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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 코트의 신화 윌트 체임벌린도, 얼터너티브 록의 전설 커트 코베인도,트렌드를 이끄는 제퍼슨 핵도 심지어 만화 속 캐릭터 채치수, 윤대협도 모두 같은 신발을 신었다. 바로 올해로 1백 주년을 맞은 컨버스화 말이다.<br><br>[2008년 2월호]

UpdatedOn January 23, 2008

Cooperation 컨버스 Editor 박만현

1백 살을 먹었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오히려 젊어지는 녀석이 있다. 그리고 그 ‘불로장생’을 가능케 하는 원천은 다름 아닌 시대의 젊은이들이었다.
2008년은 컨버스가 탄생한 지 꼭 1백 주년이 되는 해다. 컨버스는 말 그대로 우리 곁에 ‘살아 있는’ 전설이기 때문에 - 그 전설은 박물관에 박제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가는 현재 진행형이기에 - 구태의연한 헌정사를 바칠 필요성까지 느끼진 않는다. 하지만 만삭이 된 그레이스 켈리의 배를 가려준 켈리 백이나, 제2차 세계대전의 마침표라 여겨지는 디올의 뉴 룩처럼 값비싼 하이 패션이 아니라 남녀노소, 빈부를 가리지 않는 아이템이란 점은 그 가치를 극대화시키는 또 다른 이정표다.
컨버스는 패션 에디터라는 직함 때문에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은 최고의 패션 아이템을 접하는 나에게도 매우 기이하게 다가온다. 얇은 고무창이 아스팔트의 아스라한 한기까지 고스란히 전해주는 이 신발은 질 샌더의 최고급 그레이 컬러 수트와도, 빛바래다 못해 닳아 없어진 리바이스 501과도 썩 잘 어울리니 말이다. 이렇게 넓은 스펙트럼을 지닌 컨버스는 곧 열렬한 추종자를 거느리게 되었는데, 이들의 리스트가 가히 지난 1백 년 동안 지구를 이끌어온 남자들의 집합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우선 컨버스란 이름을 처음 세상에 알린 사람은 ‘척 테일러’라는 농구선수였다. 1921년 컨버스 배스킷볼 연보를 처음으로 출간하며 1923년 자신의 서명이 들어간 고무 패치를 발목에 부착했는데 이로써 현재 컨버스 올스타의 기원이 된 ‘척 테일러 올스타’가 탄생했다. 상대편 선수들에게 공포의 대상이었던 척은 자신의 이미지를 가장 잘 표현해주는 농구화로 컨버스를 대표하는 선수가 되었다. 다음 타자는 바로 1950년대의 ‘엉덩이 엘비스’였다. 로큰롤의 제왕인 엘비스 프레슬리는 깃 넓은 재킷과 셔츠 그리고 슬림한 핏의 팬츠에 구두 대신 컨버스를 매치함으로써 노래만큼이나 그의 패션을 젊은이들에게 히트시켰다. 다음은 리버풀 출신의 더벅머리 총각들. ‘영국의 습격’이라고도 불렸던 비틀스는 몸에 슬림하게 붙는 모즈 룩을 유행시켰는데, 컨버스는 바로 이 트렌디한 룩의 핵심이었다. 1960년대 미국인은 ‘자유’의 최고봉에 있는 컨버스 때문에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고취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름 아닌 백악관의 주인이 컨버스를 애용한 것인데, 주인공은 그 이름도 유명한 J. F 케네디였다. 쿠바 미사일 문제로 한창 여론이 시끌벅적할 때 컨버스 신발을 신은 대통령은 강한 추진력을 가진 것으로 국민들에게 비쳐졌다. 그 모습을 본 국민들은 자신들 역시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진취적 고민을 하게 되었다. 놀라운 컨버스의 마력이 증명된 실례다.


컨버스가 가진 자유분방함은 한때 반항의 이미지로도 인식되었다. <에덴의 동쪽>과 <이유 없는 반항>으로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제임스 딘은 항상 컨버스로 자신의 ‘거침없음’을 표현했다. 반면 1990년대를 풍미했던 그룹 너바나의 리더 커트 코베인은 어떠한가. 그 역시 찢어진 리바이스 청바지와 흰 면 티셔츠 그리고 럼버 체크 무늬 셔츠로 대변되는 ‘그런지 패션’을 젊은이들게 유행시켰고, 이때도 역시 컨버스는 거침없이 자유로운 패션 스타일의 화룡정점이었다.
이제 패션은 하나의 거대 산업이 되었고, 유행의 흐름 또한 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빨리 변하는 시대가 도래했다. 한마디로 ‘패스트 패션’과 ‘칩 시크’의 세상이 온 것이다. 하지만 컨버스는 그 격동의 소용돌이에서 여전히 생생한 생명력을 과시하고 있다. 도리어 ‘값이 싸다’는 컨버스의 가장 큰 장점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젠 누구나 컨버스를 신는다. 한마디로 컨버스는 특이할 것도 만나기 어려울 것도 없는 패션의 클래식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베이식 아이템일수록 정작 멋스럽게 소화해내기 어렵다는 걸 잊지 말자.
대량으로 기계에서 쏟아져 나오는 컨버스의 가장 좋은 친구는 아이러니하게도 장인의 손끝에서 빚어진 명품 수트라는 데 패션의 묘미가 있다. 또한 가장 ‘컨버스’스럽게 신는 방법은 컨버스를 ‘캔버스’ 삼아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다. 일종의 리폼 과정인데, 요즘에는 수많은 컨버스 마니아들의 수준이 놀라울 정도다.
지난 한 세기 동안 컨버스는 스트리트 패션의 대명사였다. 이는 기존의 규칙에 순응하고 따르기보다 자신만의 스타일과 세계를 스스로 창조해 나가는 도전정신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1백 년의 역사를 가진 브랜드는 많지만, 그 유구한 역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이미지를 가진 건 극히 드물다. 이렇게 컨버스라는 브랜드에 끊임없이 새로운 동력을 제공한 건 바로 다름 아닌 여러분과 같은 젊은이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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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peration 컨버스
Editor 박만현

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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