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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천원의 행복

강남의 레스토랑에서 소박(소란?)스런 점심식사를 하는 데 드는 돈은 대략 2만5천원 정도다. 일인당 말이다.

UpdatedOn February 22, 2006

강남의 레스토랑에서 소박(소란?)스런 점심식사를 하는 데 드는 돈은 대략 2만5천원 정도다. 일인당 말이다.  특별 균일가를 자랑하는 런치세트나 고기 한 점 섞이지 않은 스파게티 혹은 계란 프라이 하나 없는 김치볶음밥을 주문하면 1만2천원 정도. 국적 없는 휘황찬란 벨벳 의자에 앉은 것도 황송한데, 달랑 밥만 먹고 일어서기가 아쉬워 커피라도 한 잔 하면 1만원 추가, 이렇게 해서 대략 2만원 이상의 돈이 한 끼에 날아간다. 뭐든 최고급을 바라는 그녀를 배려해 데미글라스 소스의 스테이크라도 썰라치면 이제 정말 장기라도 내다 팔아야 할 지경이다. 물론 자기 합리화의 방법은 수만 가지다. 그녀를 기쁘게 하는데, 클라이언트에게 잘 보여야 하는데, 그래도 이 집 정도면 분위기가 죽이는데… 그깟 몇 만원쯤…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왜, 6천원 짜리 잡지를 사는 데는 그토록 야박한 것일가? 물론 세상의 남자를 잡지를 사는 자와 아닌 자로 나누어 후자를 욕하고자 함은 아니다. 그저 여성들에 비해(확실히) 잡지라는 매체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지 않는 그들이 안타까울 뿐. 가끔 인터넷이란 효율적이지만 난잡한 싱글 베드를 진정한 정보의 장으로 여기는 남자를 만났을 때, 그 무지함에 치가 떨릴 뿐이다. 인터넷에 비하면 잡지는 별 다섯 개짜리 호텔과 같다. 언뜻 최고급 인테리어로 어필하는 듯 보이지만(이 또한 여간 큰 수고와 큰 돈이 드는 게 아니다) 결국은 숙박이라는 기본 업무에 충실하면서 댄싱클럽, 레스토랑, 피트니스 센터, 면세점까지 골고루 갖추고 있으며 게다가 최상의 서비스와 정보(이게 가장 중요하다)로 점철된 그런 곳이다. 이런 특급 호텔의 숙박료가 단돈 6천원이란 사실은 가끔 그 안에서 일하는 자의 자존심을 긁어내리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용객을 늘리기 위해 정가를 파격적으로 할인한다는 플랜카드를 내걸기도 한다니, 그건 어찌 보아도 최고급 호텔의 서비스 자세는 아니다. 디지털 카메라 하나, 넥타이 하나를 룸서비스하기 위해 꼬박 720시간(혹은 그 이상의 시간)을 준비하고 분해와 조립을 거듭하며 수많은 인력과 돈을 감내하는 데 그 흔한 봉사료조차 포함되지 않은 청구서를 내밀어야 한다니 말이다. 하지만 밤마다 짝사랑하는 여인네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마음으로 만들어내는 칼럼 하나하나를 좀 더 많은 남성들에게 서비스하기 위해서라면, 그 정도의 가격이 시장형성에 적정선이라면 불만의 싹을 동강내고 앞으로도 매일 밤 절절한 연서를 띄울 작정이다. <아레나>는 지난 10년 혹은 5년 간 대한 남아들에게 쉼 없이 연서를 띄워왔던 두 개의 남성지를 향해 감사와 파이팅의 메시지를 함께 보낸다. 그리고 앞으로는 <아레나>는 ‘대한 남아들에게 보내는 연서 쓰기’에 동참해 누구보다 수려한 외모와 매끈한 언변으로 남성들의 입에서 절로 군침이 돌게 만들테니 신명나는 어깨동무 한 판하자는 말도 덧붙이겠다. 나는 믿는다. 6천원의 돈으로 살 수 있는 최고의 물건은 김밥천국의 꼴 갖춘 김밥 6줄과 남성지 한 권 정도라고. 물론 후자가 약 720배 정도 효용 가치가 높다. 적어도 유효기간이 한 달은 되니까 말이다. 일찍이 이 같은 사실을 깨닫고 지금 <아레나> 36페이지 책장을 넘기고 있는 당신을 사랑하게 된 건 참으로 가슴 뛰는 일이다. 그리고 참 반갑다.

추신 지큐의 ‘얼짱충걸’ 편집장과 아레나의 ‘미녀성현’이 만나 피맛골 초입의 열차집(막걸리와 굴전이 유명한)을 습격했다. 개구리처럼 오골대는 취객들 사이에서 그가 말했다. 이번 지큐 표지는 아레나의 창간을 환영하는 의미를 담아낼 거라고. ‘나와 보면 알거야.’라는 끝맺음 멘트를 듣는 순간, 도둑 고양이가 되어서 그의 책상을 헤집고 싶었다. 어떤 멋진 비주얼(혹은 카피로?)로 아레나의 창간을 축하할지! 하지만 고수의 멘트는 ‘딱 여기까지만’

이었으며 나 또한 기다림의 시간을 즐기기로 했다. 20일이 되면(보통 남성지들이 발행되는 날이다) 최대한 느린 걸음으로 회사 앞 서점에 가리라, 그때 절정에 달한 호기심의 뇌관에 불을 당기기라. 당신도 궁금한가? 그렇다면 한 권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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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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