 뭐 있나? 하지만 친구의 대답은 이랬다. “슈퍼스타는 아니잖아.” 음, 맞는 말이네. 슈퍼스타는 아니지…. 그렇지만 슈퍼스타를 원했으면, 슈퍼스타가 되기 위한 행위를 했겠지? 나는 이 부분에서 장기하의 고뇌를 알 것 같은데, 분명히 적어두지만 ‘뇌피셜’이다. 장기하 같은 천재의 비애. 재능이 너무 많고 상상력이 워낙 풍부해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다. 그런데 그게 별로 상업적이지 않다.

상업적인 게 싫은 건 아니고, 상업적인 성공도 더 거두고 싶긴 한데, 그것 말고 실험적으로 해보고 싶은 것도 너무 많고, 자꾸 그게 더 해보고 싶다. 나는 이번 앨범이 장기하가 이 가치 중에서 무엇을 선택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보여준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슈퍼스타가 되고 싶지 않은 건 아닌데, 그러니까 부럽지가 않아서, 부럽다는 이야기지.

사실 이번 앨범 타이틀곡 ‘부럽지가 않어’만 들었을 때는, 아, 장기하는 읊조리는 듯한 이런 식의 개성 말고는 음악적으로 보여줄 게 없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부적인 성취를 간과할 수 없다. 저 위에도 언급했듯 ‘부럽지가 않어’에 담긴, 혹은 그것이 영향을 미칠 대중적 범위에 대한 것. 그리고 동일한 단어를 반복해서 읊조리며, 이게 내 길이고, 이게 내 음악이다, 라는 의지를 밀고 가는 돌파력은, 어설픈 장기 하나로 대단한 걸 한다고 믿는 치들과는 확연히 다른 점이긴 하다. 이게 음악이냐, 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의문은 올바르지 않다. 정확한 분석은, 비음악적 요소를 음악의 영역 안에 끌고 들어왔다, 라고 보는 것이다. 물론 장기하는 이런 유의 논의에 관심 없는 태도를 취할 것이다. 걘 그냥 걔 것을 하는 느낌.

앨범 전체를 다 들으면 장기하의 의도, 아니 마음이 명확하게 전해진다. 이 앨범의 다섯 곡은 마치 긴 한 곡의 부분 같다. 아직, 그 긴 한 곡의 부분들은 탄생하지 않았거나 어딘가에 있다. 장기하에게 음악은, 지금 이 순간,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것을 솔직하게 전달하는 개체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음악이라는 게 대단할 필요가 없고, 반대로 대단하지 않을 필요도 없다. 앨범의 네 번째 곡 ‘가만있으면 되는데 뭘 그렇게 자꾸만 할라 그래’의 가사는 제목으로 쓰인 이 한 줄뿐이다. 이 노래는 무려 6분 2초다. 가만있으면 되는데 곡이 길다. 너무 길다. 하지만 길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저 저 한 문장이 생각하게 하는 것, 돌아보게 하는 것이 많아서, 멍하니 명상에 잠기게 될 때도 있다. 그리고 듣고 또 들어도, 혹시 다른 가사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한다. 그는 기대해주세요, 라고 말하지 않았다. ‘하려고 그래’도 아니고 ‘할라 그래’에 담긴 아무렇지 않음 역시 장기하의 마음을 반영한 것이다. 그냥 멍하니 가만있어도 괜찮다는 말, 부러워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말, 그냥 좋은 말이라고 생각한다. 메시지가 이렇게 단순하고, 은유적으로 풍부한 앨범은 드물지 않을까? 나는 장기하가 언젠가 최백호가 될 거라고 생각한다. 역시 이 글에서 논의할 이야기는 아니다. 앨범에서 첫 곡의 제목은 ‘뭘 잘못한 걸까요’이고, 이 앨범에서 가장 보편적인 형태의 노래다. 이 노래는 그렇게 불러주고 싶었던 게 아닐까. 잘못한 거 없다.

앨범이 나온 지 두 달이 넘었다. 독특한 스타일에 비해 엄청 주목을 받거나, 인기가 있다거나 하지는 않다. 다만 나는, 이 앨범으로, 장기하라는 개성 강한 뮤지션이 멜로디와 가사 그리고 음악의 형태에 대해 점 하나를 찍었다고 생각하는데, 정말 그렇게 될지 모르겠다. 모르겠다의 의미는 대략 이런 것이다. 점을 찍으면, 누군가 그 점을 기점으로 방향을 틀거나, 새로운 전망이 펼쳐진다. 예술에서 낯선 ‘점’은 그만큼 중요하다. 그 점이 의미가 있고 위대하다면, 누군가 점의 역할, 점의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그 점의 방향, 전망에 동의하지 않거나, 뒤따르지 않는다면, 점은 의미가 없고, 의미 없는 점은 사라진다. 장기하가 대단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이 아니다. 대단하지 않은 사람도 점을 찍는다. 우연히 찍는 점도 있다. 그 점이 의미를 발휘할 때, 점을 찍은 사람이 대단해진다. 장기하가 슈퍼스타가 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누군가 장기하를 훌륭한 음악가로 만들어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기대해본다고 적어야 하나. 그리고 글을 쓰며 생각하면 할수록, 장기하는, 정말로, 부럽지가 않은 것 같다. 슈퍼스타들이. 그냥, 그런 생각이 들고, 장기하는 그냥 장기하 같다. 의미 있는 작업을 한 예술가에 대한 글이 진부해서, 그게 미안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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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진
Words 이우성(시인,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에이전시 ‘미남컴퍼니’ 대표)
Illustrator 송철운

2022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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