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밀턴 아메리칸 클래식 볼튼 데스 스트랜딩 2 리미티드 에디션
레퍼런스 H13605130
케이스 지름 36×48mm
러그 너비 21mm
두께 13.7mm
케이스 소재 티타늄
방수 50m브레이슬릿 티타늄
무브먼트 H-10
기능 시·분·초 표시
파워 리저브 80시간
구동 방식 오토매틱
가격 214만원
영화 <블루 하와이> <맨 인 블랙> <인터스텔라> <테넷> <듄: 파트 2>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해밀턴 시계가 등장한다. 그 방식도 특별했다. 해밀턴은 영화 속 세계관에 어울릴 수만 있다면 얼마든 새로운 시계를 만들어냈다. 1932년 영화 <상하이 익스프레스>를 시작으로 해밀턴은 지난 93년 동안 500편 넘는 영화와 TV 쇼에 시계를 선보여왔다.
1963년 일본 도쿄에서는 훗날 영화광이 될 한 소년이 태어났다. 오늘날 그는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 “내 몸의 70%는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구상에서 가장 주목받는 게임 제작자, 코지마 히데오다. 코지마 히데오는 누구인가? 박찬욱 감독은 그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여태껏 살면서 세 명의 천재를 만나봤습니다. 마틴 스코세이지, 쿠엔틴 타란티노, 그리고 코지마 히데오입니다.” 코지마 히데오는 일본 게임 역사상 최고의 수작으로 통하는 <메탈기어 시리즈>를 만든 인물이자, 현재 게임 개발사 ‘코지마 프로덕션’을 이끌고 있는 수장이다.
코지마 히데오가 가장 사랑하는 영화에도 해밀턴 시계가 나온다. 그가 여섯 살 되던 해 개봉한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해밀턴 X-01이다. 2024년 6월 공개되는 코지마 히데오의 신작에도 해밀턴 시계가 등장한다.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 속 아메리칸 클래식 볼튼이다. 이 게임은 한 편의 영화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포스트 아포칼립스 시대의 지구에서 생존 물품을 나르는 화물 배달원의 이야기를 그린다. 출연진 역시 화려한데 노먼 리더스, 레아 세두, 엘 패닝, 쿠츠나 시오리, 마동석이 캐릭터로 등장한다.
이번 신작에 등장할 시계의 공식 모델명은 ‘아메리칸 클래식 볼튼 데스 스트랜딩 2 리미티드 에디션’이다. 코지마 히데오는 이렇게 설명을 덧붙였다. “50년도 더 전인 1960년대 후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인 스탠리 큐브릭이 해밀턴에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등장하는 시계를 제작해달라고 의뢰했습니다.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와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는 모두 작품이 실제로 제작된 시기를 뛰어넘어 미래 세계가 배경입니다. 해밀턴은 현재의 연장이라고도 할 수 있는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한 제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작업에 완벽한 파트너였습니다.”
실물을 마주하자 가장 먼저 케이스가 눈에 들어왔다. 보통의 시계는 동그란 케이스 안에 무브먼트, 다이얼, 글라스를 샌드위치처럼 차곡차곡 쌓아 올려 완성한다. 하지만 신형 아메리칸 클래식은 케이스가 볼록하게 솟아 있다. 양옆에는 3개의 마름모꼴 창문을 냈는데, 그 모습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폭격기 콕핏을 떠올리게 한다. 마치 시계가 아닌 작은 장식장을 보는 듯하다. 케이스와 브레이슬릿은 모두 티타늄으로 제작했다. 그 위에는 블랙 PVD 코팅을 적용해 무광 효과와 내구성을 더했다.
가장 큰 재미는 시계 뒤편에 있다. 시계를 뒤집으면 사각 유리 안에 동그란 무브먼트를 끼워 넣은 듯한 형태의 케이스백이 나온다. 그 위에는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 트레일러에 등장한 것과 동일한 아트워크가 새겨졌다. 뒷면에 긴 숫자 ‘2000’은 전 세계 2000개 한정 수량으로 제작된 모델임을 뜻한다. 내부에는 해밀턴의 H-10 무브먼트가 탑재됐다. 해밀턴이 주력 모델에 장착하는 칼리버로, 오토매틱 방식으로 작동하며 최대 80시간의 파워 리저브를 제공한다. 브레이슬릿은 꽤 넓은 편이다. 보통 브레이슬릿에서 가장 좁은 버클 부분의 너비가 28.5mm다. 그 때문에 브레이슬릿을 손목에 채우면 시계라기보다 ‘디바이스’를 찬 듯한 인상을 풍긴다.
시계를 디자인할 때 <데스 스트랜딩 2: 온 더 비치> 아트 디렉팅을 맡은 신카와 요지도 참가했다. 당연한 일이다. 이 시계가 실제로 게임에도 등장하기 때문이다. 신카와 요지는 이 시계를 디자인하는 데 2년이 넘게 걸렸다고 고백하며 그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단순히 게임에만 등장하는 시계였다면 자유롭게 디자인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게임의 분위기를 전달하면서도 실제 시계의 기능을 갖춘 제품을 제작하기 위해 디자인에 많은 시간을 쏟아야 했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미래를 상상하며 완성한 이 시계를 실제로 차고 다닐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21세기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직장인이 차기에는 너무 크고, 디자인도 우리의 일상과는 거리가 멀다. 그럼에도 이 시계를 살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코지마 히데오에게 스탠리 큐브릭이 그랬듯, 누군가에게는 이 시계가 코지마 히데오를 기억하는 방식이자 기념비가 될 테니까. 혹시 아나? 훗날 누군가 이 시계를 보여주며 ‘50년 전 <데스 스트랜딩>이 나왔을 때 내 삶의 모든 게 바뀌었어요’라고 말할지. 좋은 이야기, 좋은 물건은 시간이 흘러도 그 가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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