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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면을 벗은 남자들

‘범죄도시 빌런’이라는 가면을 벗자 그저 유쾌하고 온화한 이준혁, 아오키 무네타카가 있었다.

UpdatedOn May 25,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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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이 입은 더블 수트 셋업은 돌체앤가바나, 셔츠는 르수기아뜰리에, 링은 락킹에이지 제품. 아오키 무네타카가 입은 블랙 재킷과 팬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 제품.

이준혁이 입은 더블 수트 셋업은 돌체앤가바나, 셔츠는 르수기아뜰리에, 링은 락킹에이지 제품. 아오키 무네타카가 입은 블랙 재킷과 팬츠는 모두 보테가 베네타 제품.

<범죄도시2> 개봉을 앞둔 며칠 전, 배우 이준혁은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발신인은 마동석. “<범죄도시3> 할 건데 너 할래?”라는 말에 이준혁은 대본도 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로부터 1년 뒤, 20kg을 불린 이준혁은 독기로 가득 찬 마약상 ‘주성철’이 되어 돌아왔다.

주성철을 쫓는 사람은 마석도뿐만이 아니다. 야쿠자가 보낸 칼잡이 ‘리키’는 일본도를 어깨에 걸친 채 주성철을 찾아 활개친다. 리키를 연기한 이는 아오키 무네타카다. <범죄도시3>는 50편이 넘는 그의 필모그래피에 이름을 올린 첫 한국 영화다.

그가 <범죄도시3>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무엇일까? ‘공부하는 배우’로 유명한 그는 새로운 작품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할까? <범죄도시3> 공개를 앞두고 두 한일 악역 배우와 나눈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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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트 칼라 티셔츠는 에트로 제품.

 

“주성철은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가장 당당한 빌런일 겁니다.
이렇게까지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아요.”

 

엄청 벌크업하셨다고 들었는데 지금은 전혀 모르겠네. 오늘 저녁 식사는 어떻게 하셨어요?
제작사에서 먹지 말라고 해서 안 먹고 있습니다.(웃음) 촬영 때는 20kg 정도 찌웠는데 다시 15kg 정도 뺀 상태예요.

베테랑 배우도 화보 촬영으로 카메라 앞에 설 때는 어려움이 있군요.
연기할 때는 이준혁이 아니라 아니라 극중의 캐릭터잖아요. 반대로 화보 촬영 때는 ‘이건 난데? 이준혁인데? 어떡하지?’ 생각하니까 힘들더라고요. 최근에야 그 생각을 바꿨어요. ‘이렇게 좋은 옷 입고, 화장까지 한 저 사람은 내가 아니구나’ 생각하죠. 이준혁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편해요.

대식가라고 들었습니다만 벌크업도 다이어트만큼이나 고된 일이잖아요. 그 과정은 어땠나요?
3개월 동안 20kg 찌운 거예요. 워낙 살이 잘 찌는 체질이긴 한데 그래도 하루 6끼씩은 먹었죠. 처음에는 먹고 싶은 것 실컷 먹어서 좋았는데 배만 나오면 안 되잖아요. 운동도 열심히 했는데 간이 안 좋아진 것 같기도 해요. 그렇게 추천할 만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웃음) 배역 때문에 단기간에 살을 크게 빼고 찌운 적이 많은데 그때마다 호르몬 탓인지 성격도 조금씩 달라져요.

이번에는 어떻게 달라졌나요?
캐릭터에 몰입한 것도 있겠지만 분명 거칠어지는 면이 있죠. 낙천적인 성향으로 변하고요. 살을 뺐을 때는 늘 우울했어요. 정말 미친 듯이 우울해요. 배우가 되고 항상 다이어트를 해서 원래 제 성격이 우울한 줄 알았어요. 이번에 보니까 아니더라고요.

지금까지 대화를 나눴을 때는 확실히 낙천적인 성격인 것 같아요. 저는 처음 <범죄도시3> 캐스팅 소식을 듣고 그 과정이 궁금했어요.
<범죄도시2> 개봉하기 전이었어요. 어느 날 ‘내가 연기를 계속해도 되나’ 고민 때문에 울적해서 친한 동생이랑 기분 전환할 겸 강화도에 가기로 했어요. 한참 가고 있는데 전화가 한 통 와요. 우리 마석도, 길가메시 형님한테. “<범죄도시2>가 이렇게 이렇게 됐고 잘될 것 같아” 하길래 “그러시군요” 했죠. 그러더니 “<범죄도시3> 할 건데 너 할래?” 하시더라고요. 할리우드 토크쇼에서나 나올 법한 이야기잖아요. 바로 “네” 했죠. 그리고 오늘 여기 오게 된 거예요.

아무래도 <범죄도시2>를 볼 때 심정이 남달랐겠어요.
“어라? 왜 이렇게 재밌지?”(웃음) 후속작과 별개로 저는 <범죄도시2>를 정말 좋아해요. 보면서 ‘아주 방향성이 명확한 우리나라 최초의 히어로물이 아닐까’ 생각했던 게 기억나요. 제가 워낙 <원펀맨>을 좋아하기도 하고.(웃음) 전화 받을 때까지만 해도 큰 부담이라기보다 ‘이런 역할 안 해봤으니까 해볼 만하겠다’ 정도였어요. 동석 형님도 “살만 조금 찌우면 돼” 했고요.

감독님께서 특별히 주문한 것도 있었을 것 같아요.
감독님께서도 일단 ‘살을 찌워라.’ 캐스팅 전화 받고 첫 미팅까지 열흘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그동안 5kg 찌웠어요. 신나게 먹었죠. 크크크 치킨 알아요? 진짜 맛있어요.

벌크업 기간에 뭘 제일 많이 드셨어요?
닭 가슴살. 곤약볶음밥도 괜찮았어요. 지방도 필요하니까 쉐이크쉑 많이 먹었고. 배달이 빠르거든요. 제가 피자를 지나치게 좋아하는데 한 번 봉인 해제하면 되돌릴 수 없을 것 같아서 딱 한 번만 먹었어요. 잭슨 피자. 굉장히 맛있죠. 한 번은 트러플 감자칩 일곱 봉지 먹은 적도 있어요. 친구가 ‘너 이렇게 행복한 얼굴 처음 본다’ 하더라고요. 행복했어요.

앉은자리에서 그걸 다요?
원래 저는 그렇게 먹어요.

과자 일곱 봉지를 한 번에 먹으면 피부에 트러블 나지 않나요?
굉장히 많이 납니다. 그러니까 평소에 못하죠. 근데 <범죄도시>에서는 뭐, 피부 더 망가져도 괜찮죠. 아, 그리고 퀸아망 빵. 그거 되게 맛있던데.

먹는 얘기하니까 확실히 표정이 좋아지네요.
행복한 시절이었죠. 크크크 치킨 꼭 드셔보세요.

드웨인 존슨과 존 시나를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프로레슬링 팬인가요?
제 또래 남자들은 어렸을 때 대부분 프로레슬링 좋아했을 거예요. 두 사람 모두 아이콘이잖아요. 배우가 되고 프로레슬링을 유심히 본 적 있어요. 공연 예술이더라고요. 어쩜 저렇게 8만 명 앞에서 대사를 읊고 경기를 하지? 매 경기 지는 선수도 있잖아요. ‘어쩜 저렇게 열심히 지지?’ 싶더라고요. 자기가 질 걸 알면서도 상대방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잖아요. 배우로서 배울 점이다 생각했어요.

배우로서 가장 기분 좋은 칭찬은 무엇인가요?
연기 안팎으로 ‘재밌는 사람’이라는 말을 들을 때 좋죠. 재밌는 사람 되기가 정말 어려워요. 연기를 꽤 오래 했으니까 ‘다작한 배우’로 설명해주실 때 뿌듯하고요. 노동량으로 앞서는 느낌이니까. 개인적으로는 ‘잘 채워주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방금 레슬링 얘기도 했지만 유연하게 내 몫을 다 하면서 상대방을 빛낼 줄 아는 사람이 돼야죠.

이준혁이 꼽은 인생영화 5편

<가타카>, 앤드루 니콜, 1997
<콜드 워>, 파벨 포리코브스키, 2018
<팬텀 스레드>, 폴 토머스 앤더슨, 2017
<파이트 클럽>, 데이비드 핀처, 1997
<박쥐>, 박찬욱,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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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셔츠는 쥴리어스 by 지스트릿 494 옴므, 이너로 착용한 톱은 호이테, 팬츠는 1017 알릭스 9SM by 지스트릿 494 옴므, 브레이슬릿과 링은 모두 락킹에이지 제품.

 

“카리스마를 타고나는 배우들도 있지만 없다면 노력해야죠.
시대도 맞아야 해요.
그 시대에 맞기까지 잘 기다리는 인내심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막연히 <범죄도시3> 촬영장은 다른 현장보다 육체적으로 훨씬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는 어땠나요?
촬영 기간은 4~5개월 정도였어요. 드라마도 밤샘 촬영 자주 하니까 특별히 체력적으로 힘든 건 없었어요. 다른 점은 감독님이죠. 이상용 감독님은 에너지가 정말 거대해요. 현장에서 굉장히 뜨거운 무언가가 느껴지는데, 거기에 맞추려다 보니 힘들었는데 그만큼 즐거웠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만큼 때리고 맞는 연기를 할 일도 없을 텐데 그런 점에서 힘들진 않았나요?
보통 배우들이 액션팀이랑 합을 맞춰서 연기하잖아요. <범죄도시> 시리즈에서는 사람을 일방적으로 때리다 못해 패야 돼요. 스턴트 배우분들이 보호 장구를 착용하지만 그래도 아프거든요. 너무 죄송해서 힘들었어요. 마 선배는 워낙 액션을 잘하시니까 의지가 됐어요. 실제로 그 위압감을 느껴봐서 좋았고요. 그 커다란 주먹이 눈앞에서 왔다 갔다 하는데 어우, 짜릿하죠.

앞서 <범죄도시> 시리즈 악역을 맡은 두 배우가 워낙 호평을 받았잖아요. 다음 배우들은 엄청 부담되겠다 싶었습니다. 가장 큰 숙제는 무엇이었나요?
역할을 잘 소화해야겠다는 마음이 일단 있었죠. 그와 별개로 배우 이준혁의 필모그래피가 있는데 그 안에서 얼마나 변화를 주고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관객분들이 보시기에 이준혁이라는 배우가 신선하게 느껴질 수 있을까? 그게 제일 큰 숙제였죠.

캐스팅 이유에 대해서 혹시 들은 적 있나요?
<야구소녀> 촬영 때 증량한 적이 있는데 ‘쟤 좀 잘 불겠다?’ 하셨던 게 아닐까요. 기분 좋았던 건 마 선배가 ‘예전부터 지켜보면서 꼭 한번 같이하고 싶었다’ 했던 것. 감사했어요.

‘주성철’만의 무기 혹은 매력이 있을까요?
주성철은 <범죄도시> 시리즈에서 가장 당당한 빌런일 겁니다. 이렇게까지 자기 자신을 믿는 사람이 있을까? 정말 자신감이 넘치거든요. 단 한 번도 실패해본 적이 없는 사람 같아요. 돌이켜보면 앞의 빌런들은 궁지에 몰리고 그 안에서 발악하는데, 주성철은 그런 상황에서조차 승승장구하지 않았나 싶어요.

빌런이지만 연민을 느낄 수 있고 그냥 무섭기만 할 수도 있잖아요. 관객이 주성철을 보고 어떤 생각이 든다면 성공일까요?
정말 저런 사람은 안 만나고 싶다. 근데 왠지 주위에 있을 것 같다.(웃음)

여태껏 연기한 캐릭터가 많은데 그중 인간 이준혁과 가장 닮은 캐릭터가 있을까요?
이게 항상 고민이에요. 닮은 캐릭터가 없어요. 다들 너무 잘났어요. <60일, 지정생존자>의 오영석은 해군사관학교 출신 국회의원이었고, <비밀의 숲>의 서동재는 서울대 법대는 못 갔지만 나보다 공부 훨씬 잘했잖아요. 너무 뛰어난 사람들이라 역할을 만날 때마다 굉장히 콤플렉스에 시달리기도 해요. <범죄도시3> 주성철도 그래요. 그 어마어마한 자기 신념과 에너지가 제게는 없거든요.

악역 연기를 몇 달 동안 하다 보면 도의적으로 묘한 기분이 들 때도 있을 것 같아요.
역할도 역할이지만 신체적인 변화가 심해요. <모두의 거짓말>을 찍을 때 극단적으로 살을 뺐거든요. 자기 손을 자르고 심장까지 꺼내는 캐릭터인데 그 기간에는 촬영장 밖에서도 우울한 사람으로 살았어요. 반대로 주성철은 운동도 많이 하고 잘 먹으니까 자연인 이준혁도 활기가 넘쳤죠.

<범죄도시3>는 보셨습니까?
아직 못 봤어요. 시사회 전날이나 당일에 볼 것 같아요. 저는 제 작품 잘 못 봅니다. 영화 <머니볼> 보셨어요? 영화 주인공인 야구팀 구단장이 경기를 경기장에서 못 보잖아요. 저도 그래요. 그냥 제 모습을 잘 못 봐요.

평소 쉴 때는 뭘 하세요?
집에만 있는데 바빠요. 영화 보랴 게임 보랴 만화 보랴. 전 뭐든 엄청나게 흡수하는 소비자예요. 최근 몇 년간 정말 바쁘다고 느꼈을 때가 코로나 걸렸을 때예요. 세상에 이렇게 할 게 많다니 싶더라고요.

<비밀의 숲>의 스핀오프, <좋거나 나쁜 동재>도 올해 공개될 예정입니다. 사실 국내 드라마 속 캐릭터의 스핀오프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는데 그만큼 소회도 남달랐을 것 같아요.
‘이 정도까지 사람들이 동재를 좋아하나?’ 싶었어요. 제작진 측에 만드는 이유를 여쭤봤더니 잘될 것 같대요. 저는 얘 정말 안 보고 싶었거든요. <비밀의 숲 2>도 힘들었어요. 대사 암기량이 너무 많거든요. 그런 점에서 굉장히 과한 업무를 해야 하는 캐릭터죠. <비밀의 숲 2>가 끝나고 다신 안 볼 줄 알았는데 ‘얘가 뭔가 아직 남았나 보다’ ‘욕망이 많은 친구라서 자꾸 이러는구나’ 생각해요. 동재가 늘 뜨뜻미지근하게 끝나서 그런가 봐요. 마지막으로 최선을 다해줄 테니 ‘이제는 제발 알아서 잘 살아라’ 하고 보내줘야죠.(웃음)

좋은 배우니까 서동재도 계속 쫓아다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준혁이 생각하는 ‘좋은 배우’는 어떤 배우인가요?
현장에서 잘하는 배우 아닐까요? 좋은 분위기를 이끌어나가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기술적으로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는 배우. 그다음으로는 자기만의 카리스마가 있는 배우. 카리스마를 타고나는 배우들도 있지만 없다면 노력해야죠. 시대도 맞아야 해요. 그 시대에 맞기까지 잘 기다리는 인내심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INTERVIEW 주현욱

이준혁이 꼽은 인생 만화 5편

<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
<드래곤볼>, 토리야마 아키라
<해피>, 우라사와 나오키
<베르세르크>, 미우라 켄타로
<달숙이>, 이재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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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칭 셋업 수트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톱은 르메르, 링은 오드콜렛, 네크리스는 본인 소장품.

 

“액션 역시 연기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또 액션은 그만의 재미도 있고,
심오함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 배우들이 다른 나라의 출연 제안을 받는 경우가 흔한 일입니까?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이번에는 어떤 분의 추천을 통해 저에게 제의가 왔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먼저 비디오로 오디션을 봤어요. 야쿠자 역할이라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미리 야쿠자스러운 의상을 준비해서 줌 미팅할 때 보여드리려 했어요. 사전에 받은 시나리오를 읽고 감독님과 “일본 야쿠자라면 좀 더 이렇게 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 등 말씀을 드리기도 했습니다. 캐스팅이 확정된 상태가 아니었는데도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를 한 셈이에요. 그 결과가 지금의 출연으로 이어졌습니다.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많이 고민했나요? 한국에 대한 경험도 있나요?
고민하지 않았어요. 한국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 마동석 배우도 전부터 알고 있었고요. 꼭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10년 전부터 시작해 부산국제영화제에 네 번 정도 참석했습니다. 2012년에는 차승원 배우와 연극 무대를 한 적도 있고요. 개인적으로 한국을 좋아합니다. 가깝게 느끼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영화 촬영 환경에서 차이를 느끼기도 했습니까?
현장에서 바로 편집된 걸 볼 수 있는 게 가장 큰 차이점이라 생각합니다. 현장 편집이 가능한 시스템이어서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이 같은 비주얼을 공유할 수 있어요. ‘어떤 식으로 이 촬영이 진행될 것인가’에 대해 똑같은 그림을 그릴 수 있죠. 그건 큰 의미가 있어요. 구체적인 방안이 나올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동기부여가 되기도 합니다. 액션 장면은 하루 종일 촬영한 후 나중에 현장에서 편집된 걸 보면 순수한 감동이 밀려와요. 보람도 느껴지고요. 훨씬 좋았습니다.

일본에서는 편집본을 나중에 본다는 말씀입니까?
1차 편집본이 나왔을 때 같이 보곤 합니다. 시사회 때 보는 게 처음일 때도 많고요. 현장에서 편집본을 볼 수 있는 환경 자체도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배우들이 그것을 볼 수 있는 환경도 많지 않았습니다. 방금 전에 찍은 걸 확인하는 경우는 많지만 연결된 그림을 보기는 힘들죠.

액션 연기 경험도 많습니까?
액션 연기는 인생 속에서 한정적인 시간에만 가능합니다. 체력적인 문제가 있으니까요. 그런 부분에서 액션 역시 연기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또 액션은 그만의 재미도 있고, 심오함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필모그래피를 보면 착한 사람을 많이 연기한 것 같습니다. 2022년작 <사신의 천칭 공안 분석반>에서는 경찰 역을 하기도 했어요. 경찰 역할과 악당 역할 중 무엇이 더 잘 맞습니까?
악역도 꽤 했고 야쿠자 역할도 자주 했습니다. 경찰과 악당은 다 매력적인 배역이라고 생각합니다. 선악을 떠나 ‘순도 높은 인간을 표현한다’는 식으로 생각합니다. <범죄도시3>의 리키 역할도 ‘나는 나쁜 사람이야’라거나 ‘나는 나쁜 짓을 하고 있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오히려 ‘나는 내 자신의 신념에 따를 뿐이야’ 같은 논리로 움직이는 캐릭터라고 생각합니다. 선악의 이분법으로 캐릭터를 구별하지는 않아요. 인간에 대해 깊이 파고드는 게 배우라는 직업의 재미이기도 하고요. <범죄도시3>에서는 매력적인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빌런이 매력적이어야 한다”고 감독님과도 이야기를 많이 나눴습니다. 관객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하고요.

관객 입장에서 봤을 때 <범죄도시3>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무엇일까요?
큰 엔터테인먼트의 종합체라고 봅니다. 아픔이나 분노가 있는 반면 유머도 있어요. 그러니 고통스럽고 괴롭기도 한 반면 웃기기도 하고 통쾌하기도 한, 여러 감정이 들게 하는 영화입니다.

준비를 많이 하신 것 같습니다. <료마전>에서는 실제로 고문을 해보기도 하고, <바람의 검심>을 촬영할 때는 맞아서 이가 부러졌다면서요. <범죄도시3>는 어떻게 준비했습니까?
출연이 결정되고 나서 바로 <바람의 검심> 액션팀에게 연락했어요. “이번에 힘든 촬영이 있을 것 같으니까 일단 체력 단련부터 도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일본 액션팀도 “한국 영화에 액션으로 출연하다니 너무 대단하다”고 해주었고요. 이외에도 이번 촬영은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인이 생각하는 일본도 액션과 <범죄도시> 촬영팀이 생각하는 일본도 액션의 개념에 차이가 있었거든요. 그런 게 많이 공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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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종은 버드노트, 웨스턴 셔츠는 르수기아뜰리에, 네크리스는 오드콜렛, 페도라는 블레숑, 링은 본인 소장품.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작품을 봤지만,
‘이건 역시 큰 화면으로 작품을 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흥미롭습니다. 일본도를 보는 한일 양국의 관점이 어떻게 다릅니까?
<범죄도시> 감독님은 베어내는 액션에 리얼리티를 첨가하고 싶어 했습니다. ‘실제로 제대로 상대를 베어낸다’ ‘상대를 죽인다’처럼 특정 행위의 리얼리티를 추구하셨어요. 한국의 파주 액션 스쿨에서 연기를 준비했는데, 처음에는 제가 평소에 해오던 것과 달라 조금 당황했지만 ‘이런 것도 있구나’라고 생각하며 새롭게 공부하고 즐기면서 임했습니다. 일본인이 생각하는 일본도는 조금 더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면이 있어요. 정신을 강조하기도 하고, 가능하면 깔끔하게, 장식적인 걸 배제한 액션을 합니다. 정해진 포즈가 있고, 그에 맞춰 움직이는 순서도 있고요. 그런 면을 일본에서는 강조합니다.

<범죄도시3>는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의 커리어에서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이렇게 큰 규모의 외국 작품에 출연한 건 처음입니다. 지금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전 세계가 주목하고, 개인적으로 한국 엔터테인먼트를 굉장히 좋아하기도 하고요. 이런 시기에 큰 시리즈에 출연한 건 굉장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기회가 또 있었으면 하고요. 이런 식으로 또 다른 외국 스태프들과 함께 작업한다든가 뭔가를 만들어내는 건 저에게도 자극이 되는 일입니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도전하고 싶습니다. 마동석 선배님도 “힘든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해라”라고 해주셔서, 즐겁게 최선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를 보고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 배우가 궁금해진 사람에게 추천하고 싶은 본인의 작품은 무엇이 있습니까?
현재 상황에서는 <범죄도시> 시리즈가 제 최고의 커리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으로 계속 이 커리어를 갱신하기 위해서 노력하겠지만요. 지금으로선 <범죄도시3>가 제 커리어의 최상단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굳이 다른 작품을 말해야 한다면, 이 다음에 찍을 작품입니다.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으로 인기라고 말씀하셨는데 저희는 한국에만 있으니까 잘 체감을 못하기도 합니다. 일본 영화인이 느끼는 한국 콘텐츠는 어떻습니까?
저는 약 20년 전에 비디오 렌털 숍에서 일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쉬리> 등을 보며 한국 영화를 가깝게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김기덕처럼 예술적인 스타일의 영화도, 봉준호처럼 세계적인 자본을 갖고 활약하는 감독의 영화도 좋아합니다. 영화뿐 아니라 드라마도 OTT 플랫폼 등을 통해 많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 모두를 포함해 한국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는 굉장히 높습니다. 한국형 로맨틱 코미디뿐 아니라 액션, 서스펜스 등 여러 가지 장르가 폭넓게 관심을 끕니다.

이번 영화 촬영을 진행하면서 새로 익힌 한국어 단어도 있나요?
“수고하셨습니다” “잘 부탁합니다” “안녕하세요” “소고기 주세요” “바나나 우유 주세요” 같은 말이었습니다. 초반에 촬영 끝났을 때 “수고하셨습니다”라고 해야 하는데 “잘 먹었습니다”라고 헷갈린 적이 있습니다.(웃음)

프로필에 일본 술 전문가인 니혼슈 소믈리에 자격증이 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한국에도 요즘 특색 있는 전통주가 많아요. 한국에서 촬영하시는 동안 한국 술도 드셔보셨나요?
준비 많이 하셨네요. 그러나 촬영 중에는 술을 많이 마시지 않았습니다. 액션 연기가 메인이다 보니 액션 전후엔 관리하느라 가급적이면 안 마시려고 했습니다. 액션이 없어도 컨디션을 최상으로 유지하기 위해 소고기 같은 걸 먹으며 체력을 보충했습니다. 술을 거의 안 마셨어요. 소믈리에 자격증은 해외에 나갔을 때 술 이야기를 하면 화제도 되고 대화하기 좋아서, 가벼운 마음으로 땄습니다.

<범죄도시3>을 통해 한국 관객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고 싶습니까?
일단은 자유롭게 편하게 봐주셨으면 좋겠고요. 관객에게 ‘아 진짜 무서웠다. 해치워줘서 고맙다’라는 감상을 들으면 기쁠 것 같습니다. 리키는 수수께끼가 많은 캐릭터라 아직 정체를 다 말씀드리기는 힘들지만, 그런 느낌이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넷플릭스나 모바일 디바이스 등등으로 영화나 드라마를 어디서나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반면 극장이나 연극 무대 등 배우에게 완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은 축소되고 있어요. ‘나를 어디서나 볼 수 있지만 나에게 집중하는 사람들은 줄어들 수도 있다’는 역설을 배우로서 받아들이고 있나요? 그런 세상에서 어떤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나요?
기술과 시대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영화에서 TV, TV에서 인터넷이라고 하는 인간 생활의 변화를 막을 수도 없습니다. 그러나 <범죄도시> 같은 경우 영화라고 하는 포맷으로 생각해 기획했습니다. 큰 스크린에서 봐주실 거라는 전제하에 제작하고 있고요. ‘관객은 큰 화면에서 봐주실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춰서 저희도 묵묵히 연기에 임하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으로 작품을 봤지만, ‘이건 역시 큰 화면으로 작품을 보고 싶다’ 이런 마음이 들게 하는 연기를 하고 싶습니다. 그런 작품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INTERVIEW 박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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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박찬용, 주현욱
Photography 김영민
Stylist 황선영
Hair 남지수, 최가희
Make-up 최윤미

2023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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