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LIFE MORE+

M세대 에디터가 꼽은 Y2K 아이템

유행은 20년 주기로 돌아온다. Z세대가 Y2K 감성을 좇는 걸 보며 그 시절 기억을 되짚었다.

UpdatedOn October 05, 2022

2022년 바람 불던 가을날 정체된 강변북로에서 들린 절박한 호소. ‘이 바보야 진짜 아니야 아직도 나를 그렇게 몰라.’ 누구였을까. 누가 <쾌걸춘향>(2005) 주제곡 이지의 ‘응급실’을 함부로 볼륨 높여 소환했을까. 스냅백 쓴 신도시 아버님? 그냥 흔한 차장님? 범인은 국산 소형차를 운전하던 남성이었다. 서른도 채 안 되어 보이는 Z세대와 나는 후렴구를 따라 불렀다.

유행가야 시대를 관통할 수 있지만, 2000년대 노래만 유행하는 것은 아니다. 패션부터 시작해 아이템, 콘텐츠, 비주얼 등 다양한 분야에서 Y2K 풍조가 목격됐다. 왜 Y2K가 다시 유행하는가? 유행 공전 주기 20년 설을 따르자면, 밀레니얼 세대로 하여금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키고, 더 젊은 세대는 브랜드 로고 플레이나 럭셔리 브랜드의 스트리트 스타일 외 새로운 대안을 모색하다 과거의 감각을 찾아냈다고 볼 수도 있다.

Y2K 경향은 패션에서 먼저 목격되었고, 그 파급력도 강하다. 반짝이는 질감, 형광 색상, 눈부신 소재는 흑백의 미니멀한 트렌드가 주도했던 세기말 스타일과 대비를 이룬다. 또 품이 넉넉한 운동복, 와이드 데님이나 데님을 덧댄 스타일도 유행했다. 그게 지금 다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여튼 패션을 시작으로 Y2K 유행이 전 분야로 번졌다. 새천년이 엊그제처럼 느끼는 M세대 에디터가 Y2K 유행 아이템을 진단한다.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055-498282-sample.jpg

“치렁치렁 불편한 게 좋아”

무선보다는 유선, 스트리밍보다는 CD.

불편함에서 감성을 발견한다.

 

휴대용 CD 플레이어

Z세대는 CD에 익숙하지 않다고? 아이돌 앨범은 CD로 발매되어왔다. 앨범 초동 판매량이 아이돌의 인기를 증명하는 요소 중 하나고, 팬들에게도 중요한 물건이다. K-팝에서 CD는 꾸준히 판매되어왔고 공식적으로 CD는 사라진 적이 없다. 단지 스트리밍보다 불편했을 뿐이다. 하지만 만질 수 있다는 CD의 물성은 1990년대 아날로그 감성을 자극하기 충분했나 보다. Y2K 시대의 상징인 휴대용 CD 플레이어가 다시금 팔리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뉴진스가 선보인 CD 가방이 예약 판매 당일 모두 소진될 정도로 Z세대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점도 CD 플레이어의 부활을 증명한다. 하지만 충고는 하고 싶다. 휴대용 CD 플레이어를 구입할 때는 반드시 충격 흡수 기능을 확인할 것. 걸으며 음악을 듣고 싶다면 말이다

유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 2세대가 나온 마당에 유선 이어폰이 재유행한다는 소리는 믿기지 않지만, 사실인 걸 어쩌나. Y2K 흐름 중 하나는 불편하지만 안심되는 것이다. 무선 이어폰은 충전 스트레스, 분실 위험이 있는 데 반해 유선 이어폰은 그런 걱정이 없다. 선 꼬임이 귀찮고 AUX 단자가 없어서 못 쓰는 상황이 있을 뿐. 기능성 외에 Y2K 감성을 자극한 것도 한몫했다. 유선 이어폰으로만 들을 수 있는 MP3 플레이어, 휴대용 카세트테이프 플레이어도 선호되고 있다. 유행을 따라 카세트테이프 앨범을 발매한 아티스트들도 늘고 있다.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055-498283-sample.jpg

“형님들이 쓰던 걸?”

세기말 형들이 애용하던 안경과 목걸이를 아들 뻘이 쓰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스포츠 선글라스

체육 선생님은 수업을 시작하기 위해 스포츠 선글라스를 썼고, 훈련소 교관도 훈련에 앞서 스포츠 선글라스를 쓰고 비기를 내뿜었다. 2000년대에는 스포츠 선글라스가 멋있지 않았다. 그냥 강해 보이는 용도와 햇빛을 차단하고 시력을 보호하는 기능성 말고는 특별한 게 없었다. 나이가 다섯 살 더 들어 보이는 효과도 있었고. 그런 스포츠 선글라스가 Y2K 감성을 타고 부활했다. 아직도 받아들이기 힘든데, 스포츠 선글라스를 쓰고 힙한 포즈를 취한 Z세대 사진을 보면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밀레니얼 세대의 PTSD일 뿐. 얼굴에 밀착된 커다란 스포츠 선글라스 쓴 젠지 모델들은 늘고 있다.

목걸이

그냥 목걸이가 아니다. 체인 목걸이다. 2000년대 초 아저씨는 건강을 위해 금이나 게르마늄으로 만든 목걸이를 걸었다면, 20대 청년은 체인 목걸이를 걸었다. 체인 목걸이에 검정 티셔츠를 입고, 멋있는 줄 알았다. 조금 더 자유롭게 보이고 싶다면 해골이나 십자가 등 큼직한 펜던트를 달았다. 한동안 남자들이 목걸이를 멀리했는데, Y2K 감성은 다시 목걸이를 소환했다. 체인 외에 진주로 만든 목걸이도 Y2K 감성 아이템으로 분류된다.

Y2K 감성을 톡톡 뿌린 대중문화

트와이스와 뉴진스의 공통점은? 지난여름 앨범을 발표했다는 것 외에도 Y2K 감성을 활용한 점이다. 트와이스 ‘톡 댓 톡’은 Y2K 감성을 콘셉트로 뮤직비디오를 선보였고, 뉴진스는 스타일부터 음악, 뮤직비디오, 콘셉트를 Y2K로 설정했다. 대중문화에서 Y2K 코드를 찾는 건 어렵지 않다. 2000년대 음악의 몽환적인 분위기를 녹여내 가벼운 느낌을 연출한 곡이나, TLC 등 멜로디가 돋보이는 올드스쿨 힙합을 차용한 아티스트도 주목받고 있다.

/upload/arena/article/202210/thumb/52055-498284-sample.jpg

“저화질로 찍어”

저화질 노이즈 이미지로 찍은

셀피는 조금 더 특별하다.

빈티지 캠코더

캠코더마저 돌아올 줄은 몰랐다. 8mm 캠코더가 ‘일본 빈티지 캠코더’라 불리며 중고 장터에서 단돈 몇만원에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영상 앱’의 레트로 필터로 만족할 수 없었던 진짜배기 Y2K 마니아는 8mm 캠코더로 영상을 촬영하고, 그걸 다시 스마트폰으로 촬영하는 수고로움을 거치며 브이로그를 만든다. 인기 있는 빈티지 캠코더는 세로형 그립의 산요 작티 시리즈와 소니 DCR-TRV 같은 소형 모델이다. 요즘 발매되는 클래식한 외형의 미러리스 카메라와 달리 실버 플라스틱으로 마감되어 Y2K 감성이 진하다. 여기에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이면 빈티지 카메라 완성이다. 영상은 <만원의 행복>의 셀프 카메라 퀄리티를 보장해 Y2K 감성을 채우기 충분하다.

피처폰

아이즈원 출신의 예나는 지난 8월 미니 앨범 <SMARTPHONE> 무대에서 피처폰을 들었다. 피처폰은 본연의 통화 기능은 끝났지만, 카메라 기능은 남았다. 피처폰 저화질 카메라로 찍은 이미지는 사진 앱 필터로도 재현하기 어렵다. 해상도 낮은 조악한 이미지는 오직 피처폰의 작은 이미지 센서로만 만들 수 있다. 더군다나 피처폰으로 사진을 찍어보지 않은 세대, 피처폰을 소유해본 적 없는 세대에게 피처폰의 매력은 가져보지 못한 것에 대한 호기심일 수도 있다. 검고 얇고 네모난, 비슷하게 생긴 스마트폰과 달리 모양도 제각기인 피처폰은 디자인도 독특하다. AI 보정이 기본인 요즘 셀프 카메라와 달리 오로지 각도로만 예쁜 모습을 남기는 건 순수해 보인다. 피처폰으로 찍은 사진을 인스타그램에 올리려면 번거로운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Y2K 감성을 위해서라면 못할 것도 없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조진혁

2022년 10월호

MOST POPULAR

  • 1
    Under the Moonlight
  • 2
    고급 시계 3라운드
  • 3
    NEW THING's
  • 4
    Greenery Days
  • 5
    과감함과 귀여움

RELATED STORIES

  • LIFE

    연기 없는 저녁

    아이코스는 ‘IQOS Together X’ 이벤트를 통해 어떤 말을 건네고 싶었을까? 그 이야기 속에는 꽤 진지하고 유쾌한 미래가 있었다.

  • LIFE

    아메리칸 차이니즈 레스토랑 4

    한국에서 만나는 미국식 중국의 맛.

  • LIFE

    가자! 촌캉스

    지금 이 계절, 촌캉스를 떠나야 할 때.

  • LIFE

    봄의 공기청정기

    미세먼지가 걱정스러운 계절이라 모아본 오늘날의 공기청정기 4종.

  • LIFE

    꽃구경도 식후경

    눈과 입 모두 즐거운 식도락 봄나들이.

MORE FROM ARENA

  • REPORTS

    여기 나의 작은 책방

    많은 사람들이 여전히 책을 읽고 싶어 한다. ‘베스트셀러’라는 장막을 거두면 아름다운 책들은 넘쳐 난다. 사회를 잠식한 담론들을 빠져나오면 우리 시대가 안고 있는 진짜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 그것이 우리 자신을 찾는 과정이다. 사람들은 이 작은 책방에 간다. 막연하게라도 느끼는 것이다. 소중한 게 이 작은 책방 안에 있다는 것, 그 우주로 희망이 모여든다는 것. 세 개의 책방, 세 명의 지은이를 만났다.

  • FASHION

    구찌, 2023 가을/겨울 남성 컬렉션

    구찌의 즉흥과 낭만 그 사이.

  • INTERVIEW

    끝과 시작

    조각가 최우람은 기계 생명체를 만든다. 그가 만든 생명체들은 아름답게 움직이고, 현란하게 빛을 발한다. 기계 생명체와 공존하는 현실을 상상하며 최우람 작가와 대화를 나눴다. 두 시간의 인터뷰 동안 대화의 주제는 기계와 생명, 집단지성과 알고리즘, 우주와 인간, 환경과 인류세, 종교와 믿음, 생과 사를 오갔다.

  • LIFE

    전종서라는 이상하고 새로운 얼굴

    이충현 감독의 <콜>은 서로 다른 시대의 두 여자가 한 집에서 전화기 하나로 연결되는 스릴러다. 관객은 전화를 안 받아서 짜증난 영숙 캐릭터 때문에 시종일관 무시무시한 공포에 시달려야 한다. 그 두려움과 떨림의 대가가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버닝>에 이어 전종서가 왜 새로운 스타일의 배우인지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얼굴과 새로운 목소리의 전종서는 천진하고 자유로운 연기로 이야기에 예측할 수 없는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지금 우리가 전종서를 주목해야 하는 이유.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 LIFE

    PAINTING ON THE BEACH

    뜨거운 모래알과 일렁이는 파도를 두고, 다섯 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떠올린 것.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