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INTERVIEW MORE+

김혜준과 김혜준

사진 잘 찍어주는 사람. 회식 자리에서 재미있는 사람. 겉으로는 툴툴대도 속은 따뜻한 사람. 부끄러운 것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사람. 언제나 자기 몫을 해내고 싶은 사람. 배우 김혜준이 소개한 인간 김혜준을 만나고 왔다.

UpdatedOn August 29, 2024

점프수트 구찌, 코트 모스키노, 슈즈 미우미우, 타이츠·비니 모두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러플 블라우스·데님 팬츠 모두 YCH, 베스트 비비안 웨스트우드 제품.

탕후루 엄청 좋아한다고 들었어요. 오늘 아침에는 뭐 먹었어요?
저 탕후루 졸업한 지 조금 됐어요. 요즘 에그타르트랑 카눌레에 빠져서 잔뜩 먹었습니다.

평소에 사진도 많이 찍으시더라고요. 사진 찍어주는 것과 찍히는 것 중에는 뭘 더 좋아하세요?
찍어주는 게 훨씬 좋아요. 저는 셀카도 잘 안 찍거든요. 누가 찍어주는 건 부끄럽잖아요. 사실 지금도 촬영 앞두고 있어서 긴장돼요.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직업이라, 화보 촬영도 수월할 것 같았는데 의외네요.
사실 연기하는 것도 아직 너무 어려워요.(웃음) 그래도 화보 촬영할 때는 부담이 덜해요.

저는 대사 긴 장면 볼 때마다 ‘대본 까먹으면 어떡하지’ 싶었거든요. 프로 배우들도 비슷한 걱정 하나요?
엄청 하죠. 저는 꿈까지 꿔요. 아직 대사 덜 외웠는데 눈떠보니 현장에 와 있는 꿈. 감독님이 “오늘 이 장면 찍을 거예요” 하면 제가 막 울면서 ‘어떡하지 어떡하지’ 하는 꿈인데요. 작품 들어갈 때마다 그 꿈을 꿔요. 그 상황이 너무 괴로워서 대사는 완벽하게 외워요. 자다가 누가 뒤통수 때려서 벌떡 일어났을 때도 줄줄줄 외울 수 있을 때까지요.

남자들이 군대 다시 가는 꿈 꾸는 것처럼 악몽이네요.
맞아요. 절대로 겪고 싶지 않은 경험이에요.

특히 어려운 연기가 있나요?
저는 코미디 연기가 제일 어렵게 느껴져요. 코미디 연기 잘하는 배우는 어떤 연기도 다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유독 코미디 연기 잘하시는 선배님들 있잖아요. 정말 존경스러워요.

제가 연기를 안 해봐서 여쭙는 건데, 코미디 연기는 왜 어렵나요?
사실 저도 그 이유를 아직 못 찾아서 어려워요. 이따금 남을 웃겨야 되는 연기를 해야 하는데 그때마다 ‘이게 왜 어려울까?’ 생각합니다.

인간 김혜준은 잘 웃기는 편인가요?
굳이 따지자면 잘 웃기기보다 잘 웃는 편이긴 한데, 저 노잼은 아니에요.(웃음)

지금까지 <킹덤>의 ‘계비 조씨’, <구경이>의 ‘송이경’, <킬러들의 쇼핑몰>의 ‘정지안’ 등 스무 명 넘는 캐릭터를 연기했어요. 그중 인간 김혜준과 비슷한 캐릭터가 있을 수 있고, 완전히 정반대의 인물도 있을 텐데요. 연기자로서는 어떤 쪽이 더 흥미롭나요?
저는 ‘이 사람이 얼마나 나랑 비슷한가’보다는 공감이 되면 끌려요. 성격이 정반대더라도, 그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이해될 수는 있잖아요. 대본을 읽으면서 ‘내가 저 상황이어도 저렇게 했을 것 같다’ 생각되면 그때부터 욕심이 나기 시작해요.

스웨이드 드레스·슈즈·타이츠 모두 프라다, 안경 맥퀸 by 션 맥기르 제품.

니트 카디건 맥퀸 by 션 맥기르 제품.

점프수트 구찌, 비니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연기는 기세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믿고 확신이 있어야 대사를 뱉을 수 있으니까요.”

특히 그런 캐릭터가 있었나요?
영화 <미성년>에서 맡았던 ‘주리’가 그랬어요. 마냥 밝지도, 어둡지도 않은. 양면적인 캐릭터가 저랑 비슷하다고 느꼈어요. 공감도 많이 됐고요.

질문을 조금 바꿔볼게요. 내가 연기한 캐릭터 중 한 명과 도쿄로 3박 4일 여행을 가야 된다. 누구를 고르겠어요?
너무 어려운데요. 한 명만 고른다면 저는 <구경이>의 ‘이경’이랑 갈래요.

리스크가 있지 않나요. 송이경은 사이코패스잖아요.
이경이는 좋아하는 친구한테는 정말 애정을 쏟거든요. 어쨌든 저랑 친하니까 도쿄까지 갈 거잖아요? 평소에 성격은 유쾌하거든요. 저만 잘하면 3박 4일은 무사히 다녀올 것 같아요.

배우분들은 언제 데뷔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잖아요. 다른 직업처럼 면허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혜준 씨도 불안한 시기가 있었을 텐데 그때 어떤 생각을 가장 많이 했어요?
사실 그 불안감은 지금도 똑같아요. 매번 ‘내가 이 일을 계속하는 게 맞나?’ 생각해요.

지금도요?
그럼요. ‘내가 이 일을 오래 할 수 있을까’ ‘내가 배우 자격이 있나’ 끊임없이 생각해요. 배우는 사람들이 찾아주지 않으면 일을 못 하는 직업이잖아요. 말씀하신 대로 이 직업에는 면허증이 있는 것도 아니고, 좋은 연기에 대한 정답도 없고요.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촬영장에 나가지만 ‘내가 여기 있을 자격이 있나?’ 늘 생각해요. 어쩌면 배우는 그 불안감과 싸우는 직업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럴 땐 어떻게 넘기나요? 누구한테 질문을 할 수도 있고, 무작정 연습을 할 수도 있고, 좋아하는 영화를 볼 수도 있고.
말씀하신 거 다 해요. 동료와 고민 나누다가, 혼자 골방에 들어가서 속 썩이기도 하고. 당장 할 수 있는 건 연습뿐이니까 하염없이 대본을 보다가, 그냥 좋아하는 영화 틀어놓고 위안받기도 하죠.

동료 배우들이 해준 말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조언이 있나요?
선배님들께 고민을 털어놓으면 늘 격려로 끝났어요. 연기는 기세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을 믿고 확신이 있어야 대사를 뱉을 수 있으니까요. 선배님들도 제게 기술적인 조언을 해주시기보다 늘 확신을 심어주려고 하셨어요. 제가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에서 아주 작은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요. 몇 년 지나고 시즌 3에 같은 역할로 특별 출연을 하게 됐어요. 정말 오랜만에 한석규 선배님을 뵀는데 보자마자 안아주시면서 “아유, 그동안 버티느라 너무 수고했다” 하시는데 눈물이 막 나더라고요. 그 짧은 한마디가 정말 큰 힘이 됐어요. 배우를 계속해도 되겠다는 원동력이 됐고요.

3 / 10

셔츠·데님 팬츠·코트 모두 드리스 반 노튼, 베레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셔츠·데님 팬츠·코트 모두 드리스 반 노튼, 베레 메종 마르지엘라 제품.

3 / 10

타이·셔츠 모두 뮌, 레더 쇼츠 YCH, 타이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타이·셔츠 모두 뮌, 레더 쇼츠 YCH, 타이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진짜 김사부네요.
맞아요.(웃음)

어른이라면 부끄러운 일을 부끄러워할 줄 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못한 어른도 많으니까요.
당장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너무 부끄러워서 말씀 못 드릴 것 같고요.(웃음) 반성했던 건 있어요. 현장에서 ‘오케이’가 나긴 했는데 분명히 저 스스로 떳떳하지 못했어요. 더 나은 연기를 할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그런데 ‘굳이 여기서 한 번 더 촬영하자고 했을 때 내가 그만큼 잘할 수 있을까?’ 확신이 없어서 그냥 외면하고 넘어간 적이 있어요. 그럴 때는 집으로 가는 길에 부끄럽죠. 단순히 부끄러운 수준이 아니라,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실망스럽죠. 틀리지 않은 거지, 잘한 건 아니니까요.

그런 와중에도 ‘배우 하길 잘했다’ 싶은 순간도 있을 것 같습니다.
회식할 때요.(웃음) 제가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회식할 때. 맛있는 음식 먹으면서 현장에서 오늘 있었던 일, 영화 이야기,
연기 이야기, 사는 이야기 시끌벅적 떠들고 있으면 그렇게 좋더라고요. 당장 눈에 들어오는 그 풍경이 너무 좋은 거죠. 그때 ‘아, 나는 진짜 배우 하길 잘했다’ 생각해요.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와서 드리는 질문인데, 혜준 님이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나요?
일단 개그 코드가 맞는 사람. 그리고 속이 따뜻한 사람. 저도 살갑게 표현하는 편은 아니거든요. 말투나 성격이 나긋나긋하지도 않고요. 제 친구들도 마찬가지인데 사실 속은 다들 정말 따뜻해요. 저도 속이 참 따듯하거든요.(웃음) 겉으로는 툴툴대도 진심이 느껴지고, 언제 만나도 같이 웃고 떠들 수 있는 사람들. 그런 사람들을 좋아해요. 저도 그런 사람이 되어주고 싶고요.

2022년 목표는 갈비찜 만들기였다고 들었어요. 얼마 안 남았지만 2024년 목표가 있을까요?
갈비찜 만들기는 완벽하게 실패했습니다. 시도조차 못 했어요.(웃음) 올해 목표는 취미 만들기. 제가 취미가 없거든요. 애니메이션을 열심히 보고 있긴 한데, ‘취미 하나쯤은 꼭 만들어 집 밖으로 잘 나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사람으로 기억됐으면 하나요?
사람마다 ‘김혜준’ 하면 어떤 캐릭터나 장면을 생각할 거잖아요. 그 모습이 다 달랐으면 좋겠어요. 그게 무엇일지는 몰라도, 늘 다양한 모습으로 기억되는 사람이면 좋겠습니다.

고생하셨습니다. 오늘 촬영 끝나고 뭐 드세요?
닭강정! 저 요즘 닭강정에 미쳐 있어요. ‘태리로제떡볶이&닭강정’ 드셔보셨어요? 거기 닭강정이 진짜 맛있어요. 꼭 드셔보세요.

슬리브리스 니트·팬츠 모두 보테가 베네타 제품.

체크 셔츠·스커트·피케 셔츠·이너 브리프·슈즈 모두 미우미우, 진주 네크리스 비비안 웨스트우드, 타이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아레나옴므플러스>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Editor 주현욱
Contributing Editor 김지원
Photography 목정욱
Hair 강현진
Make-up 이나겸
Assistant 박세진

2024년 09월호

MOST POPULAR

  • 1
    STYLE SPARRING
  • 2
    As Dusk Falls
  • 3
    Once Upon a Time
  • 4
    가을엔 스웨이드를 신으세요
  • 5
    The Possibility Of Infinity

RELATED STORIES

  • INTERVIEW

    도겸, 폴로 랄프 로렌과 함께한 <아레나 옴므 플러스> 화보 선공개

    아메리칸 클래식을 대표하는 폴로 랄프 로렌과 세븐틴 도겸이 함께한 가을 분위기 물씬 풍기는 화보가 공개됐다.

  • INTERVIEW

    고보결은 고보결답게 살고 싶다

    배우 고보결은 점과 점 사이를 이으며 풍성해졌다. 두려움 없이 나아가는 방법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을 잃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 INTERVIEW

    존박은 존박

    슈퍼스타 K 존박. 평양냉면 먹는 존박. 육아하는 존박. 존인지 박인지 헷갈리는 존박. 우리가 아는 존박은 여러 가지지만, 지금 존박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싶은 존박은 하나다. 11년 만에 정규 앨범으로 돌아온 가수 존박과 나눈 이야기.

  • INTERVIEW

    고민시는 걱정하지 않는다

    6년 만에 <아레나>와 재회한 고민시는 ‘영화 <마녀> 속 그 배우’에서 ‘넷플릭스의 딸’이 되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고민시는 연기가 어렵지만, 연기를 그만두고 싶은 순간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몇 번이고 실패해도 걱정은 없다는 배우 고민시와 나눈 대화.

  • INTERVIEW

    ENHYPEN, SEVEN ENGINES

    각기 다른 일곱 도시에서 모여든 소년들은 오늘의 엔하이픈이 됐다. 가수를 처음 꿈꾼 이유는 저마다 다르지만 엔하이픈은 목적지가 같다. 일곱 개의 엔진을 품고 달리는 엔하이픈의 이야기.

MORE FROM ARENA

  • INTERVIEW

    The Maker

    에리카 콕스 작가는 조각품에 속하는 작업을 만들지만 기존 조각가의 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그의 작품이 디자인 사물이냐 묻는다면 디자인 프로세스를 따르지도 않는다. 틀을 깨고 경계를 무너뜨리는 일. 그가 작품을 만드는 순서는 무언가를 미학적으로 들여다보고, 해체하며, 미술의 언어로 재조합하는 일이라고 했다. 그렇게 스스로 즐겁다.

  • FASHION

    HIT THE ROAD

    방탕한 셔츠는 제멋대로 흐트러지게, 청춘을 만끽하며 무작정 바다를 향해.

  • LIFE

    키카와 댄의 요트 라이프

    목적지가 어딘지는 중요하지 않다. 목적은 여행 그 자체다. 바람에 의지해 세계를 항해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람이 요트를 어디로 이끌지, 무엇을 발견하게 될진 아무도 모르지만 그런 것도 중요치 않다. 눈부신 밤하늘의 별들을 만나고, 망망대해에서 서로만의 존재를 느끼고, 투명한 바다에 뛰어들거나, 돌고래와 유영하며 살아가는 삶. 요트를 집 삼아 세계를 여행하는 사람들이 자유에 대해 말한다.

  • FASHION

    ANOTHER SPACE

    더 대담하고 새로운 지점에 다다른 2019 F/W 시즌 프린트.

  • LIFE

    국뽕클럽 K-MOVIE

    한국인을 몰입하게 만드는 2020년 국뽕 콘텐츠들을 모았다. 이들과 클럽이라도 하나 결성해야 할 판이다.

FAMILY 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