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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에 정통한 사람들은 어떤 책을 볼까. 가끔은 이런 궁금증이 생기지 않나. 어떤 책이 좋은지 추천해달라는 것보다, 소장하고 있는 책을 보여달라

UpdatedOn September 30, 2011




1. 김석원  앤디앤뎁 옴므 디자이너
    
Michael D. Beaver
Schiffer Publishing Ltd. 2002
늘 군인과 군복을 동경해왔다. 내 디자인의 변치 않는 근원이기도 하다.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군복에 대해 자세히 다루고 있다. 각 부대의 임무와 역할에 따라 달라지는 유니폼을 당시 사진과 자세한 설명을 통해 이해하기 쉽게 정리해놓았다. 일반인에겐 단지 역사적인 기록사진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당시 유니폼의 기능, 패턴, 봉제법 등을 면밀히 관찰할 수 있어, 디자이너에게는 보물 창고 같은 책이다. 이 책은 당시의 제조 기법을 구현해내는 것을 넘어,
그 시대의 감성까지 끌어내고픈 욕구를 자극한다. 

2. 정소영  <아레나 옴므 플러스> 패션 에디터

Cally Blackman
Laurence King Publishers 2009
말 그대로다. 1백 년 동안 이어온 남성 패션에 관한 책. 남성복에 관한 참고 서적이 부족해 어려움을 느끼던 차에 발견한, 보석 같은 책이다. 남성 복식사를 쉽고도 보기 좋게 정리해놓았기 때문이다. 보다시피 글보다 사진이 많아,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건너뛰더라도 그 시절의 유행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 디자이너, 스타일리스트, 스타, 아티스트 등의 파트로 나누어 지루하지도 않다. 연도별로 정리한 역사책이 아니라, 수십 년간의 스타일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이해를 높여주는 책. 고백하자면, 내용은 둘째치고 ‘비주얼’에 혹해 스타일링의 영감이 필요할 때마다 들여다보는 참고서다. 

3. 홍승완  로리엣 디자이너
  
Ochiai Mamasakazu
世界文化社 2006
오치아이 마사카츠는 패션 칼럼니스트이자 일본 남성 복식의 권위자로 다양한 집필 활동을 해왔다. 그는 자신의 글에서 일반인이 남성복을 바르게 입고 즐기는 법을 제안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책은 나에게 남성복에 관한 상식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최고의 서적이다. 이 책은 서양 복식인 수트를 어떻게 하면 동양인의 체형과 피부색에도 잘 어울리게 입을 수 있는지 이야기하고 있다. 비유와 은유를 통해 쉽고도 재미있게 다루고 있어서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쉽게 빠져들 것이다.  

4. 김재환  Alani 디자이너

James Sherwood, Foreword by Tom Ford
Thames & hudson 2010
패션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많이들 알고 있는 책이다. 원서이기 때문에 나도 요즘 차근차근 첫 페이지부터 정독하고 있다. 톰 포드가 직접 서문을 써서 이슈가 되었는데, 영국 새빌로의 역사와 각 하우스의 테일러링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각 하우스의 개성 넘치는 테일러링의 특징을 비교해서 읽으면 좋다. 새빌로의 역사 또한 계속 변화하고 있는데 최근에 나온 책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테일러뿐 아니라 동시대의 테일러까지 두루 소개하고 있다. ‘Old Bespoke’와 ‘New Bespoke’의 흐름을 자세히 소개해 남성복을 만드는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5. 한태민  샌프란시스코 마켓 대표

Henry-Paul Enjames
Histoire & Collections 2009
샌프란시스코 마켓을 운영하기 전 디자이너 시절에 구입했다. 빈티지 옷을 모으던 때라 더 관심을 두게 된 책. 지금 이 책은 최근 발간된 두 번째 버전. 미군복에 관련된 역사책으로 아이템 하나하나 상세하게 묘사하고 있다. 제법 디테일까지 확연히 보일 만큼 커다랗게 실려 있는 제품들의 설명을 읽어가다 보면 그 시절의 사회 분위기, 생활상까지 엿볼 수 있다. 남성 복식사에서 군복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포츠 웨어의 시초라고 볼 수도 있다. 치노 팬츠, 필드 재킷 등 남성 복식사에서 중요한 몇몇 아이템들의 역사가 아주 정확히 실려 있다. 그러니 남성복 원류를 기록한 책이라 말할 수도 있겠다.



1. 레토 짐머만  짐머만앤킴 대표

Laszlo Vass&Magda Molnar
Konemann 2000
전설적인 구두 장인 라슬로 바스의 저작으로 그의 공방을 찾을 때 챙겨가 친필 사인을 받았다. 클래식 구두와 구두 제작에 대한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사이즈, 라스트, 스타일, 가죽, 슈케어, 슈메이킹, 워크숍 등 방대한 내용을 짜임새 있게 구성했다. 한 챕터씩 넘기다 보면 구두 상식과 슈메이킹을 완전 정복해가는 느낌이다. 너무 방대하다면 자신이 부족한 분야만 골라 읽어도 된다. 슈케어에 대한 정보가 필요하면 그 부분만 펼쳐보는 식이다. 이 책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은 구두 제작 파트다. 이론서의 지루함 따위는 찾아볼 수 없는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으로 가득하다. 아쉬운 점은 영어와 독어 버전만 있다는 것뿐.

2. 강원식  유니페어 대표

William A Rossi , Ross Tennant
NSRA
구두 판매자를 위한 이론서다. 유니페어가 수입하는 브랜드 알든의 관계자가 소개해주어 구입했다. 절판되어 제본된 책밖에 없다는 것이 아쉽다. 발의 구조, 신발 피팅법, 발의 문제점 등 발과 구두에 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전문가적인 관점에서 다루었다. 손님들에게 어떻게 하면 최적의 착화감을 제공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가득하다. 가장 좋은 신발은 신는 사람이 편한 신발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 슈피터가 찾아내야 할 다양한 문제점들을 제사한다. 사이즈와 볼 너비의 문제만이 아닌, 발의 구조를 고려한 디자인 말이다. 이 책은 발 해부학을 공부하는 의학 서적이라 할 수도 있다. 

3. 오덕진  슈즈바이런칭엠 디자이너

Nakamura Tatsuya
Gakken 2009
이 책은 의류, 액세서리 등 분야별 시리즈 중 구두에 관련된 파트이다. 휴대하기 편한 사이즈라 가까이 두고 겉면이 해질 정도로 보고 있다. ‘Custom Order Made Shoes’에 대해 요약한 책. 그러니까 맞춤 구두에 관한 이야기다. 구두는 클래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기본이 중요하다. 책 처음에 등장하는 구두의 기본 형태에 관한 일러스트들은 모든 맞춤 구두에 동일하게 적용되므로 매번 들여다보고 사전처럼 활용할 수 있어 꽤나 유익하다. 이 책을 본 뒤 구두에 관련된 다른 책을 접한다면 보다 넓은 시야를 지닐 수 있을 거다. 내가 그랬듯이.

4. 김천용  로딩 매니저

일본 에스콰이어
일본 여행을 갔을 때 시모기타자와의 작은 서점에서 발견한 책이다. 일본 에스콰이어에서 발행하는 구두 잡지인데, 지금은 폐간되어 발매되지 않는다. 그러니 아주 희귀한 책인 셈이다. 이 책은 남자 구두의 모든 것을 매달 섬세하게 다루었다. 구두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다양한  제작 공정과 구두의 종류 및 특징, 슈케어 같은 기본기부터 트렌드, 스타일링 팁까지 재기발랄하게 구성해 보여주었다.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구두에 대해 이해하며 배우고 싶은 사람은 이 책을 통해 아주 쉽게 구두의 정석에 다가갈 수 있다. 물론 헌책방을 돌아다니는 수고로움을 감수한다면. 



1. 박지영  시계 칼럼니스트

Fabrice Gueroux
Watchprint.com 2010
가짜와 진짜는 정직과 거짓 사이에서 발동한 ‘인간의 탐욕’에서 조작된 것이다. 좋든 싫든 둘은 늘 세상에 공존한다. 따라서 눈을 똑바로 뜨고 가짜를 탐독할 가치도 있다고 판단했다. 총 5개 챕터로 구성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시계의 진품과 가품을 비교 수록해놓았다. 소위 오리지널 매뉴팩처에서 제조하지 않은 가짜 시계, 레플리카 워치(Replica Watch)들이 매우 정직(?)하게 비주얼로 노출되어 있는 등 보는 사람의 눈길을 확 당기는 요소가 충분하다. 그러나 과열된 말초신경은 이내 경각심을 일깨운다. 가짜 시계를 제조하는 자들이 마피아와 결속되어 있다는 불편한 진실과 짝퉁 시장이 확장될수록, 오리지널리티를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그 부담이 돌아간다는 시장 논리 역시 자연스럽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에는 ‘진짜’보다 ‘가짜’에 대한 정보가 훨씬 많다. 다 알려주고 묻는다. ‘그래도 사고 싶나?’

2. 정희경  시계 칼러니스트

Donald de Carles
NAG Press 2008
시계 기사를 쓰면서 궁금한 게 많아졌지만 한글로 된 책은 없었고 외국 책도 구입하기 쉽지 않았다. 때문에 출장 때마다 서점에 가서 시계 관력 책 코너를 뒤지곤 했다. 이 책은 런던에서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이름 그대로 시계 사전이다. 기계식 시계는 도저히 알 수 없는 기능들이 많기 때문에 시계 용어 사전이 필수다. 시계 관련 사전은 인터넷에도 있고 각 브랜드에서도 제공하지만 집대성본 하나쯤 가지고 있을 만하다. 이 책은 1950년에 발간해 1988년 세 번째 개정판이 나왔고 내가 소유한 책은 13쇄 판본이다. 60년이 넘도록 절판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데 무엇보다 용어 설명이 잘되어 있고 보기 좋은 일러스트가 많다. 특히 밸런스 휠의 합금 성분부터 핸즈의 종류, 시계 케이스의 형태 등을 표로 일목요연하게 분류해놓은 건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3. 성범수  <아레나 옴므 플러스> 패션 디렉터
<한 외로운 천재의 이야기, 경도>
데이바 소벨, 윌리엄 앤드루스
생각의 나무 2001
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정보를 얻게 된다. 그날도 그랬다. 정보 제공자가 기억나진 않지만, 대화의 끝에
<경도>라는 제목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하지만 절판이었다. 결국 학생이었던 부인의 도움으로 대학 도서관에서
<경도>를 빌렸다. <경도>는 외로운 시계 제작자인 천재 존 해리슨의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정확한 해도와 항해술이 갖춰지기 이전엔 육지를 기준으로 배의 위치를 추측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무모한 항해의 결과는 참혹했다. 도착해야 할 곳을 벗어나 항해가 길어지면 괴혈병이 창궐해 뱃사람들이 죽었고, 느닷없이 육지가 나타나는 바람에 배가 암초에 걸려 침몰하는 일도 흔했다. 시계의 도움으로 경도를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아냈지만 조건이 있었다. 지극히 정확한 그리고 항해 중에 멈춰서는 안 된다는, 당시 기술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언제나 그렇듯 이런 상황엔 영웅이 등장한다. 존 해리슨은 시행착오를 거쳐 경도를 알아낼 수 있는 정확한 시계를 개발해낸다. 인류의 대항해 시대를 활짝 연 건, 완벽한 조선술이 아닌 그리 크지 않은 정확한 시계였다는 걸 알게 된다면, 손목 위의 시계가 얼마나 위대한지를 깨달을 거다. 아아, 내가 이 책을 원했을 땐 절판이었는데, 현재 인터넷 서점에서 구할 수 있다. 

4. 구교철  시계 칼럼니스트

Giampiero Negretti, Simon de Burton
Flammarion 2008
우리나라에서는 시계 잡지를 제외하면 시계 관련 책이 거의 발간되지 않는다. 그러기에 브랜드 관련 서적이 가장 일반적이다. 파네라이 브랜드 북은 다수의 시계 책을 집필한 이탈리아 신문기자 출신의 저자 지암피에로 네그레티의 이름이 익숙한 책이다. 한마디로 파네라이를 보여주는 책이다. 브랜드를 소개하는 전형적인 형태지만 초대형 판형에 실린 시원시원한 사진들이 가히 매력적이다. 파네라이 관련 이미지나 자료가 많지 않기 때문에 컷 하나하나, 짧은 서술 한 줄 한 줄에도 많은 시간을 소비하게 된다. 책 중간에 펼침면을 통째로 차지한 파네라이 워치의 디테일은 압권이다. 커다란 사이즈의 파네라이만큼이나 시원시원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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