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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찌, 피렌체

홀스빗 로퍼는 60년이 지나도 변함이 없었고, 구찌의 뮤제오에선 신디 셔먼의 전시회가 열렸다. 구찌가 시작된 피렌체로 갔다.

UpdatedOn March 01, 2013




홀스빗 로퍼의 처음과 끝

구찌오 구찌, 구찌를 만든 남자다. 런던 사보이 호텔에서 일하던 그는 귀족들과 상류층의 취향을 읽었고, 그 세련된 가치를 이탈리아로 옮겨왔다. 1921년 피렌체에 가죽 전문 매장을 오픈하면서 구찌의 역사가 시작된다. 그리고 90여 년이 지났다. 구찌는 찬란하기도 위험하기도 했지만, 구찌의 상징적 존재들은 오랜 시간 굳건하게 각인되어왔다. 올해는 홀스빗 로퍼가 등장한 지 60년이 되는 해다. 여전히 동시대의 아이콘인 홀스빗 로퍼 제작 과정을 보러 구찌의 피렌체 본사를 찾았다.

구찌의 슈즈 제작은 두 군데에서 이뤄진다. 몬숨마노 테르메 지역에서는 상업적인 제품 위주로 제작하고, 피렌체 카셀리나 공방에서는 컬렉션에 올릴 슈즈나 MTO 슈즈를 소규모로 제작한다. 이 공방에는 슈즈 라스트를 연구하는 단독 제작부서가 있다. 이런 연구가 인하우스에서 진행되는 건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 구찌가 유일하다.



슈즈 제작의 첫 단계는 이곳에서부터 시작된다. 프리다 지아니니의 디자인 부서로부터 슈즈 디자인 스케치 및 디테일에 관한 설명이 도착하면 라스트 제작에 들어간다. 슈즈에 따라 모양과 사이즈가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번 깎아내고 붙이는 작업이 용이하게끔 나무로 먼저 제작한다. 나무 라스트가 완성되면 각각의 세밀한 사이즈를 디지털화해 기계에 정보를 입력하고, 최종 라스트는 플라스틱으로 완성해 보존한다. 완성된 라스트는 이제 패턴 작업 과정으로 보내진다. 라스트에 종이테이프를 붙인 후, 그 위에 2D 디자인을 3D로 다시 스케치한다. 종이테이프를 다시 떼어내 큰 종이에 붙이면 라스트에 적합한 패턴이 완성된다. 그러고는 동일한 두께가 되도록 무두질한 가죽을 패턴대로 커팅한다. 이 과정에서 식물성 염료로 염색도 동시에 한다. 지금부터는 커팅된 가죽이 신발의 형태를 갖추게 된다.

잠깐 홀스빗 로퍼의 생김새를 떠올려보자. 일반적인 구두와 달리 신발 바닥이 어퍼를 감싸는 형태다. 이 형태를 만드는 작업 역시 직접 손으로 이루어진다. 튼튼한 신발을 위한 기초공사와도 같기 때문에 보통 30년 이상 경력을 지닌 장인이 작업하며, 대부분은 가업으로 이어가고 있다고 한다. 자, 이제 로퍼 형상이 대략 나타났다. 좀 더 형태를 가다듬기 위해 뜨겁게 달군 스틸 라스트에 슈즈를 끼우고 꼬박 하루를 보낸다. 다리미의 원리다. 갑피가 완벽히 밀착되도록 열을 가하는데 지속적으로 가죽을 당기고 박음질한다. 당기는 힘의 정도와 박음질의 촘촘함을 통해 비로소 라스트와 거의 일치하게 된다. 모든 과정이 끝나면 식물성 염료로 색을 입히고, 밑창을 열처리해 접착한다. 이때 밑창과 본체를 연결하는 스티치 작업과 작은 못을 박아 단단하게 고정하는 작업도 함께 진행한다.

고정된 슈즈에 다시 색을 입히고 밑창은 방수 처리한다. 건조되면 컬러와 가죽 표면을 매끈하게 하는 왁싱 작업을 하고, 밑창에 또 한 번 박음질을 한다. 이는 장식성과 내구성 모두를 위한 것이다. 이제 마지막이다. 다시 색을 입힌다. 이 역시 손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모든 슈즈의 색감은 미세하게 다를 수밖에 없다. 신발을 화폭 삼아 채색이 끝나면 홀스빗 디테일을 장식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열을 가하고 솔질을 해서 가죽을 정돈한다.

지금 당신은 홀스빗 로퍼의 기나긴 공정을 함께했다. 올해 홀스빗 로퍼는 좀 더 새로워진다. 60주년을 기념하는 ‘1953 컬렉션’이란 이름으로 홀스빗 로퍼의 정체성과 전통, 첨단 유행을 아우른 ‘뉴 클래식’이다. 이 슈즈들은 이제 막 금빛 찬란한 구찌 매장에 안착되고 있다. 우아한 조명을 받으며 누군가의 소유가 되길 기다릴 것이다. 소유한 자는 기쁨을 누릴 것이다. 이제껏 그랬듯, 구찌의 전통적 가치는 동시대에 존재한다.

피렌체 카셀리나 공방에서는 컬렉션에 올릴 슈즈나 MTO 슈즈를 소규모로 제작한다.
이 공방에는 슈즈 라스트를 연구하는 단독 제작부서가 있다.
 이런 연구가 인하우스에서 진행되는 건 럭셔리 브랜드 중에서 구찌가 유일하다.

 

 

구찌 뮤제오

오래된 브랜드에게 풍부한 전통이란 고귀한 자산이다. 이것은 브랜드의 아카이브이기도 하지만 문화유산의 값진 일부이기도 하다. 2011년 구찌는 방대한 아카이브를 근거로 브랜드의 세계관을 보여주기 위한 ‘구찌 뮤제오’를 피렌체 시뇨리아 광장에 열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지아니니가 고안한 이곳에는 ‘영원한 현재’라는 하우스의 철학이 집약되어 있다. 1층은 여행을 테마로 1950~1970년대 구찌가 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젯셋족들의 여행 아이템을 전시하고 있다. 수트 케이스와 여행 액세서리로 사업을 시작한 구찌이기에 의미가 특별한 곳이다. 2층은 구찌의 영원한 모티브인 ‘플로라’를 비롯해 역사적인 핸드백과 레드 카펫을 스쳤던 화려한 이브닝 가운, 독특하고 희귀한 귀중품들이 자리하고 있다. 마지막 3층은 ‘로고 마니아’와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테마 전시실이다. 구찌의 상징, 더블 G 모노그램의 변천사, 스포츠와 레저에서 영감을 얻은 희소성 있는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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