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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에게 이 아침을 바칩니다

셔터를 누르듯 프라이팬을 뒤집는 남자, 이성호의 키친 스토리. 그리고 그가 아내에게 차려낸 단호박 수프에 대하여.<br><br>[2006년 9월호]

UpdatedOn August 21, 2006

cooperation 이성호(ozkichen.com) Photography 기성율 Editor 김민정

넥타이를 풀고 셔츠 단추 몇 개를 열고 와이셔츠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린다. 그리고 허리께에 하얀 앞치마를 두르고 사랑하는 연인을 위해 주방에 서보자. 이제 당신은 세상에서 가장 섹시한 남자가 되는 것이다. 셔츠 아래의 불룩 나온 배 따위는 지금 삼두박근 따위에 눌리지 않을 만큼 섹시해 보인다. 이제 부드럽고 자상한 남자로 거듭나도록 요리라는 초고속 엘리베이터에 몸을 실어보자. 몸에 밴 젠틀함, 호감 가는 미소와 부드러운 요리 솜씨까지 갖추고 아내를 위해 요리하는 남자가 있다. 포토그래이퍼이자 요리사인 이성호의 키친 스토리는 이러하다. 그는 취미로 하던 요리가 주업인 포토그래퍼 일을 누르고 ‘오즈의 키친’이라는 쿠킹 스튜디오의 안주인이 되었다. 단지 흥미로 시작한 요리가 지금의 주업이 되기까지 DVD와 요리책을 통한 글로벌 선생님 - 여기 제이미 올리버도 속하고 - 들의 가르침이 있었다. “요리가 매력 있는 건, 먹는 행위에 있다고 생각해요. 사실 저도 요리법을 가르치는 시간보다 다 만든 요리를 나눠 먹는 시간이 더 좋거든요.” 매일 푸드클래스를 열고 여러 사람과 나눠 먹는 요리 시간이 더없이 행복하다는 그.

캐주얼한 옷차림에 조리할 냄비 하나하나 체크하고 요리하는 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레서피를 자세히 설명해주고 그리고 작은 요리라도 회화처럼 담아내는 스타일링 솜씨까지, 한국의 제이미 올리버가 여기 있었다. 포근한 인상의 그가 <아레나>를 위해 선보인 요리는 아내를 위한 아침식사. 매일 문드러져라 침대에 누워 학교 가는 어린아이 깨우듯 고함을 질러대야 겨우 일어나 다 차려놓은 밥상 앞에서 숟가락만 드는 여느 남자들과는 확실히 다르다. 헌신한 어젯밤보다 더 감동적인 아침을 위해 목각 트레이에 식사를 준비하고 침대 위로 사뿐히 착륙할 모습에 진정 당신의 애인은 공주가 되고 당신 또한 공주의 사랑을 듬뿍 받는 왕자가 되는 것이다. 평소 요리사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아내보다 더 오랜 시간 동안 부엌을 지킨다는 그가 준비한 아침식사는 노란빛의 단호박 수프. “남자들이 쉬운 요리만 좋아한다고 슈퍼에서 쉽게 구하는 재료로 뚝딱 만드는 요리만 소개한다면 의미가 없잖아요. 사실 요리는 정성이거든요. 최상의 재료를 준비해 제대로 만들어 먹어야 보약이 되고, 그게 사는 재미죠.” 요리사로서 최악의 조건이 될지도 모를 채식주의를 추구하는 그. 하지만 운명의 가혹함은 고깃집 주인을 아내로 맞이하게 한다. 그런 그가 아내를 위해 준비한 아침식사, 어렵지 않다. 사랑하는 이를 위한 마음만 있다면 내일 아침이라도 당장 실행에 옮길 수 있다.

단호박 수프

재료

단호박 1/2개, 생크림 50ml, 우유 500ml, 양파(다진 것) 1/2개, 호두 3개, 소금·넛멕(육두구라 불리는 향신료의 일종)·후춧가루·올리브오일 약간씩

만드는 법

1 달군 팬에 올리브오일을 두르고 다진 양파를 볶는다.
2 단호박은 속을 긁어내고 깍둑썰기해 양파 볶은 것과 함께 다시 한 번 볶는다.
3 노릇해지면 우유를 넣고 중간 불에 3분 정도 끓인다.
4 ③의 재료를 믹서기에 넣고 간다.
5 갈아둔 것을 다시 약한 불에 데우면서 소금, 후춧가루, 넛멕으로 간을 맞춘다.
6 완성된 수프를 그릇에 옮겨 담고 생크림을 살짝 얹은 후 구운 호두로 장식한다.

설탕이 들어가지 않아도 단호박 고유의 달콤함이 느껴져 아침에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듯하다. 게다가 여자에게 그렇게 좋다는 호박이 아닌가. 아침에 부은 그녀의 얼굴을 반쪽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물론이고 풍부한 비타민 C는 백옥 같은 피부로 만들어주니 당신이 보는 덕도 꽤나 크다. 자, 이제 똑같은 요리를 한 침대 위에서 나눠 먹으며 느낄 그 교감, 그게 바로 요리의 ‘친근한’ 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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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cooperation 이성호(ozkichen.com)
Photography 기성율
Editor 김민정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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