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미쉐린 가이드 서울 & 부산과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순위가 모두 공개됐다. 올해는 강민구 셰프가 이끄는 밍글스가 3스타를 얻은 데 이어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무려 5위에 오르는 쾌거를 이뤘다. 밍글스를 비롯해 2스타로 한 계단 올라선 에빗, 다양한 장르로 모습을 드러낸 1스타 레스토랑들도 있다. 2025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신규 진입한 이타닉 가든까지 지금 뜨거운 레스토랑을 살펴보며 미식의 현주소를 짚는다.
★★★ | 새로운 3스타가 지니는 의미
밍글스 | 코리안 컨템퍼러리
2019년 2스타 획득 이후 2025년 현재 국내 유일 3스타 레스토랑에 등극했다.

익히 들어봤겠지만, 미쉐린 1·2·3스타는 각기 의미하는 바가 있다. 그중 3스타는 ‘요리가 매우 훌륭하여 특별히 찾아올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이다. 그리고 스타는 미쉐린 가이드 본사 소속 평가단이 총 다섯 가지 엄정한 기준을 통과한 레스토랑에만 부여한다. 요리 재료의 수준, 요리법과 풍미의 완벽성, 요리에 대한 셰프의 개성과 창의성, 가격에 합당한 가치, 전체 메뉴의 통일성과 일관성이다. 이건 전 세계 동일하게 적용한다. 무슨 뜻이냐면, 미쉐린 3스타를 받기란 하늘의 별만큼 따기 쉽지 않다는 거다. 지구 반대편 우루과이에서도 한국의 3스타 레스토랑에 식사를 하러 올 가치가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물론 평가단이 모든 도시의 요리 문화를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미쉐린 스타가 붙은 이상, 레스토랑은 마치 인스타그램 파란 배지처럼 공식 인증을 받은 듯이 느껴진다. 실제로 미쉐린 가이드 서울 도입 이후 한국 미식 신은 눈에 띄게 질적 성장을 이루기도 했다.
3스타는 받기도 어렵고, 유지하기도 어렵다. ‘라연’은 2017년부터 6년 동안 3스타를 받았지만 2023년 2스타로 내려갔고, 2017년 첫 3스타를 받은 ‘가온’은 2021년까지 3스타를 유지했으나 영업 부진으로 폐업했다. 안성재 셰프의 ‘모수’ 역시 2023년과 2024년 3스타로 주목받았지만, 잠시 영업을 중단하고 리뉴얼에 들어가면서 2025년에 별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밍글스의 3스타가 특별하다. 어떻게 3스타를 받은 걸까? 우선 밍글스는 꾸준하다. 2019년 2스타를 받은 이후 3스타에 이르기까지 5년간 그 자리를 지켰고, 2016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진입 이래 단 한 번도 50위 밑으로 떨어진 적이 없다. 대체로 10위대를 맴돌던 밍글스는 올해 5위로 올라섰다. 3년 전 과감한 선택도 했다. 테이블 수는 줄이고, 직원은 20여 명에서 32명으로 늘렸다. 대신 가격을 조금 올려 매출을 유지했다. 순위보다 매일 찾아오는 손님을 더 중시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강민구 셰프는 여전히 성실하다. 3스타 수상 소식에 대한 소감을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답했다. “레스토랑을 열었을 때 3스타를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다. 좋은 요리를 만들고, 손님에게 의미 있는 경험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전부였다.” 밍글스의 주 장르는 모던 한식이다. 정관 스님에게 직접 배운 방식으로 장을 담그고, 그걸 활용한 요리에 유러피언 터치를 가미한다. 시그너처 메뉴 ‘장 트리오’에서 그가 지향하는 요리를 엿볼 수 있다. 이름처럼 간장, 된장, 고추장 세 가지가 들어간다. 된장을 넣어 만든 크렘 브륄레에 아이스크림을 올리고, 간장에 졸인 피칸과 잡곡 튀밥, 고추장 파우더, 위스키 폼을 더해 완성한다. 단맛과 짠맛이 섞여 있지만 조화롭다. 호기심을 자극하는 텍스처와 길게 이어지는 매콤함도 일품이다. 이제껏 우리나라의 ‘장’은 강한 냄새와 향으로 경계 없는 미식에 접목하기 어려워 보였다. 그러나 밍글스는 거의 모든 요리에 장 소스를 활용한다. 셰프가 오래 고민하고 창의성을 발휘해 한국적 색채를 담고, 각각의 재료를 조화롭게 조합한 결과다. 그렇게 탄생한 요리는 한국을 넘어 세계를 감동시킨다.
★★ | 1스타에서 2스타로
에빗 | 이노베이티브 한식
2020년을 시작으로 4년간 미쉐린 1스타를 유지했다. 그리고 2025년 2스타에 올랐다.

“‘조셉 리저우드표’ 한식은 그의 바람대로 세계화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3스타를 획득하는 건 하늘에 별 따기다. 하지만 1스타에서 2스타에 오르는 일도 쉽지 않은 도전이다. 미식 평가단의 철저한 기준을 뚫고 ‘요리가 훌륭하여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레스토랑’으로 평가받아야 하니까. 그리고 1스타에서 2스타로 올라간 레스토랑의 사례를 보면 평가단은 몇 년간 일관된 퍼포먼스를 보여주는지 주의 깊게 지켜보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에빗의 2스타 상승은 의미 있다. 그가 파란 눈의 셰프라는 점에서, 한식을 구사한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고, 반갑다.
“에빗의 미쉐린 2스타를 예견했다. 조셉 리저우드 셰프의 요리를 보면 도쿄의 세잔(Sézanne)이 떠오른다. 세잔의 대니얼 캘버트 셰프는 일본 현지에서 최상급 식재료를 공수해 네오 프렌치를 선보인다. 조셉이 딱 네오 코리안 퀴진을 하는 느낌을 받았다.” ‘케빈투어’로 알려진 다이닝·와인 인플루언서 김성연의 말이다. 호주 출신의 조셉 리저우드 셰프는 코펜하겐의 ‘노마’, 캘리포니아 ‘더 프렌치 런드리’ 등 세계적 레스토랑에서 경력을 쌓았다. 팝업 레스토랑 프로젝트로 한국을 방문한 그는 한식 재료의 독창성과 문화에 깊이 매료됐다. 2018년 한국에 정착했고, 1년 뒤 에빗의 문을 열었으며 이듬해인 2020년에는 미쉐린 가이드 1스타를 획득했다. 다양한 국가에서 요리를 배우고 여행했지만 한국적인 것은 한국에서 비로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국 땅에서 나는 다양한 산물과 흥미로운 식문화가 세계화되지 않은 것에 의문을 품고 한식 요리에 뛰어들었다. 조셉은 전주부터 신안, 태안을 거쳐 제주까지 전국 각지를 다니며 명인을 만나고, 그곳의 이야기를 듣는다. 단순히 재료를 공수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요리에 영감을 얻는 것이다. 캐러멜라이즈 크림을 채운 찹쌀 도넛에 청국장 가루를 뿌리는 ‘메주 도넛’, 에빗 팀에서 심고 수확에 참여한 귀도쌀과 숯불로 구운 한우, 된장을 곁들이는 ‘한우와 토종 쌀밥’ 등이 에빗의 방향성을 보여준다. 실제 외국의 관점에서 보는 ‘조셉 리저우드표’ 한식은 그의 바람대로 세계화에 한 걸음 다가가고 있다.
★ | 1스타를 통해 본 한국 미식 신의 성장
올해는 유독 미쉐린 1스타에 새롭게 진입한 레스토랑이 많다. 한식과 중식, 일식, 프렌치, 멕시칸, 비건까지 장르가 다양하다는 점도 흥미롭다. 스타 레스토랑의 숫자와 장르의 다양성이 늘어나는 건 반가운 일이다. 이는 국내 미식 신의 성장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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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가스
먼저 미쉐린 그린 스타 레스토랑으로 이름을 알린 기가스가 미쉐린 1스타도 획득하는 영광을 안았다. 정하완 셰프는 팜투테이블을 기반으로 식당을 운영한다. 3대가 가족 텃밭을 농장으로 바꿨고, 셰프와 가족이 함께 지은 농산물을 식재료로 사용한다. 특히 국내에서 보기 드문 정통 지중해 요리를 선보여 여러 방면에서 대체 불가한 곳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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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귬
미쉐린 2스타 ‘스와니예’의 창립 멤버이자 헤드 셰프로 오랜 시간 몸담은 성시우 셰프의 스핀오프 레스토랑 레귬. 채식주의자인 어머니 밑에서 자란 셰프가 채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만의 독특한 채소 요리를 전개한다. 한국에서 유일하게 1스타를 받은 100% 식물성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하나의 장르로 자리 잡은 채식을 우리나라에 알리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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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뚜아멍
뛰뚜아멍은 남매가 이끄는 프렌치 레스토랑이다. 아담하지만 편안한 분위기로 공간을 꾸미고 3개월에 한 번씩 모든 코스 메뉴를 바꾸어 방문할 때마다 새로운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김도현 셰프가 피에르 가니에르 파리에서 수셰프를 지낸 만큼 프렌치 요리의 정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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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트
조영동 셰프의 영어 이름 철자 ‘Y’와 영어로 동쪽을 뜻하는 ‘East’를 합쳤고, ‘동양권 음식 문화의 재해석’이라는 주제를 이름에 담고 있다. 그리고 영어 ‘Yeast’의 효모를 의미하기도 한다. 이름만큼 동아시아 음식을 다양한 변주로 풀어낸다. 방문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갈비스톤’을 잊을 수 없다고 한다. 대표 메뉴로, 12시간 조리한 갈빗살을 달달한 갈비찜 소스에 끓인 뒤 블루치즈를 넣고 도넛 반죽으로 완성한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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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콘디도
멕시칸 퀴진에 진심인 진우범 셰프의 에스콘디도 역시 눈에 띈다. 지중해, 채식만큼 멕시칸 파인 다이닝은 찾아보기 힘든 영역이다. 그럼에도 열정 하나로 멕시코에서 차곡차곡 실력을 쌓은 그는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1스타로 증명해냈다.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테킬라와 메스칼, 칵테일 페어링도 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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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유안
유 유안은 지난해 헤드 셰프로 토 콱 웨이를 영입했다. ‘미쉐린 가이드 광저우’ 2스타 ‘임페리얼 트레저’ 시니어 수셰프를 역임한 그의 연륜과 감각이 더해져 빼앗겼던 1스타를 탈환한 셈이다. 베이징덕을 비롯한 정통 요리와 다채로운 딤섬을 즐길 수 있다.
매년 높아지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내 한국의 위상
미식계 월드컵이라 불리는 ‘월드 50 베스트 레스토랑’은 전 세계 파인 다이닝 분야 관계자 투표로 선정한다. 선정 기준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에 있지 않다. 그 나라의 식문화와 정체성을 얼마나 잘 담아내느냐에 중점을 둔다. 어워드가 각광받으면서 2013년에는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이 등장했다. 1년 뒤 2014년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 순위에 처음 오른 곳은 임정식 셰프가 모던 한식을 구사하는 ‘정식당’이다. 2016년부터 10년 연속 순위에 오르는 밍글스, 2022년 존재감을 드러낸 뒤 굳건히 자리를 지키는 ‘온지음’, 그리고 2021년 이후 거의 순위에 들었던 ‘세븐스도어’까지. 이들은 자신만의 한식 스타일로 최근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강세를 보였다. 군계일학인 밍글스와 온지음, 세븐스도어라는 양대 산맥 구도가 형성됐다.
그러다 올해 ‘이타닉 가든’이 처음 순위에 등장했다. 이타닉 가든은 지난해 62위에서 25위로 훌쩍 올라갔다. 조선 팰리스 내 있으며, 1스타 ‘라망 시크레’의 총괄 손종원 셰프가 지휘한다. 시그너처 요리는 ‘삼계탕’. 친숙한 음식을 이타닉 가든만의 방식으로 풀었다. 누룩에 절인 작은 닭을 수삼과 밤, 찹쌀, 은행과 함께 바삭한 껍질로 감싸 식감이 훌륭하다. 올해 봄에는 특별히 취나물, 참나물, 두릅, 미나리를 활용한 요리를 맛볼 수 있다. 각 코스에 사용한 제철 식재료와 채소를 일러스트 엽서 형식으로 담은 메뉴에서부터 세심함이 느껴진다. ‘식물원’이라는 이름의 뜻처럼 한국 요리에 현대적인 미감을 담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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