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FASHION MORE+

Thinner

얇아서 우아한 시계들.

UpdatedOn April 12, 2024

/upload/arena/article/202404/thumb/55890-534721-sample.jpg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울트라 씬 데이트

7.8mm


케이스 소재 스테인리스스틸
지름 39mm
기능 시, 분, 초, 날짜
방수 성능 50m
가격 1380만원


얇은 시계가 고급 시계라는 문법은 전통적인 기계식 시계의 발달과 상관이 있다. 모든 기계의 발전에는 연속하는 흐름이 있는데, 기계식 시계의 발전 방향은 정확도 향상과 크기 소형화였다. 더 작으면서도 정확한 기계식 시계는 서양 문명이 4세기 동안 이룩해온 기계적 성취다. 시계의 정확도와 크기 경쟁은 쿼츠와 디지털 시계가 보급되며 의미가 없어졌다. 그러나 F1 시대에도 육상경기가 계속되듯 고가 시계 브랜드는 얇은 시계라는 종목에서 발전적 경쟁을 멈추지 않는다.

예거 르쿨트르는 기계식 시계의 역사 중 무브먼트 분야에 노하우가 있다. 이 전통 역시 현행 예거 르쿨트르 마스터 울트라 씬으로 이어진다. 무브먼트인 칼리버 899는 시, 분, 초, 날짜 표시창을 설치하고 뒷면에 오토매틱 로터를 얹고도 두께가 3.3mm다. 케이스는 보통의 드레스 워치보다 방수 성능이 더 뛰어난데도 두께는 7.8mm다. 시계 측면만 늘씬하게 디자인해 한층 얇아 보인다. 이 모든 디테일이 조금씩 모여서 다이어트를 하듯 시계의 두께가 얇아진다.

/upload/arena/article/202404/thumb/55890-534722-sample.jpg

블랑팡 울트라플레이트

8.7mm


케이스 소재 스테인리스스틸
지름 40mm
기능 시, 분, 초, 날짜
방수 성능 30m
가격 1510만원


시계가 얇아야 좋은 이유는 한때의 역사적인 사연을 넘어선다. 얇은 시계는 실질적으로도 편리하다. 정장 셔츠를 입고 시계를 차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다. 시계가 손목에 밀착되어 셔츠 소매 끝단 사이로 자유롭게 오가야 편하게 시계를 볼 수 있다. 그래서 드레스 셔츠로 대변되는 서양식 남성 정장에 차는 시계를 ‘드레스 워치’라 부르고, 고급 드레스 워치의 조건에는 얇은 두께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시계들을 모두 분류상 드레스 워치라 부를 수 있는 이유다.

블랑팡의 얇은 시계인 울트라플레이트에는 검증된 무브먼트 1151이 들어간다. 특히 눈에 띄는 게 동력 잔량을 뜻하는 파워 리저브다. 파워 리저브가 지금처럼 중요하지 않은 시대에 나온 무브먼트인데도 이 시계의 파워 리저브는 100시간에 달한다. 무브먼트를 담은 케이스도 멋지다. 후면은 조금 얇아 보이게 디자인했고, 러그는 둥근 케이스와 달리 직각으로 마무리해 한층 장식성이 높다. 크게 주장하지는 않아도 들여다볼수록 여러 부분을 신경 쓴 시계다.

/upload/arena/article/202404/thumb/55890-534723-sample.jpg

바쉐론 콘스탄틴 트래디셔널 매뉴얼 와인딩

7.77mm


케이스 소재 핑크 골드
지름 38mm
기능 시, 분, 초
방수 성능 30m
가격 3520만원


얇은 시계를 잘 만들기 어려운 이유는 재주를 부리거나 숨을 부분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크기가 작은 디저트에 섬세한 손길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다. 시계는 작고 단순할수록 더 우아한 비례와 확실한 세공이, 탄탄한 구조와 고급 소재가 필요하다. 아울러 정통 드레스 워치는 비합리적일 만큼 사치스러운 물건이다. 고전적 드레스 워치 소재로 인정받는 건 골드나 플래티넘 같은 금 종류다. 이런 조건을 맞추려니 스위스 시계 중에서도 고가 브랜드가 얇은 시계를 만든다.

바쉐론 콘스탄틴처럼 값비싼 시계 제조사라면 얇은 정통파 드레스 워치를 생산할 수 있다. 사진 속 트래디셔널 스몰의 두께는 7.77mm. 앞서 본 예거 르쿨트르와 블랑팡보다 얇은데도 시각적으로는 두꺼워 보인다. 가장자리만 얇게 빼는 등의 디자인을 하지 않아서다. 전통 시계 명가 특유의 당당함이랄까. 전통적 드레스 워치의 문법과 다른 핑크 골드와 초록색 다이얼 역시 ‘우리는 뭘 해도 고전이다’라는 듯한 명가의 자존감이 느껴지는 포인트다.

/upload/arena/article/202404/thumb/55890-534724-sample.jpg

불가리 옥토 피니시모

5.5mm


케이스 소재 세라믹
지름 40mm
기능 시, 분, 초
방수 성능 30m
가격 2480만원


불가리 옥토 피니시모를 여러 번 2010년대 최고의 고급 시계라 표현했다. 그럴 만해서다. 시대적인 고급품의 요건은 용기와 독창성이다. 불가리는 고급 시계의 조건 중 하나인 얇은 두께에 집중했고, 그 결과 기존의 누구도 하지 않던 디자인과 개념의 옥토 피니시모를 선보였다. 요즘처럼 고가품이 보수화되는 시대에 불가리처럼 과감하면서도 논리적인 신규 라인업을 낸 곳은 거의 없다. 불가리 옥토 피니시모는 오히려 훗날 더 진지한 평가를 받을 필요가 있다.

옥토 피니시모 세라믹은 그중에서도 특징적이다. 고전적인 고급 시계의 특징인 드레스 워치를 오늘날 공학 기술로 얇게 구현하고 세라믹으로 케이스와 브레이슬릿까지 만들었다. 세라믹을 광택 처리해 멀리서 보면 뱀을 감은 듯 반짝이지만 이 시계의 진짜 매력은 착용감이다. 세라믹 특유의 적당히 서늘한 착용감 덕에 여름에 끈적거리지 않고 겨울에도 금속만큼 차갑지 않다. 생김새가 과감하면서도 밸런스가 좋아 어떤 차림이든 잘 어울린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CREDIT INFO

Editor 박찬용
Photography 박도현

2024년 04월호

MOST POPULAR

  • 1
    Summer Fruity WHISKY
  • 2
    페스티벌 분위기에 흠뻑 젖게 할 패션 아이템
  • 3
    40년의 진보
  • 4
    드라이브 마이 카
  • 5
    All of Us

RELATED STORIES

  • FASHION

    Summer, not Summer

    한여름 스윔 쇼츠와 때 이른 가을이 충돌하는 분방한 조화.

  • FASHION

    UNSTOPPABLE

    식을 새 없는 열기 가득한 도시가 지겨운 스케이트보드 위 소년들.

  • FASHION

    NOCTURNAL CREATURE

    여름의 맹렬한 열기가 잔뜩 내려앉은 밤에서야 비로소 시작된 하루.

  • FASHION

    40년의 진보

    위블로 스퀘어 뱅이 어떻게 오늘의 모습이 되었는지에 대하여.

  • FASHION

    맥퀸 2024 가을 겨울 캠페인

    알렉산더 맥퀸이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션 맥기르와 함께한 AW24 컬렉션을 공개했다.

MORE FROM ARENA

  • FASHION

    엠포리오 아르마니 워치 x 차학연

    대담함과 우아함으로 정의되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워치&주얼리와 만난 차학연의 인상적인 순간.

  • AGENDA

    관조의 힘

    영화 <집의 시간들>로 첫 장편 다큐멘터리를 선보인 라야의 세계는 가만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 LIFE

    영감을 찾아서: 디자이너 문승지

    영화 한 편, 소설 한 권은 벽돌 하나에 불과하다. 그것들이 쌓이며 성을 이룬다. 작가의 세계는 그렇다. 때로는 인상적인 작품이 성을 떠받치는 기둥이 되고, 벽돌의 배치에 따라 기발한 아이디어가 발견되기도 한다. 우리는 작가와 함께 그의 성을 투어하며, 작품의 토대가 된 벽돌들을 하나씩 뽑아 들었다. 지금 각 분야에서 가장 유별난, 돋보이는 작가들의 영감 지도다.

  • LIFE

    #filmisnotdead

    최첨단 기술이 찍어내는 화려하고 신속한, 불편할 정도로 즉흥적이고 날것의 사진들에 피로감을 느끼는 베를리너들은 지금 #filmisnotdead란 해시태그를 검색한다. 같은 마음, 같은 해시태그를 단 베를리너들이 인스타그램 ‘아날로그 피플’에 모이고 있다. 그 이유에 관해 ‘아날로그 피플’을 운영하는 포토그래퍼 크리스토프 마우베르케(Christophe Mauberque′)와 이야기를 나눴다.

  • INTERVIEW

    시대를 초월한 오디오

    뱅앤올룹슨의 CEO 크리스티안 티어는 베오사운드 씨어터가 시대를 초월한 아름다움을 선사하길 고대했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