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섬으로 가자

위스키의 성지, 아일라섬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숙성된 아일라 위스키. 사랑처럼 씁쓸하지만 달콤하기도 한 맛이다.

UpdatedOn November 09, 2022

/upload/arena/article/202211/thumb/52363-501825-sample.jpg

01 라가불린 8년

18세기부터 아일라섬을 굳게 지켜온 라가불린 증류소의 위스키는 아일라 위스키의 대명사라고 할 만큼 강력한 피트를 자랑한다. 채찍 후에 당근 주듯 시작은 터프한 피트 풍미가 코와 혀를 강타하지만 마지막은 꽃과 과일 향으로 부드럽게 어루만져준다. 아일라섬을 둘러싼 바닷바람의 짭조름함도 혀를 스친다. 씁쓸하다가도 로맨틱하게, 미묘한 감정이 오가는 사랑을 닮은 아일라 위스키다.

  • 02 보모어 12년

    보모어 증류소는 1779년 아일라섬의 호수 기슭에 세워졌다. 보모어는 ‘큰 암초’를 뜻하는데, 살짝만 스쳐도 붉은 자국을 남기는 암초처럼 보모어 위스키는 한 번 홀짝여도 풍미가 마음속에 깊이 박힌다. 스모크 향에 시큼한 레몬과 달달한 꿀이 조화롭고, 다크 초콜릿의 쓴맛에 쿰쿰한 피트 향이 얹혔다. 다채로운 맛이 오묘하게 뒤섞여 복잡 미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 03 라프로익 10년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라프로익 10년을 마시면 아일라 위스키에 대한 해답은 둘로 나뉜다. 호불호가 강한 만큼 개성 뚜렷한 맛을 자랑한다. 한 모금 삼킨 뒤 콧바람을 부드럽게 흥 불면 강한 페놀과 피트의 탄내와 화학적인 향에 머리가 띵 울릴 것이다. 라프로익 10년의 원펀치에 KO당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영원히 홀릴 수밖에 없다. 아일라 위스키의 첫 경험은 라프로익 10년과 하자. 정확한 취향을 발견할 수 있을 테니.

  • 04 부나하벤 스튜라더

    1881년 지어진 부나하벤 증류소는 증류 시 마르가데일 샘물을 사용한다. 이 샘물은 높은 산의 고대 사암을 통과해 흘러 이탄층을 거치지 않는다. 따라서 대부분의 부나하벤 위스키는 강한 피트 향 대신 해초 향을 품고 있다. 피트 향이 부담스럽지만 아일라 위스키를 마시고픈 자들에게 딱이다. 입안에서 물보라처럼 몰아치는 스튜라더를 머금으면 아일라 해안이 아른거리며 몽롱해진다.

  • 05 킬호만 사닉

    킬호만은 1백24년 만에 아일라섬에 추가로 생긴 증류소다. 2005년 지어진 신생이자 아일라섬에서 유일하게 주류 기업에 속하지 않은 독립 증류소지만, 재빠르게 성장했다. 킬호만 싱글 몰트위스키 중 사닉은 스모키한 버번 캐스크 숙성 원액 30%와 부드러운 셰리 캐스크 숙성 원액 70%가 조화롭게 블렌딩된 위스키다. 전형적인 아일라 피트 스모크와 시트러스하고 달콤한 향이 묻어나 가볍고 담백하게 즐길 수 있다.

/upload/arena/article/202211/thumb/52363-501826-sample.jpg

06 아드벡 10년

피트의 최강자다. 하지만 풍미 면에선 아일라 몰트위스키 중 복잡성이 가장 두드러져 속을 알 수 없는 위스키다. 버번 캐스크에서만 숙성되어 강인한 스모크 향이 느껴진다. 이탄 중에서 특히 이끼가 퇴적되어 탄화된 토탄의 탄내를 풍기지만 구운 마시멜로처럼 달콤함을 은은하게 품고 있다. 탄내에서 달콤함으로 넘어가기까지는 시큼함과 텁텁함, 쌉쌀함이 다채롭게 뒤섞여 있다. 아일라 위스키의 정수가 궁금하다면 아드벡 10년을 경험할 것.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박도현

2022년 11월호

MOST POPULAR

  • 1
    데이비드 베컴, 보스와 함께한 첫 번째 디자인 협업 컬렉션 출시
  • 2
    Watches & Wonders Geneva 2025 Epilogue
  • 3
    차강윤, "나중에는 꼭 연출을 하고 싶습니다. 일단 연기로 인정받아야죠. 얼마나 걸릴지 모르지만요."
  • 4
    별들의 향연
  • 5
    합리적으로 폴스타 2 손에 넣는 법

RELATED STORIES

  • LIFE

    NOW PLAYING #SF9

    SF9 멤버들의 플리에서 꺼내온 6곡.

  • LIFE

    Euphoria at Anantara

    ‘이곳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코사무이에서의 여정 내내, 마음속에선 같은 질문이 맴돌았다. 햇살에 반짝이는 해변, 사람들의 다정한 미소, 태국의 정취를 담은 리조트까지. 모든 것이 현실보다 더 아름다운 꿈처럼 다가왔으니까.

  • LIFE

    봄·봄·봄

    봄의 시작을 규정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다. 기상청에선 일평균 기온을 보고 정한다. 천문학에선 춘분점을 따지고, 절기로는 입춘이 지나면 봄이 왔다고 한다. 개구리가 깨어나는 걸 알진 못해도, 사람마다 다양한 신호로 봄이 왔음을 인식한다. 누군가는 피는 꽃을 보고 깨닫고, 또 누군가는 바람에 묻은 온기로 안다. 에디터들도 저마다 나름의 방식으로 봄을 맞이한다. 모터사이클을 타거나, 야구장에 가거나, 땀을 흘리거나. 봄을 맞이하는 자신만의 방식을 풀어놓기로 했다. 그 소소하지만 소중한 시간을 통해 찬란한 봄의 순간을 기억하기 위해.

  • LIFE

    오늘의 트로트

    우리는 트로트 시대에 살고 있다.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트로트는 언제나 신나는 노래, 서글픈 노래, 우리가 사는 세상 이야기를 말하며 한국인의 삶 속에 자리해왔다. 세차게 불어오는 트로트 붐을 바라보며 생각해본다. 오늘의 트로트는 어디서 와서 어디로 향하는가?

  • LIFE

    비섹스남의 성생활

    안 하기로 마음먹은 남자들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섹스가 싫어서’는 한 명도 없었다.

ARENA FILM MORE+

MORE FROM ARENA

  • FASHION

    유일무이 명불허전

    ‘에르메스 인 더 메이킹’ 전시는 탁월한 장인정신을 통해 완성되는 에르메스의 독창성과 혁신을 경험할 수 있고, 장인들의 작업 공정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행사였다.

  • INTERVIEW

    추영우, <아레나>와 함께한 실루엣 아이웨어 앰버서더로서의 첫 행보

    배우 추영우와 만나 더욱 선명해진 실루엣 아이웨어 by 시원아이웨어의 화보 미리보기

  • CAR

    시승 논객

    기아차 4세대 쏘렌토에 대한 두 기자의 상반된 의견.

  • FASHION

    One Point

    단조로운 겨울옷의 허를 찌르는 브로치 5

  • LIFE

    2021년, K-팝은 무엇으로 사는가

    아이돌이라는 존재가 판매할 수 있는 것엔 어떤 것이 있을까? 연예인의 본업과 주 수익이 음악, 공연, 드라마, 영화, 예능 출연 그리고 광고라 한다면, 팬들의 절대적인 사랑으로 먹고사는 아이돌은 태생부터 고전적인 팬 사인회, 팬 미팅 등 팬 서비스라는 의무가 필연적으로 동반된다. 이 소통은 점점 더 내밀해지고, 플랫폼마저 다각화되어 아이들과 팬의 일대일(처럼 보이지만 아이돌에겐 일대다인) SNS 창구인 버블, 시도 때도 없이 켤 수 있는 브이라이브 등 새로운 수익 창출원이 아이돌 산업에서 빠져선 안 될 요소로 떠올랐다. 소통을 얼마나 잘하는지가 ‘아이돌력’으로 가늠되는 시대, 지금 K-팝 산업은 무엇으로 사는가?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