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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편집매장 `블러쉬`에 가면 두 개의 조명, `Cooper Shade`와 `Beat Light`가 조화롭게 매달려 있다. 모두 톰 딕슨의 작품이다.<br><br>

UpdatedOn July 02, 2009

끔 10초에 한 번씩 ‘희번덕’거리는 무미건조한 형광등이 아니라 한결같은 조도를 유지해주는 포근하고 ‘따사로운’ 조명 아래서 글을 쓰고, 밥을 먹으며, 누군가와 사랑을 나누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무심히 떠오른 이 로망은 우연히 톰 딕슨의 조명들을 보고 가지를 쳤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그의 작품에는 안정적인 조도뿐 아니라 기발한 아이디어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영국 디자인 뮤지엄 소장품이기도 한 2005년작 미러볼은 금속이나 플라스틱 등 서로 어울리지 않는 소재들을 조합해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을 보여주었다. 반사 현상을 이용한 이 조명은 3가지 크기의 구조물을 조합하여 화려한 샹들리에 혹은 플로어 스탠드로 사용할 수 있는 작품으로 ‘톰 딕슨’의 베스트셀러다. 그의 미러볼은 국내에서도 aA디자인뮤지엄, 카페 고릴라, 카페 퀸 등에서 볼 수 있다. 특히 편집매장 블러쉬에는 미러볼과 같은 형식으로 플라스틱 폴리카보네이트 위에 동을 코팅한 ‘Cooper Shade’와 빗물이 지표면에 떨어지는 순간의 자연적인 이미지에서 착안한 ‘Beat Light’가 어우러져 있다. 사실 톰 딕슨은 정규 디자인 교육을 받지 않았다. 1970년대 런던에서는 정규 교육을 착실히 받는 것이 오히려 독특한 일이었다고 하는데 그는 정규 교육 대신 ‘삶’에서 디자인 영감을 얻었다. 취미 삼아 제작한 금속 의자도 오토바이광이었던 그가 오토바이를 수리하면서 얻은 금속에 대한 관심에서 시작되었으니까. (그는 펑크록 밴드의 기타리스트이기도 했다.) 그는 스물다섯 살 첫 작품을 발표하면서 놀라운 아방가르드 디자이너라는 호칭을 얻는다. 자국 디자이너만을 고집했던 이탈리아 유명 가구 브랜드인 ‘카펠리니’가 원칙을 깨고 톰 딕슨의 S-의자(플라스틱과 나무 등을 이음매 없이 구부려 만든 체어) 판매 계약을 맺은 사건도 ‘영국 디자이너’ 톰 딕슨을 스타덤에 올려놓는 데 한몫했다. (그의 작품은 조명뿐 아니라 의자도 유명하다.) 영국 ‘해비타트’의 디자인 스튜디오 책임자를 거쳐 지금은 자신의 이름을 건 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활동하며 현존하는 디자이너 중 가장 유명한 그는 지나친 예술성으로 대중화되지 못하는 작품에는 관심이 없다. 매 시즌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여념이 없다는 그의 말은 즉, 팔리지 않는 디자인이 아닌 누구나 함께 즐길 수 있는 디자인을 만들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이번 시즌 그는 기존 작품들이 보여준 완벽한 외관을 버리고 결함이 그득한, 투박하고 묵직한 디자인을 선보였다(프레스트 글라스(Pressed Glass) 컬렉션). 퓨처리즘을 추구하던 지난 몇 년을 거치며 삽시간에 산업화 초기의 모습으로 180도 변화한 그의 천재적인 아이디어가 놀라울 따름이다.

1 플라스틱 폴리카보네이트 위에 동을 코팅한 Cooper Shade(2005년)와 빗물이 지표면에 떨어지는 순간을 형상화한 Beat Light (2006년). 2 톰 딕슨사의 베스트셀러인 Mirror Ball(2005년). 3 자연광 같은 은은한 조도가 매력적인 Cone Light Stand(2005년). 4 화이트 폴리카보네이트 위에 형광 오렌지 컬러를 도장한 Fluoro Shade(2009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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