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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갑다, 미니

이제 4세대다. 10년 만에 세대 바뀐 신형이다. 전기차로만 나올 줄 알았는데, 아직 엔진 품고 달린단다. 반가운 마음이 앞섰다. 실내에 들어서자 반가움은 놀라움으로 바뀌었다.

UpdatedOn August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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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하는 말이 있다. 포르쉐를 타지 못할 바엔 미니를 타겠다고.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이다. 주관적이라서 의미가 없을까? 취향을 자극할 공통된 매력이 있다는 뜻이다. 포르쉐는 대표적인 드림 카다. 취향을 떠나 다수가 공감대를 형성한다. 그렇게 대표성이 생긴다. 스포츠카 브랜드로서 짜릿한 자동차의 본이랄까. 물론 미니는 스포츠카 브랜드가 아니다. 랠리에서 활약한 전적이 있지만, 국민차로 출발했다. 그럼에도 포르쉐처럼 확고한 특색이 있다.

일단 포르쉐처럼 디자인이 크게 변하지 않았다. 로버 미니에서 이어온 디자인 콘셉트는 여전하다. 동그란 헤드램프와 봉긋한 곡선, 짧은 차체는 세대 바뀌어도 같은 실루엣을 연출한다. 디자인이 크게 변하지 않는다는 건, 이 시대에는 큰 가치다. 세대 바뀔 때마다 전 세대 디자인을 지워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유산을 이어가기에 미니의 디자인은 그 자체로 가치가 생긴다. 모두 바뀔 때 예전 모습 그대로이기에 얻는 특별함이다. 그럴 수 있는 자동차가 적다. 확실한 차별점이 된다. 포르쉐도 미니도 그런 차를 만든다.

외관만 유산을 이어가지 않는다. 차의 성격도 예전 감각을 고수한다. 포르쉐야 스포츠카 브랜드니까 그러기 쉽다. 미니는 국민 소형차로 태어났기에 쉽지 않다. 그럼에도 여전히 카트 타듯 민첩한 ‘고카트 필링’을 내세운다. 안락함보다 재미, 보편성보다 개성을 고수한 결과다. 세대 바뀔 때마다 편해졌다지만 아직 뾰족하다. 이렇게 주행 감각으로 정체성을 표현하는 브랜드는 드물다. 그 정체성이 재미로 이어지는 브랜드 또한 드물다. 포르쉐나 미니나 정체성에 관해선 어느 브랜드와 붙어도 밀리지 않는다.

둘 다 이런 개성을 토대로 다양한 이야기를 쌓았다. 유명인의 일화만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포르쉐를, 미니를 타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생적으로 태동했다. 모임을 만들고 어울렸다. 함께 즐기며 문화를 조성했다. 물론 각 브랜드가 그 흐름에 가속도를 더한 건 사실이다. 특별한 도전을 하고 흥미로운 협업을 진행했다. 그렇다고 해도 애초 각자 고유한 개성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다. 모든 브랜드가 원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몇몇만이 도달했다. 팬덤은 의도한 대로 움직이지 않으니까. 포르쉐도 미니도 팬덤이 이야기를 쌓아 올렸다.

포르쉐와 미니의 공통점을 얘기했지만 차이점도 있다. 결정적이다. 포르쉐는 고가고, 미니는 손에 닿을 만하다. 어떤 면에선 미니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헤리티지, 타는 재미, 특별한 이야기까지 있는데 접근성이 까마득하게 높지 않다. 이렇게 포르쉐까지 끌어와 미니를 얘기한 이유가 있다. 그만큼 미니가 쌓아 올린 유산이 특별하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자동차를 판단하는 기준을 들이밀면 미니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미니 쿠퍼 S 3도어
배기량 1998cc 최고출력 204hp 최대토크 30.6kg·m 연비 12.7km/L 가격 4810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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윙크하는 자동차

4세대 미니 쿠퍼 S 3도어를 시승하기에 앞서 미니라는 브랜드를 정리해봤다. 미니는 그런 브랜드고, 미니 쿠퍼 S는 그 미니의 정수를 담은 모델이니까. 게다가 반가웠다. 4세대 미니는 전기차로만 만날 줄 알았다. 미니는 앞으로 전기차 브랜드가 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기에 내연기관 미니는 3세대가 마지막일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어서 다행이다. 엔진 팽팽 돌리며 달릴 특별한 해치백과 이별하긴 아직 이르니까. 나 말고도 이런 마음 품은 사람 많을 거다.

4세대 미니 쿠퍼 S의 키워드는 ‘미니멀리즘’이다. 미니라는 브랜드명을 언어유희로 표현한 건 아니다. 그런 적도 있지만 이번에는 진짜 간결함을 뜻한다. 시의적절하다. 간결함은 미래로 나아가는 방향성이다.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자동차 실내를 점령한 이후 명확해졌다. 수많은 버튼을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집어삼키며 실내가 간결해졌다. 최신 자동차의 기준 역시 분명해졌다. 디스플레이를 통해 어떤 변화를 꾀했는가. 이런 흐름에서 미니멀리즘은 적절한 선택이다.

미니멀리즘은 신형 미니 쿠퍼 안팎에서 엿볼 수 있다. 사실 외관 변화는 크지 않다. 애초 미니 쿠퍼 디자인 자체가 간결하다. 대신 신형은 전면 인상을 디지털 그래픽처럼 보이게 요소를 매만졌다. 펜더 위 장식을 걷어내고 면을 더 말끔하게 다듬었다. 보닛과 범퍼를 연결하는 그릴 테두리도 얇아졌다. 그러면서 모서리에 살짝 각을 살렸다. 동그란 헤드램프에 LED로 위아래 선을 그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한 선이 모이면 디지털 그래픽처럼 보이게 마련이다. 신형 미니 쿠퍼는 외관에 그 효과를 적극 활용했다. 그 덕분에 예전과 비슷한데 또 다르게 보인다. 전통을 고수하면서 새롭게 하기. 은근히 어려운 일인데 성공했다. 그러면서 미니다운 발랄함도 잊지 않는다. 헤드램프와 리어램프의 LED 라이트 형태가 세 가지로 바뀐다. 기분에 따라 고르라는 얘기다. 심지어 차에 타기 전 윙크 세리머니도 펼친다. LED 주간주행등과 헤드램프의 점등을 조절해 마치 미니가 윙크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윙크하는 자동차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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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만큼 미니가 쌓아 올린 유산이 특별하다는 얘기다.
일반적인 자동차를 판단하는 기준을 들이밀면 미니를 제대로 볼 수 없다.”

미니가 내건 미니멀리즘의 핵심은 실내다. 세대 변경의 차이도 실내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과감하게 계기반을 없앴다.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그 기능을 대신한다. 센터페시아도 깔끔하게 정리했다. 간결해진 공간에 시선을 사로잡는 건 원형 OLED 디지털 디스플레이다. 디지털 디스플레이는 직사각형이라는 통념이 있잖나. 미니다운 파격이다. 이유가 있다. 원형 디자인은 미니의 실내를 대변하는 상징이다. 아날로그 계기반이든, 그 안에 작은 디지털 디스플레이를 적용했든 테두리는 원형이다. 이 유산을 미래에도 이어가기 위해 과감한 시도를 감행한 셈이다.

사각 디스플레이가 정석인 건 효율 때문이다. 미니는 효율보다 전통과 개성을 택했다. 미니는 그런 브랜드다. 그렇기에 남다른 위치를 고수할 수 있다. 이번에도 증명했다.

형태만 파격적인 건 아니다. 특별한 형태를 더욱 참신하게 할 프로그램도 적용했다. 결국 디스플레이는 무언가를 표시하는 용도니까. 미니다운 개성은 형태뿐 아니라 내용에서도 묻어난다. 화면 테마가 일곱 가지다. 각 테마는 각기 다른 그래픽과 분위기를 표현한다. 그에 맞춰 주행 성격을 바꾸거나 미디어를 강조하거나, 심지어 마사지 기능을 켠다. 물론 취향 반영한 커스터마이징 테마도 있다. 그동안 센터페시아 디스플레이는 정보를 전달해왔다. 미니는 이제 달라져도 된다고 한다. 하나의 콘텐츠로서, 특별한 장식으로서 기능할 수 있다고 한다. 쉽게 설득된다. 그만큼 원형 디스플레이의 존재가 강렬하다. 분명 간결한데 화려하다. 미니멀리즘이 또 이렇게 화려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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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자극적

안팎을 둘러봤으니 본격적으로 타볼 차례다. 실내 변화가 극적이어서 한참 바라봤지만, 결국 미니는 운전할 때 가장 즐거워야 한다. 그 재미를 여전히 움켜쥐고 있느냐가 다른 모든 것에 앞선다. 센터페시아 모니터 아래 조그마한 토글식 시동 레버를 돌렸다. 미니만의 시동 거는 의식이다. 예전에는 미사일 발사하듯 새빨간 레버를 눌렀다. 이젠 진중한 검정색 레버를 돌린다. 그럼에도 여전히 앙증맞은 행위로 다가온다. 출발하는 순간부터 자기만의 방식을 고수한다.

신형 미니 쿠퍼 3도어는 S 모델만 나온다. 배기량은 1998cc. 작은 차체를 짜릿하게 놀리기에 충분한 배기량이다. 최고출력은 204마력, 최대토크는 30.6kg·m. 제원 수치는 전 세대와 대동소이하다. 뼈대와 엔진, 변속기를 전 세대 그대로 쓰는 까닭이다. 전기차 미니가 하나둘 나오는 시기이기에 새롭게 투자할 여유가 없었다. 대신 안팎을 디지털로 쇄신해 신형다운 변화를 꾀한 셈이다. 아쉽지만, 내연기관 미니가 생존했다는 데 의의를 둔다. 제원의 변화는 적지만, 운전할 때 기분은 확연히 다르다. 실내가 진일보하니 첨단 자동차를 타는 기분이다. 당연하다. 시각적인 자극은 잔상이 오래 남으니까. 발랄한 색감의 원형 디스플레이가 눈을 즐겁게 한다. 토글 레버를 눌러 자꾸 테마를 바꾸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처음이라 더 그렇겠지만, 확실히 원형 디스플레이가 미치는 영향이 크다. 신문물을 접해 설레는 마음은 접어두고 운전에 집중하기로 한다. 제원은 크게 달라지지 않아도 세부적인 설정은 바뀌었을 테다. 그 지점에서 달라진 주행 감각의 단초를 찾을 수 있다.

승차감은 3세대와 비슷하다. 이미 3세대에서 대폭 나긋나긋해졌다. 그러면서도 뒤 서스펜션을 조여 고카트 필링을 살렸다. 4세대 역시 그 느낌을 이어나간다. 요철을 만났을 때도 앞이 상대적으로 부드럽고 뒤에선 팽팽한 긴장을 실내에 전한다. 안락함을 내세우는 모델이라면 눈살 찌푸릴지 모른다. 하지만 미니의 성격을 알기에 넘어갈 수 있다. 이런 특징이 속도를 내거나 코너에선 민첩한 몸놀림으로 발현된다. 그때를 기대하며 미니의 특성을 재확인한다. 그럼에도 부드러워진 부분이 있다. 스티어링휠 감각이다. 사뭇 가볍게 움직인다. 의도가 읽힌다. 일상에서 대중 친화적 성격을 부여하기 위해서다. 3세대에서 배려했다고 해도 스티어링휠은 제법 묵직했다. 신형은 조금 더 배려했다. 약간의 변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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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가 진일보하니 첨단 자동차를 타는 기분이다.
당연하다. 시각적인 자극은 잔상이 오래 남으니까.”

주행 감각은 그대로네, 하고 정리할 때쯤 고갯길이 나타났다. 제대로 달릴 길이 나타났으니 주행 모드를 바꾸기로 했다. 이젠 주행 모드가 아니라 익스피리언스 모드다. 원형 디스플레이와 연동해 바뀐다. 실내 분위기나 인포테인먼트 기능의 변화까지 포함한다. 예전 스포츠 모드는 이제 고카트 모드가 대응한다. 원형 디스플레이 그래픽이 달라지자 음색도 달라진다. 기어 단수를 내려 언제고 튀어나갈 태세다. 원형 디스플레이 덕분에 시각적 자극이 더 또렷하다.

코너와 코너를 연속해서 공략하니 변화가 느껴진다. 똑똑해졌다. 변속 타이밍 얘기다. 엔진 회전수를 적극적으로 높인달까. 브레이크를 밟고 다시 가속할 때 어김없이 단수를 내려 급가속에 대비한다. 저단을 끝까지 물고 가니 엔진 회전수도 양껏 쓸 수 있다. 그럴수록 짜릿함은 증가한다. 스티어링휠에 패들 시프트가 없어졌어도 아쉽지 않다. 오히려 조향에만 신경 쓰니 더욱 즐겁게 탈 수 있다. 변속 로직을 가다듬어 보다 민첩함을 강조한 셈이다. 제원은 같아도 설정이 다르다. 그 차이가 재미를 배가한다. 고카트 모드라고 이름 붙인 이유가 있다. 그냥 명칭만 바꾼 게 아니었다. 시각적 자극이 커도 역시 미니는 촉각이 주는 자극이 진하다. 신형 역시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어느새 차를 돌려 고갯길로 다시 향했다. 재밌어서 다시 타려고.

고갯길 중턱에서 멈추고 한숨 돌렸다. 신형 미니를 바라보며 바뀐 것과 바뀌지 않은 것을 떠올렸다. 디지털 감각을 더하되 타는 재미를 희석하지 않았다. 첨단으로 나아가면서 전통 역시 고수했다. 타보니 앞서 말한 반가움이 새삼 진해졌다. 아직 내연기관 미니를 떠나보낼 수 없다. 10년 만에 세대 바뀐 미니,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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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김종훈

2024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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