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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이우에서 온 회신 #1

기사를 작성하는 2022년 5월 15일, 우크라이나 서부 군사시설에 가해진 미사일 폭격 뉴스를 읽었다.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지지하고 싶었다.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나와 같은 사람들을 돕고 싶었다. 그리하여 키이우 시민과 10문10답 인터뷰를 진행했다 . 일상에 대해, 달라진 것들에 대해, 그리고 키이우에 대해 물었다. 전쟁터에 남은 자들의 사명 같은 회신이 전쟁 개전 72일째에 도착했다.

UpdatedOn May 24, 2022

 공통 질문 
1 당신은 누구?
2 왜 피신하지 않고 키이우에 머무나?
3 요즘 당신의 일상을 설명하면?
4 지금 키이우의 봄은 예년과 어떻게 다른가?
5 시내에서 당신이 즐겨 찾는 곳들은?
6 전쟁 시작 후 맺은 인연이 있다면?
7 키이우 사람들은 무슨 얘기를 할까?
8 현재 경제활동을 하고 있나?
9 지금 당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10 당신에게 키이우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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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스(Max)

맥스(Max)

@everybody.street

1 영화 제작자이자 사진작가입니다. 우크라이나 남부 도시 오데사에서 왔습니다. 키이우에 산 지는 8년째네요. 현재는 공부도 하고, 수천 장의 거리 사진도 찍고 있습니다.

2 키이우는 제 친구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친구가 위험에 처했을 때 떠나지 않습니다.

3 전쟁 발발 후 며칠은 매우 위험했습니다. 하루의 80%를 방공호에서 보냈습니다. 키이우 지하철 승강장은 지하 100m에 위치할 정도로 매우 깊기 때문에 지하철에서 잠을 청했습니다. 지금은 당시보다 안전합니다. 러시아군이 후퇴했지만 미사일 공격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하루 네다섯 번 공습경보가 울리고 폭발음이 들리는 정도입니다. 우리는 평범한 일상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며 일하고 커피를 마시고 친구를 만나고 봉사하면서 군인들을 돕고 있습니다.

4 평범한 도시처럼 보이지만 많은 병력이 주둔하고 있습니다. 도시의 대부분 기념물은 모래주머니로 보호하고 있고요.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을 잃고 두려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시가 점령당하고 있어 사람들의 걱정이 큽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자유의 소중함을 깨닫고 있습니다.

5 많은 식당과 카페가 영업을 재개했습니다. 여러 가게들을 방문해 경제적으로 돕고 영업활동을 지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경제활동을 지원하고, 카페는 수익을 군인을 위해 기부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서로 돕고 지지하며 살고 있습니다.

6 현재 키이우 시민은 우크라이나 역사상 가장 친밀하게 서로를 돕고 있을 겁니다.

7 우리는 전쟁에 대해, 군대에 대해, 러시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눕니다. 푸틴에 관한 농담도 합니다. 경솔한 러시아 파시스트들에 대한 농담도 하고요. 새로운 일상을 상상하고 미래에 대한 많은 계획도 나누고 있습니다. 우리는 우크라이나가 승리하리라 확신합니다.

8 우크라이나 경제는 큰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두 달 만에 GDP의 30% 이상을 잃었습니다. 대부분의 산업은 영업이 종료됐지만 전쟁이 끝나면 경제가 빠르게 회복되리라 믿습니다. 저를 포함한 제 동료 65%는 실직 상태입니다.

9 일상 사진을 찍는 것입니다. 키이우 근처에서 러시아군이 자행한 미친 행위를 촬영하진 않습니다. 민간인 살해, 강간, 고문 그리고 다른 도시의 상황은 모니터를 통해서도 차마 볼 수가 없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저는 일상을 찍으려고 노력합니다. 개와 함께 산책하고 커피 마시고, 웃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요. 사진은 전시 상태가 아닌 듯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전쟁 분위기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10 키이우는 제 친구입니다. 때로는 다투기도 하고 때로는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기도 합니다. 크고 복잡하고 멋진 도시를 사람처럼 대하고 이해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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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반(Ivan)

이반(Ivan)

@istetsen

1 저는 키이우의 리포터이자 사진작가입니다. 키이우에서 나고 자라 평생을 살았습니다.

2 키이우가 저의 집이기에 떠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 저를 집에서 내쫓는다는 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저는 군인이 아니기에 무기가 없고, 저를 보호할 수단은 칼밖에 없습니다. 이러한 위험 때문에 친구들은 서쪽의 다른 나라로 떠났습니다.

3 러시아군이 새벽 5시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친척들에게 전화를 걸었고, 대피할 짐을 꾸렸으며, 우리 집에 폭탄이 떨어지는 것에 대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떠나고 싶진 않았습니다. 짐을 챙기고 상황을 주시하며 집에 머물렀습니다.

4 더 이상 시내에서 총격전은 없지만 갈 곳이 없습니다. 모든 곳이 닫혔습니다. 우크라이나군과 자원봉사자들이 도시 곳곳에 있습니다. 처음에는 가게의 물건이 동났습니다. 개전 두 달이 지난 뒤에야 전쟁 이전의 일상을 조금씩 찾을 수 있었습니다.

5 다시는 이전 생활로 돌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는데, 불과 몇 주 만에 도시가 완전히 재개했습니다. 카페, 대중교통, 음식점이 예전으로 돌아가고 사람들이 집으로 복귀했습니다. 키이우에는 제가 좋아하는 많은 장소가 있습니다. 아름다운 공원, 거대한 강, 고대 건축물, 술집과 카페, 클럽 등이죠. 전부 문을 연 것은 아니고, 우크라이나군이 여전히 방어전을 펼치고 있기 때문에 즐겁게 놀 때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6 새로운 친구를 사귀진 않았지만 경제적으로 도운 사람들이 많습니다. 군복을 지원하고, 가족과 건강을 잃은 사람들을 위해 전 국민이 돕고 있습니다.

7 우리의 승리에 대해 이야기하며 사랑하는 사람들을 정신적으로 돕기 위해 서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8 전쟁 이전에 저축한 돈으로 지내고 있습니다. 곧 상황이 개선되리라 믿습니다.

9 저를 행복하게 하는 건 친구와 가족이 모두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카페가 영업을 재개해 매우 기쁩니다. 아직도 전쟁으로 인해 사람들이 죽어가고, 전쟁이 장기화되는 현실이 불안합니다.

10 키이우는 집입니다. 다른 곳은 키이우만큼 아늑하지 않습니다.



비아체슬라프(Viacheslav)

비아체슬라프(Viacheslav)

@viacheslav.haidei

1 저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이자 사진작가입니다. 키이우에 터를 잡은 건 2008년입니다. 여기서 공부하고 직업도 얻었습니다.

2 저의 조국과 가족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조금 더 안전한 곳으로 이사했고, 이곳에서 다시 일을 시작했습니다.

3 현재는 원격근무로 전환해서 일상이 크게 달라지진 않았습니다. 항공 경보가 울리면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 정도입니다. 거리의 많은 곳들은 문을 닫았습니다.

4 지금 키이우는 정말 대단합니다. 나무는 생기 있고 꽃들은 만개했습니다. 지난주는 말도 못할 정도로 화창했습니다. 전쟁으로 도시의 많은 곳이 제한됐지만 아름다운 여러 공원들은 방문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민이 키이우로 돌아오고 있습니다. 도시가 다시 생동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시내를 돌아다니며 봄을 즐기고 있습니다.

5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지만 한 곳씩 영업을 재개하고 있습니다. 약간의 제약은 있습니다. 음식과 상품은 배달을 통해서만 받을 수 있습니다. 상점, 약국, 공원 등 주요 서비스는 모두 작동되고 있습니다.

6 저는 주로 집과 직장에서 시간을 보내기에 새로 사귄 친구는 없습니다.

7 다들 이 전쟁이 언제쯤 종식될지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토론을 이어갑니다.

8 소프트웨어 엔지니어고, 원격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 2년 동안 원격으로 일했기 때문에 특별한 변화는 없습니다.

9 지금은 아무것도 저를 행복하게 하지 않습니다. 전쟁이 끝나기 전에는 행복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일, 스포츠, 사진, 친구, 가족과 대화를 하며 불안에서 벗어나려 애쓰고 있습니다.

10 14년 동안 살다 보니 어느덧 저의 고향이 됐습니다. 모든 친구가 여기 있고 저는 이 도시를 사랑합니다. 키이우 산책은 즐거운 일입니다. 매번 흥미롭고, 재밌는 것들이 발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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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라스(Taras)

타라스(Taras)

@365_taras

1 안녕! 저는 타라스고, 나이는 22세입니다. 키이우에 온 건 5년 전입니다. 키이우 국립문화예술대학에서 영화감독 공부를 하기 위해서죠. 지난해 대학을 졸업하고 배우이자 작곡가인 여자친구 마루시아를 만났습니다. 우리는 ‘365 챌린지’를 위해 매일 사진을 찍고 인스타그램 계정(@365_taras)에 사진을 올리고 있습니다. 3년 동안 우크라이나 유튜브 채널에서 비디오 작가와 편집자로 일했고, 그룹 ‘Lesya Kvatyrynka’를 결성하고 콘서트 영상을 촬영해 유튜브에 올렸습니다. 우크라이나 음악인을 지원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2 다른 나라로 도망가고 싶지 않습니다. 여기가 제 고향이니까요. 저는 마지막까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 믿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저는 우크라이나 남성입니다. 계엄령이 선포되어 남자들은 다른 나라에 갈 수 없습니다.

3 일상의 모든 것이 전쟁으로 파괴됐습니다. 일도 수입도 없어 6개월 동안 거주한 아파트에서 떠나야 했습니다. 시위대라고 생각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쟁 중에는 사진 촬영이 무척 어렵습니다. 현재는 언론인 자격을 취득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4 전시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키이우의 봄은 아름답습니다. 가끔 사이렌이 울리는데, 그 순간은 너무 무섭습니다. 대부분의 시민이 그렇듯 저 또한 더는 방공호에 숨어 생활하진 않습니다. 집에서 생활하며 매일 밤 우리 집에 폭탄이 떨어지지 않길 기도하죠. 도로에는 바리케이트와 철침판이 흩어져 있고, 거리마다 방호시설들이 보입니다. 이것이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현실이죠.

5 카페와 식당에 갈 돈이 없습니다. 전쟁 전에는 키이우 중심가에 거주하며 저렴하고 맛있는 프렌치 레스토랑을 자주 갔습니다. 최근에 가보니 그 식당은 이미 영업을 재개했더군요.

6 네, 사진기자 조지를 만났습니다. 제가 보도사진 기자 모집에 지원하러 갔을 때 만난 것입니다. 그는 전쟁이 발발하자 즉시 보로디얀카, 코스토멜, 부차, 보로디안카로 갔습니다. 아이폰으로 사진 찍는 저에게 그는 자신의 카메라를 주고 떠났습니다. 지금 조지는 하르키우로 갔습니다. 아주 용감한 선택이죠. 왜냐하면 하르키우에서 사진 촬영은 불법이거든요.

7 주로 전쟁과 일거리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8 경제활동을 하고 있진 않습니다. 영상과 사진 등 콘텐츠 제작 분야 사람들은 모두 일자리를 잃었습니다. 지금 재취업하기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종군기자가 되는 건 불가능합니다. 전시 초에는 군인 친구들이 군복을 구입할 수 있도록 모금 활동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9 사진 찍는 것을 매우 좋아합니다. 좋은 평가를 받아서 전문적으로 사진 작업을 하고 싶습니다. 또 전쟁이 종식되어 여자친구와 재회하고 싶습니다.

10 키이우는 기회가 많고 창의적인 사람들이 모이는 곳입니다. 젊음의 도시이기도 하죠. 자유와 사랑의 도시랄까요. 우크라이나 역사의 중심이기도 하고요. 강한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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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Assistant 김나현

2022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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