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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사진첩

포토그래퍼 아빠들의 사진첩에 가장 많은 사진은? 자식 사진이다. 그렇다면 사진 찍는 게 직업인 아빠들은 어떤 마음으로 아이들을 카메라에 담을까? 여섯 포토그래퍼와 함께 사진첩을 넘기며 듣고 온 가족 이야기.

UpdatedOn May 07, 2024

“하온이에게는 사진 찍을 일을 많이 만들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2020.4.28.~ | 하온 아빠, 김영준

스튜디오에 놀러 온 하온이가 처음으로 자기도 찍고 싶다고 해서 촬영한 사진. 하온이도 사진을 마음에 들어했다. 나는 예나 지금이나 일할 때가 제일 재미있다. 그래서인지 촬영장 밖에서 사진 찍는 데는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하온이가 태어난 후로는 수시로 카메라를 든다. 아빠가 되고 나서 깨달은 것이 있다. 대한민국에 이렇게 좋은 곳이 많구나! 아빠가 되기 전에는 휴가를 잘 쓰지도 않았고, 휴가가 생겨도 늘 해외로만 나가려 했다. 하지만 어린 하온이와 한국 곳곳을 누비며 추억을 쌓아가고 있다.

아빠로서 스스로에게 바라는 점은 하나. 하온이가 대학생이 됐을 때도 계속 일하는 사진가이길 바란다. 하온이에게는 사진 찍을 일을 많이 만들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더 좋은 곳, 재미있는 곳으로 데려가는 게 내 숙제다. 10년 뒤 하온이에게 하고 싶은 말은 딱 하나. 건강해라. 막상 아이를 키워보니 다른 욕심은 생기지 않는다. 영어 단어 몇 개 남들보다 빨리 외우는 것보다, 지금 콧물 안 흘리는 게 중요하다. 10년 뒤에 이 기사를 본다면 ‘우리 아빠 똑같네’ 느꼈으면 좋겠다. 한결같이 사랑해주는 아빠로 곁에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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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부모님이 그랬듯,
나 역시 지우에게 재미있는 일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서로가 생각하기만 해도 신나는 사이가 되길 바란다.”

2022.7.11.~ | 지우 아빠, 박정민

아빠가 아들에게 가장 쉽게 자주 해줄 수 있는 일 중 하나는 사진 찍어주는 것이다. 그런 생각으로 지우의 성장 과정을 정기적으로 카메라에 담고 있다. 흑백사진은 지우가 생후 50일 때 촬영했다. 우리 가족 셋이서 손 꼭 잡고 잘 살아보자는 의미로 촬영한 사진. 머리카락을 묶은 사진은 100일 무렵 찍었다. 지우는 신생아 때부터 표정이 다양하고 애교가 많은 아이였다. 나는 그런 지우 표정을 보는 게 가장 재미있다. 마지막 사진은 최근에 찍은 것. 한창 21개월을 향해 달려가는 지우는 요즘 ‘꽈강이’라고 부르는 공룡에 푹 빠져 있다. 슬슬 에너지가 감당이 안 되는 장난꾸러기가 되어가고 있다.

아빠가 되고 보니 ‘아빠가 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몰랐구나’ 하는 기분이 든다. 지우가 태어나기 전에 이미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였지만, 아빠가 된 후 보낸 2년 동안 인생을 더 많이 배웠다. 아빠가 되기 전에는 그저 내가 원하는 대로 나를 위해서만 살았다. 지금은 내가 내리는 모든 선택의 중심에 가족이 있다. 아, 또 하나 중요한 것. 부모님이 내게 주었던 사랑을 이제야 깨닫고 있다. 내게 부모님이 그랬듯, 나 역시 지우에게 재미있는 일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서로가 생각하기만 해도 신나는 사이가 되길 바란다. 10년 뒤에는 지우도 이 기사를 읽을 수 있겠지. 아주 짧은 편지를 남긴다. 지우야. 엄마 아빠에게 와줘서 고맙고, 매일매일 아빠랑 놀아줘서 고마워. 지우가 아빠한테 행복을 주는 것처럼, 그저 행복하고 신나게 커줘.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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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매일 나도 몰랐던 표정을 짓는다.
쳐다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말이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

2022.6.1.~ | 은호 아빠, 김혁

은호가 100일쯤 되었을 때 처음으로 이유식을 먹였다. 작은 변화였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그저 놀랍고 기념하고 싶은 날이었다. 욕조 사진에도 사연이 있다. 처음으로 아빠 혼자 아기를 보기로 한 날, 은호를 데리고 수족관에 갔다. 큰 고래 앞에 은호를 앉혀두고 사진을 찍으려다 앞으로 고꾸라져 코를 다쳤다. 계단에 서 있는 사진은 샤워를 시키려고 하는데 도망다니는 모습. 원래 나는 감정의 기복이 그다지 크지 않은 사람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후로는 매일 나도 몰랐던 표정을 짓는다. 쳐다만 봐도 웃음이 난다는 말이 이제는 무슨 뜻인지 알겠다.

아기가 생기면 당연히 좋겠거니 생각했지만, 막상 은호가 태어나니 상상도 못 할 만큼 좋다. 어른이 되고 일을 하다 보면 한 달에 웃을 일이 몇 번 없지 않나. 지금은 은호 덕분에 하루에 수십 번도 더 웃는다. ‘좋은 아빠는 어떤 아빠일까?’ 항상 하는 고민이다. 친구 같은 부모가 좋은 부모 아닐까 싶다가도, 곧 예절을 가르쳐야 될 때가 오면 한 번씩 으름장 놓는 아빠가 되어야 할 것도 같고. 다만 지금은 그저 즐겁게 놀아주는 아빠이고 싶다. 시간이 지나고 은호가 이 기사를 본다면 ‘우리 부모님이 나를 엄청 사랑했구나’ 느끼길 바란다. 사랑해 은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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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어른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2022.5.24.~ | 래이 아빠, 곽기곤

지난겨울, 한국에 오기 전까지 미국에서 틈틈이 찍어두었던 사진들. 래이는 미국에서 태어났다. 이 사진들을 볼 때면 래이와 핼러윈 앞두고 갔던 호박 농장, 이제 막 걸음마를 떼기 시작하던 때가 생각난다. 나는 래이가 태어나기 전에 강아지를 키웠다. 아이와 강아지를 기를 때 공통점이 있다. 다른 무엇보다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게 최고라는 것. 다른 점이 있다면 아이는 내 이름을 불러준다는 것. 래이가 태어나고 어른들이 말하던 ‘기저귀 값 번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게 됐다. 이렇게 많은 기저귀가 필요한지 몰랐다. 지금 래이는 엄마랑 아빠랑 노는 걸 좋아하고, 뛰고 자전거 타길 좋아하는 아이다.

아빠가 되면서 달라진 점은 많지 않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도 열심히 살았으니까. 다만 살아야 되는 이유가 명확해지는 느낌이다. 신기한 순간도 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떼고 말을 배우기 시작하는 아기에게서 내 모습이 보일 때다. 가르친 적도 없지만, 잠들었을 때 포즈가 나와 똑같은 걸 볼 때면 생전 처음 느끼는 감정이 새롭다. 좋은 아빠의 기준은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래이도 편견 없이 자유로운 사람이 되길 바란다. 다만 래이가 성인이 돼서 멋지게 독립할 때까지 누구보다 가까이서 지켜봐주는 아빠이고 싶다. 좋은 어른이 될 수 있게 도와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10년 뒤에 래이가 이 기사를 본다면 아무렇지도 않았으면 좋겠다. 만일 이 기사를 읽고 ‘우리 아빠한테 이런 모습이?’ 하게 된다면 잘못된 게 아닐까? 재미있고 다정한 모습이 익숙한 아빠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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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가는 게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
내 세상이 줄어드는 만큼 아이의 세상은 커져갈 테니까.”

2021.2.2.~ | 서진 아빠, 주용균

분만실 사진은 서진이가 탯줄을 자른 직후의 모습이다. 돌이켜보면 그 순간이 영화처럼 눈물이 나고 감격이 벅차오르진 않았다. 다만 서진이가 커서 우리를 처음 만난 순간을 추억하길 바랐다. 아이들은 엄마 아빠를 흉내 내길 좋아한다. 아빠가 늘 자기 사진을 찍다 보니, 한 날은 카메라를 뺏어다 그 모습을 흉내 냈다. 카메라가 뭔지, 사진을 찍는 게 뭔지도 모르던 서진이가 지금은 곧잘 사진을 찍는다. 바다 사진은 서진이가 생애 처음 봄 바다로 을왕리 해수욕장에 갔을 때 찍었다. 앞으로 살면서 많은 바다에 가겠지만, 처음 보았던 바다의 모습을 대신 기록해주고 싶었다.

아빠가 되면서 달라진 점? 나이가 들어가는 게 마냥 아쉽지만은 않다. 내 세상이 줄어드는 만큼 아이의 세상은 커져갈 테니까. 어떤 아빠가 좋은 아빠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다만 사랑받고 있음을 말하지 않아도 공기로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아빠가 되고 싶다. ‘나는 충만하게 사랑받고 자랐구나’ 하는 마음으로 살아가면 세상을 좀 더 아름답게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이다. 10년 뒤면 서진이는 사춘기를 보내고 있겠지. 이 기사를 보면서 ‘우와. 나 <아레나> 나왔었네? 친구들한테 자랑해야지’ 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때도 지금처럼 씩씩하고 건강한 서진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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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사진은 잘 찍는 것보다 많이 찍는 게 중요하다.”

2022.1.10.~ | 서호 아빠, 김보성

지금 보이는 사진은 미국에 있는 서호 고모집에 놀러 갔을 때 찍었다. 평소 서호는 목욕할 때마다 벽에 그림을 그린다. 미국에 갈 때도 그림 도구를 챙겼는데, 서울로 돌아오기 전 그림 지우느라 엄청 애먹었다. 미국에 간 건 서호에게 핼러윈을 경험시켜주고 싶어서였다. 사촌들과 열심히 사탕을 받고 돌아다니다 지쳤는지 털썩 누워버렸다. 한창 ‘아기상어’에 빠져 있을 때라, 원래 준비해둔 미키마우스 대신 상어 옷을 입었다. 캠핑 갔을 때 찍은 사진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서호는 아침에 일어나면 늘 엄마만 찾는다. 이날은 유난히 나를 따라다녔는데, 사진 찍어주는 아빠 그림자를 보고 “아빠!”라고 외치던 순간을 담았다. 늘 사진을 찍어주는 입장이다 보니 서호와 단둘이 찍은 사진이 별로 없다. 그림자일지언정 둘이 함께 나온 사진이라 소중하다.

잦은 출장과 밤늦은 촬영으로 아이를 못 볼 때가 많다. 한 날은 아이가 쑥 큰 듯한 기분이 들어 일에 회의감을 느꼈다. 그날 이후로 같이 있을 때마다 뭐든 사진으로 남기려 한다. 아이 사진은 잘 찍는 것보다 많이 찍는 게 중요하다. 서호가 태어나고 생긴 변화 중에는 내 아버지에 대한 마음도 커졌다는 거다. 언젠가 서호도 아빠가 된다면, 지금 내가 느끼는 것처럼 아빠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이런 추억도 있었네. 기억은 안 나도 정말 많은 경험을 했네. 우리 아빠랑 엄마가 정말 애썼네’ 생각하면서 웃어주면 좋겠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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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y 김영준, 박정민, 김혁, 곽기곤, 주용균, 김보성

2024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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