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이유 있는 자신감

박서준은 늘 자신만만해 보였다. 담백한 대화 속에서 그 이유를 찾아냈다.

UpdatedOn March 08, 2016

3 / 10
/upload/arena/article/201603/thumb/27655-108302-sample.jpg

레이스 블라우스와 남색 수트는 모두 버버리 프로섬 제품.

레이스 블라우스와 남색 수트는 모두 버버리 프로섬 제품.

박서준은 잘 웃었다. 그냥 살짝 미소만 짓는 게 아니라 온 얼굴 근육을 사용해서 정말 즐겁게 웃었다. 촬영을 위해 모인 모든 스태프들은 그가 연기를 막 시작한 때부터 지금까지 박서준의 곁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오래 두고 사귄 이들과 함께할 때 그는 가장 편안해 보였다. 새로운 것에 빨리 흥미를 느끼는 딱 요즘 남자 같아 보이지만, 의외로 우직한 구석이 많다. 일도 마찬가지다.

연기를 해야겠다고 처음 마음먹고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다른 곳에 눈을 돌린 적도, 다른 생각을 품어본 적도 없다. 언젠가 연기에 필요할 것 같아서 승마를 배우고, 골프를 배웠다는 그는 쉬는 시간을 불편하게 느낄 정도로 끊임없이 뭔가를 해왔다.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로 한 단계 올라선 그는 이 성공을 결코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느 때처럼 쉼 없이 노력했고, 열심히 한 결과일 뿐이라고 말한다. 20대의 마지막을 어떻게 마무리할지 고심 중인 박서준은 언제나 그랬듯 여유롭게 다음을 기다리는 중이다.
 

흰색 셔츠는 프라다, 데님 팬츠는 클럽 모나코 제품.

흰색 셔츠는 프라다, 데님 팬츠는 클럽 모나코 제품.

흰색 셔츠는 프라다, 데님 팬츠는 클럽 모나코 제품.

검은색 슬리브리스는 릭 오웬스, 지브러 패턴의 코트는 버버리 프로섬, 검은색 반바지는 아크네 스튜디오 by 10cc, 검은색 스트레이트 팁 슈즈는 지미 추 제품.

검은색 슬리브리스는 릭 오웬스, 지브러 패턴의 코트는 버버리 프로섬, 검은색 반바지는 아크네 스튜디오 by 10cc, 검은색 스트레이트 팁 슈즈는 지미 추 제품.

검은색 슬리브리스는 릭 오웬스, 지브러 패턴의 코트는 버버리 프로섬, 검은색 반바지는 아크네 스튜디오 by 10cc, 검은색 스트레이트 팁 슈즈는 지미 추 제품.

10년 전엔 뭘 하고 있었나?
배우를 꿈꾸는 고등학생이었다.

고등학생 박서준은 결국 꿈을 이룬 거네?
꿈을 이룬 동시에 딜레마에 빠졌다.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을 한 이후로 내 목표는 대학 입시였다. 막상 연기 전공으로 대학을 들어가고 나니까 목표가 사라지면서 되게 힘들더라. 그때부터 목표만을 위해 움직이기보다 가능성을 열어놓고 생각하려는 습관을 가지게 됐다.

그럼 이제 목표가 없나?
연기에 있어서는 그렇다. 내가 어떤 것을 하고 싶다고 해서 꼭 이뤄지는 건 아니라고 본다. ‘나 이번에 무조건 상 받을 거야’라는 목표를 세웠다고 치자. 그런데 상 받는 연기가 어디 있나?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려고 한다. 알아봐주시는 분들이 많으니까 감사한 한편 불편한 순간도 있다. 하지만 ‘이거 너무 불편해, 내 사생활을 잃었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내가 얻은 것보다 잃은 것에만 집중하게 되니까 그러지 않으려고 한다.

흔히 물 들어올 때 노 젓는다고들 한다. 지금은 한창 물이 들어오는 때 아닌가?
그 얘기 정말 많이 들었다. 그런데 나는 항상 노를 젓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쉬는 날도 다음 일을 생각할 때가 많고, 심지어 여행을 가서도 새로운 것을 보고 ‘연기할 때 응용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늘 준비하고 있어야 어느 물에서건 노를 저을 수 있다.
 

브라운&amp;블랙 패턴의 시스루 셔츠와 코트는 모두 에트로, 남색 팬츠는 클럽 모나코, 검은색 단화는 컨버스 제품.

브라운&amp;블랙 패턴의 시스루 셔츠와 코트는 모두 에트로, 남색 팬츠는 클럽 모나코, 검은색 단화는 컨버스 제품.

브라운&amp;블랙 패턴의 시스루 셔츠와 코트는 모두 에트로, 남색 팬츠는 클럽 모나코, 검은색 단화는 컨버스 제품.

놀 땐 그냥 막 놀아야 한다.
나도 일과 일상을 구분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된다. 아, 하나 구분되는 게 있다. 작품 하나가 끝나면 많이 망가진다. 긴장이 풀려서 그런지 얼굴부터 망가지는 게 보인다. 하하. 일할 때와 일상생활을 할 때의 차이다, 관리의 차이.

최근작인 <그녀는 예뻤다>가 워낙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인지 혹자는 이 작품이 박서준의 연기 인생 2막을 열어줬다는 평을 하기도 한다.
그냥 늘 하던 대로 했을 뿐이다. 단지 전작에 비해 내가 맡은 역할이 극을 조금 더 이끌어갔던 것이 다른 점이겠지. 극 중 분량과 비중이 커지다 보니 인물의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기회가 많았다. 만약 내가 엄청난 고난과 역경을 겪고 도저히 연기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극적으로 맡게 된 작품이라면 이 드라마가 내 인생의 2막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굳이 어떤 수식어를 붙여야 한다면, 나를 한 계단 더 올라가게 해준 작품이라고 말하고 싶다.

드라마에선 여심을 사로잡는 캐릭터를 주로 연기해왔다. 그런데 영화는 노선이 조금 다르다.
특별한 기준이 있는 건 아닌데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드라마와 달리 영화 <악의 연대기>를 통해 스릴러라는 장르에 도전했으니까. 일부러 어떤 노선을 정한다기보다는 내가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 흥미가 중요한 선택의 이유다.

처음 연기를 시작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지키고 싶었던 게 있나?
계속 ‘일’이라고 표현했지만 막상 현장에서 연기할 때는 이것을 일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 그 즐거움을 잃으면 많은 것을 놓게 될 것 같다. 언제까지 즐거울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마음을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박서준에게선 항상 자신감이 느껴진다. ‘내가 제일 잘나간다’는 느낌보다는, 열심히 노력한 사람 특유의 자신감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박서준은 노력형 인간인가?
내가 어느 정도까지인지 그 한계를 모르겠다. 그 끝을 보고 싶어서 계속 노력한다. 대중은 ‘박서준은 이런 역할만 할 수 있겠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늘 도전하고 시도해왔다고 생각한다. 나까지 스스로 한계를 정해놓고 싶진 않다. 내가 생각하는 나만의 가능성이 분명 있기에 새로운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편이다. 많은 사람들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기 때문에 흔들리기도 쉬운 직업이 배우다. 그래서 최소한의 나를 지킬 수 있는 자존감이 필요하다. 이런 태도를 지켜나가려 하는 것이 자신감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절대 자만하지 말자는 생각 또한 지키려고 노력한다.
 

흰색 카디건은 까날리, 남색 카디건은 산드로 옴므, 남색 조거 팬츠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줄무늬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흰색 카디건은 까날리, 남색 카디건은 산드로 옴므, 남색 조거 팬츠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줄무늬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흰색 카디건은 까날리, 남색 카디건은 산드로 옴므, 남색 조거 팬츠는 비비안 웨스트우드, 줄무늬 타이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흰색 줄무늬 셔츠와 남색 하이 웨이스트 팬츠는 모두 김서룡 옴므, 파인애플 패턴의 슬립온은 발렌티노 제품.

흰색 줄무늬 셔츠와 남색 하이 웨이스트 팬츠는 모두 김서룡 옴므, 파인애플 패턴의 슬립온은 발렌티노 제품.

흰색 줄무늬 셔츠와 남색 하이 웨이스트 팬츠는 모두 김서룡 옴므, 파인애플 패턴의 슬립온은 발렌티노 제품.

경험이 쌓이면서 성공에 대한 관점도 바뀌었을 것 같다. 배우로서 ‘성공의 의미’를 정의해본다면?
나에게 ‘성공’은 일을 즐겁게 하는 거다. 내가 즐거워야 대중에게 감동을 줄 수도 있으니까. 얼마 전에 아는 형과 이야기하다가 “꿈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다. 연기 활동 시작하면서 그런 질문을 처음 받았다. 여러 가지 생각하게 되더라. 내가 행복하기 위해 어떤 꿈을 꿔야 하는지, 좀 더 생각해봐야겠다. 아마도 시간이 흘러서 돌아봤을 때 내가 성공한 배우였는지 알 수 있겠지.

박서준에게도 오디션에서 떨어지던 시절이 있었겠지?
물론이다. 자꾸 떨어지다 보니까 지금 나에게 맞는 역할이 없나 보다 하는 생각보다 연기가 나랑 안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항상 시작이 어렵다. 일단 시작을 하고 나면 세상엔 참 다양한 배역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나 같은 사람도 할 역할이 있더라, 결국. 하하.

고심 끝에 선택한 차기작 <화랑:더 비기닝>에 대해 얘기해보자.
<그녀는 예뻤다> 후반 촬영 즈음에 대본을 봤다. 한 3개 정도를 연달아 봤는데 일단 재미있었다. 그런데 대본에 ‘고생’이라고 또렷이 써 있더라. 하하. 배워야 할 것도 많고 그래서 걱정도 됐지만 또다시 현대극을 한다면 기존과 비슷한 이미지를 보여주게 될 것 같았다. 내가 맡은 역할에 한정해 설명하자면 골품도 없는 밑바닥 천민 출신이 전설적인 화랑으로 성장한다는 이야기다. 무엇보다 지금 내 나이대에 딱 맞는 역할이다. ‘29세의 내가 이 많은 감정과 격정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만으로도 굉장히 흥미로웠다.

일하는 것 말고, 29세를 어떻게 보낼지 계획을 세워봤나?
올해 12월부터 한 달 정도는 나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무조건. 뭐 스케줄 잡혀 있다고 하면 “다 빼주세요” 할 거다. 데뷔하고 나서는 시간을 계속 흘려보냈는데 스물아홉 마지막 한 달은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사실 30세가 된다고 해서 그렇게 달라질 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서동현
PHOTOGRAPHY 이재철
STYLIST 전민정, 박세연, 홍유주(유포리아 서울)
HAIR 정미(순수)
MAKE-UP 강미(순수)

2016년 03월호

MOST POPULAR

  • 1
    Greenery Days
  • 2
    제네바에서 일어난 일
  • 3
    가구 보러 왔습니다
  • 4
    고급 시계 3라운드
  • 5
    새로 오픈했습니다

RELATED STORIES

  • INTERVIEW

    엄청나게 큰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

    국내 개봉을 앞둔 <범죄도시4> 허명행 감독을 만났다. 그는 지금 대한민국 영화계에서 가장 큰 주먹을 휘두르는 남자다. 하지만 그는 주먹의 크기보다 주먹을 휘두르는 명분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INTERVIEW

    지창욱, 우아함과 역동적인 모습이 담긴 <아레나 옴므 플러스> 디지털 커버 공개

    스위스 워치 메이커 라도와 글로벌 앰배서더 지창욱이 함께한 <아레나> 디지털 커버 미리보기

  • INTERVIEW

    Keep Calm and Carry On

    10CM는 거창한 목표보다 주어진 하루하루에 충실하고 싶다고 했다. 휘둘리지 않고, 자신을 믿으며.

  • INTERVIEW

    Under the Moonlight

    빌딩 불빛만이 거리를 비추는 서울 한복판에서 가수 문수진을 만났다. 그는 재능보다 노력의 힘을 믿었다.

  • INTERVIEW

    이민기, “제 나이에 맞게 역할을 해내는 배우,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배우 이민기의 <아레나> 5월호 화보 및 인터뷰 미리보기

MORE FROM ARENA

  • LIFE

    당당한 발을 위하여

    양말에 가려져 있다고 발 관리에 소홀하고 있다면, 거칠어지고 갈라진 발뒤꿈치가 고민이었다면, 지금 소개하는 4가지 크림을 기억해둘 것.

  • FASHION

    BOSS'S HOLIDAY

    잠들지 않는 도시, 특별한 주인공과 위트로 가득 찬 보스의 홀리데이 컬렉션.

  • LIFE

    웹예능은 제2의 <오겜>이 될 수 있을까?

    이제는 다들 웹예능에 출연을 못 해 난리다. 웹상에서 인기를 끈 작품을 지상파에서 방영하기도 하고, 수백만 구독자 유튜버가 자기 채널에서 방송하는 웹예능에선 출연권을 따기 위해 오디션까지 열린다. 오디션 과정 자체가 본방송만큼이나 화제가 될 정도. 최근 인기를 끈 웹예능 대부분이 글로벌 플랫폼에서 유통되며, 해외 시청자를 만날 가능성도 높아졌다. 한국의 독특한 웹예능이 세계적인 콘텐츠가 될 수 있을지 기대해본다.

  • INTERVIEW

    VMD 이경미&정은아

    콘텐츠를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다. 조금 과장하자면 그렇다. 콘텐츠는 더 이상 매체의 전유물이 아니다. 마케터들은 반 발 빠른 트렌디한 콘텐츠로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이목을 끄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걸까. 브랜드, 광고, 공간, 데이터를 다루는 마케터들에게 물었다.

  • INTERVIEW

    (여자)아이들 소연

    여기 창작욕을 불태우는 아이돌이 있다. 그들을 만나기 위해선 안무 연습실과 보컬 트레이닝 룸을 지나 어두컴컴한 골방 같은 작업실로 가야 한다. 컴퓨터와 키보드, 작은 악기들로 채워진 좁은 공간에서 그들은 비트를 짜고, 멜로디를 입히고, 가사를 쓴다. 그리고 고민한다. 대중이 원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곡 쓰는 아이돌들을 만났다. 펜타곤의 후이, (여자)아이들의 소연, 스트레이 키즈의 방찬이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