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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바의 별들

스위스 제네바에 별들이 출몰했다. 자동차계의 찬란한 샛별들이다. 눈이 부셔 몇 개만 골랐다.

UpdatedOn March 28, 2012



경연장은 볼 때마다 매양 즐겁다. 에디터만 그런 게 아닌가 보다. 지금 TV에는 갖가지 오디션이 난무하니까. 각 프로그램마다 시청률에 희비가 엇갈리지만, 일단 보면 흥미롭다. 저마다 재능을 뽐내는 모습이 아름답다. 모두 허리케인 조처럼 하얗게 불태운다. 실력은 차이나도 열정은 한결같다. 경연의 참맛은 열정에서 우러나온다. 닭살 돋지만 진실이다.


자동차도 경연한다. 레이싱을 말하는 게 아니다. 이 경연에는 등수가 없다. 다만 맘껏 양껏 기량을 뽐낼 뿐이다. 비정하지 않기에 너른 마음으로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자동차의 경연, 모터쇼다. 거의 매달 크고 작은 모터쇼가 열린다. 얼마 전에도 열렸다.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렸다. 그것도 82회째로. 흔히 말하는, 유구한 역사와 전통이 있는 모터쇼였다. 이번에도 각 자동차 회사마다 다크호스를 내세웠다. 승자는 없다. 오직 황홀한 자동차에 취한 사람들이 뱉어내는 탄성만 있을 뿐이다. 에디터도 그 자리에 있었다, 라고 하면 좋겠지만 인터넷으로 날아오는 소식만 접했다. 그래도 상관없다. 속속 날아드는 소식에 현장에서 뱉어내는 탄성 못지않게 에디터도 감탄했으니까. 에디터만 감탄하긴 아깝다. 당신도 한마음 한뜻이라 믿는다. 해서 제네바 모터쇼에 공개된 다크호스를 소개한다. 선정 기준은, 물론 에디터 마음대로다. 우린 한마음 한뜻 아닌가.


첫눈에 반한 차가 있다. ‘역사상 가장 빠른 페라리’라는 호칭이 붙는 차다.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다. 페라리란 단어 자체가 주는 속도감은 트랙 위 레이싱카에 필적한다. 그런데 역사상 가장 빠른 페라리란다. 과장 광고라 해도 깜박 속아주고 싶다. 당연히 과장일 리 없다. 수치로 말한다. 페라리의 새로운 6262cc V12 엔진을 장착했다. 배기량만 보면 모닝 여섯 대에, 효성 엑시브 두 대를 얹은 셈이다. 최고출력 740마력, 최대토크 70.3kg·m, 제로백 3.1초다. 지극히 극단적이다. 하지만 이런 외골수 하나 정도는 있어야 세상이 즐거워진다.


다른 의미로 외골수 차도 있다. BMW가 선보인 미니 클럽밴 콘셉트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소형 밴이다. 미니 쿠퍼가 밴이라고? BMW에서 부활한 이후 개성 확실한 차로 자리매김한 미니 쿠퍼가 두 발짝 더 나간다. 사실 미니 쿠퍼의 SUV 모델인 컨트리맨도 놀라웠다. 아직 레퍼토리가 더 있었던 거다. 미니 쿠퍼라는 DNA를 고집스럽게 고수한 채 당돌하게 변화했다. 미니 쿠퍼의 변신술이 수준급이다. 이러다 미니 쿠퍼 버스도 나올지 모른다.


페라리와는 다르지만, 최고를 지향하는 차는 또 있다. 롤스로이스다. 페라리가 속도라면, 롤스로이스는 편안함이다. 혹은 기품도 해당된다. 롤스로이스는 팬텀 시리즈 Ⅱ를 끌고 정상에 오르려 한다. 팬텀 세단, 팬텀 드롭헤드 쿠페, 팬텀 쿠페가 시리즈의 선수들이다. 이들을 설명하는 말도 흥미롭다. ‘현존하는 최고의 것을 더 좋게’란다. 팬텀 시리즈의 생김새만큼 자부심도 강하다. 몇 가지 자랑거리를 늘어놓자면 이렇다. 풀 LED 전조등을 달았다. 양산차량 중엔 최초다. 좋은 것만 단 게 아니다. 좋은 걸 좋게 쓰는 기술도 적용했다. 커브라이트 기능이다. 코너를 돌 때 전조등이 알아서 진행 방향을 더 밝게 비춘다. 이 기술은 빙산의 일각일 뿐이다. 롤스로이스 차는 ‘마법의 양탄자 같은 승차감’으로 유명하다. 마법의 양탄자는 못 타봤지만, 자본주의 시대에 팬텀 시리즈 뒷자리라면 마법의 양탄자 부럽지 않겠다.


모터쇼에는 독특한 차만 있진 않다.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걷는 브랜드도 있다. 볼보는 이번 모터쇼에서 더 뉴 V40을 공개했다. 5인승 소형 해치백이니 특별한 건 없다. 하지만 볼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철갑을 두른 듯 견고히 한 자동차다. 우선 ‘시티 세이프티 장치’를 개선했다. 30km/h 이하에서 앞차와의 거리를 측정해 추돌할 위기에 처하면 자동으로 속도를 줄이는 장치였다. 이젠 50km/h로 적용 범위를 넓혔다. 더불어 세계 최초로 보행자 에어백을 탑재했다. 볼보가 품은 안전은 운전자뿐 아니라 보행자도 배려한다. 토요타 또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걷는다. 토요타는 프리우스로 하이브리드 대표 브랜드로 등극한 바 있다. 여전히 화두는 하이브리드다. 앞으로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더 보편화될 거라고 전망했다. 그에 대해 토요타는 차세대 소형 하이브리드 콘셉트카를 제시했다. 모델명 FT-Bh(Future Toyota B-segment hybrid)다. 이름 그대로 토요타의 미래를 집약한다. 유럽의 신연비 측정 기준으로 연비 2.1ℓ/100km(약 48km/ℓ)를 자랑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또한 B세그먼트 절반 수준인 49g/km다. 체면치레나 하는 친환경차가 아니다. 현존 최고 수준이다. 이 녀석이 데뷔하는 순간, 토요타의 전망이 현실이 된다.


어떤 차를 최고라 칭할 수 있을까? 다크호스마다 각각 장점이 있다. 비교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이 정도면 앞서 말한 경연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겠다. 이처럼 제네바 모터쇼에선 전 세계 자동차 슈퍼스타가 경연을 펼쳤다. 무대에 있는 차든, 객석에 있는 관객이든 모두 짜릿했다. 모두 타보고 싶은 순수한 바람만 가득했다. 당신도 그랬길. 아, 그런데 다음 모터쇼가 언제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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