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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에도 킬러 콘텐츠가 필요해?

UpdatedOn June 23, 2020

테슬라 코리아가 기간통신사업을 신고했다. 말인즉슨 본격적인 커넥티드 카 경쟁이 시작됐다는 뜻. LTE 모뎀이 탑재된 자동차는 움직이는 스마트폰과 같다. 모바일 모빌리티랄까. 앞으로 커넥티드 카에서는 콘텐츠가 중요해질 것이다. 차량 내 결제 시스템, 실시간 뉴스 전송, 영화나 음악 스트리밍 등 얼마나 다채로운 콘텐츠를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하느냐가 판단 기준이 될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비교적 첨단 기능을 갖춘 현대차는 유리해 보인다. 그렇다면 지금 당장 소비자의 마음을 훔칠 커넥티드 카의 승부수가 될 킬러 콘텐츠는 무엇이 될까?

“그냥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달면 안 되나?” 자동차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이 구색 맞추기 수준을 넘지 못하던 시절 심심찮게 나오던 말이다. 엉성하고 빈약한 자체 시스템을 차에 갖출 바에는 기능도 훨씬 많고 작동도 매끄러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달면 낫겠다고 생각한 사람이 많았다. 합리적인 판단처럼 보이지만, 한 가지 놓친 부분이 있다. 차에 달린 시스템을 직접 이용하는 것과 중간에 무엇을 거쳐서 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이동 수단에 불과한 차 안에 좋은 오디오 시스템을 갖추고 고급 가죽 시트를 선택하는 것도 거실과 비슷한 수준으로 차 안에서 누리고 싶기 때문이다. 애플 카플레이나 안드로이드 오토처럼 스마트폰 기능도 차 안 시스템에서 직접 조작하고 싶어 한다. 자동차를 제2의 집이라고 부르는데, 자동차 이용자라면 차 안에서 독립적으로 생활하고자 하는 욕망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자동차의 독립성이 커졌다. 결정적인 계기는 통신이다. 외부에서 정보를 받아들이는 통로가 확장되면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 네트워크로 연결한 기술을 적용한 차를 ‘커넥티드 카’라고 한다. 커넥티드 카의 개념은 매우 넓다. 좁게는 무선 통신으로 위치 추적이나 원격 진단, 사고 감지 기능 등을 수행하고 내비게이션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술이다. 넓게는 통신에 기반해 커넥티드 디바이스 역할을 하는 자동차를 뜻한다.

요즘에는 자동차를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라고 부른다. 여러 기능을 구현하는 플랫폼 역할을 한다는 뜻이다. 단순히 기능만 많아서가 아니라, 통신 기능을 갖춰서 진짜 스마트폰과 비슷한 역할을 해낸다. 얼마 전 테슬라는 국내에서 기간통신사업을 하겠다고 신고했다. LTE 모뎀을 내장한 자동차를 이용해 커넥티비티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차 안에서 실시간 교통 정보, 음악,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이다. 이전에 기간통신사업은 등록제였지만 지난해 신고제로 완화됐다. 테슬라의 기간통신사업 신고는 진입 규제 완화 이후 첫 사례다. 이전까지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별정통신사업자로 등록해 관련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제도적으로도 자동차를 통신 기기로 여긴다.

커넥티드 카가 구현하는 기술은 아주 다양하다. 운행 관리나 자동차 관리, 운전 보조, 예방 안전, 건강 관리, 엔터테인먼트 등 여러 분야를 아우른다. 자동차의 실시간 위치를 파악해 사고가 발생하면 응급 구조 시설에 알리거나, 차에 이상이 생기면 서비스 센터로 정보를 보낸다. 내비게이션에 실시간 교통 정보를 반영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로 안내한다. 주변 차의 흐름을 파악해 차의 속도를 제어하고 충돌을 예방한다. 이메일이나 문자를 차에서 보내거나 받고, 음악과 영상도 스트리밍으로 즐길 수 있다. 자동차 안에서 집 안 기기를 제어하기도 한다. 자동차에 등록한 결제 정보에 기반해 무선 통신을 이용해 결제가 자동으로 이뤄진다. 이 밖에도 커넥티드 카의 응용 범위는 무궁무진하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발달할수록 연결성은 더 중요해진다.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고 자동차가 달리려면 주변 자동차는 물론 인프라와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받아야 한다. 운전자가 운전하지 않거나 직접 운전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차 안에서 보고 즐길 거리도 늘어야 한다. 소지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만으로 시간을 보내기는 쉽지 않다. 자동차에 내장된 시스템이 차 안에서 할 거리를 제공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커넥티드 기능의 혜택을 입고 있다. 지금 커넥티드 카 분야에서 가장 매력 넘치는 부분은 무엇일까? 다시 말해 킬러 콘텐츠라고 할 만한 것이 있을까? 자동차 이용자는 늘 차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하기를 원한다. 그동안 차에서 경험하지 못한 일을 직접 누리게 된다면 킬러 콘텐츠로 인정받을 수 있다.

커넥티드 카 킬러 콘텐츠를 골라보자면, 우선 ‘인 카 페이먼트 시스템’을 꼽을 수 있다. 자동차에 결제 정보를 등록한 후 주유소나 주차장 등에서 메뉴 몇 번만 터치하면 결제가 끝난다. 간편 결제는 소비 행태의 대세다. 아예 지갑 없이 다니는 사람이 늘고 있다. 인 카 페이먼트 기능을 탑재하면 자동차가 결제 수단이 된다. 현재 일부 주유소와 주차장에서만 시행하지만 확장 가능성은 크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은 물론 주차장을 갖춘 식당이나 상점도 대상이 된다. 현재는 메뉴를 몇 번 거쳐야 하지만, 이런 과정 없이 번호판 인식만으로도 자동 결제가 이뤄질 수도 있다.

‘지능형 음성인식 비서’ 기능도 킬러 콘텐츠라 할 만하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기본 작동은 음성인식이다. 자동차에서는 음성인식이 유용하다. 운전 중에 시선을 돌리고 손을 움직여 기능을 작동하면 위험하므로 음성이 안전하고 편하다. 예전에도 간단한 기능을 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었는데, 요즘은 다룰 수 있는 기능이 대폭 늘었다. 갈수록 자동차의 기능이 복잡해지고 디스플레이에 포함된 메뉴도 수십 가지가 넘어서 일일이 찾아서 작동하기 번거롭다. 이때 음성인식이 위력을 발휘한다. 단순한 기능 작동에 그치지 않고, 자연어에 기반해 세부 기능까지 제어한다. 날씨와 뉴스, 검색 순위 등 생활 정보도 찾아서 말해준다. 음성인식 비서 기능은 복잡한 자동차를 편하게 타기 위한 필수품이다.

차를 살 때는 옵션 하나 때문에 선택 결과가 바뀌기도 한다. 음악 청취가 USB에서 블루투스로 넘어가던 시기에는, 스마트폰 연결해서 음악 듣기 좋아하는 사람은 블루투스 기능 없는 차는 꺼렸다. 아이폰 사용자라면 차를 살 때 애플 카플레이가 되는지 꼭 따진다. 자동차의 성능이나 효율성은 상향평준화되어서 차별화 포인트가 되기 힘들다. 디자인이나 브랜드는 취향이나 충성도 문제라 쉽게 바뀌지 않는다. 자동차에서 ‘이 기능 있으면 꼭 산다’고 할 킬러 콘텐츠가 계속해서 나올 곳은 앞으로 꾸준하게 발전할 커넥티드 분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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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조진혁
WORDS 임유신(자동차 칼럼니스트)

2020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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