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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펍

한여름 밤 슬리퍼 차림으로 찾는 호프집은 도시 생활의 로망이다. 오래되어 특별하고, 새로워 즐거운 서울의 멋진 펍 8.

UpdatedOn June 1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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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호프

주소 서울시 용산구 한강대로 124 영업시간 16:30~02:00 가격 아무거나 3만3000원, 생맥주 5000원


그린호프의 역사는 매장 벽에 붙은 카스 포스터에서 짐작할 수 있다. 맥주잔을 든 채 미소 짓고 있는 옥택연, 닉쿤, 윤은혜를 보고 있으면 서둘러 맥주를 시키고 싶어진다. “나중에 별 달고 인사하러 오는 손님들도 많아요.” 그린호프 사장님은 1993년부터 아모레퍼시픽 사옥과 국방부가 있는 신용산에서 영업 중이다. 단골손님도 대부분 인근 직장인과 군인이라고 한다.

그린호프는 ‘치킨 맛집’으로 소문났지만 이번엔 ‘아무거나’를 주문했다. 성의 없는 작명은 아닐까 생각하던 차, 테이블 위로 오병이어의 기적처럼 푸짐한 접시가 놓였다. 돈가스, 생선가스, 삶은 메추리알, 사과, 청포도, 오이, 당근, 파인애플, 수박까지. 손에 집히는 모든 재료를 모아 완성한 메뉴다. 그린호프 생맥주는 카스다. 21가지 품질 테스트를 통과해 ‘생맥주가 맛있는 집’으로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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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빠이치킨

주소 서울시 용산구 후암로 48 영업시간 16:00~24:00, 월요일 휴무 가격 반반치킨 1만8000원, 생맥주 5000원


뽀빠이치킨은 서울 202번 버스가 오가는 후암시장 정류장 바로 옆에 1999년부터 자리 잡아 지금까지 같은 위치에 있다. 사장은 둘, 정연화 사장님과 그의 어머님이다. 오후 4시 오픈과 동시에 포장 주문 전화를 받던 정연화 사장님은 자신이 제일 좋아하는 메뉴를 소개해주었다. “저는 프라이드, 해물떡볶이, 골뱅이무침 제일 좋아해요. 가장 많이 나가는 메뉴이기도 하고요.”

반반치킨과 생맥주를 시켰다. 뽀빠이 치킨은 테라를 쓴다. 마셔보니 동네 호프집 생맥주 특유의 씁쓸함이 없었다. 비결은 빠른 맥주통 회전율과 매일 하는 호스 청소라고 했다. 프라이드치킨도 기름 잡내가 없고 식감이 아주 바삭했다. 고추장 베이스의 양념치킨 소스는 케첩을 더해 새콤한 방점을 찍었다. 굳이 치킨 무를 찾지 않아도 끊임없이 해치울 수 있을 듯 깔끔한 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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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호프

주소 서울시 중구 퇴계로42길 5 영업시간 17:00~01:00(금·토 02:00까지)
가격 한 마리 통째 갑오징어구이 2만9900원, 레드락 생맥주 5000원, 영등포터 생맥주 6900원


동국대 02학번 졸업생이 학교 앞 단골집을 이어받아 운영하게 됐다는 충무로의 터줏대감 호프집이다. 벽에는 오래된 낙서가 학과별로 쓰여 있다. 메뉴판을 펼치면 선택의 기로에 놓인다. ‘카스’냐 ‘레드락’이냐. 여기선 국산 라거의 강자로 자리매김한 ‘레드락’ 생맥주를 맛볼 수 있다. 실제로 손님 중 구 할은 ‘레드락’을 찾는다고. 불그스름한 호박색 라거와 잘 어울리는 안주 메뉴도 풍부하다.

대표 메뉴 ‘한 마리 통째 갑오징어구이’는 이름도 실제도 풍성하다. 통통하게 살이 오른 700g짜리 갑오징어가 뽀얀 몸통부터 다리까지 먹기 좋게 썰어져 나온다. 청양고추가 듬뿍 들어간 마요네즈 특제 소스를 찍어 김에 싸 먹는 재미는 덤이다. 재료 특성상 손질이 매우 까다로워 2024년 6월부터 하루에 10마리만 팔 예정이라고. 또 다른 술 도둑, 장어구이와 깐풍 가라아게도 추천하고 싶은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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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망과토마토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명물길 27-21 2층 영업시간 18:00~02:00
가격 오늘의 시크릿 메뉴 시가, 던햄 세종 러스틱 클라우세니 3만4000원, 뽀햘라 플럼 발리와인 2만3000원


피망과토마토는 동명의 만화방으로 시작했다. 지금은 맥주, 음악, 마스코트 고양이 네 마리, 느슨한 사장님이 모여 완성형 펍으로 거듭났다. ‘자연스러운 마감 추구’가 모토인지 주문 방식도 자연스럽다. 자리 잡고 냉장고에서 원하는 맥주를 꺼내오면 사장님이 인원수에 맞게 잔을 내준다. 커피, 소주 음료 따윈 없다고 못 박아둔 공간답게 음료는 맥주뿐이다.

사장님은 마셔본 맥주와 아직 안 마셔본 맥주를 친절히 설명해주었다. ‘클라우세니’와 ‘발리와인’을 한 병씩 꺼냈다. 효모로 발효시킨 세종 계열 맥주와 포도가 자라지 않는 지방에서 와인 대신 마시는 보리 맥주다. 안주로 메뉴 맨 마지막 줄에 있는 ‘오늘의 시크릿 메뉴’를 시켰더니 서빙될 때까지 어떤 안주인지 말을 안 해주셨다. 잔잔한 진정성이 묻어나는 가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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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어리304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통일로11길 7 영업시간 화~금 17:00~23:00(토요일 14:00~22:00), 일·월 휴무
가격 고사리 오일 떡볶이 1만6000원, 고양이가 우주를 구한다 IPA 8000원, 슈퍼 콜드 라거 7500원


2015년부터 ‘메이드 인 서울’ 수제 맥주를 빚은 양조장 겸 탭하우스다. ‘304’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정수 설비에 쓰는 스테인리스 고유번호인 304, 첫 양조장 주소의 번지수. 최상의 재료와 깨끗한 물로 만든다는 슬로건을 함축한 숫자인 셈이다. 심오한 숫자와 달리 올해 초 브루어리304는 귀여운 고양이 라벨이 인쇄된 ‘고양이가 우주를 구한다 IPA’를 출시했다. 반응 역시 폭발적.

“지금까지 ‘슈퍼 콜드 라거’처럼 프리미엄 맥주 본연의 정제된 맛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좀 더 독특한 시도를 하고 있어요.” 변화의 시작인 ‘고양이 맥주’ 시리즈는 홉, 몰트, 도수의 차이를 둬 앞으로도 전개할 예정이다. 시그너처 메뉴 ‘고사리 오일 떡볶이’는 전통적으로 떡이 유명한 바로 옆 영천시장의 떡볶이를 재해석했다. 고사리의 깊은 맛과 알싸한 꽈리고추의 조화가 근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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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원

주소 서울시 종로구 동숭3길 16 지하 1층 영업시간 16:00~01:00
가격 미트 파이 1만4000원, 제철 수프 6000원, 올드 라스푸틴 생맥주 1만3000원, 사무엘스미스 초콜릿 스타우트 1만4000원


대학로의 좁은 골목길에 위치한 수도원은 전통 수도원 방식으로 만든 술을 소개하는 공간이다. 오무사, 독일주택 등 종로, 안국 일대에서 세련된 무드와 완성도 있는 공간을 선보인 현현컴퍼니 하덕현 대표의 세 번째 프로젝트다. 매장에 들어서자마자 파벽돌 마감 인테리어가 눈에 띈다. 돔 형태의 천장과 촛불로만 불을 밝힌 내부 덕에 중세로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하다.

수도원 맥주는 금식 기간 식사를 대신할 수 있는 액체 빵의 역할로 처음 탄생했다. 그러다 보니 라거보다는 풍미가 진한 에일과 벨기에 맥주 종류가 많다. 아울러 다양한 애비 에일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첫 방문이라면 코르센동크 아그너스, 트리펠 카르멜리엇, 베스트말레 듀벨, 트라피스트 로슈포르10 순서대로 마셔보기를 권한다. 사장님 추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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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운

주소 서울시 서대문구 연세로12길 27 영업시간 16:00~24:00(목~토 01:00까지, 일요일 23:00까지)
가격 버팔로윙 1만2900원, 바이엔슈테판 비투스 라지 1만5900원, 킹수 1만9900원


‘탭최몇?’ 총 28개다. 뉴타운은 2016년 12월 신촌에 문을 열었다. 두 대표는 캐나다 유학 시절 선후배 사이로 만나 이제는 한국 비어 소믈리에 챔피언과 국제 맥주 대회의 심사위원이 됐다. 그만큼 뉴타운은 맛있는 고품질 맥주를 본격적으로 소개한다. 전체 라인업 중 90퍼센트 이상이 수입 맥주. 미국, 캐나다, 아일랜드, 독일, 네덜란드, 벨기에 등 다국적 맥주의 매력을 눈과 입으로 느낄 수 있다.

밀맥주계 스테디셀러 ‘바이엔슈테판 비투스’와 ‘킹수’를 시켰다. ‘킹수’는 기획전으로 짧게 소개하는 팝업 맥주다. 곁들인 안주는 ‘정통 미국식 버팔로윙’. 타바스코 소스와 식초를 아끼지 않아 보통 사람에게는 호불호가 갈린다고 했지만, 동행한 사진가는 “‘극호!”를 외쳤다. 한국에서 찾기 쉽지 않으나 한 번 맛본 사람이라면 기억할 ‘미국 맛’이라서다. 사진가는 미국에서 살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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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브루잉컴퍼니

주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311 영업시간 13:00~24:00
가격 프로슈토 루꼴라 피자 2만6000원, 방울방울 9900원, 쓰리 레이어 레드 사워 9900원


공덕과 마포 사이에 자리한 미스터리브루잉컴퍼니는 까다로운 수제 맥주 애호가 사이에서도 인정받았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맥주를 내는데 맛의 완성도도 높다. 그중 과일로 만든 사워 에일을 추천할 만하다. 현장에 있던 매니저는 “과일은 제조 과정상 취급하기 어려운 재료 중 하나예요. 본연의 맛을 살리기는 더욱 힘들고요”라고 말했지만, 이들은 그 어려운 걸 제대로 해내고 있다.

‘쓰리 레이어 레드 사워’는 이름처럼 라즈베리, 구아바, 오렌지 제스트로 맛을 냈다. 투명한 색과 침샘을 자극하는 산미가 매력적. 더 진한 과일 맛을 원하면 한 달에 하루만 파는 ‘망고’ 혹은 ‘딸기’ 스무디 사워 에일도 좋다. 계절마다 바뀌는 제철 요리도 맥주 못지않게 화려하다. 올봄에는 냉이, 달래, 미나리, 주꾸미 요리가 나왔다. 여름 메뉴는 아직 공개되지 않아 틈틈이 그들의 인스타그램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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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주현욱, 서은해(프리랜스 에디터)
Photography 신동훈

2024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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