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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위한 성장이 필요한 김광현

UpdatedOn April 28, 2020

류현진 친구 김광현은 늦은 나이임에도 마지막 꿈을 불태우러 메이저로 향했다. 시범 경기의 성적은 나쁘지 않다. 린스컴을 연상시키는 특유의 폼으로 시선도 사로잡았다. 메이저리그 통계 사이트는 김광현이 10승 ERA 4점대를 기록할 거라 예상했다. 연봉 이상의 가치를 해낼 거라는 고평가다. 하지만 KBO 성적을 바탕으로 한 점을 간과할 수 없다. 공인구 적응, 속구와 슬라이더 중심의 피칭도 극복해야 할 약점. 이를 극복하고 현지의 예상대로 10승을 달성할 수 있을까? 지금 김광현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5년 전으로 돌아가보자. 2014 시즌 후 SK 와이번스로부터 해외 진출을 허락받은 김광현은 포스팅 시스템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진행했다. 2013년 14승 8패 평균자책점 3.00, 2014년 14승 7패 3.38로 2년간 대활약한 류현진에 이어 도전장을 던진 선수들은 김광현, 양현종, 강정호였다. 피츠버그 파이어러츠는 강정호에게 5백만 달러를 써냈다. 그리고 파격적인 4년 1천1백만 달러 계약을 선물했다. 반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는 2백만 달러라는 적은 돈으로 김광현의 독점 협상권을 따냈다. 2년 전 LA 다저스가 류현진과 협상하기 위해 낸 2천5백75만 달러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액수였다. 김광현을 더욱 충격으로 몰아넣은 것은 샌디에이고의 1년 1백만 달러 계약 제시였다. 결국 김광현은 SK에 남았다. 김광현이 메이저리그 진출을 포기한 이유는 샌디에이고의 1년 1백만 달러 제안이 소모품 취급을 받을 수 있는 계약이었기 때문이다. 몸 상태에 대한 자신도 없었다. 김광현은 2016 시즌 후 팔꿈치인대접합 수술인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일보 후퇴는 이보 전진이 됐다. 5년의 기다림 끝에 2년 8백만 달러 계약으로 명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입단하게 된 것이다. 다섯 살 더 먹은 김광현의 몸값이 더 올라간 이유는 무엇일까. 2019년 김광현이 거둔 성적(190이닝 17승 6패 2.51)은 류현진과 라이벌을 이뤘던 2010년(193이닝 17승 7패 2.37) 이후 최고 성적이었다. 더 중요한 건 내용이었다. 2015년까지 9이닝당 볼넷 수가 3.86개로 KBO 통산 2.72개인 류현진보다 크게 높았던 김광현은 2018~2019년 두 시즌 동안 9이닝당 1.88개를 기록했다. 세인트루이스가 파견한 스카우트는 “토미존 수술 이후 김광현의 제구는 그전과 전혀 다르다”는 보고서를 올렸다.

김광현은 구속까지 좋아져 2015년 시속 144.5킬로미터였던 포심 평균 구속이 지난해 147.1킬로미터(91.4마일)까지 올랐다(출처 스탯티즈). 91.4마일의 평균 구속은 메이저리그 좌완 선발의 평균인 91.8마일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한 김광현이 던지는 포심의 분당 회전수는 2천3백4회(애슬릿미디어 ‘트랙맨 베이스볼’ 제공)로 메이저리그 좌완 선발의 평균인 2천2백56회보다 좋다. 포심의 회전수가 높으면 투수에게 유리한 수직 무브먼트, 타자에게 공이 떠오르는 것 같은 착각을 주는 라이징 무브먼트가 생긴다.

빠르고 역동적인 투구 폼을 가진 김광현은 메이저리그 타자들로부터 ‘디셉션(공을 숨겼다 던지는 동작)’이 좋다는 칭찬을 들었다. 좋은 디셉션은 공을 큰 덩치 뒤에 숨겼다 던지는 류현진의 성공 비결이기도 했다. 환경도 좋다. 세인트루이스는 홈구장이 투수에게 유리하며, 오승환과도 호흡을 맞췄던 야디에르 몰리나는 통산 9개의 골드글러브를 자랑하는 최고의 포수다. 투수 코치 마이크 매덕스도 현역 최고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김광현을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역대 KBO리그 출신 투수 중 가장 성공한 투수는 류현진이다. 그리고 지난해 메릴 켈리가 추가됐다. 메이저리그 데뷔를 하지 못하고 건너와 SK 와이번스에서 네 시즌을 보낸 켈리는 오롯이 KBO리그 성적을 통해 고향 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지난해 2년 5백50만 달러 계약을 맺었다. 또한 마이너리그 거부권까지 보장받았다. 5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켈리는 32경기에서 13승 14패 4.42를 기록함으로써 성공적인 시즌을 만들어냈다. 마지막 5경기 성적은 4승 1패 2.18이었다. ‘팬그래프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켈리는 1천6백10만 달러 활약을 해냄으로써 애리조나는 이미 본전을 뽑고도 남았다. 문제는 류현진과 켈리가 같고, 김광현은 다르다는 것이다.

류현진과 켈리의 공통점은 다양한 구종을 던지는 팔색조 투수라는 것이다. 포심, 투심, 체인지업, 커브, 커터를 자유자재로 던지는 둘은 지난해 구사율이 10% 이상인 구종이 5가지인 7명의 규정 이닝 투수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김광현이 경쟁력을 가진 공은 포심과 슬라이더 두 개뿐이다. 우리의 기억 속에 랜디 존슨은 포심과 슬라이더를 던지는 투피치 투수였다. 하지만 존슨은 1999년 스플리터 그리고 2000년에는 투심을 추가했다. 그전까지 따낸 사이영상이 한 개였던 존슨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4년 연속 사이영상 수상에 성공한 것은 구종 추가가 결정적이었다. 구종 추가는 김광현에게도 생존의 열쇠다.

긍정적인 부분은 시범 경기에서 보여준 김광현의 커브가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몰리나의 칭찬을 받은 김광현의 커브는 70마일을 전후하는 공으로, 80마일 중반대인 슬라이더와 구속 차이가 대단히 크다. 이는 타자가 슬라이더 타이밍으로는 커브를 칠 수 없음을 의미한다. 커브가 빠르게 자리 잡는다면, 김광현은 ‘네 번째 공’에도 반드시 도전해야 한다. 패스트볼과 비슷한 모습으로 들어오기 때문에 패스트볼의 경쟁력을 배가시킬 수 있는 스플리터다. 메이저리그에서 스플리터와 체인지업을 던지지 않고 성공한 좌완 선발이라면, 클레이턴 커쇼 말고는 이름이 잘 떠오르지 않는다.

메이저리그 통산 평균자책점이 2.98인 류현진은 1백 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현역 투수 중 커쇼(2.44)와 제이콥 디그롬(2.62)에 이어 평균자책점 3위에 올라 있다. 류현진의 성공 비결은 메이저리그 도착 이후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은 2014년 체인지업이 흔들리자 커쇼로부터 빠른 슬라이더를 배웠고, 2017년에는 댈러스 카이클의 비디오를 보고 커터를 추가했다. 데뷔 첫해 체인지업에 의존하는 투수였던 류현진은 이제 5가지 구종을 이리 섞고 저리 섞는 현란한 볼 배합으로 타자를 제압한다.

김광현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미래는 알 수 없지만 답은 정해져 있다. 김광현 역시 성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류현진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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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EST EDITOR 김성지
WORDS 김형준(MBC 메이저리그 해설위원)

2020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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