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를 만든 계기는 무엇인가?
패션을 전공한 뒤 늘 브랜드 론칭을 꿈꿨다. 이전에 하던 일을 그만두면서 더 늦기 전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으로 웨스켄을 시작했다.
브랜드를 3년 동안 이끌어오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아무래도 현실적인 문제. 자본이 충분히 뒷받침돼야 머릿속에 있는 것을 구현해낼 수 있더라. 좋은 아이디어는 계속 떠오르는데 실행에 옮길 수 없는 상황이 아쉬웠다.
웨스켄만이 가진 고유한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매 시즌 나의 개인적인 감정을 컬렉션에 그대로 반영한다. 그 때문에 어떤 시즌은 전혀 다른 장르가 나오기도 한다. 컬렉션을 선보였을 때 만족하거나 실망하는 소비자가 있겠지만, 그런 복불복 같은 긴장감이 우리만의 특별한 매력이 아닐까 싶다.
이번 시즌 컬렉션이 이전과 확연히 달라진 것도 그 이유인가?
웨스켄을 웨스턴 콘셉트의 브랜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라. 브랜드 이름은 반려견과 내 SNS 아이디를 조합한 것이고, 웨스켄을 특정한 무드로 국한하고 싶지 않다. 컬렉션을 기획하는 시즌에 내가 관심 있고 좋아하는 방향으로 디자인이 흘러간다. 단순하게 이번 시즌 결과물은 좀 더 클래식하고 포멀한 스타일에 끌려서 나온 것이다.
스타일리스트로도 활동했다. 그 경험이 브랜드를 론칭할 때 영향을 미쳤나?
스타일리스트는 다양한 인물과 옷을 접하는 직업 아닌가. 덕분에 옷을 입었을 때 입체적으로 구현되는 모습을 바라볼 수 있는 시선이 생겼다. 입는 이의 입장에서 편안함과 멋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데님은 컬러, 소재, 후가공에 따라 무한한 변주가 가능하며
닳고 해지면서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수많은 소재 중 데님으로 브랜드를 확장한 이유가 있나?
런던 패션 대학교 졸업 쇼 당시 주제가 ‘관계’였다. 끈끈한 관계를 상징하는 원단으로 데님을 선택했다. 누군가와 관계를 맺는 순간 서로 경계를 허무는데, 그 흐릿해지는 경계에서 데님의 올 풀림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데님은 컬러, 소재, 후가공에 따라 무한한 변주가 가능하며 닳고 해지면서 시간의 흔적을 담아낸다. 다양성과 변화의 상징이고 감정을 담아낼 수 있는 매개체로 제격이라 생각했다.
런던과 서울에서 치른 쇼는 어떻게 달랐나?
졸업 직후 런던 패션위크에 참여했다. 운 좋게 얻은 기회였지만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쇼를 구성하는 방법이나 다양한 요소까지 미처 이해하지 못했고 오로지 룩에만 집중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서울에서 진행한 세 번의 쇼에서는 런웨이 자체를 하나의 콘텐츠로 여기고 구성하려 노력했다. 이전보다 깊이감이 있는 쇼를 선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런던에서의 쇼를 계기로 미고스, 코지 래디컬, K-팝 그룹 같은 아티스트와 관계가 형성됐기에 브랜드 성장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다양한 셀러브리티의 러브콜을 받았는데,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아티스트는 누구인가?
의상 제작을 시작한 보이 그룹 EXO 중 카이. 내가 디자인한 옷은 직선적이고 남성적인 성향이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그가 입고 춤출 때는 전혀 다른 곡선의 아름다움이 보인다. 단순히 옷을 착용하는 것을 넘어 분위기를 새롭게 해석하는 모습을 보며 자극받기도 한다.
스포츠 브랜드 리복과의 인연은 어떻게 시작했나?
생각보다 가볍게 시작했다. 서울 패션위크 쇼 당시 내가 SNS 메시지로 스포티한 신발이 필요한데 커스텀해서 사용해도 될지 물었고, 그렇게 시작한 협업이 감사하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두 번의 협업 모두 좋은 반응을 얻었기에 앞으로도 의미 있는 작업을 함께해 나가고 싶다.
협업이 아닌 브랜드 자체 제작 슈즈도 출시할 계획이 있나?
브랜드만의 미학을 담은 슈즈 라인도 전개하고 싶다. 아직은 의류 라인에 집중하고 있지만 그 가능성을 열어두고 조심스레 준비 중이다. 아카이브 제품을 수작업으로 소량 생산해 팬들과 브랜드의 철학을 더 깊게 공유하는 방식이면 좋을 것 같다.
본인과 브랜드의 닮은 점은 무엇인가?
내가 브랜드에서 전개하는 룩들은 사실 내 추억과 취향의 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다 보니 여러 방면에서 많이 닮았다고 생각한다.
최애 애니메이션과 캐릭터가 궁금하다.
탁구 애니메이션 <핑퐁>을 가장 좋아한다. 최근 <요츠바랑!>을 다시 읽고 있는데, 역시 이 애니메이션의 등장인물만 한 캐릭터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브랜드의 방향성에 대한 계획이 있나?
여러 이유로 뉴욕에서 머물고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한다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에서 큰 규모의 팝업을 열 계획이다. 그리고 브랜드 초창기에 부틀렉 방식으로 혼자 찍어 만들던 프린트 제작을 공식화하는 과정 중이다.
지금은 저작권 관련 문제를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
보통 아티스트와의 계약을 통해 진행하고 있다. 올해도 멋진 라이선스를 선보이려 계획 중이니 기대해도 좋다.
여러 도시를 오가며, 브랜드를 전개하는 사람의 시각으로 봤을 때 한국 패션 시장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트렌드가 굉장히 빠르게 변화한다. 그리고 그 트렌드가 소비자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해외시장에 비해 높다는 것.
현재 주력으로 몰두하고 있는 애니메이션 프린팅 작업 외에도 브랜드를 전개하고 싶은 방식이 있나?
쇼를 진행하지 않으면 한정적인 현재에 갇힐 것만 같아서 도전하고자 준비 중이다. 아직 옷에 대해 잘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패션 공부를 깊이 있게 하고 있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계속
부딪치는 과정에서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룩에 등장하는 ‘+18’ 로고는 무엇을 의미하나?
국내에서는 +19. 성숙을 의미하는 상징이다. 나이에 상관없이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선택을 하든 본인의 생각과 기준이 성숙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패션 전공자가 아니라 브랜드 운영에 힘든 점이 있나?
국내 편집숍 ‘에딕티드’와 ‘에크루’에서 바잉 MD로 업계 경험을 오래 쌓았다. 하지만 디자인과 생산은 전혀 다른 영역이라 모든 게 낯설었다. 브랜드 무드를 시각적으로 어떻게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과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계속 부딪치는 과정에서 방향을 찾을 수 있었다.
국내 정서에 브랜드의 무드를 과감하다고 느끼는 소비자도 있을 것 같은데, 이런 방향으로 꾸준히 도전하는 원동력은 무엇인가?
솔직함과 자극 사이의 균형을 시각적으로 어떻게 풀어낼지 항상 고민한다. 이런 시도를 응원하고 즐기는 이들이 보내는 에너지와 피드백이 다음 챕터로 향하게 하는 원동력이다.
파리 패션위크에 참석해 전시를 진행했다. 해외 진출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수입 편집숍에서 일한 경험 덕인지 처음부터 글로벌 마켓을 염두에 두고 운영했다. 모자이크 소사이어티의 무드 자체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직관적으로 받아들일 거라는 생각도 했다. 쇼룸을 선보인 것이 당연히 쉽진 않았지만, 해외 바이어가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오히려 우리의 가능성과 방향을 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직접 경험해본 한국과 해외 소비자의 차이점은 무엇이라 느꼈나?
해외 소비자는 브랜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룩의 전체적인 무드를 받아들이는 데 능숙한 편이다. 반면에 국내 소비자는 룩의 실용성이나 스타일링에 더 중점을 두고 접근한다.
다음 컬렉션에 대해 귀띔해줄 수 있나?
지금까지는 강렬하고 과감한 스타일이 주를 이뤘다. 이전 시즌과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위에서 +18의 상징을 말했다시피 올곧고 단단한 인상을 주는 비주얼로 다음 챕터를 꾸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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