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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직장의 미국인 인류학자

마이클 프렌티스는 연구를 위해 한국 모 대기업에 실제로 취업했다.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집필한 <초기업> 한국어판이 나왔다. 마포구를 떠나 영국 셰필드에 있는 그와 이메일로 이야기를 나눴다.

UpdatedOn June 06,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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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업

마이클 프렌티스, 안타레스

왜 한국 기업을 연구하고 싶었습니까?
2008년 뉴욕의 마케팅 회사에서 일할 때 제일기획과 협업한 적이 있어요. 그때 한국 기업을 단순화할 수 없음을 깨달았어요. 그들의 복잡성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한국인이 기업이나 취미로 ‘구별 짓기’를 한다는 당신의 통찰이 흥미로웠습니다. 당신이 본 대로 한국 사람들은 직업, 회사, 골프 스코어, 주량 등으로 서로를 구별 짓고 판단합니다. 서양에서는 ‘구별 짓기’를 안 합니까?
공정함에 대한 특유의 개념 때문에 미국인은 누구도 구별 짓기에 대해 말하지 않아요. 하지만 자신이 속한 그룹이나 사회적 지위를 보여주는 간접적인 방식이 있고 그 방식은 소비문화와 연결됩니다. 미국인의 자동차 범퍼에는 아이들의 학교나 지난번 휴가를 알리는 스티커가 붙어 있어요. 그들의 사회적 지위나 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신호죠.

한국 사람들은 요약을 좋아합니다. 이 책으로 전하려는 이야기를 요약하면 무엇일까요?
서양 미디어를 통해 보면 한국도 나름의 계급사회 같지만, 한국 회사를 다녀보니 직장인은 계급을 뛰어넘는 방법을 고안하고 있어요. 동시에 ‘어떤 사회를 만들지’에 대한 긴장감도 있죠. 더 개인주의적일지, 단체생활이 강조될지. 한국 대기업이 불평등을 심화시킨다는 의견도 있지만 나는 기업이 한국의 후기 계급사회에서 밸런스를 잡아주는 실험실이 될 수 있다고 봐요. 대기업의 실험에서 실패만 부각하는 건 맞지 않아요.

저는 당신이 조심스럽게 한국 엘리트 직장인의 모순에 대해 말한다고도 느꼈습니다.
사람들은 갑을 싫어하는 동시에 갑이 되고 싶어 해요. 갑은 ‘양반’ 개념의 잔재일 수도 있고 프로이트식 잠재의식일 수도 있죠. 한국 기업에도 갑을 이슈 같은 긴장이 있다고 봅니다. 사람들은 나쁜 상사에 대한 불만이 많은 동시에 상사가 되고 싶어 해요. 나는 나중에 좋은 상사가 될까요?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입니다. 이 모순은 우리가 일의 구조를 새로 만들 때까지 계속될 거예요.

당신이 다녔던 실제의 한국 회사에 ‘상도’라는 가명을 붙인 이유는 무엇입니까?
‘한국 상사’처럼 뻔한 가명이 싫었어요. 한국에 뻔한 기업은 없거든요. 모든 기업에 각자 다른 특징이 있어요. 내가 한국의 모든 재벌에 대해 말할 순 없지만 나는 ‘상도’에서 일하며 이곳이 바르고 정직하다고 느꼈어요. 이들을 ‘상도’라 부르는 건 내 존경심을 보여주는 방식 중 하나예요. 물론 회사의 익명성을 지키는 게 우선이었어요. 서양인이 발음하기도 쉽고요.

어떤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합니까?
저는 한국의 기업문화 서사를 바꿔보고 싶었어요. 지금의 한국 기업은 개발 시대 사례도 아니고 거대 기업 독점도 아니에요. 사회과학자나 한국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한국인의 현실적인 사례에 더 집중했으면 해요. 기업 리더도 이 책을 읽었으면 해요. 한국 기업에 대한 연구가 영미권 기업 연구에 비해 적다는 사실도 깨달았으면 좋겠어요. 기업 리더들이 조직 연구를 지원해준다면 조직원의 삶에 도움이 될 거예요. 그건 한국 사회에도 중요할 거라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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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찬용
Photography 박도현

202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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