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CAR MORE+

The World News

진 르네상스

런더너들이 다시금 진에 취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그 평범한 진은 아니다.

UpdatedOn December 21, 2018

3 / 10
/upload/arena/article/201812/thumb/40743-346125-sample.jpg

 

 

‘Mother’s Ruin’, 번역하자면 ‘모성의 파멸’이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나? 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알고 보면 진은 런던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1689년, 네덜란드의 지지를 받아 왕위에 오른 윌리엄 3세는 그 답례로 프랑스산 와인과 브랜디에 높은 세금을 부과하는 식으로 네덜란드 특산품인 진을 영국 내에 널리 보급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도수 덕에 영국 전체가 진에 중독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당시 풍경을 묘사한 화가 윌리엄 호가스의 ‘Gin Lane’을 보면 진을 사기 위해 아이를 방치한 어머니와 가족을 버리는 아버지의 모습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이런 사회 문제 때문에 각종 오명을 얻고 국민 술의 자리를 맥주에게 내어줬던 진이 다시금 뜨겁다. 과거로 회귀하고자 하는 힙스터들의 경향에 힘입어 멋들어진 올드 스쿨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지금 런더너들 사이에서 진의 수식어는 ‘Mother’s Ruin’이 아니라 ‘패셔너블’일 정도다. 여느 펍이나 바를 찾아도 맥주의 수만큼 다양한 진을 구비하고 있는 풍경을 목격할 수 있지만, 진짜 힙스터들의 진은 뻔한 헨드릭스나 봄베이 종류가 아니다. 바로 소규모 증류소에서 생산한 크래프트 진이다.

2013년만 해도 1백52개였던 런던의 증류소가 올해 3백15개로 늘어났는데 이런 자료보다도 실제 런던의 바를 돌아다녀보면 저절로 그 인기를 실감하게 된다. 사우스뱅크에서 만든 ‘사우스뱅크 런던 드라이 진’, 해크니 다운 지역의 ‘피프티 에이트’, 캠던의 ‘하프 히치 진’ 등 런던 곳곳에 지역 특색을 살린 크래프트 진들이 가득하고, 또 그 지역 바에서 진토닉을 주문하면 특별히 지목하지 않는 이상 자연스럽게 로컬 크래프트 진을 준다. 이런 크래프트 진 바뿐 아니라 증류소와 바를 돌아다니며 진 테이스팅을 테마로 하는 투어 프로그램도 넘쳐난다.

그중 하나인 ‘진 저니(www.ginjourney.com)’의 운영자이자 ‘진 보스’라는 별명으로도 유명한 바텐더 레온 댈러웨이는 이렇게 말했다. “예전처럼 진은 더 이상 값싸고 독한 술이 아니에요. 요즘 가장 인기 있는 진인 ‘십스미스’ ‘마틴 밀러’ 같은 프리미엄 크래프트 진과 함께 팝업 스토어나 푸드 페어링 이벤트가 런던 곳곳에서 열리는 것을 흔히 볼 수 있어요.” 런던의 진 사랑은 단순히 음미하는 것에서 멈추지 않는다. 세계 최초로 진을 테마로 오픈한 호텔 ‘디스틸러리(The Distillery)’에 있는 소규모 증류소 ‘진스티튜트(Ginstitute)’에서 나만의 진을 제작하는 일 또한 가능하다. 매력적인 진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면 무려 진을 1백여 가지 갖춘 바에서 칵테일을 즐겨도 좋다.  

 

3 / 10
/upload/arena/article/201812/thumb/40743-346124-sample.jpg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WORDS 권민지(프리랜스 에디터)
PHOTOGRAPHY 디스틸러리, 십스미스

2018년 12월호

MOST POPULAR

  • 1
    The World In A Book
  • 2
    역사 깊은 하우스 브랜드의 테크 아이템
  • 3
    傍點 방점
  • 4
    보테가 베네타, 문화 교류 프로그램 ‘더 스퀘어 상파울루’ 개최
  • 5
    Day After Day

RELATED STORIES

  • CAR

    큰 차 큰 기쁨

    큰 차의 기쁨은 직접 타보고 내려보고 몰아봐야 알 수 있다 . 길이 5m가 넘는 미국산 대형 SUV를 타고 서울 시내를 누비며 느낀 점들.

  • CAR

    기쁨의 세계로의 초대

    두카티 스크램블러 2세대 모델은 영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의 두 주인공들만큼이나 충만한 행복감을 선사한다. 모터사이클 매거진 <바이커즈랩> 김남구 기자가 풀어놓는 스페인 시승기로 확인해보자.

  • CAR

    전천후

    랜드로버 올 뉴 디펜더 130에 올라타 계곡물에 뛰어들고 진흙탕을 뒹굴었다. 디펜더는 ‘이게 되나?’ 싶을 때 ‘더 해도 돼’ 하는 차였다.

  • CAR

    영국과 자동차

    이제 영국 차는 사실 우리의 마음속에만 남아 있다. 미니, 롤스로이스, 재규어, 랜드로버, 벤틀리, 모두 다른 나라의 주인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그런데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영국 차라는 개념과 특징이 남아 있다. 무엇이 영국 차라는 이미지를 특별하게 만드는 걸까? 마침 비슷한 시기에 한국을 찾은 영국 차 관련 인사들을 만나 물어보았다. 이네모스 오토모티브의 아시아퍼시픽 총괄과, 롤스로이스 CEO 토르스텐 뮐러 오트보쉬에게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들.

  • CAR

    다섯 번째 바퀴

    차를 모는 여러 즐거움 중에는 손맛도 있다. 각 브랜드를 상징하는 네 대의 차를 모아 스티어링 휠을 들여다봤다.

MORE FROM ARENA

  • FASHION

    LIKE BIRDS

    새처럼 자유롭게, 스케이트 보드 위에서 포착한 젊음.

  • ISSUE

    한국 문화를 해외에 전파하는 평범하고도 특별한 틱톡 크리에이터들

    한국 문화를 전파하는 일등공신이 새로운 플랫폼 틱톡에 대거 등장했다. 각자의 개성으로 그들이 기획하고 편집하는, 지극히 평범하지만 특별한 그들은 한국 문화 교류의 장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다. 외국인들이 ‘어메이징 코리아!’라고 연신 댓글 달게 하는 그들의 매력을 들어보았다.

  • REPORTS

    DC가 마블을 못 이기는 이유

    DC 코믹스와 마블 코믹스는 슈퍼히어로계의 라이벌이다. 코믹스에서 치른 승부를 21세기에선 영화로 이어나간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에는 DC 코믹스가 열세다. 마블 코믹스의 공세가 매섭기도 했지만,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신구 대결이 꼭 인간 전유물은 아니다.

  • WATCH

    특별한 동맹 #미도 와 김수현

    미도와 배우 김수현이 각각 워치메이킹과 예술 분야에서 최고 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가치를 공유하며 결의를 다졌다. 오션 스타 GMT 스페셜 에디션 론칭 이벤트에 참여한 김수현과 미도의 완벽한 만남.

  • INTERVIEW

    일러스트레이터 맥스 달튼

    한 편의 영화를 어쩜 그리 잘 그릴까? 일러스트 대가 맥스 달튼에게 물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