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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생하는 동대문

한때 젊음과 패션의 상징이었던 동대문은 요즘 참 한산하다. 빛바랜 이 동네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움직임을 포착했다.

UpdatedOn October 26, 2016

  

 000간 

공유하고 공생하는 동대문

000간을 어떻게 읽을지 고민될 거다. 그냥 쉽게, ‘공공공간’이라고 읽으면 된다. 순수 예술을 하던 홍성재 작가는 ‘예술가로 살고 싶은데, 뭔가 새로운 모델이 없을까?’ 고민하다 ‘내가 그 모델이 되어야겠다’ 결심했다. 그러다 맡은 것이 아이들의 예술 교육 프로그램이었다. 자연스레 창신동에 있는 아동 센터와 연이 닿았다. 동대문구의 오래된 동네, 창신동은 변화가 필요했다. 그러려면 사람도 변하고, 공간도 변해야 했다. 홍성재는 ‘예술가가 사회적으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차에 만난 이 프로그램 덕분에 ‘작가’ 대신 ‘대표’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회적 기업 000간을 만들었다. 커뮤니티 디자인을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지역을 재생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000간의 이름으로 처음 시작한 것은 ‘흰 벽 만들기’ 프로젝트였다. 아이들이 원하는 건 알록달록 사진 찍기 좋은 벽화가 아니라 그저 깨끗한 벽이었다. 그래서 동네 벽을 흰색으로 칠했고, 그다음으로 도서관을 짓고, 000간의 공간을 만들고 디자인 제품을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우리의 슬로건은 ‘공간, 공생을 위한 디자인’이다. 그리고 지역 문제 해결에 기반을 두고 모든 것을 진행했다.” 이것이 2012년의 일이었다. 동대문에 사는 모든 이들이 입을 모아 이야기하는 가장 큰 골칫거리는 봉제 쓰레기였다. 홍성재 대표는 봉제 조각들을 모아 쿠션을 만드는 등 업사이클링 방법을 주로 고심했다.

그러다 제작 과정에서부터 아예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방식에도 관심을 가지게 됐다. 가방으로 변하는 앞치마, 원피스 등이 바로 이런 방식으로 탄생한 제품이다. 봉제 공장을 리모델링해 000간의 두 번째 공간을 만들고 프로젝트는 더욱 다양하게 진행했다. 현대자동차 그룹과 함께한 ‘간판 만들기 프로젝트’ 역시 인상적인 활동이다. 미적인 측면 때문이 아니라, 봉제업에 종사하는 장인이 어떤 분야의 전문가이고 연락처는 뭔지, 정보를 모아 간판으로 알리는 것이 목적이었다.

여태까지 거리의 공공 디자인은 외부자의 시선으로 접근하기 일쑤였다. 이화동 벽화만 해도, 그곳의 주민 대신 관광객을 위한 기획이 대부분이었고 결국 벽화가 지워지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홍성재 대표는 창신동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눈으로 가장 필요한 것, 함께 만들어갈 수 있는 것을 찾았다. 간판 프로젝트 역시 주민의 자율에 맡겼다. 이러한 뜻에 동참하는 아티스트들과 긴밀히 작업하기 위해 000간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채널을 늘렸다.

사회적 기업, 디자인을 기반으로 하는 곳들을 모아 부산의 현대백화점에 매장을 열었다. “사회적인 문제를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것. 그것을 시각화하는 작업이 우리가 하는 일이다. 000간이 여태 해온 프로젝트 역시 모두 같은 맥락이다. ‘낭비 없는 삶을 만들자’는 것이다.” 홍성재 대표는 지금 동대문구 창신동에 살고 있다. 한때 패션을 사랑하는 젊은이로 불야성을 이룬 동대문은 지금 관광객 조차 뜸한 오래된 동네가 됐다. 그는 이곳이 다시 반짝일 수 있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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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대문 옥상낙원 

청년들이 꿈꾸는 즐거운 동대문

동대문 신발도매상가 B동 옥상엔 낙원이 있다. 동대문 옥상낙원, 즉 DRP(Dongdaemoon Rooftop Paradise)는 일명 ‘DRP’라고 불린다. 박찬국 디렉터는 청년들과 2013년 겨울, 창신동에 관한 여러 이야기를 접했다. 봉제 산업 관련 이슈가 압도적인 가운데 어마어마한 자투리 천을 발견하게 됐다.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는 천 조각들을 보고 누군가 필요한 사람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고 ‘자투리 천 키트’를 만들었다.

그러면서 동대문 상가의 옥상을 탐험하기 시작했다. “동대문은 새로운 세대가, 그리고 새로운 상상력이 유입되어야 재평가받을 수 있는 곳이란 판단이 들었다.” 건물 관리인은 길어야 2개월을 넘기지 못할 거라고 했지만 6개월 넘게 청년들과 예술가들이 옥상의 쓰레기를 치워나갔다. ‘노동 벙개’라고 이름 붙여 청소를 하며 놀았다. 박찬국 디렉터와 청년들의 아지트이자, 동대문과 새로운 문화를 연결하는 플랫폼이 됐다. 옥상낙원에 하나둘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봉제 산업 종사자들과 교류를 하게 됐다. 박찬국 디렉터는 봉제 산업 종사자에게 ‘하청 업자가 아닌 기술을 보유한 장인’의 역할을 맡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딱 한 장의 티셔츠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이들에겐 난생처음 ‘오더메이드’가 아닌 ‘디자인’을 해야 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런 식으로 제작한 봉제 장인들의 작품은 한불 수교 1백30주년 ‘메이드 인 서울’ 전시에서 만나볼 수 있었다. 그러는 한편 ‘홀리데이 팩토리’도 만들었다. 봉제 장인들이 쉬는 날 모여 함께 옷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지난 ‘국제핸드메이드페어’에서 미미시스터즈의 무대 의상을 만들었다. “옥상낙원을 지키는 동대문 청년들은 거창한 목표를 세운 사회적 기업이 아니다. 동대문 사람들과 우리는 서로 흥미롭게 바라보며 감수성을 나눈다.” 박찬국 디렉터는 기존 방식으로는 그 어떤 것도 제대로 변화시킬 수 없다고 말한다. 앞으로 옥상낙원을 거점으로 전혀 다른 동대문의 새 얼굴을 만날 수 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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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신기지2: 크래프트 베이스 

창신동 골목대장

옛것을 본받아 새로운 것을 창조한 ‘창신기지' 프로젝트는 지랩(Z-Lab)의 작품이다. 도무지 유동 인구가 들어설 수 없는 좁은 골목에 올해 초 ‘창신기지2: 크래프트 베이스’를 열었다. 지랩의 이상묵 실장은 역시나 오래된 한옥을 개조해 새로운 경험과 소통이 가능한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그는 무엇보다 한옥 같지 않은 한옥과 창신동 커뮤니티를 연결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래서 고안해낸 것이 창신동에서 가장 유명한 ‘창신 골목 시장’의 식재료를 적극 활용한 메뉴였다.

크래프트 베이스의 모든 음식에는 창신 골목 시장에서 판매하는 식재료 혹은 요리가 군데군데 담겨 있다. 이를테면 창신동 명물인 매운 족발을 가장 맛있게 하는 곳에서 공급받아 리소토 요리로 재탄생시키는 식이다. “이 오래된 동네에서 젊은 친구들이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 가장 큰 의의다. 옛것과 새것이 적절히 혼합되어 어디서도 볼 수 없던 새로움을 경험할 수 있다. 이러한 새로움의 파괴력을 경험하면 직접 움직이는 젊은이들이 많아진다.”

이상묵 실장은 창신기지 시리즈가 창신동의 창작 플랫폼이 되기를 희망한다. 그래서 창신기지3·4·5 등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젊은 창작자들이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는 ‘코워킹 플레이스’의 거점이 되는 것. 아주 원대한 목표 같지만 ‘창신기지’라는 이름으로 벌써 두 번이나 성공했으니 머지않은 미래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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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ER 이준열

2016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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