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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인포포비아

코로나19로 인한 피로감이 만연하다. 감염자나 의료계 종사자 등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경우를 제외하고도 괴로운 이들은 많다. 폐업하는 자영업자, 그로 인해 침체된 분위기, 감염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일상. 코로나19 이후에도 전염병은 계속해서 등장하리라는 전망도 스트레스 요인이다. 팬데믹으로 인한 PTSD에 관심을 가져야 할 때다. 코로나19 인포포비아를 완전히 없애는 게 불가능하다면, 일상에서 피로감을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UpdatedOn February 06, 2022


코로나19가 발병한 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코로나 19는 델타를 거쳐 오미크론으로 변신하고 마치 파도처럼 조금 수그러들었다 싶다가도 다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감염자와 사망자 신기록을 세운다. 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을 예상했을지 몰라도 우리는 아니다. 이건 역병과의 끝없는 전쟁이다. 그것도 전선과 후방의 구분이 없는 무제한 전쟁이다. 이 전쟁의 군인은 방역 종사자들이지만 그 전선은 단지 국경에만 있지 않다. 사경을 헤매는 감염자, 혹사당하는 의료계 종사자만이 아니라 사회적 거리두기 환경도 코로나19 전쟁의 사상자들이다. 우울증부터 보자. 사회적 거리두기 자체가 우울증의 원인이다. 우울증의 대표적인 증상이 사회적 만남의 기피다. 우울한 사람들은 타인을 만나는 걸 꺼린다. 대면 만남을 감당할 심리적 에너지가 없어서다.

그런데 사회적 거리두기는 거꾸로 대면 만남을 막음으로써 멀쩡하던 사람이 우울증 증상을 경험하게 만든다. 그뿐만 아니라 폐업하는 일터, 감염의 공포를 안고 살아가야 하는 일상, 학생이 학교를 가지 못하고, 사람이 사람을 만나지 못하는 상황은 좌절이고, 좌절은 분노를 만든다. 누구는 그 분노를 세상에 쏟아내며 혐오와 증오를 키우고, 누구는 자신에게 쏟아 또 다른 우울증에 빠진다.

코로나19 시국에 우리를 괴롭히는 또 다른 원인은 공포다. 물론 어느 정도 공포심은 필요하다. 우리의 본능 속에 공포라는 감정이 각인된 이유는 위험을 피하게 해줌으로써 생존에 기여했기 때문이다. 적절한 공포심을 갖지 않았던 선조들은 다 죽었고, 공포를 느낄 줄 아는 이들만 남아 우리를 낳았다. 공포 앞에서 우리는 도망치거나 온 힘을 다해 맞서 싸운다. 지금도 그렇다. 코로나19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면 사회적 거리두기나 백신을 맞을 동기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 많은 불편과 누군가에게는 생계가 끊기는 고난이 닥쳐도 사람들이 방역조치에 협조하는 이유는 코로나19를 두려워할 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제는 남아 있다.

첫 번째 이유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피할 수 없는 공포가 계속되면 우리는 지치고 무력해진다. 다행히 도피처는 있다. 마스크와 거리두기 같은 행동 방식, 그리고 백신이 그것이다. 그 어느 것도 코로나19 감염을 완벽하게 막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느 도피처는 그렇지 않았던가. 아무리 높은 나무나 깊은 동굴도 포식자로부터 100% 안전을 보장한 적은 없다. 최고급 판금 갑옷을 입은 기사도 죽을 수 있었다. 안전벨트와 에어백도 모든 교통사고 사망을 막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불완전한 도피처를 끊임없이 보완하며 공포에 대응해왔다.

두 번째 이유는 정보의 문제다. 영화 <돈 룩 업>은 < 딥 임팩트>나 <아마겟돈> 같은 전형적인 재난 영화로 시작한다. 천문학자들이 지구로 돌진하는 혜성을 발견하고 정부에 알린다. <딥 임팩트> 시절에는 인류의 역량이 파국을 막기엔 역부족이었지만 이번에는 재난을 막을 시간도 있고 기술도 있다. 그런데 정치와 자본이 재난을 이용하려 들면서 꼬이더니 파국에 이른다. 과학자들이 발견한 옳은 정보만이 아니라 욕심이 섞인 잘못된 정보가 끼어들어 사람들로 하여금 바보짓을 하도록 이끌었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그렇다. 부적절한 정보로 인한 공포증, 인포포비아가 횡행한다. 특히 지금의 인포포비아는 이래도 두렵고, 저래도 두려운 이중구속(Double Bind)의 속성을 띠고 있어서 더욱 문제다. 백신을 생각해보자. 트럼프가 스스로 순간이동 속도(워프 스피드)라고 이름 붙이고 초고속으로 추진한 백신이 세상에 나왔을 때, 한국에서는 백신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난리가 났다. 백신이 충분히 들어오자 이제는 그걸 믿을 수 없다고 난리가 났다. 주로 정치적 이유 때문이다. 그 결과 어떤 사람들은 코로나19도 두렵고 그렇다고 백신을 맞기도 두려운 양방향 함정에 빠졌다. 백신 공포증은 부작용에 대한 합리적 염려를 넘어 백신에 숨은 나노머신이 우리를 세뇌시킬 거라는 망상으로까지 나아갔다. 그런 망상은 코로나19 보다 더 무서운 백신, 그리고 그 무서운 백신을 강요하는 정부와 배후의 소위 ‘딥스테이트’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로 확장되어갔다. 그들의 망상은 미국에서는 백신 거부에서부터 결국 국회의사당 폭력 점거로까지 이어졌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망상이 유튜브와 카카오톡을 통해 떠돌아다닌다.

언론이 이 공포를 더 키웠다. 코로나19 이전이던 2019년 한국의 심근경색 환자는 12만 명, 그중 9%가 한 달 이내에 죽음에 이르렀다. 따라서 같은 해에 전 국민이 코로나19 백신을 맞았다면 백신 접종 후 1년 이내에 심근경색으로 죽는 사람이 1만 명이 나오게 되어 있다. 대부분 급작스러운 죽음이겠지만 백신 탓은 아니다. 물론 유족이나 친지들 입장에선 백신이 원인으로 보일 것이다. 이런 경우 많은 언론이 유족의 입장을 대변한다. 백신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서일까? 이유는 두 가지다. 통계의 기초도 모를 만큼 멍청하거나, 아니면 자본의 논리를 위해 진실을 무시할 만큼 더럽거나. 혹은 둘 다이거나.

코로나19는 심각한 역병이지만 백신에 대한 거짓 정보들이 아니었다면 사람들은 힘들어도 오로지 코로나19 때문에, 그리고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의 여파로만 힘들었을 것이다. 백신에 대한 헛된 두려움으로 시달릴 필요는 없었을 것이고, 서로를 멍청이나 정신병자라고 비난하고 혐오할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있을까?

코로나19 종식보다 인간성을 바꾸기가 더 어렵다. 인류는 앞으로도 비슷한 실수를 계속할 것 같다. 단지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 조금 더 현명해질 수는 있다. 나는 여기서 가짜 정보와 진짜 정보를 판별하는 기준 하나로 ‘반증 가능성’을 제시하련다. 진짜 정보는 나중에 나오는 결과에 따라 진위를 판단할 수 있다. 반면에 가짜 정보는 늘 옳다. 어떤 결과가 나오더라도 틀렸다고 증명되지 않는 주장은 종교나 신념일 수는 있어도 당신이 의존할 만한 과학적인 정보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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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장근영(심리학자)

2022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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