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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는 다시 시작된다

마카오 하면 떠오르는 것들. 카지노, 호텔, 레스토랑. 또 뭐 있지? 이제는 하나 더 추가할 수 있다. 마카오 최대 쇼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 마카오처럼 온갖 화려한 것을 뒤섞어 눈을 홀린다.

UpdatedOn May 2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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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전용 극장. 커다란 수조가 가운데 있다.

  •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 전용 극장. 커다란 수조가 가운데 있다.
  • 극의 기본 줄거리는 ‘공주 구하기’다.
  • 물과 관련한 곡예로 다이빙을 빼놓을 수 없다.
  • 움직이는 천장 장치를 통해 공중도 무대로 활용한다.
  • 출연자는 다이빙부터 곡예, 군무까지 펼친다.

공항 문을 벗어나자 숨이 막혔다. 이 열기와 습도는 완벽한 습식 사우나였다. 옷 입고 사우나에 들어가본 적은 없다. 하지만 어떤 기분인지 이제 알 수 있다. 한국은 봄치고 서늘한 날씨가 이어졌다. 방금 비행기에서 내리지 않았더라도 다른 나라에 왔음을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이곳은 5월의 마카오. 옷 입고 사우나에 들어가는 비일상적인 경험으로 방문객을 맞이했다. 누가 마카오 아니랄까 봐. 비일상적 경험과 마카오는 통하는 구석이 있다. 완벽하게 계획된 화려하고 거대한 도시 아닌가. 쟁쟁한 호텔과 카지노, 유명 레스토랑과 명품 숍이 즐비한 곳인 만큼 비일상을 일상처럼 즐길 수 있다. 물론 옷 입고 습식 사우나에 들어서는 비일상은 즐기기 힘들겠지만. 마카오에는 쇼를 보기 위해 왔다. 열다섯 개 매체가 함께. 처음에는 의아했다. 쇼 하나를 보여주기 위해 이렇게 많이 부를 일인가. 모르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다. 조금만 정보를 찾아보니 알 수 있었다. 부를 만한 쇼였다. 시티 오브 드림스에서 공연하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재개장을 앞뒀기 때문이다. 라스베이거스의 대표 쇼로 <O>가 있다면, 마카오에는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있다.

몇 가지 정보를 읊자면 이렇다.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2010년에 개막했다. 지금까지 공연 횟수는 4000회. 투자금은 20억 위안(한화 약 4011억). 전 세계 30개국 이상에서 모인 300여 명의 스태프. 다이빙, 공중곡예, 체조, 춤, 기예, 레이저 쇼, 미디어아트 등 종합 엔터테인먼트를 구현했다. 시티 오브 드림스를 세운 멜코 리조트 & 엔터테인먼트가 야심 차게 준비한 엔터테인먼트의 극치랄까. 팬데믹 때 중단한 후 개막 15주년을 맞아 다시 막을 올리기로 했다. 공연 전에 블루카펫 행사도 열렸다(물이 테마라 레드가 아닌 블루). 재개장하는 쇼를 빛내기 위해 중화권 스타가 줄지어 참석했다. 서기, 장백지, 진혜림을 비롯해 비(정지훈)까지. 마카오에서, 시트 오브 드림스에서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가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는 장면이었다. 공연장 앞에 점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한껏 멋을 내고 온 사람들이 자기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연신 담아냈다. 손에 든 샴페인 잔이 조명에 반짝였다. 시작하기도 전에 충분히 화려했다. 그 반짝임을 품고 공연장으로 들어섰다. 공연장은 크고 독특했다. 270도 원형 좌석이 있고, 가운데 커다란 수조도 있었다. 제목처럼 물이 주가 되는 공연이니까. 공연장 넓이보다 천장이 무척 높은 점도 특이했다. 하지만 공연장만 봤을 땐 어떤 식으로 공연을 펼칠지 알 수 없었다. 그냥 가운데 수조의 물만 바라보며 기대할 뿐이었다. 이 넓은 공간과 물을 어떻게 활용할까. 무엇을 보여줄까. 얼마나 화려할까.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사이 공연이 시작됐다. 수조 위를 나룻배 하나가 가로질렀다. 규모가 엄청난 공연장의 시작으로는 꽤 서정적이었다.

공연은 한마디로 딱 정의하기 힘들었다. 거대한 구조물이 나타나 출연진이 수조 속으로 다이빙을 펼치고, 천장에 줄을 매단 채 여럿이 하늘을 날았다. 수조에 어느 순간 바닥이 차오르더니 분수를 쏘고, 공연장 전체를 레이져 쇼로 채웠다. 심지어 점프대를 설치하더니 모터사이클 점프 곡예도 선보였다. 어안이 벙벙했다. 막마다 장치를 이용한 곡예와 군무, 특수효과와 미디어아트를 펼쳤다. 하나의 막이 끝날 때마다 자연스레 다음 막이 궁금해졌다. 이번에는 얼마나 짜릿하게 공중제비를 돌까. 어떤 장치를 활용해 이 공간을 누빌까. 공연 줄거리는 수도 없이 봐온 내용이다. 한 남자가 공주를 구하고 사랑을 이룬다는 익숙한 이야기. 하지만 그 이야기를 풀어가면서 펼치는 퍼포먼스는 익숙할 리 없었다. 서커스 같긴 한데 서커스라고 뭉뚱그리기엔 놓치는 게 많았다. 무대장치, 시각효과, 공연 구성 면에서 곡예를 가미한 거대한 미디어아트 같았다. 공연을 보는 내내 변화무쌍한 무대장치에 가장 감탄했으니까. 공연이 끝나고도 한동안 멍했다. 왜 아니겠는가. 눈앞에서 수없이 공중제비를 돌고, 다이빙하며, 군무를 펼쳤으니까. 게다가 막마다 화려한 의상과 무대장치가 눈을 어지럽혔다. 눈앞에서 1시간 40분 남짓 무언가를 홀리듯 바라보면 한동안 멍할 수밖에 없다. <하우스 오브 댄싱 워터>는 그런 시간을 선사했다. 함께 본 후배가 소감을 물었다. “어땠어요?” 많은 생각 속에서 한 문장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마카오에 왔다면 한 번쯤 꼭 봐야 할 공연.’ 원고를 쓰는 지금도 이 생각은 변함없다.

분명한 랜드마크 | 마카오에 왔다면 구경이라도 하기 위해 시티 오브 드림스에 들른다. 들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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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은 쉬는 곳이다. 쉬기만 할까. 공간이 조성하는 정취를 즐기기도 한다. 인테리어 자체가 즐길 거리가 된다는 뜻이다. 이 점을 강조하면 호텔의 영역은 무한히 확장한다. 지역색을 드러내는 특색 있는 공간이 되거나 예술품을 전시한 미술관도 될 수 있다. 아예 건물 자체를 특별한 건축물로서 감상할 수도 있다. 마카오 코타이에 있는 시티 오브 드림스가 딱 그렇다. 멜코 리조트 & 엔터테인먼트가 심혈을 기울인 복합 리조트다. 호텔 두 곳, 카지노, 공연장, 각종 레스토랑, 상점가까지 한데 어우러진 거대 공간이다. 휘황찬란한 유명 호텔 사이에서 랜드마크로 손색없다.

시티 오브 드림스는 무엇보다 예술에 집중했다. 호텔 로비에 장식처럼 서 있는 설치미술 정도가 아니다. 리조트 내를 이동할 때 자연스레 예술품을 감상할 수 있다. 대놓고 전시하지 않고 자연스레 스며들게 했달까. 통로를 이동하다 벽 무늬가 독특해 다가가면 무라카미 다카시가 백금으로 고유한 꽃무늬를 새겨놓은 작품임을 발견하는 식이다. 어떤 구간에선 천장에 훌리오 레 파르크의 키네틱 아트가 빛을 발하고, 그 너머 벽면에는 디자이너 마티외 르아뇌르가 아홉 개의 바다를 거대한 도자기에 표현했다. 중국 개념 예술가 자오자오가 하늘을 담아낸 거대한 작품도 한쪽 벽면을 채웠다. 오며 가며 몇 번을 봤는지 모른다. 호텔에 묵으면서 자연스레 작품을 접하고, 여러 번 보니 감상의 폭이 넓어진다.

호텔 한 층을 아예 미술관처럼 활용하기도 했다. 시티 오브 드림스에 속한 모르페우스 호텔 23층에는 몇몇 작품이 건축물과 조화를 이루며 놓여 있다. 카우스의 ‘Good Intention’이 거대 석상처럼 서 있고, 미스터 두들의 ‘Doodle COD’가 기념비처럼 놓여 있다. 따로 공간을 마련한 이유가 있다.

모르페우스 호텔은 고 자하 하디드가 설계한 건물이다. 세계 최초, 자유 형태로 빚은 외골격 구조의 고층 건축물이다. 건물 가운데가 움푹 파였다. 옥 공예품에서 영감받은 형태라는데, 그 시도와 결과가 압도적이다. 23층은 움푹 파인 건물의 곡선이 도드라지는 층이다. 건물 자체의 독특한 형태가 작품과 어우러져 기묘한 공간감을 조성한다. 작품 하나가 아닌 공간 자체를 감상하게 한달까. 직접 그 공간에 있어야 느낄 수 있는 감흥이 진하다. 건물 자체를 감상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규모가 커서 랜드마크가 된 게 아니다. 마카오 코타이의 호텔들은 모두 규모가 굉장하다. 그 사이에서 유독 눈길을 끌어야 한다. 시티 오브 드림스는 그럴 수 있다. 건물 외관이든, 내부의 미술품이든 시종일관 감상이 이어진다. 그곳에 묵지 않아도 마카오에 왔다면 구경하기 위해 들러야 할 곳. 이런 설명이 붙으면 랜드마크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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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김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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