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CAR MORE+

장르 포식자

세단의 편안함, 스포츠카의 광폭함, 짐 싣는 차의 널찍함. 각 장르별 특성을 모두 삼킨 고성능 SUV 3종.

UpdatedOn December 06, 2023

/upload/arena/article/202312/thumb/55020-527024-sample.jpg

포르쉐 | 카이엔 터보 GT

2002년에 있었던 일

카이엔 터보 GT 촬영날에는 KBO 한국시리즈 1차전이 있었다. LG 트윈스 대 KT 위즈. 나는 두 팀의 팬이 아니고 누가 이겨도 상관이 없지만 기왕이면 LG 트윈스가 이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LG 트윈스가 마지막으로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해는 2002년이었다. 그해 LG 트윈스는 이승엽, 마해영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에 패하며 우승 트로피를 놓쳤다. 한국시리즈만큼인지는 몰라도 같은 해 지구 반대편에서도 특기할 일이 있었다. 파리 모터쇼에서 포르쉐 최초의 SUV 카이엔이 공개됐다. 예나 지금이나 포르쉐는 스포츠카 브랜드다. 그런 포르쉐에서 SUV를 출시하는 걸 못마땅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실적은 정반대. 카이엔은 지난 21년간 총 1백만 대 이상 팔렸다. 작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포르쉐도 카이엔(9만5천6백4대)이었다. 911(4만4백10대), 파나메라(3만4천1백42대) 판매 대수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숫자다.

 

“코너링은 911에서 느낀 것처럼 예리했다.
포르쉐는 어떤 모델을 타든 코너를 돌 때 아스팔트를 쥐고서 달리는 느낌이다.
힘까지 넉넉하니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그대로 차가 움직인다.”

 

착각하게 하는 차

지금 포르쉐는 911로 시작해 911로 수렴한다. 그 이유로 우리는 어떤 포르쉐를 타든 911과 비교하게 된다는 것. 파나메라는 긴 911, 타이칸은 전기차 911로 통한다. 카이엔은 덩치 불린 911이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면 골프백 싣는 911이다. 현재 포르쉐 코리아 공식 웹사이트에 올라온 카이엔은 총 아홉 가지다. 그중 시승차로 받은 차는 최상위 모델인 카이엔 터보 GT. 이 차에는 4L V8 바이터보 엔진이 올라간다. 올림픽대로에서 운전한 ‘노멀 모드’ 카이엔 터보 GT는 673마력짜리 고성능 SUV라는 설명이 무색할 만큼 편했다. 코너링은 911에서 느낀 것처럼 예리했다. 포르쉐는 어떤 모델을 타든 코너를 돌 때 아스팔트를 쥐고서 달리는 느낌이다. 힘까지 넉넉하니 내가 머릿속으로 상상한 그대로 차가 움직인다. 2톤이 넘는 차를 끌고 능숙하게 코너를 빠져나가다 보면 착각에 빠진다. 내가 운전을 잘한다는 착각.

911은 가지 못하는 길

서울 시내에는 생각보다 카이엔이 많았다. 카이엔은 기본 모델 가격이 1억3천3백10만원부터 시작한다. 사람들은 가장 싸지도, 가장 빠르지도 않은 이 포르쉐를 왜 선택할까? 전화를 걸었다. “두 가지 이유라고 봅니다. 첫째는 포르쉐가 타고 싶은 사람. 두 번째는 SUV가 좋은데 SUV 단점은 싫은 사람.” 그래픽 디자인 회사에 재직 중인 40대 기혼 남성 이주승 씨의 말이다. 현재 그는 미니 컨트리맨과 911 카레라 S를 운용 중이다.

그는 이전에 마칸을 탔다. “911 차주 중에 카이엔을 세컨드카로 타는 분이 많아요. 저는 911이 드림카였고 지금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911 타면서 못 가는 곳이 더 많아졌어요. 저는 캠핑도 좋아하거든요. 캠핑장 가는 길이 아우토반 같지 않단 말이죠. 그럼 방법은 두 가지죠. 다른 차를 하나 더 사거나 카이엔을 사거나.” 이주승 씨의 말처럼 911은 감수하면서 타는 차다. 반면 카이엔 터보 GT는 태백 스피드웨이에서도 평창 육백마지기에서도 즐겁게 탈 수 있는 차다.

첫 출시 연도 2002년 최저 시작 가격 2억6천1백90만원 전장×전폭×전고(mm) 4,930×1,995×1,640 파워트레인 4L V8 가솔린 바이터보 최고출력(ps/rpm) 673 최대토크(kgf·m/rpm) 86.7 0-100km/h(초) 3.3 최고속도(km/h) 305 공차중량(kg) 2,305


/upload/arena/article/202312/thumb/55020-527026-sample.jpg

현대 | 아이오닉 5 N

타봐야 안다

“아이오닉 5 N이요? 좋겠죠. 힘 좋고 기름값 안 나가고. 근데 제가 사고 싶은 차는 아니에요.” 33세 미혼 남성 유경민 씨는 국내 항공사 승무원으로 6년째 근무 중이다. 그는 업무 시간에 비행기를 탔다가 지상에 내려오면 벨로스터 N을 탄다. 유경민 씨가 벨로스터 N을 구입한 때는 2021년. 그는 현대 N 브랜드에 대해 “대체할 수 없는 가격 대비 성능”이라고 말하면서도 아이오닉 5 N에는 유독 회의적이었다.

“저한테는 재미있는 차가 1번이에요. 힘 좋고 빠른 차라고 전부 재밌는 차는 아니죠. 아이오닉 5 N은 전기차잖아요. 타보지는 못했지만 글쎄요. 감성이 없겠죠.” 실제로 유경민 씨는 차의 모든 부분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벨로스터 N을 구입한 이유 중 하나는 수동변속기였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물건이다. 직접 운전대를 잡고 몰아봐야만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유경민 씨가 말한 ‘감성’은 무엇일까 생각하며 아이오닉 5 N에 올라탔다.

 

“아이오닉 5 N 주행 사운드는 ‘이그니션’ ‘에볼루션’ ‘슈퍼소닉’ 세 가지다.
각각 내연기관 N RPM, 미래 고성능 전기차,
초음속 제트전투기의 소리를 재현했다고 한다.”

 

위장크림을 바른 차

아이오닉 5 N에 타자마자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다. 이게 왜 여기? 아이오닉 5 N에는 패들시프트가 있다. 패들시프트는 스티어링 휠 뒤편에 달린 레버다. 오른쪽 레버를 당기면 기어가 올라가고 왼쪽을 당기면 내려간다. 이상한 일이다. 양산 전기차 변속기는 1단 혹은 2단이 전부다. 내연기관차는 엔진 회전수를 활용해 바퀴에 출력을 전달하지만, 전기차는 엔진 자체가 없어 다단화 변속기가 필요 없다. 패들시프트를 자세히 들여다보니 +, -가 반대로 적혀 있었다. 현대는 여기에 ‘N e-쉬프트’라는 이름을 붙였다. + 레버를 당기면 모터 저항이 올라가 내연기관차에서 엔진 브레이크가 걸리는 느낌을 낸다. 여기에 소리까지 더해진다. 아이오닉 5 N 주행 사운드는 ‘이그니션’ ‘에볼루션’ ‘슈퍼소닉’ 세 가지다. 각각 내연기관 N RPM, 미래 고성능 전기차, 초음속 제트전투기의 소리를 재현했다고 한다. 가속페달을 깊숙이 밟으면 올라가는 속도에 맞춰 주행 사운드도 격렬해진다.

우리는 자동차다

아이오닉 5 N은 버튼 하나로 완전히 다른 성격의 차가 된다. ‘N 토크 디스트리뷰션’ 설정에서는 모터 출력을 앞바퀴와 뒷바퀴에 각각 원하는 만큼 보낼 수 있다. 벨로스터 N과 아반떼 N에는 없는 기능이다. 신형 아반떼 N에 적용된 NGS 버튼은 NGB로 이름을 바꿨다. NGB 버튼은 스티어링 휠을 잡을 때 오른손 엄지가 닿는 자리에 있다. 해당 버튼을 누르면 10초 동안 최고출력이 41마력 올라간다.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에서 쓰던 ‘부스터’ 그 자체다. 손쉽게 드리프트를 할 수 있도록 앞뒤 바퀴의 구동력을 자동 분배하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 기능도 적용됐다. 아이오닉 5 N은 오락실의 레이싱 게임기를 현실로 옮겨온 차다. 8천만원짜리 장난감인 셈이다. 그런 면에서 아이오닉 5 N은 여전히 전자제품 같은 면이 있지만 시동이 켜져 있는 내내 이렇게 설득한다. 우리는 자동차다.

첫 출시 연도 2003년 최저 시작 가격 7천6백만원 전장×전폭×전고(mm) 4,715×1,940×1,585 파워트레인 84.0kWh 배터리 최고출력(ps/rpm) 650 최대토크(kgf·m/rpm) 75.5 0-100km/h(초) 3.4 최고속도(km/h) 260 공차중량(kg) 2,200


/upload/arena/article/202312/thumb/55020-527025-sample.jpg

BMW | X5 xDrive50e

최초의 SUV

차를 사는 일은 여름 휴양지를 고르는 것과 비슷하다. 현실 가능한 선에서 예산을 정하고 후보를 추린 뒤 우선순위를 따져 최종 선택지를 고른다. 자동차의 우선순위는 크게 다섯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가격, 디자인, 브랜드, 재미, 실용성. 교집합이 많으면 좋겠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물리적인 이유가 있다. 야구공과 볼링공이 다르듯, 자동차도 작고 가벼울수록 더 빨리 더 경쾌하게 달릴 수 있다. 차에서 재미를 찾을수록 실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 교집합을 비집고 나온 게 고성능 SUV다. BMW는 제1차 세계대전 때 항공기 엔진을 만들며 시작한 브랜드다. 이후 모터사이클과 자동차를 제조했고 ‘순수한 운전의 즐거움’을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그런 BMW가 첫 SUV를 만들기까지는 창립 이후 83년이 걸렸다. 그 주인공이 X5다. X5는 BMW가 누차 강조하는 스포츠 성능을 탑재한 SUV다. 실제로 X5는 한때 뉘르부르크링에서 가장 빠른 랩타임을 기록한 SUV였다.

 

“BMW는 성능도, 재미도, 승차감도, 실용성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두 대를 모아 한 대의 차에 집어넣었다.
차를 몰다 보니 ‘헐크’ 브루스 배너의 말이 생각났다.”

 

The Boss

시승차로 받은 X5 모델명은 X5 xDrive50e다. 이 차에는 3.0L 직렬 6기통 트윈터보 가솔린 엔진과 전기모터가 올라간다. 그래서 주행 모드도 세 가지다. ‘스포츠’ ‘하이브리드’ ‘일렉트릭’. 하이브리드는 스포츠와 일렉트릭의 교집합이다. 가솔린 엔진이 혼자 할 일을 전기모터가 분담해 힘을 보탠다. 이때 최고출력은 489마력에 달한다. 나는 주행 모드를 하이브리드에 놓고 올림픽대로에 들어섰다. 처음에는 차를 잘못 선정한 게 아닌가 싶었다. 고성능 SUV를 주제로 차를 모았는데, 그러기에는 이 차가 너무 조용하고 편했다. 신형 X5에 기본 탑재되는 에어 서스펜션은 요철을 꼼꼼히 걸러내며 안락함을 더했다. 주행 모드를 일렉트릭으로 바꾸면 차는 더 얌전해졌다. 가뜩이나 조용했던 엔진룸은 소리를 감추고 네 바퀴를 굴린다. 지금의 X5는 더 이상 ‘더 보스(The Boss)’라는 닉네임이 어울리는 차가 아니구나 생각하며 ‘스포츠’ 버튼을 눌렀다.

두 대 같은 한 대

스포츠 모드 X5는 그냥 다른 차였다. 소리부터 다르다. 하이브리드 모드에서는 거의 침묵했던 터보 엔진이 본격적으로 피스톤을 굴리며 배기음을 쏟아냈다. 색깔도 달라진다.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누르자 계기판과 조수석 LED 앰비언트 라이트 바의 파란색 조명이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동시에 운전석 시트 양쪽에서 옆구리를 단단하게 조여왔다. X5 xDrive50e 공차 중량은 2,555kg이다. 이번 기사에 모은 아이오닉 5 N보다 355kg, 카이엔 터보 GT보다 250kg 더 무겁다. 그럼에도 X5는 오르막길에서조차 예상보다 늘 한 박자 빨랐다. X5가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걸리는 시간은 4.8초. 올해 출시된 1,755kg짜리 신형 M2와 비교해도 고작 0.7초 뒤진다. BMW는 성능도, 승차감도, 실용성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두 대의 차를 모아 한 대에 집어넣었다. 차를 몰다 보니 ‘헐크’ 브루스 배너의 말이 생각났다. “그게 내 비밀이에요. 난 언제나 화나 있죠.”

첫 출시 연도 1999 최저 시작 가격 1억2천8백20만원 전장×전폭×전고(mm) 4,935×2,005×1,755 파워트레인 3.0 I6 가솔린 트윈터보 + 29.5kWh 배터리 최고출력(ps/rpm) 489 최대토크(kgf·m/rpm) 71.4 0-100km/h(초) 4.8 최고속도(km/h) 250 공차중량(kg) 2,555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Photography 신동훈

2023년 12월호

MOST POPULAR

  • 1
    나트랑에 가면
  • 2
    서울 근교 불한증막 4
  • 3
    알고 보면 형제 가게
  • 4
    세븐틴 민규, "힘든 시간이 끝나고 무대에 섰을 때의 희열은 몇 배로 더 커요."
  • 5
    헬스 코리아

RELATED STORIES

  • CAR

    오늘의 하이브리드

    내연기관차보다 심심하고 전기차보다는 유지비가 비싼 차. 혹은 내연기관차보다 경제적이고 전기차보다는 운용이 편한 차. 오늘날의 하이브리드는 어떤 모습일까? 네 대의 차로 하이브리드의 매력을 살폈다.

  • CAR

    혹한기 운전

    겨울에 자동차로 호연지기를 키우는 방법. 지붕 열고 달리기, 전기차로 강원도 가기. 어땠을까. 두 가지 중 뭐가 더 고됐을까.

  • CAR

    동경의 자동차

    마세라티가 도쿄의 한 사찰에서 신형 그란투리스모를 공개했다. 이름 그대로 더 멀리 더 편하게 달리기 위한 경주 차였다.

  • CAR

    혁신은 항상 어렵다

    볼보의 새로운 전기차 EX30 익스테리어 디자인 총괄 티 존 메이어에게 물었다. 볼보처럼 상냥하면서도 자신만만했던 그의 말.

  • CAR

    우리 모두의 페라리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스포츠카’ 페라리 푸로산게가 등장했다. 거짓말 같은 명제를 확인하기 위해 뉴질랜드 남섬을 달렸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푸로산게는 스포츠카가 맞다.

MORE FROM ARENA

  • CAR

    대형 SUV의 기준

    뉴욕 오토쇼에서 더 뉴 팰리세이드가 세계 최초로 공개됐다. 달라진 점이 많다.

  • VIDEO

    [A-tv] 스튜디오 톰보이 x 오혁

  • CAR

    변화의 시작

    마일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으로 돌아온 볼보 XC90 B6.

  • INTERVIEW

    서울 관찰자들

    서울에 살며 서울을 주제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네 팀의 작가를 만났다. 이들은 여전히 서울에 살고 있다.

  • FASHION

    여섯 가지 데님 팬츠

    오래도록 변치 않고 시대를 풍미한 여섯 가지 데님 팬츠.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