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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밴

요나 지그리스트 '자유의 밴'

낡은 밴을 구해 캠퍼 밴으로 개조한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캠퍼 밴을 타고, 세계를 돌아다니며 살아간다. 여행이 아니다. 삶의 방식이며, 자유를 갈망하는 사람들의 깨달음이다.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나 경이로움을 느끼는 움직이는 집. 밴 라이프를 실천 중인 7팀이 말하는 진정한 자유의 의미다.

UpdatedOn September 22,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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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나 지그리스트

Jona Siegrist @createmyvan

버려야 한다고 하는데, 쉽지 않다. 가진 것을 포기하는 것도 어렵다. 손에 쥔 것을 내려놓는 것은 성취하는 것보다 더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꽉 쥐고 있는 손을 펼치고, 가진 게 땅에 떨어져 자연의 일부가 되어 사라지면, 그제야 우리의 손은 휴식을 취하고, 다른 모양으로 펼쳐지기도 하며 자유를 누리게 된다. 밴 라이프는 삶을 간소화하는 방법이다. 어디로 떠나야 할지 목적지도, 방향도 없지만 그래도 나아가면 된다. 해가 뜨는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 곳으로 구름을 쫓아 이동하고, 별자리를 보며 내가 어디에 있는지 추측해본다. 요나는 밴을 타고 여행하며 살아간다. 그에게 밴 라이프는 다양한 시각으로 여러 나라를 경험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다. 새로운 곳을 찾아가고, 그곳에서 보고 만지고 느낄 수 있는 것들을 체험한다. 때로는 아무도 갈 수 없는 곳까지 여행하기도 한다. 요나에게 밴 라이프는 자유와 자발성을 뜻한다.


폭스바겐 T3 1987
밴으로 모험을 떠날 생각이라면, 정석 코스를 밟는 게 좋다. 남들이 선호하는 차량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먼저 가격이 저렴하고, 기계식이라 고장이 적다. 또 고장이 발생한다 해도 수리가 용이하다. 전자식 장치가 많은 차량에 비해 비교적 쉽다는 말이다. 실내를 내 취향에 맞게 수리할 때도 마음 편하다. 선호되는 밴에는 그에 맞는 액세서리도 구하기 쉽다. 요나의 밴은 1987년식 폭스바겐 T3다. 최대출력은 95마력에 불과하다. 2.1리터 수랭식 엔진을 탑재한 게 특징이다. 이 차량은 과거 구급차로 활약했다. 중고로 나온 매물을 구입해 직접 인테리어 전체를 개조했다고 한다. “새로운 가구들을 만들어야 했죠. 가스 쿠커와 쿨링 박스 같은 것들이요. 싱크대와 침대, 옷과 짐을 보관할 수납공간까지 제작했어요.” 요나는 내부에 간소한 삶에 필요한 최소한의 것들은 모두 구비했다고 덧붙였다.

간소한 삶
밴 라이프는 달리 말하면 노마딕 라이프다. 밴은 움직이는 집이며, 그들은 자신이 원하는 곳 어디든 집을 정차하고, 생활을 이어간다. 밴에서의 생활은 정착 생활과는 다르다. 정착했다는 것은 일궈야 하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고, 일궈내기 위해선 숱한 과정, 노력, 희생과 책임이 이어진다. 목표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 그게 정착지의 삶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단지 다른 종류의 삶도 있다고 말하고 싶었다. 밴 라이프는 조금 다르다. 요나는 말했다. “간소한 삶을 사랑해요. 자유를 느낄 수 있거든요.” 그는 밴 라이프에 필요한 것은 오직 밴뿐이라고 했다. “필요하다고 느끼는 것도 얼마든지 줄일 수 있어요.” 그가 짐을 내려놓고 향한 곳은 어디였을까. 밴 여행 중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이 어디였냐는 물음에, 그는 노르웨이의 로포텐제도를 꼽았다. “많은 사람들이 그 섬에서 하이킹을 해요. 경이로운 풍광을 볼 수 있거든요. 정말 아름다웠어요. 지금까지도 잊을 수 없죠.” 노르웨이행 비행기표를 끊게 만드는 말을 남겼다.

사람과 문화 그리고 풍경
요나는 밴으로 여행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과 문화, 풍경들을 기억한다. “모든 지역에는 그들만의 가치관과 시각이 있어요.” 당연한 소리지만 그거한 경험은 생소한 일일 것이다.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문화도 있다. “전 세계를 여행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이해하려는 노력이에요. 우리는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을 만나게 돼요. 그들의 생각을 받아들여야 해요.” 여정은 어떨까. 어디를 가야 하고, 어떤 길을 피해야 할까. 지루한 순간은 없었을까. “저는 항상 좁은 도로를 운전하려고 해요. 그리고 경치 좋은 곳들을 가려 하죠. 제가 원하는 곳들을 달리다 보면 지루할 틈이 없어요.” 좁은 길을 빠져나가는 1987년식 폭스바겐 T3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알프스 하이킹
옅은 베이지색 캠퍼 밴이 알프스를 오른다. 좁고 굽이진 도로를 따라 유유히 올라간다. 요나는 밴과 함께한 여행 중 가장 즐거운 순간으로 알프스 하이킹을 꼽았다. 올해의 일이다. 이탈리아에 접한 알프스에 갔다. 하이킹을 하려면 한참 올라가야 했다. “힘들었지만 등산하며 맡는 알프스 공기는 힘든 기색을 지울 정도로 상쾌했어요.” 그는 산을 오르는 순간이 가장 즐거웠지만, 우리는 알프스 자연과 어우러진 그의 밴 사진이 더 즐겁게 보인다. 그의 캠퍼 밴이 오래 살았으니 사람 마음 정도는 공유할 줄 알 거라 믿는다. 요나에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알프스 하이킹은 굳이 캠퍼 밴이 아니라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캠퍼 밴 여행이 다른 여행과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그 나라를 보다 깊이 여행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백패킹과 비슷하죠. 잘 갖춰진 호텔에서 보내는 휴일은 지루할 거예요. 그저 작은 공간에 머무는 것이니까요.” 제아무리 근사한 호텔이라 할지라도 대자연이 주는 경이로움에 비할 바는 아닐 것이다. 자유로움 또한 그렇고.

젊음은 기회가 있고
밴 라이프를 즐기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말한다. 밴은 자유를 의미한다고. 요나의 대답 역시 다르지 않다. 하지만 자유의 여정에도 종착지는 있을 것이다. 이유는 뭐가 될지 모른다. 무엇이든 이 여정을 끝낼 이유가 될 수 있다. 여행을 끝내는 것도 자유일 테니까. 캠퍼 밴을 타고 세계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여행하는 이유는 뭘까. “저는 아직 젊어요. 세상에는 제가 쌓을 수 있는 경험은 많이 있어요.” 요나의 답은 명료했다. 젊은 그가 경험하고자 하는 세계는 어디일까. “큰 꿈이 있어요. 캠퍼 밴을 타고 러시아로 가는 거예요. 러시아를 가로질러 아시아를 여행하는 게 제 다음 목표죠.” 언젠가는 광화문 거리 어디쯤에 세워진 요나의 캠퍼 밴을 발견할 수도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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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조진혁
GUEST EDITOR 정소진

2020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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