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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니스에서 온 편지

지난 6월 10일 전 세계 예술가들의 축제인 베니스 비엔날레가 개막됐다. 루이스 부르주아, 소피 칼, 게르하르트 리히터 등 당대 최고의 작업은 물론 실험적이고 재기 발랄한 젊은 예술가의 작품까지 한데 어우러지는 페스티벌, 그 흥분과 열정의 현장 사진을 전동휘(스페이스 포 컨템포러리 아트)가 전해왔다. <br><br> [2007년 7월호]

UpdatedOn June 22, 2007

Photography 전동휘  Editor 이민정

 월드컵이 열리는 것도 아닌데 유럽은 지금 들썩이고 있다. 며칠 전 오픈한 베니스 비엔날레(6월 10일~11월 21일)를 시작으로, 사흘 후 스위스 바젤아트페어(6월 13일~17일), 5년에 한 번 열리는 카셀 도큐멘터(6월 16일~9월 23일), 그리고 10년마다 열리는 독일 뮌스터조각프로젝트(6월 22일~9월 30일)까지 개기 일식처럼 겹쳤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유럽의 대형 현대 미술 이벤트가 동시에 열리는 것은 1997년 이후 10년만. 이탈리아판 <보그> 남성지는 베니스 비엔날레와 카셀 도큐멘터에 전시하는 작가의 작업실을 집중 소개하는 ‘스페셜 에디션’을 냈고(매튜 바니가 커버인 이 책 속에 한국 작가 이형구의 작업도 작게 소개됐다.), 도미노 게임 같은 대형 미술 축제를 구경하기 위해 유럽 공항은 미술 관계자와 애호가들로 장사진을 이룬다. 이런 상황을 일찌감치 짐작했는지 4개 행사의 주최 측은 공동 온라인(www.grandtour2007.com)까지 신설하며 유럽은 물론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서까지 더 많은 관람객을 확보하기 위해 ‘그랜드 투어’까지 마련했다. 쉽게 말해 관광 상품을 개발했다는 얘기다. 이에 뒤지지 않을세라 국내에서도 ‘이탈리아-스위스-독일’을 잇는 ‘아트 관광’ 프로그램을 마련했는데 올해 초 이미 매진 사례를 빚었다.
어찌됐든 베니스는 지금 흥분과 감동과 열정의 도가니다. 참고로 베니스 비엔날레는 브라질 상파울루, 미국의 휘트니 비엔날레와 함께 세계 3대 비엔날레의 하나이자 1993년에 백남준이 독일 대표로 참가하여 대상인 황금사자상을 받은, 우리에게 꽤 익숙한 이름의 행사다. 올해로 52번째를 맞이하는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는 ‘감각으로 생각하기, 정신으로 느끼기:현재 시제의 미술’. 플라톤 이후 계속되는 정신과 육체, 이성과 비이성, 지성과 감각, 비평과 직관 등 이분법적인 사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자는 게 예일대 교수 겸 평론가, 이번 비엔날레의 총감독인 로버트 스토(Robert Storr)의 말이다.
옛 조선소를 리모델링해서 만든 아르세 날레 공원 지역과 카스텔로 자르디니 일대의 국가관, 축제가 열리는 공간 역시 하나의 거대한 예술품처럼 아름다운데 참가자들이 카메라와 캠코더를 들고 어떻게든 찍어보려고 안달인 곳은 아르세 날레 공원에서 열리는 본 전시다. 그도 그럴 것이 루이스 부르주아, 다니엘 뷔랭, 소피 칼, 제니 홀처, 솔 르윗, 브루스 나우먼, 지그마어 폴케, 게르하르트 리히터, 수전 라우센버그 등 보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러운 대가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마주하는 일이 어디 그리 흔한가. 특히 주목받은 작품으로는 엘 아나추이가 버려지는 병뚜껑과 철사를 이어 만든 5m 높이의 대형 장막 2점. 화려함의 정도가 마치 클림트의 원화를 보는 듯하다. 지구 최고의 예술가들이 현대 미술사적 평가와 정리를 강조했다면, 아르헨티나의 레온 페라리와 미국의 찰스 게인즈는 전쟁의 폭력을 고발하는 작품으로 관심 어린 시선을 받았다. 레온 페라리는 핵폭발 이후의 버섯구름 모습을 담은 작품과 폭탄을 탑재한 비행기에 실려 있는 예수상을, 찰스 게인즈는 9·11 테러 당시의 뉴욕을 재현하는 조각을 보여줬다.
그렇다면 한국관은 어떨까. 다른 국가관에 비해 2~3배 작은 이곳에는 설치 미술가 이형구의 작업으로 가득하다.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은 삼성미술관 리움의 안소연 학예실장은 “비엔날레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강렬한 시각적, 지적 체험을 주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며 예년과 달리 1명의 작가만 소개하는 개인전 형식을 선택했다고. 신체 일부를 변형하는 각종 장치와 만화의 동물 캐릭터로 뼈다귀 조각을 만들어온 이형구는 이번에 ‘The Homo Specices’시리즈를 선보였다. 수도 없이 갈고 깎고 색칠하고 상상의 옷일 입혀 창조해낸 유골들. 중앙 홀에 톰과 제리의 캐릭터를 뼈다귀로 표현한 펠리스카투스 아니마투스(애니메이션종 고양이), 무스 아니마투스(애니메이션종 쥐)를 설치했는데
현재 현지 방송에서 이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방영해서인지 관람객들의 관심과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안쪽에는 광학 기구 등을 이용해 신체를 극적으로 변형하는 오브젝추얼스 연작을 소개하고 있다. 벌써부터 뉴욕의 구겐하임과 현대미술관, 스위스 자연사 박물관(세계에 하나밖에 없는 ‘톰과 제리’를 탐내고 있다고 한다.)에서 컬렉션 의사를 밝혔다고 하니, 감동스러울 따름이다.    
그 밖에 세계적인 영상 설치 작가인 빌 비올라가 마련한 ‘해변이 없는 바다’는 베니스 산마르코 광장 인근 산갈로 교회에서 스크린 3개를 동원해 상영되고 있다. 한국의 ‘국제 갤러리’가 공동 투자한 이 작품은 물의 장막을 뚫고 나왔다 다시 되돌아가는 사람들의 몸짓을 포착한 것. 또한 경매 시장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는 이우환의 전시는 이탈리아 무디마재단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의 지원을 받아 베니스 시내 팔룸보 포사티에서 회화와 조각 여러 점이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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