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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밴

안드레 키르히호프 '자유의 밴'

낡은 밴을 구해 캠퍼 밴으로 개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캠퍼 밴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간다. 여행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깨달음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나 경이로움을 느끼는 움직이는 집. 밴 라이프를 실천 중인 7팀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다.

UpdatedOn September 23,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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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 키르히호프

Andre Kirchhoff @kirchhoffandre

모험은 지금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어릴 때는 상상했다. 무작위로 지구본을 돌려 점찍은 나라를 탐험하는 것을. 그곳에 무엇이 누군가가 어떤 사건이 있을지 모르지만 아무래도 좋다. 우리는 어렸고, 모험심은 우리를 꿈꾸게 만드는 힘이었으니까. 안드레는 여전히 그 힘을 갖고 있다. 스포츠, 아웃도어 그리고 온 세계를 여행하는 것. 안드레가 꿈꿔온 모험이고, 안드레의 현재 모습이다. 안드레는 여행을 새로운 문화를 접할 좋은 기회로 여긴다. 모험 수단으로 캠퍼 밴을 선택한 것은 어린 시절의 추억 때문이다. 그는 독일의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고, 이웃은 폭스바겐 T3 웨스트팔리아 조커를 갖고 있었다. 그 차를 타고 그는 독일과 주변 국가를 여행했다. 그때부터였다. 밴을 타고 여행하는 꿈에 푹 빠졌다. 나만의 캠퍼 밴을 사야겠다는 다짐은 흐트러지지 않았고, 밴을 타고 세계를 여행하겠다는 생각은 사라지지 않았다.

폭스바겐 T3 웨스트팔리아 1989
안드레가 처음 캠퍼 밴을 구입한 것은 4년 전이다. 1989년식 폭스바겐 T3 웨스트팔리아였고, 그는 구입하자마자 ‘오스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스카는 멀티밴 인테리어를 갖춘 차량이다. 승차 인원이 여섯 명이고, 취침 가능한 인원은 최대 네 명이다. 두 명은 루프톱 텐트에서, 다른 두 명은 뒤쪽 벤치 좌석에서 자는 식이다. 오스카는 유목 생활에 필요한 아주 기본적인 캠핑 장비를 갖추고 있다. 작은 주방이 있고, 주방 선반에는 스토브 같은 것들이 있다. 마주 보고 앉는 좌석 아래에는 이동식 화장실이 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생활하는 데 부족함은 없다. 캠퍼 밴 여행에 앞서 그가 가장 고민한 것은 무엇이었을까. “짐을 가볍게 싸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에게 중요한 것
밴 라이프라는 유목 생활을 하며 안드레는 무엇을 발견했을까. “자신에 대해 잘 알게 되고, 내가 얼마나 가치 있는지, 인생에서 성취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깨닫죠.” 안드레는 노마딕 라이프스타일의 매력을 성찰에서 찾았다. 인생에서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것. 그것이 밴 라이프의 중심이라고 안드레는 주장했다. 성찰의 중심은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지만, 그 시선이 외부를 향할 때는 어떨까. 세상을 보는 관점도 달라졌을까. “여행마다 달라져요. 하지만 저에게 중요한 것들과 제 주변의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가치관은 명확해지죠.”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
때로는 아름답지만 잊히는 풍경이 있다. 하지만 경이로운 순간은 결코 잊히지 않는다. 그 순간은 내가 지금 모험하고 있음을 상기시키며, 우리에게 여행의 이유가 무엇인지 증명한다. 안드레는 오스카를 타고 지나온 길 중 아일랜드의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를 가장 인상적인 곳으로 꼽았다. “2,500km에 이르는 해안 도로와 가파른 언덕, 와글거리는 시내, 곳곳에 숨은 해변, 경이로운 파도의 풍광이 이어져요. 여기에 아일랜드 사람들의 친절은 덤이죠.” 안드레는 길 따라 이어진 숨은 보석과 이국적인 아일랜드 문화를 경험해보길 권했다. 그는 아일랜드 풍경은 숨이 막힐 정도로 아름답다고 표현했다. 그에게 이 아름다운 해안 도로는 잊지 못할 사건들로도 기억된다. 가장 인상적인 추억으로 두 명의 히치하이커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들은 아무도 없는 어딘가에 갇힌 것 같았어요. 비가 내리고 어두워지기 시작했죠. 그들을 발견하곤 밴을 세워 따뜻한 차를 내어주기 위해 주전자를 데웠어요. 그들을 밴 안으로 인도했고요.” 안드레는 두 히치하이커와 밤새 대화를 이어갔다. 두 히치하이커는 여행 파트너가 되어 나흘간 와일드 애틀랜틱 웨이를 함께 여행했다. “진정한 우정은 그들에게 정말 필요할 때 돕기 위한 작은 손짓에서 비롯된다는 걸 깨달았어요.”

또 다른 모험
자연을 탐험하는 것은 모험가의 의무이고, 모험은 위험을 동반한다. 안드레는 오스카를 끌고 숲으로 들어갔다. 호주의 좁은 도로였다. 인적은 없었고, 밤이 되었다. 화로 옆에 앉아 술과 바비큐를 즐기는 것은 야생 캠핑의 묘미다. 어두웠고, 세상은 까맣게 변했다. 그러자 숲속에서 눈동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건 딩고 무리였다. 호주의 야생 들개인 딩고는 사람을 공격하기도 한다. 딩고들은 안드레가 캠핑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 눈치였다. “곧바로 불씨를 끄고 오스카 안으로 뛰어 들어갔어요. 딩고들이 저를 공격하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거든요. 어쩌면 제가 아닌 바비큐를 노렸던 것 같기도 하고요. 하하.” 다음 날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안드레의 여정은 계속됐다. 그가 앞으로 계속 나아가게 만드는 힘은 무엇일까. “목적지가 어딜지 모른 채 캠퍼 밴 안에 들어가서, 시동을 거는 건 아주 행복한 순간이죠. 또 다른 모험이 저를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캠퍼 밴은 자유
안드레는 밴을 타고 세계를 모험하는 것은 다른 종류의 여행과 확연히 구별된다고 못을 박는다. 필요한 것을 모두 구비한 리조트 해변에 누워 보내는 휴일과 비교할 수 없다. 밴 라이프는 힘들고 복잡하며 다양한 작업이 요구되지만 결국에는 그에 맞는 보상을 얻는다. 그건 잊지 못할 모험이다. 오스카와 함께 가야 할 곳은 아직도 많이 남았다. 반드시 가야만 하는 곳이 있다면 어딜까. “캐나다를 가로질러 파타고니아로 향하는 팬아메리칸 하이웨이는 제 버킷 리스트 꼭대기에 있어요.” 언젠가는 그가 미국 대륙을 종단하는 날이 올 것이다. 그전에 확인해야 했다. 그에게 캠퍼 밴이란 어떤 의미인지. “자유예요. 내가 원하는 곳은 어디든 여행할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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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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